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년 6월 30일 6월 다섯째주 정기법회 (법회소식 1488호)
백중재를 올리는 공덕
법문: 승원 스님
음력 7월15일은 백중(百衆)이다. 백중은 우란분절(盂蘭盆節)이라고도 한다. 이날 불자들은 백중재 또는 우란분재라고 하는 재(齋)를 모신다. 우란분재는 우란분과 재가 합해진 말이다. 범어 우란분(盂蘭盆, ullamana; 倒懸(도현))은 ‘사람이 죽어서 거꾸로 매달리는 고통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재(齋, uposatha)는 ‘삼가하다, 청정하게 하다’는 뜻으로, 범어에서는 ‘죄업을 참회하고 새롭게 된다.’라고 하는 의미로 해석한다. 백중재 또는 우란분재는, 죽은 후에 죄업으로 고통받는 조상을 구제하기 위해서, 후손들이 백중날에 올리는 공양이다.
불교의 재(齋)는 일반의 제사(祭祀)와 다르다. 제사는 음식을 차려서 신령에게 기원하거나 돌아간 이를 추모하는 의식이다. 반면에 불교의 재는 재식(齋食)과 재의(齋儀)의 두 가지 뜻으로 사용된다. 재식은 스님들의 공양, 즉 식사를 말하고, 재의는 삼보에 공양을 올리는 의식이다. 둘 다 계율에서 정한 사시(巳時)의 공양에서 연유한다.
또한 재는 삼보에 공양하고 공덕행을 닦는 불자의 수행으로 전해졌다. 팔관재(八關齋)가 대표적이다. 팔관재는 불자들이 매달 여섯 번 삼보에 공양을 올리고 청정한 행으로 공덕을 닦았던 것에서 비롯된다. 불자들이 스스로 엄격한 범행을 닦았기 때문에 팔재계(八齋戒), 또는 팔관재계(八關齋戒)라고 불렀다.
백중, 우란분 공양은 우란분경과 목련경에 연유하는 것으로, 스님들이 하안거를 마치고 자자(自恣)를 하는 칠월 보름날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를 우란분재, 또는 백중재(百衆齋)라고 한다. 백중(百衆)은 백중(白衆)이라고도 하는데, 스님들이 하안거를 마치고 자자를 행할 때‘대중들이 스스로 잘잘못을 고백한다’는 뜻이다.
우란분경은 목련존자의 어머니가 생전에 지은 악업으로 죽어서 아귀의 몸을 받아서 고통받는 이야기를 배경으로 한다. 부처님께서는 목련존자에게 어머니가 받는 아귀의 고통을 구제하는 법을 설하시는데, 그 방법은 오직 대중스님들의 위신력 뿐이라고 하신다. 우란분경의 설법은 다음과 같다.
「시방의 대중스님들이 자자(自恣)하는 칠월 십오일에 마땅히 칠세의 부모와 현재의 부모, 그리고 모든 액난을 겪고 있는 중생들을 위하여 온갖 음식과 과일을 갖추어 큰 그릇에 담고 향유로 불을 밝히고 자리를 와구(臥具)로 깔지니라. 그리고 세간의 훌륭한 공양구를 모두 갖추어 그릇에 담고 시방의 모든 대덕 스님들과 여러 스님들을 공양하여라. …
청정한 계행을 갖춘 스님들의 도는 그 덕이 바다와 같이 넓고 깊으니라.
이날 자자하신 스님들께 공양하는 중생은 칠세의 부모와 육종친속(六種親屬)들이 모두 삼도의 고통스러운 길에서 벗어나고 해탈을 얻으며 의식이 저절로 갖추어지게 될 것이니라. 만약 현재의 부모가 살아있다면 부모의 복락이 백년에 이를 것이며, 이미 죽었다면 칠세의 부모까지 천상에 나고 자재하게 태어나 장엄한 하늘의 광명 속에 들게 되어 한량없는 기쁨을 누리게 되느니라. …
여러 선남자 선여인들이여, 그대들이 부처의 제자로서 효순의 도를 닦는 자라면 마땅히 생각 생각마다 항상 부모의 은혜를 생각하여라. 현생의 부모와 과거 칠세의 부모를 위하여 해마다 칠월 십오일에는 우란분재를 행하여라. 항상 효순하는 마음으로 자기를 낳아 기른 부모와 과거 칠세의 부모를 생각하고 공양구를 지어서 부처님과 스님들께 올리도록 하여라. 그리하여 낳고 기르신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하도록 하여라.
모든 불자라면 마땅히 이 법을 받들어 행하여야 하느니라.」 (우란분경)
백중재, 우란분재는 시방의 대중스님들이 자자를 행하는 백중날에 올리는 공양이다. 이 공양은 현재의 부모님과 과거 칠세의 모든 부모님, 그리고 먼저 가신 인연 있는 모든 이들의 고통을 구제하기 위해서 닦는 자손의 보은공덕행이다. 백중재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 모든 부모님의 은혜를 알고 그 은혜를 갚는 자손의 보은행이며, 인연 있는 모든 이들의 정토왕생을 닦는 불자의 공덕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