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진년 설은 지나가고
송파의 몽촌토성에 오르노라면
예의 그 물레방아가 앞길을 가린다
돌지도 않는 물레방아
헛것이지만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한다
골방에선 투전놀이 일쑤
누가 무어라 하나
파탄만 나지 않으면 되지
들판에선 땅따먹기 놀이 일쑤
누가 무어라 하나
싹쓸이만 하지 않으면 되는걸
사이버카페에선 댓글 따먹기 놀이 일쑤
누가 무어라 하나
사달만 내지 않으면 되지
돌고 도는 세상
요즘엔 시골에 가 봐도 물레방아 도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되레 도회 인근 한식 풍을 낸 음식점 뜰에
꾸밈새로 만들어놓은 걸 통해
그 예스런 모습을 비슷하게나 느껴볼 뿐이다
물레방아 도는 내력,
시골에 내려가 전원생활을 즐기며
물레방아 도는 역사나 알아보련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니
도연명의 그 이름을 빌린 귀거래사라고나 할까?
박재홍 선생의 노랫말을 이름이다
물레방아 도는 내력을 들어 봤는가?
가수 조미미도 불러 즐겨 듣던 노래
그는 몇 해 전 타계해 아쉬워하는 이들이 많았다
물레방아 도는 내력...
천칠백 년대에 연암 박지원이 청나라에 갔다가
돌아와 쓴 '열하일기'를 통해
그곳의 물레방아를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했다 하고
선생이 돌아와 함양군 안의현감으로 부임해
용추계곡 입구인 안심마을에
최초로 물레방아를 만들어놨다는 것인데
(함양군 자료)
이로부터 그곳에서
"함양 산천 물레방아 물을 안고 돌고
우리 집의 서방님은~~~" 라는
민요도 생겨 전해 내려온다 한다
물레방아 도는 내력을 아는가?
시작도 끝도 없이 돌고 도는 물레방아.
마치 세월을 싣고 가는 수레바퀴 같기도 하다
그러면서 올랐다 내렸다 하는 걸 보고
돌고 도는 물레방아 인생이란 노래도 생겼을 터요
그게 세워진 곳마다 그 자세한 내력이야 따로 있을 테다
물레방아 도는 내력뿐이랴
가정마다 가정 내력이 있고
민족마다 민족 내력이 있으니
그 내력마다에 우열이 있을까?
문화엔 차이만 있을 뿐이라니
가정도 민족도 국가도 그렇겠지만
"내 것이여! 소중한 것이여." 란
자부심을 갖고 살아갈 뿐이다
'행복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할 줄 아는 능력에 비례해 오고
자기 인생은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을
조절해 선택하는 데에 있다.'
에픽테토스의 말이다
서울 사람 서울에서 잘 살고
시골사람 시골에서 잘 살면 되느니
지지고 볶고 끓이더라도
나름대로 잘 살면 되는 게 아니던가
내가 할 수 있는 건 무얼까?
생각만 있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려니
내 분수를 알아차려야겠다
내가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건 무얼까?
그걸 남들이 알아주면 좋으련만
그런 것만도 아니니
때론 여기저기 인간사 돌고 도는 내력이나 들어볼 일이다.
이제 갑진년 설이 지나갔는데
여기저기 다양한 설풍경들이 보인다.
남의 잔치에 배 놔라 감 놔라 하지 말라 한다.
(他人之宴 曰梨曰枾)
그런데도 우린 조율이시냐 홍동백서냐로 이러쿵저러쿵 해왔으니
참 하릴없는 풍습을 이어오기도 했다.
코로나 규제가 풀린 탓인지
설 전엔 떠나는 사람들로 공항이 붐볐다 한다.
이를 두고 조상님에 대한 차례는 어찌하는 것이냐고도 하고
어디에 차례상을 차리든 귀신은 귀신같이 찾아온다고도 하니
물레방아 도는 내력
그저 구경이나 하면서 살리라.
*사진은 지난해 들렸던 달성군 송해마을 물레방아 도는 모습이다
첫댓글 귀신은 귀신같이 찾아온다.
