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대공원 꽃이 뻔하게 활짝 피었다.
나이가 들 수록 감탄하지 않는다고 한다. 감탄하고 탄성을 자아내는 일이 이제는 뻔한 일이 되어서다. 마음속에서 놀라움을 감추고 애써 태연한 척도 해본다. 삶에서 무어그리 대단한 것도 없는 무상함을 안다. 아침 달리기에서 꽃들을 보고 일부러 감탄도 해보지만 진정한 마음이 아니라서 날아갈 듯 좋은 느낌은 없다.
활짝 핀 봄꽃을 바라보면서 만물이 어떻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도 계절이 돌아온다는 수상한 말이나 늘어놓는다. 마라톤 풀코스를 처음으로 완주했던 놀라운 기적의 느낌은 이제 30번쯤 달리고 나면 별 감탄이 나오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대단하다고 추켜세워도 스스로 겸손한 마음도 없으면서 별 감흥이 없으니 간단히 대답한다.
"다 할 수 있는 건데요. 뭐."
모든 일이 뻔하고 어떤 일이든 예측 가능한 나이가 돼서 그럴지도 모른다. 인생에서 하지 않은 일을 해 볼 기회가 없어서다. 다른 방식으로 삶을 살아볼 시간이나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꽃잎 지려면 빨리 지면 좋겠다고 생각한 사람은 보기 싫어 집에 있으려고 하는데 "지금 안 보면 다시는 못 본다."는 아내의 말에 억지로 끌려 나간다. 평소에는 식당으로 가면서 "지금 먹지 못하면 지난 끼니는 절대 못 먹는다!"라는 먹을 거에 집착하는 사람처럼 말하더니 봄이라서 돌았나 보다.
선거일 번개 달리기에선 대공원에서 가장 길고 울창한 거인 나라 큰 나무 벚꽃을 볼 수 있고, 구불구불 언덕을 따라 피어 있고, 먼 거리라서 사람들이 잘 몰라 오지 않는 5km 가끔 언덕 동문 주차장 코스를 달려보자. 땅에 꽃잎이 하나도 없어 아마도 그날이 만개하는 날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