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상도(八相圖)란
석가모니 부처님의 일생 가운데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일을
여덟 장면으로 나타내어 표현한 그림을 말한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역사상 실존하는 인물로 인생의 덧없음을 느끼고
극한 고행 끝에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되었기에 사람들에게 그만큼 커다란 감동을 주었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생애는 곧 그 자체로 불교의 요체를 알려주는 동시에 교훈적이기도 하였다. 따라서 오랜 옛날부터 이 팔상탱이 즐겨 그려져 많은 사람들에게 불교에 대한 믿음을 더하게 하였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역사상 가장 오래된 팔상도는 인도 녹야원(鹿野苑)에 남아 있는 돌로 새긴 그림이며,
또 그림으로는 5세기 무렵의 중국 윈깡(雲岡)석굴에도 팔상도가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절에서 보이는 정형화된 팔상도와는 다소 다르지만,
그림의 대체적인 구도와 내용은 다르지 않다.
* 팔상성도의 특징
회화적으로 볼 때 팔상도의 커다란 특징은 표현의 자유분방함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불화들의 구도와 배치가 대개 통일된 듯이 일정한 틀에 들어가 있는 것에 비해
팔상도의 내용은 비록 여덟 장면이라는 체재는 정형화되었지만 각각의 내용에 있어서는
최대한 사실적이고도 생동감 있게 묘사되어 있는 것이다.
그 까닭은 팔상도의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팔상도 여덟 장면 가운데 전반부의 네 장면은 인간의 몸으로 태어난 석가모니가
태자 시절에 인생의 무상을 겪으면서 고뇌하는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반면에 후반부의 네 장면은 안락한 궁정에서 뛰쳐나와 온갖 고행 끝에 깨달음을 얻고,
더 나아가 그 깨달음을 사람들에게 알려준 뒤 열반하기까지의 과정이 담겨져 있다.
따라서 다른 불화와는 달리 그림 자체가 인간적인 극적 요소를 다분히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창의성 있는 그림을 화폭에 선보일 수 있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일반적인 보통의 불화가 마치 초상화처럼 고정된 형태를 나타낼 수밖에 없었던 데 반하여 팔상도는 내용의 구체적 표현과 자유분방한 구도를 구사하여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 감동을 느끼게 하고, 더 나아가 자연스럽게 신심이 우러나와
불교적인 인간으로 다가오게 하는 접근법이 사용되었던 것이다.
팔상도는
도솔래의(兜率來儀)·비람강생(毘藍降生)·사문유관(四門遊觀)·유성출가(踰城出家)·설산수도(雪山修道)·수하항마(樹下降魔)·녹원전법(鹿苑轉法)·쌍림열반(雙林涅槃) 로 이렇게 정형화된 것은『기신론』 또는『불본행집경』에 있는 이야기를 근본으로 하였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늘은 절반에 해당하는 4가지 그림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그림은 도솔래의상(兜率來儀相)으로,
석가모니 부처님은 본래 도솔천에서 호명보살로 계시다가 적당한 때가 되자 이 세상 중생들을 구제하기 위하여 오셨다는 것입니다.
석가모니는 전생에 많은 공덕을 쌓아 그 공덕으로 도솔천궁에서 대중들을 제도하고 있었는데..하계 중생이 고통 받고 있음을 보고 측은히 여겨 인간들이 사는 남섬부주(南贍部洲)로 태어나 제도하기 위하여
도솔천에서 이빨이 여섯 개인 흰 코끼리(六牙白象)를 타고
여러 권속들의 호위를 받으면서 이 파사세계로 내려오는 장면입니다.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야 하므로 마야(摩耶) 부인을 어머니로 하여
졸고 있는 마야부인의 꿈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담고 있지요.
두 번째 그림은 비람강생상(毘藍降生相)으로,
룸비니동산에서 마야부인의 몸을 통해 이 세상에 태어나신 것을
일컫는 것입니다. 비람이란 룸비니를 뜻합니다.
