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입체초음파를 예약한 날이었다.
아침 9시..
켄의 단점..절대 자기가 일어나지 못할 시간에 병원 예약을 한다는 것이다.
새벽 6시까지 잠도 못 자고 있었더니만..이 넘의 자슥..결국 나는 1시간도 제대로 못자고 눈이 뻘겋게 되어서 병원으로 향했다.
궁시렁 궁시렁..
단 음료를 조금 마시고 오라고 했던 간호사. 그러나 약속시간도 늦을 정도였기에 급하게 병원으로 직행.
애기가 안 움직인다...잔다..어쩌냐..등등. 잔소리를 했더니만 켄도 미안했던지 말이 없다.
얼굴 제대로 안 찍히면 우짜냐..등등.
팩캐지가 100불부터 시작이다..에구..
할 수 없이 그나마 싼 100불로 하고, 입체초음파 실로 향했다.
여긴 한국의 병원처럼 산부인과에서 찍어주지 않는다. 입체초음파만 따로 찍는 곳이 있다. 말 그대로 사업이다.
거기서 동영상도 만들고 주고 음악도 넣어주고..태아의 입체초음파로 장사를 하는 곳이다.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보고 싶어하는 부모의 마음을 이용한? 비지니스다.
커다랗고 편안한 소파에 앉아 40인치 정도 되는 벽걸이 텔레비젼을 보면 뱃속의 아기의 모습이 보인다.
켄은 내 옆에 또 다른 소파에 앉아서 텔레비젼을 주시한다.
조용한 음악과 동시에 초음파를 실시하면 내 뱃속의 모습이 자세히 텔레비젼을 통해 보인다. 켄과 나는 탄성을 질렀다.
오!!! 애기다!!!
산부인과에서 보던 것과는 다른..뭔가 모르게 더 큰 화면에서 봐서 실감나지 않는다.
잔잔한 음악까지 흘러나오니..
역시 애기는 자고 있는 듯 했다. 안 움직인다. 내가 새벽에 자다보니..아침 9시는 자는 시간이 되어버렸다. 새벽 5시쯤에 활동시작.ㅜㅜ
무릎을 빨고, 손을 휘휘젓고, 입도 오물오물, 연신 방긋방긋 웃고 있다.
무슨 꿈을 꾸는지 그리도 웃고 있는지..옆에서 초음파를 찍던 직원이 너무 귀엽다고, 난리도 아니었다.
앞모습을 제대로 못 찍어서 옆모습만 계속 찍히니 직원은 나보고 몸을 움직이라, 걸어보라, 뛰어보라..난리다.
켄은 내 배를 가볍게 통통 치기도 했지만, 이 녀석 좁은 자궁에 머리를 박고 얼굴을 제대로 안 보여준다.
좁은 곳은 왜 그리 좋아하는지..역시..고양이를 좋아하는 켄과 비슷한 성격을 지닌 듯.
맨날 고양이 이름 [해피] 부르면서 살아서 그런지 아기도 해피해 보였다..
애기가 편안해 보이고 행복해 보여서 나는 그걸로 족했다.
그러나 켄은 다시 한번 찍겠다고 다음 주 금요일에 예약을 또 잡았다. 3만원을 내야 되는데..
이번 것은 취소했다.
녀석..그렇게 아기 얼굴 제대로 보고 싶나..
그러나 눈도 크고, 코도 높고..엄마 아빠의 이쁘고 잘 생긴 부분만 닮았다.
다행이다.
2달 뒤에 보자구나..시엘아!!!
그러나 할로윈만은 피하자..애들이 내 문병올 때 코스튬 입고 오려고 벼르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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