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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주인과 수인 모두 친구가 된 지 1일 차. 여주의 집에 둥그렇게 모여 앉아있는 제 수인들 옆으로 아직은 낯선 이들도 같이 눈을 반짝이며 간식을 냠냠 먹고 있었다. 이 상황이 내향형 인간인 여주는 이 상황이 아직 믿기지 않았다.
멍-
“어머! 여주 씨, 이 차 너무 맛있다!! 무슨 차에요?”
“여주! 이거 과자 맛있다!!”
“해찬, 여주 씨는 나랑 친구야. 너는 누나라고 해야지.”
“응! 누나, 이거 과자 맛있다.”
“많, 많이 드세요. 해찬이도 많이 먹어..”
“웅!”
야무지게 대답을 한 해찬이가 다시 열심히 과자를 집어 먹는다. 볼에는 말라붙은 눈물자국이 미처 다 지워지지 않은 것도 모르고. 유주 씨 역시 같이 냠냠 먹으면서 해찬이와 히히 웃는다고 여념이 없어 보였다. 탁상에 비치해 놓은 순한 아기용 물티슈를 챡 뽑아서 빵빵한 볼 위를 부드럽게 샥샥 닦았다.
“엉?”
“감사합니다~ 해야지.”
“감사합니다앙~”
간식에 정신이 팔려있던 해찬이는 갑자기 느껴지는 손길에도 익숙해 보였다. 손타는 아기 푸두, 너무 귀엽잖아. 눈을 접고 웃어주는 해찬이에게 같이 웃어주었다. 아차. 번득인 순간 이미 늦었다. 옆에서 뚫린 듯한 시선이 느껴졌다.
끼긱끼긱-
“...”
“...”
“누나, 뭐해...?”
눈에서 레이저라도 쏘고 있는 듯한 제노와 그냥 혼자 속상해서 팔자 눈썹을 한 재민이가 보였다. 아, 큰일 났다.
“웅? 나 따까조써! 드르엇나?”
“어? 아, 아니야. 더럽지 않았어! 그냥 뭐가 묻어서..”
“제노는 누나가 닦아줄게~. 아, 해찬~ 감사합니다~ 해야지.”
“감사합니다앙~”
해찬이는 입안에 빵을 가득 물고 웅얼웅얼 여주 대신 해명 아닌 해명했다. 옆에 있던 유주 씨는 아무렇지 않게 물티슈를 챡 뽑아서 슥슥 입가를 닦아주자 조금 붙어 있던 부스러기가 자취를 감췄다. 눈치를 보지만 안보는 유주씨의 손길에 당황한 제노가 제 나름 날카롭게 떴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덕분에 분위기가 한풀 꺽인 듯했다. 따봉 해찬아, 고마워. 따봉 유주 씨, 고마워요. 따가운 눈총이 사라지고 서운함이 가득해 처진 눈꼬리가 2배 됨. 제노는 소매를 꼬옥 쥐고, 재민이는 다리 위에 두 손을 포옥 포개 얹었다. 하, 이 귀여운 것들. 제노와 재민의 손을 쥐고 왼쪽, 오른쪽 고개를 돌려가며 손등에 뽀뽀를 쪽쪽 해줬다.
“...히히...”
“...히힣...”
만족스러웠는지 볼에 홍조를 띄우고 이쁘게도 웃었다.
“누나, 나도 해조.”
“움쪽쪽”
이번에는 여주의 얼굴이 붉어졌다. 못볼꼴을 보여준 것같기도 하고. 하지만 앞에 있던 두 명은 아무렇지도 않아보였다. 나를 놀릴려는 의도가 아니라 그냥 일상인 듯 손등에 뽀보를 해준 이, 받은 이 모두 자신의 욕구를 채워 만족한 표정이었다.