이 대목에서
웃음이 팡~ㅎㅎ
옛 조상님들은 물레방앗간에 얽힌
사연들도 많더라고요
메밀꽃 보러 봉평에 갔다가
어느 메밀국수 식당에서 커다란 물레방아를
본 기억이 있습니다
석촌님의 글은
지식도 주지만 해학도 있어서 흥미롭네요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
맞아요.
봉평의 유명한 그 식당에도
물레방아가 있더군요.
그곳에서
메밀전병과 메밀국수를 먹었었는데
같은 장소에서
식사를 하신 것 같습니다.
루루님 반가워요^^
@제라 아~제라님!
그래요? ㅎ 그 식당이 유명한 곳이였네요
몸이 아파 눈팅만 할 때
제라님 글도 읽어봤지요
글을 아주 쉽게 잘 쓰시더라고요
글, 자주 올려 주세요~
반가웠습니다~제라님!
네에 그러셨군요.
이젠 예스런 장식물이 되었지요.
물레방아 보면
예스런 모습이 참 정겹기도 하지요.
함양 상림숲에도 물레방아가 있는데
함양 현감이 물레방아를 처음 만들었다는
대목에 상림숲이 떠올려 집니다.
돌고 돌아 물레방아 인생등
정말 노랫말이 많기도 하군요.
석촌님 글 잘 보고 갑니다.
즐건하루 되시길요^^
고향이 거기신가요?
아니면 방문이겠지만
한번 들려봐야겠네요.
@석촌
고향은 아니고요.
상림숲이 산책하기 좋아서 종종 가는데
예전에는 주변에 연꽃이 많았는데
연방죽은 물이 많아서
주변 참나무들이 죽는다고
연을 다 캐내고 라벤더같은
신품종 꽃을 많이 가꿨더군요.
9월?에는 꽃무릇도 많이 피고요.
주변에 음식도 먹을만 하고요.
상림숲이 아무개 유배지였다는
말을 들은거 같아요.
세월따라 가는 것이
어디 헤아려지는 것이 한 두 개인가요.
생활의 도구로써 유익했던 물레방아가
지금은 관상용이 되었습니다.
글속에는
옛 추억도 살아나고
역사적인 사실도 있고
현재와 과거의 연결성도 있고
때로는 교훈도 있고...
읽어서 상식과 지식을 얻기도 합니다.
감사합니다.
네에 이젠 그게 시대의 장식물이 되었지만
기억을 맴돌게 하네요.
물레방아,
그곳에서 사랑도 이루어지고 곡식도찧고 세상물정이 그곳에서 나왔는데
제가 학창시절,사회 초년병때만해도 공주의 고향에서는
적막한 가운데 운치있게 돌아가더니만 마을버스가 오가메사라졌어요
내게는 많은 추억과 운치가 있어 꽤나 좋은곳이었는데요
그러셨군요.
그래도 물이 많이 흐르는 곳이었나봅니다.
설을 쇠시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찾아들었던가 봅니다.
글로 표현되는 삶의 원숙함과 흐름의 고저장단들이 저같은 후배들이 배우고 따르기에 참 좋은 귀감이 됩니다.
늘 감사합니다.
올해도 건강하세요~
아이구우 그냥
설을 쇠었으니까요.
거긴 순전한 양식이었겠지만요.
어릴때 실제로 돌아가면서
곡식을 찧는 물레방아를 본 사람으로
글에 등장한 물레방아 얘기가 반갑네요^^
교훈이 되는 석촌님 글 잘보고 있습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가내두루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네에 고맙습니다.
열하일기에 물레방아 이야기가 있었군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석촌님.
馬車 이야기도 있는데
선각자였지요.
수고하셨습니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언젠가 시간을 내어 송파 몽촌토성을 꼭 찿아 봐야겠습니다. ^^~
그게 올림픽공원이 되었는데
들려 보세요.
@석촌
아
올림픽 공원은 지금까지 여러번 가본 적 있었는데요.
전 몽촌토성이 별도로 따로 있는 줄 알았습니다. ^^~
달성군이 고향이라 사진이
더 정겹게 다가옵니다.
이제 설도 지났고 일상으로 돌아 온
삶이 되었네요.
늘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드리며
잘 읽고 있습니다.
그러시군요..
지난해 거길 일부러 찾아봤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