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아내의 칠순, 행복한 우리가족
요즈음 들어 내가 잘 안 쓰는 말이 있다.
바로 이 넉 자다.
‘우리 가족’
국어사전 풀이에서 ‘말하는 이가 자기와 관련된 대상을 친근하게 일컫는 말.’이라고 하는 ‘우리’라는 단어와, ‘부부를 중심으로 한집안을 이루는 사람들.’이라고 하는 ‘가족’이라는 단어를, 따로 따로는 쓴다.
그러나 그 두 말을 하나로 합쳐서는 잘 안 쓴다.
눈치가 보여서다.
반세기쯤 전으로 거슬러 아직은 대가족 제도의 전통적 문화가 일상이었을 때는 흔히 ‘우리 가족’ ‘우리 가족’ 했다.
한 지붕 아래 한 솥밥을 먹고 살면서 살림살이의 계산을 같이 하던 때여서, 그 말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데 자녀들이 부모와 따로 떨어져 살기를 좋아하는 지금의 시대에서는 그 말을 쓰기가 편치를 않다.
살림살이의 계산이 다르기 때문이다.
무심코 ‘우리 가족’이라는 말을 하려다가도, 스스로 놀라 입밖으로 나오려던 그 말을 도로 집어넣고 말기 십상이다.
눈치 보면서, 그 말을 할 생각까지는 없기 때문이다.
놀라운 풍경이 눈앞에 있었다.
큰며느리 지영이와 작은며느리 은영이가 마음도 합하고 돈도 합해서 칠순을 맞은 시어머니인 아내를 위해서 잔칫상차림을 해주던, 2023년 10월 15일 일요일 낮 12시쯤 중국식당 파크루안 방배점에서의 일이었다.
상차림도 놀라운 것이었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풍경이 있었다.
같이 입을 하얀 티셔츠가 바로 그 풍경이었다.
티셔츠 자체가 놀라운 것이 아니었다.
티셔츠의 앞뒤로 새긴 글귀가 놀라운 것이었다.
앞쪽에는 각자의 존재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었는데, 나는 ‘우리집 대장 상감마마’, 아내는 ‘집안실세 중전마마’, 맏이는 ‘잘 생긴 큰아들’, 큰며느리 지영이는 ‘절세미녀 큰며느리’, 손녀 서현이는 ‘사랑둥이 손녀’, 막내는 ‘세상 멋진 작은아들’, 작은며느리 은영이는 ‘듬직한 작은며느리’, 손자 서율이는 ‘귀염둥이 손자’라고 새겨놓고 있었다.
내 눈을 휘둥그레지게 한 것은 뒤쪽의 글귀였다.
그 글귀는 다 똑 같았다.
그리고 내 마음을 흡족하게 하는 글귀였다.
내 그동안 주위 눈치가 보여서 함부로 쓰지 못하던 말이었는데, 그 글귀 덕분에 이제는 그런 눈치 하나 안 보고 입에 올릴 수 있게 됐다.
곧 이 글귀였다.
‘행복한 우리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