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국가대표팀 주장이자 영국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의 주장인 손흥민은 그냥 주장 즉 캡틴이 아니였습니다. 국가대표팀 주장이자 토트넘의 주장 그자리 아무나 시키는 것이 아닙니다.주장은 그라운드 안에서는 그야말로 리더입니다.팀 전체의 리더는 감독이지만 실전에 들어가면 주장의 역할은 더욱 증대됩니다. 경기 분위기 메이커로서 이긴 경기를 지도록 또는 지고 있는 경기를 뒤집게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말이지요. 그래서 연장자뿐 아니라 경기 능력과 인성을 고려해 팀의 주장을 맡기는 것입니다. 물론 그냥 그렇게 주장 완장을 차는 선수들도 있지만 말이죠. 한국 대표팀 주장인 손흥민은 역시 달랐습니다.
지난 아시안컵에서 불상사를 일으킨 이강인은 자신의 팀인 PSG로 돌아가서도 마음이 매우 편치 않았을 것입니다. 팀 관계자는 이강인의 몸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했는데 어떻게 편했겠습니까. 아무리 그가 외국에서 어린시절을 보내 한국내 정서를 잘 모른다고 해도 그도 역시 한국인인데 그런 불상사에 대해 느끼는 것이 많았을 것입니다. 그는 영국으로 날아갔습니다. 비록 거리상으로 얼마되지 않지만 심적인 거리는 멀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곧바로 손흥민에게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사죄를 했습니다. 이강인이 변명이 아닌 진심을 담아 사과를 했고 큰 형 손흥민은 흠쾌히 그 사과를 받아주었습니다.
주장 손흥민은 이강인의 사과를 받아줬을 뿐만 아니라 축구팬들에게 이강인을 용서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누리꾼들은 역시 참된 캡틴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면서 극찬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손흥민의 대인배다운 모습은 이번뿐이 아닙니다. 지난해 3월 대표팀 후배인 김민재와의 불화설에 휩싸였을 때도 김민재의 사과를 받아들이며 형으로서 그리고 팀의 리더로서의 면모를 나타낸 적이 있습니다.
이번 손흥민과 이강인의 화해를 보면서 사과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먼저 사과는 즉시 이뤄져야 합니다. 두고 두고 생각해 보니 자신이 잘못한 것 같네라고 판단하면 이미 많이 늦습니다. 주변사람들도 뭔가 하기 싫은 것을 겨우 하는구나 그렇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사과의 마음은 그런 불상사가 일어나고 난 뒤 짧은 시간안에 생겨야 합니다. 그리고 사과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것입니다. 피해자보다 가해자가 더 마음이 편치않은 법이지요. 맞은 사람은 발뻗고 자지만 때린 사람은 편한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옛말도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사과에는 당연히 진정성이 담겨야 합니다. 그냥 마지못해, 주변사람들의 시선때문에 이뤄진다면 그것은 사과로서의 자격이 없는 것이지요. 사과하는 표정과 행동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그 사과에 진정성이 담겼는지 않은지를 말이죠. 그것은 당사자만이 알 수 있습니다. 큰 형 손흥민은 이강인의 사과를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냥 와서 대충 사과를 했으면 손흥민이 받아주었겠습니까. 이번에 이강인이 큰 형 손흥민에게 보인 자세와 손흥민이 행한 자세는 정말 모범적인 모습이었습니다. 국내뿐 아니라 외국 언론들도 그렇게 보았을 것입니다.
이번에 발생한 대표팀속의 불상사를 보면서 너무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물론 선수들도 인간이기에 불화도 있을 수 있고 다툼도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불화가 오래 지속되면 한국 축구의 앞날을 위해서 정말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빠른 시간안에 진정으로 사과하고 그 진정성을 흠쾌히 받아주는 그런 모습속에 상당한 안도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다툼많고 갈등 많은 한국 사회에 젊은 축구선수들이 새로운 해법을 제시해 주는 것같아 보입니다. 손흥민과 이강인의 화해는 성숙한 사회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이번에 축구팀의 불상사로 국민들이 받은 실망감은 무척 컸습니다. 힘들게 성장했지만 결국 자기 잘난 맛에 길들여져 한국 축구의 앞날을 망치겠구나라는 우려를 했는데 그런 걱정을 상당히 해소시켜준 것으로 보입니다. 오랫만에 흐뭇하고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2024년 2월 22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