곧 아기 부처님이 룸비니 동산에서 탄생하는 장면인데. 출산을 앞두고 있는 마야 부인이 오른손을 들어 무우수(無憂樹) 가지를 잡고 있고
그 오른쪽 겨드랑이를 통하여 석가모니가 탄생하고 있습니다.
갓 태어난 아기부처님이 땅에서 솟아나온 연꽃을 밟고 서서,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또 다른 한 손으로 땅을 가리키면서
“천상천하에 내가 오로지 존귀하다”고 외치는 장면,
공중에서 오색채운이 일며 그 가운데서 구룡(九龍)이 나타나
깨끗한 물을 뿜어 석가모니를 씻기는 장면,
사천왕이 석가모니를 연에 태우고 성으로 향하는 장면,
아버지 정반왕(淨飯王)이 아사타 선인에게 석가모니의 운명을
물어보는 장면 등이 있습니다.
세 번째 그림은 사문유관상(四門遊觀相)으로,
태자 시절에 성문 밖으로 유람 나갔다가 생·노·병·사의 괴로움을 깨닫고 출가를 결심하게 되신 것을 이야기합니다.
석가모니가 안락한 궁정 생활을 버리고 깨달음을 얻고자 출가하여
고행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 직접적 동인이 되는 장면인데..
백성의 생활상을 알아보기 위해 궁성의 동남서북 네 문을 다니며
두루 살펴보다가 동남서문 밖에서 각기 병자, 노인, 죽은 사람의 주검을 목격하고 인생무상을 느끼게 되는 그림이 나타나있습니다.
동문에서 백발노인을 만나는 장면, 남문에서 병든 사람을 만나는 장면, 서문에서 주검을 보는 장면, 북문에서 스님을 만나
생로병사를 해탈할 수 있는 방법을 묻는 장면 등이 있지요
네 번째 그림은 유성출가상(踰城出家相)으로,
한밤중에 카필라밧투성을 떠나 출가수행자가 되신 것을 이야기합니다.
싯타르타태자가 스물아홉 살에 윤회의 굴레에 묶여 괴로워하는 중생을 구제하기 위하여 출가를 결심하고 사천왕과 천인(天人)의 도움을 받아 한밤중에 애마인 건척(乾陟찬타카)을 타고 시종 차익(車匿 찬타)을 데리고 성을 넘어 가는 장면입니다.
경전인용문..
1 그 때에 마하마야 왕비는 열 달이 찼을 때, 숫도다나 왕에게 말하였다.
"대왕이시여,아기를 낳을 때가 되었습니다. 저는 이제 친정인 데바하다(천비성)로 가서 그곳에서 아기를 낳고자 합니다."
숫도다나 왕은 이 말을 듣자 기쁨을 참지 못하고 기꺼이 승락하였다.
2 카필라 성과 데바다하의 중간에,두 성 사람들이 똑같이 '룸비니'라고 부르는 아름다운 동산이 있었다. 이 동산에는 아쇼카나무(無憂樹)가 우거져 있었다. 그때에 여러 나무들은 줄기에서 가지 끝까지 모두 한 빛깔로,
아름다운 새가 아름다운 소리를 지저귀면서 날아다니고 있었다.
룸비니동산 전체가 마치 제석천의 유원지와 같이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룸비니 동산을 지나던 왕비는 동산의 아름다운 모습에 끌리어 이곳에서 유희하고 싶어졌다. 왕비는 가마를 아쇼카나무 숲 속으로 옮기게 하였다. 왕비는 가마에서 내려, 많은 나무중에서도 왕자다운 아쇼카나무 아래에 이르렀다. 왕비가 땅에 내려서 꽃이 활짝 핀 가지를 잡으려고 팔을 뻗어 올리자 가지는 스스로 내려와 왕비의 손 가까이에 닿았다.
왕비가 그 꽃가지를 잡자 곧 산기(産氣)가 일어났다.
시중들은 곧 왕비의 주위에 포장을 치고 그 자리에서 물러갔다.
이윽고 왕비는 그 꽃가지를 잡고 선 채 오른쪽 옆구리로 옥동자를 낳았다. 그와 동시에 청정한 마음을 가진 네 명의 대범천이 황금 그물을 가지고 와서 태자를 받았다.