사람과의 관계를 어려워 하는 여주는 본인 때문에 애들도 사회성 기르지 못하는 건 아닌가, 나 아닌 다른 사람도 어려워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을 늘 하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될 것같다고는 생각했지만 프리랜서로 일하는 덕분에 안그래도 좁은 인간관계 더 좁아지고 새로운 사람 만나는 일이 많지 않아서 난감했었다. 그렇게 속으로 벼르고 벼르다 급발진해서 유주 씨에게 친구 신청을 결투신청처럼 해버렸지만 그걸 아무렇지 않게 받아주고 거부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스스럼 없는 모습에 용기내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해찬이도 있으니 재민제노의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도.
+
아파트가 떠들썩할 정도로 으앙! 울어버린 해찬이가 익숙하다는 듯 품에 안고 “쉬이... 괜찮아...” 진정을 도와줄 소리를 내며 진정시켰다. 충분히 울 시간을 주면서 안정도 주는 모습을 그저 바라만 봤다. 노련함과 의리(?)가 느껴졌다. 육아 고수이신가. 한참 멍하니 있으니 울음소리가 줄어든다.
끔뻑끔뻑-
눈물에 푹 젖어버린 속눈썹 때문에 불편한지 이내 소매로 벅벅 닦아내려 했다. 하지만 유주 씨가 재빠르게 해찬의 눈가를 샥샥 닦아주었다. 한 두번한 솜씨가 아니었다.
“해찬아, 사과해야지.”
“웅...”
“친구한테 손가락질 하는 거 아니야, 이거는 해찬이가 잘못했어.”
“웅.. 미아내.. 친구야...”
“재민아, 재민아.. 재민이도 친구 때려서 미안하다고 해야지..”
“...”
“해찬아, 미안해. 지금은 고양이라서, 그, 나중에 사람되면, 아, 우리집에 가서,?”
“오오~ 친구 됐다고 집 초대해주시는거에요?”
“에?”
“가요~ 가요!!”
해찬이 손 마주 잡은 유주 씨가 빨리 가자며 얼어있던 나를 깨워줬다. 재민이를 품에 안고 한 손으로는 제노의 손을 잡고 뚝딱뚝딱 걸어서 집에 도착했다. 누나, 완전 따뜻해. 추운 곳에 있다가 따듯한 곳에 들어오자 온도차로 애들 볼에 홍조가 생겼다. 귀여움이 2배였다.
이 집에 타인의 방문은 유주 씨와 해찬이가 처음이었다. 분주하게 부엌과 거실을 오가며 어제 만들어 놓은 과자와 빵을 챙겼다. 중간에 도와주려고 온 유주 씨를 거실로 내보내고 아이들을 위한 따듯한 핫초코와 유주 씨를 위해서는 따듯한 차를 내어왔다.
“재민아, 해찬이한테 사과해야지. 친구 때리면 안 돼.. 앞으로 안 그럴거지?”
“...응.”
이녀석, 듣고 있는 거 맞아?
“자, 이제 미안해~ 해야지.”
“아까 미안해~ 했어!!”
“어, 언제?”
“고양이! 밖에서 고양이로 미안해~ 했어.”
사실은 사과할 생각 없었던 재민이었지만 누나가 쩔쩔매는 모습에 어쩔 수 없이 고양이 눈인사를 건넸던 것이었다. 우리 누나 절대 지켜.
5.
“여주씨, 미안해요. 급한일이라 그런데 해찬이 좀 맡아 주실 수 있을까요?”
“네네!!”
“늦어도 저녁먹기 전까지 올게요. 정말 미안해요. 이슈가 터져서..”
그렇게 유주 씨가 떠나고 벌써 지쳐버린 사람 한 명과 배부른 수인 세 명이 남았다. 다디 단 간식을 먹었으니 양치를 시키려 화장실로 데려갔다. 세 명이서 고군분투할 때는 몰랐는데 네 명이 됐다고 화장실이 좁아졌다.
“으! 느나, 이거 매어!!”
“에...”
“누나, 재민이 믈!”
