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은 ‘계획 및 설계’라는 과정을 통해 구체화된다. 계획이 ‘문제의 해결’에 관련된다. 조경에서는 계획과 설계가 엄격히 구분되기보다는 상보적이고 연속적인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인 계획 ·설계 과정은 ‘기본전제의 검토 → 자료수집 ·분석 및 종합 → 기본구상 → 대안작성 → 기본계획 → 기본설계 → 실시설계 → 시공 ·관리’의 순서로 진행된다.
기본전제의 검토 단계에서는 개발의 방향, 공간규모, 공간 프로그램, 의뢰인의 특성 등이 검토된다. 자료수집 ·분석 및 종합 단계에서는 대상지에 조경계획 ·설계를 수립하는 데 필요한 정보 및 자료가 검토된다. 이 단계에서 고려되어야 할 인자는 자연적 인자, 인문적 인자, 미적 인자로 크게 구분된다. 자연적 인자로는 토양 ·지질 ·지형 ·경사도 ·수문 ·지표수 ·지하수 ·기후 ·식생 ·야생동물 등이 분석되며, 인문적 인자로는 토지 이용 ·교통동선 ·인공구조물의 현황과 역사 ·예상 이용자의 특성 등이 분석된다. 미적 인자로는 대상지의 물리적 요소의 형태, 시각적 특질, 미적 가치, 이미지 등이 고려된다.
조경작품은 일상생활을 담는 환경 위에 남겨지는 인간의 예술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미적 인자는 조경계획 · 설계과정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선 ·형태 ·크기 ·질감 ·색채 등이 형성하는 반복 ·리듬 ·대칭 ·통일 ·변화 등의 미적 원리가 조경미를 크게 좌우하게 되는 것이다. 기본구상 단계에서는 분석 ·종합된 정보를 바탕으로 기본계획 수립에 관한 전반적 아이디어가 도출된다. 이는 개략적인 다이어그램으로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기본구상을 몇 가지 가능한 대안으로 발전시켜 최종안이 선택되며, 이를 바탕으로 기본계획이 수립된다. 기본계획 단계에서는 공간의 개략적인 골격, 토지이용과 동선체계, 각종 시설 및 녹지의 위치 등이 정해지며, 향후 사업시행을 위한 사업 규모가 추정되기도 한다. 배치계획 ·토지이용계획 ·동선계획 ·정지(整地)계획 ·식재(植栽)계획 ·하부구계획 ·사업투자계획 등의 부문별계획이 마련된다.
기본계획은 기본설계 단계에서 구체화한다.
이 단계에서는 공간의 형태, 시각적 특징, 기능성과 효율성, 재료 등을 구체적으로 결정한다. 특히 기본설계는 조경의 작품성을 좌우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으므로 창조적인 디자인 개념이 필요하다. 디자인 개념도 · 배치설계도 ·도로설계도 ·식재설계도 ·시설물배치도 ·시설물설계도 등이 작성된다. 기본설계는 사업을 확정하고 그 안을 관계자들에게 이해시키고 최종적인 시행에 필요한 준비작업을 하는 단계이므로 미래의 모습에 대한 정확한 상상을 할 수 있도록 각종 도면의 표현방법에 특징이 있어야 하며 시각적인 전달효과도 커야 한다.
실시설계는 실제의 공사시행을 위한 구체적이고 상세한 도면을 작성하는 단계이다. 시공자가 쉽게 알아보고 시공에 들어갈 수 있도록, 그리고 능률적이고 경제적으로 시공할 수 있도록 도면이 작성되어야 한다. 각종 설계도 ·상세도 ·수량산출서 ·일위대가표 ·공사비 ·시방서 ·공정표 등의 서류가 이 단계에서 작성된다. 이상과 같은 일련의 과정이 끝나면 시공자를 선정하여 공사를 하게 되며,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설계자는 시공이 설계대로 이루어지는지의 여부를 감리하게 된다. 설계자는 시공의 용이성 ·경제성 ·견고성 등을 고려하여 일정정도 설계를 변경할 수도 있다. 시공이 끝난 후에는 관리가 용이하도록 관리계획이 작성되어야 한다. 특히 최근에는 ‘조경계획 ·설계가 시행된 후 실제의 이용자에게 혹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라는 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데, 이러한 사후평가의 대표적인 예로 이용 후 평가(post occupancy eval!uation)라는 개념을 들 수 있다.
인간과 환경의 조화를 연출하는 예술인 조경은 21세기를 앞둔 시점에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첫째, 환경의 의미와 역사, 그리고 그 안에 놓여진 인간의 실존을 깊이 있게 표현할 수 있는 예술성 있는 조경작품들이 이 지구의 곳곳을 수놓아야 할 것이다.
둘째, 환경의 수용능력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인간에게 유용함을 줄 수 있는 조경계획 · 설계방법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1992년의 ‘리우선언’은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개발(ESSD)’을 구현하기 위한 인류의 노력을 천명한 바 있다.
셋째, 인종과 연령과 성에 관계없이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하게 찾고 즐길 수 있는 민주적인 조경공간이 널리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1972년의 유엔인간환경회의는 “인간은 품위있고 행복한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 속에서 자유, 평등 및 쾌적한 생활조건을 누릴 기본적 권리를 가지며, 현 세대 및 다음 세대를 위해 환경을 보호하고 개선할 엄숙한 책임을 가진다 ….”로 시작되는 인간환경선언을 채택한 바 있다. 조경은 보다 아름답고 깨끗하고 건강하고 편리하고 자유롭고 평등하고 의미있는 환경을 만들고 가꾸고 다듬고 지켜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