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60세 停年·임금피크제 도입… 대기업들 뒤따를 듯
[법 시행보다 2년 앞서 실시… 財界 논의 급물살 예상]
56세부터 임금 年 10%씩 줄여… 복리후생은 동일하게 유지, 1959·1960년생 직원들 구제
노조 힘 강한 재계 순위 2위 현대車에 당장 도입은 힘들 듯
삼성전자가 올해부터 직원 정년을 60세로 연장하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2016년부터 정년 60세가 의무화되지만 이에 따른 임금 체계 개편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국내 대표 기업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으로 재계에서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 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삼성 관계자는 27일 "계열사별로 직원 정년을 만 55세에서 60세로 연장하고, 그 대신 56세부터는 임금을 일정 비율로 줄이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고용상 연령 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 촉진에 관한 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미리 정년을 연장한 것이다. 개정안은 2016년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 종사자의 정년을 60세로 늘린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삼성은 이를 2년 앞당겨 실시하는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개정안 적용 시기는 2016년이지만 몇 개월 차이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1959년, 1960년생 직원을 위해 2년 앞당겨 실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또 56세부터는 전년보다 임금을 10%씩 줄이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결정했다. 임금은 줄지만 복리후생은 동일하게 지원한다. 삼성에버랜드도 사원협의회와 이 문제를 논의 중이며 삼성SDI 등 다른 계열사도 정년 연장 문제 검토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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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동 삼성 본사 앞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27일 “다음 달부터 정년을 55세에서 60세로 연장하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진한 기자
◇다른 대기업으로 확산 중
재계 1위인 삼성의 정년 연장에 이은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해 재계는 "삼성식 조치가 확산될 것"이라는 반응이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해 노사합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삼성이 물꼬를 텄다"고 말했다. 임금피크제 도입은 재계의 현안이었다. 정년 연장 의무화에 따라 인건비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하는 기업들은 임금피크제 도입을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임금피크제는 강제성이 없는 데다 임금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노조의 반발로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국내 100인 이상 사업장 중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것은 2012년 말 현재 전체의 16.3%에 그쳤다. 한진과 두산 등 아직 정년 연장 및 임금피크제 도입을 하지 않은 곳도 전반적인 임금 체계 검토에 들어갔다. 두산은 2016년 이전에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 도입을 원칙으로 해서 시기와 조건 등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GS건설도 55세에서 60세로 늘리면서 임금피크제 실시를 검토 중이다.
이미 삼성과 유사한 정년 연장·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곳도 있다. GS칼텍스·대우조선해양도 2011년과 올해 임금피크제를 각각 도입하면서 정년을 60세로 늘렸다. 현대중공업은 2012년 58세까지는 기존 임금 수준을 유지하면서 59세부터는 선택에 따라 정년을 최대 60세로 연장하지만, 임금을 일부 줄였다. 금융권에서는 국민은행이 2007년부터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를 함께 적용하는 등 우리·하나·외환은행이 임금피크제를 전제로 정년을 연장했다.
◇현대차 등은 당장 도입하기 힘들 듯
삼성전자의 경우 노조가 없기 때문에 임금피크제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노조가 강한 곳에서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가 힘들 전망이다. 재계 순위 2위인 현대자동차의 경우 지난해 사측이 노조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자는 제안을 했다가 거부당했다. 그러나 노사는 58세 정년 이후 본인이 희망할 경우 1년씩 최대 두 번 정년을 연장할 수 있게 하는 데는 합의를 이뤘다. 다만 59~60세에는 임금 인상을 제한하는 조건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임금피크제가 큰 흐름인 만큼 올해 임단협에서 노조에 다시 한 번 도입을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통상임금 협상까지 겹쳐있는 데다 현대차 노사 협상이 노동계에 의미하는 바가 커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통상임금 이슈로 노조와 협상을 앞둔 상황에서 임금피크제까지 수면 위로 부상하자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10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정년 연장 의무화에 대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임금피크제에 주목하고 있지만 임금 문제가 얽혀 있어 노조와 접점을 찾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