“해찬아, 퉤 해! 퉤!”
“퉤!”
“재민아, 여기 물! 빨리 헹궈.”
난리났다.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을 거다. 해찬이는 낯선 치약이 매운지 손부채를 하면서 콩콩 뛰고 있고 제노는 구경하다 거품물을 주르륵 흘렸다. 재민이는 매운 거 싫어 냥이지만 딸기맛 치약이 더 싫어 냥이라 맵다고 물을 찾아댔다. 제노의 턱을 박박 씻겨 주고 양치까지 겨우 다 끝냈다. 화장실을 나와 제노를 데리고 방에 들어가 갈아입을 티를 꺼내주고 밖을 나오니 재민이는 소파 왼쪽 끝, 해찬이는 소파 오른쪽 끝에 누워 있었다. 둘이 졸린지 눈이 가물가물했다.
“제노야?”
“느나, 도아조.”
제노가 나오지 않아 방에 다시 들어가 보니 단추를 안풀고 머리를 끼워넣는 바람에 옷 안에 갇혀 있었다. 팔 역시 소매에 반쯤 끼워져 있었다. 벗지도 입지도 못하는 상황에 하하. 소리내서 웃었다.
“으잉... 웃지말구 빨리 도와조..”
왜 웃냐고 바락바락 대드는 게 아닌 시무룩한 앙탈이라니. 단추를 톡 풀어서 머리를 꺼내주니 울상인 얼굴이 보인다. 그대로 얼굴을 품에 껴안고 흔들었다. 으아아, 너무 귀여워. 마구 흔들려 붕방이는 제노의 머리를 샥샥 쓸어주고 제노의 옷을 마저 정리해주었다. 그러다 문득 거실이 너무 조용했다. 아, 안돼! 방을 박차고 거실로 나왔다.
재민이와 해찬이 모두 큰 담요를 덮고 잠들어 있었다. 해찬이 자세가 그대로 인 걸 보니 재민이가 제 애착 담요를 해찬이에게 덮어주고 본인도 야무지게 챙겨 덮고 잠들었나 보다. 역시 아이들은 싸웠다가도 잘 지내구나. 제노는 제 애착담요를 챙겨 들고 러그 위에 자리 잡고 누웠다.
“누나도 여기 누워. 같이 자.”
제 담요를 활짝 열고 옆을 토닥토닥 두드린다. 동네 사람들, 보세요!! 내새끼입니다!!! 진짜 보러 온다면 기절뿐. 누나 챙기는 게 기특해 죽겠다. 냅다 가서 누웠더니 기분 좋게 웃어서 재워주려고 가슴팍을 일정하게 토닥여주니 눈이 반쯤 감긴다. 그리고 나도 같이 잠들어 버렸다. 재워주고 조용히 나와 일 좀하려고 했는데..
“@#$!&..”
“#%$$#&*..”
“우응...”
고요한데 소란스러움에 뒤척였더니,
“헙! 누나 깼다."
“허억!”
눈을 번쩍 떴다.
“왜.. 왜 그러고 있, 어..?”
언제 깼는 지 모르겠는 아이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내려보고 있었다. 너무 놀라 버렸다. 그런데 해찬이는 잘잤나 보다. 머리가..
“누나, 배고파아..”
이 귀여운 수인들은 자고나니 배부름은 다 잊었나 보다. 푸스스 웃으면서 몸을 일으켰다.
댓글 달린 게 너무 신기하고 좋아서 빨리 오고 싶었는데 예.. 그렇게 됐습니다. 그리고 아직 검토 전이라 나중에 수정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글이 좀 짧을지도.. 실망하실지도...
이전글 보기 너무 불편하게 되어 있더라구요. 제가 분명 확인했을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말이죠..? 너무 놀라서 급하게 수정해봤습니다. 불편함 감수하시면서까지 봐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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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아야아아아앙 너무 귀여워ㅠㅠㅠㅠㅠㅜ
와하학 너무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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