트레이드 대상은 선수가 아니고 등번호였다. 선수들이 얼굴이나 마찬가지인 등번호를 서로 교환한 것이었다.
LG가 최근 2004시즌을 대비해 선수들의 등번호를 새로 정비하면서 발생한 일이다. 에이스 이승호(27)와 내야수 안상준(30), 신인 투수 우규민(18) 사이에서 생긴 ‘삼각 빅딜’이다. 이승호는 37번에서 1번으로,안상준은 1번에서 17번으로, 우규민은 17번에서 37번으로 각각 등번호를 바꿨다.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진 완벽한 삼각 교환이었다.
처음 등번호 교체 얘기를 나눈 것은 이승호와 우규민이었다. 이승호는 전광판이나 기록지에 표시되는 포지션별 고유번호에서 투수는 1번이라 평소부터 마음에 두고 있었다. 단국대 시절 에이스였던 후배 때문에 달지 못했고 LG에 입단한 뒤에도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선뜻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에이스로 우뚝 선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그는 삼성 임창용을 좋아해 37번을 선호하던 우규민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자신의 등번호를 줄 뜻을 비쳤다. 우규민은 휘문고 시절 청소년대표로 활약할 때도 달던 37번이 좋았지만 올 해 입단해 대선배인 이승호의 번호를 넘볼 처지가 아니었는데 선배가 먼저 제의를 했으니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이승호는 일단 자신의 등번호를 건네줄 사람을 찾은 뒤 눈치만 보고 있었다. 안상준의 등번호 1번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문제도 쉽게 해결됐다. 안상준은 고민하던 이승호를의 사연을 알고 선뜻 1번을 내주고 우규민의 17번을 받아들였다. 그 역시 경남고 재학 시절 17번을 달고 뛴 적이 있어 낯설지 않은 번호였다. 후배들의 고민을 해결해준 것이다. 이렇게해서 1-17-37번으로 이어지는 연쇄적인 삼각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첫댓글 안상준 선수가 조급 압박을 받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