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새들의 저녁 / 손연후
살아 있는 건 너무 뜨거워
왜 자꾸 속눈썹은 빠지고
우리의 무게 중심은 기우뚱할까
기다란 전신거울은 늘 허기진 도마뱀처럼 비스듬히 꿈꾼다
도마뱀은 뜨거운 박쥐를 잡아먹고 삽니다, 라고 말하자
도마뱀의 눈 안에 거꾸로 자라난 활주로가 들어서고
몇 세기 전의 사람들과 새들이 하늘을 나는 법을 함께 모의하고 있었다
불에 타 없어진 도마뱀 꼬리에 대한 이야기,
아무도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았지
수상한 저녁의 모의를 벗어나 훨훨 달아나는 거울 속 새들
새처럼 투명한 꿈을 꾸는 사람들이
노을빛 타오르는 활주로 위로 하나둘 날아올랐다
첨벙첨벙 도마뱀이 빛나는 눈 속을 헹구는 소리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뜨거운 저녁을 건너가는 법을 안다
낯선 비행사들을 열렬히 응원하는 함성소리와
발밑으로 무수히 반짝이던 유리 조각들
우리가 살아 있는 저녁의 역치가 너무 높습니다
그늘이 드리우고, 타석에 선 마지막 타자가 날아가는 새들을 올려다본다
찢겨 나간 하늘 사이로 기다란 전철이 지나가며 삐익 새소리로 울었다
옷가게에 들러 커다란 알바트로스 그림이 그려진 티셔츠를 샀다
거울 속에도 커다랗고 용감한 알바트로스 한 마리 갸웃거리고
슈퍼마켓에서 새장 속 파닥거리는 새의 가격을 슬쩍 물어 보고는, 쯧쯧 혀를 찼지
전봇대나 지붕 위에 올라앉아 무게 중심을 바로잡는 사람들을 아니?
젖은 속눈썹 아래 일렁이며 번지던 뜨거운 빛들
저녁마다 살찐 야구공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면,
세상의 모든 파충류의 눈 속에서 열렬한 함성소리가 들려왔다
거울 속 반짝이는 새들이 작전 모의를 하듯 속살거렸지
우리 조금 더 불을 지피고 훨훨 아름다워지자
— 사이버 문학광장 《문장웹진》 2022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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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연후 시인
2022년 〈영남일보〉 문학상 시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