3 그 때에 제석과 범왕이며 사천왕은 그의 권속들과 함께 모두 와서 보살을 호위하였다. 석제환인은 손에 보배 일산을 들고 태자를 가려주었으며, 대범천왕이 휜 불자를 가지고 좌우에 시립하였다. 그리고 공중에서는 용왕의 형제 난타(難陀)와 우바난타(優波難陀)가 왼편에서 맑고 따뜻한 물을, 오른편에서 시원한 청정수를 토하여 보살을 씻겨드렸다. 그러자 보살의 몸은 황금의 빛으로 더욱 빛나 서른 두 가지의 모습을 갖추었고 큰 광명을 내쏘아 널리 삼천대천 세계를 두루 비추었다. 그러자 온 세상의 광명은 모두 그 빛을 잃었다.
보살은 탄생하자마자 사람의 부축없이 스스로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걸었다. 그러자 옮기는 걸음마다 수레바퀴같은 연꽃송이가 피어 올라 그 발걸음을 받쳐주었다. 일곱 걸음씩 걷고나서 사방과 상하를 둘러본 보살은 오른손을 위로, 왼손을 아래로 가리키며 사자처럼 외쳤다.
4 "하늘 위와 하늘 아래나홀로존귀하도다
삼계가 모두 고통에 헤메이니 내 마땅히 이를 편안케 하리라."
[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
5 태자가 태어난 지 닷새가 되자 숫도다나왕은 태자의 머리를 씻기우고 명명식(命名式)을 거행하였다. 숫도다나왕은 바라문들에게, 장차 태자에게 어떠한 이름을 지어야하겠는가를 물었다.
여러 바라문들은 함께 논의하다가 왕에게 대답하였다.
"왕이시여, 태자에게 탄생하실 때 온갖 보배가 생기고 모든 사람들의 소원이 이루어졌으며 갖가지 상서로움이 길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이러한 인유로 태자를 이름지어 '살바 싣다르타'라고 함이 적합할 것입니다."
6 그때에 세간 염부제 땅의 남쪽의 향산에 살고 있던 아시타 선인(仙人)은 부처님이 태어나셨다는 33천의 말을 듣자, 마음에 깊은 믿음이 솟아 올라 카필라 성으로 찾아왔다.
그때에 아시타선인은 숫도다나 왕에게 말하였다.
"대왕이시여,내가 여기에 찾아온 까닭은 향산에 있으면서 큰 광명과 온갖 상서로운 조짐을 보고 거룩한 아들은 낳으셨다기에 그 동자를 뵙고 싶어서 일부러 찾아왔습니다."
아시타는 의복을 정돈하여 오른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내밀어
태자를 안아들고 그의 머리 위에 올려서 예를 갖춘 후 자리에 돌아와 앉은 다음, 태자를 무릎 위에 올려 놓고 관상을 보았다.
7 아시타는 태자의 관상을 자세히 살펴보고 나서,
갑자기 눈물을 흘리고 슬피 울면서 크게 원통하여 어쩔 줄 몰라하였다. 이를 본 숫도다나 왕과 마하마야 왕비는 온 몸을 떨면서
크게 근심하고 괴로와하기를 마치 큰 풍랑에 작은 배가 요동치듯 하다가 선인에게 물었다.
"존자이시여,우리 태자가 처음 태어날 때 갖가지 상서로운 서응(瑞應)이 갖춰졌으며 모든 바라문들이 크게 기뻐하면서 경축하였거늘,
우리 태자에게 어떠한 상서롭지 못함이 있기에 대 선인께서는 그리 슬피 우십니까?"
아시타선인은 눈물을 거두고 말하였다.
"대왕이시여,조금도 염려하지 마소서. 태자야말로 서른 두 가지의 거룩한 모습을 갖추었으므로 상서럽지 못함이 없습니다. 이와 같은 몸을 갖추셨는지라 만약 집에 있으면 전륜성왕이 되겠거니와, 만일 집을 떠나 도를 구하면 일체종지를 이룰 것입니다.
그러나 태자께서는 반드시 도를 구하고 증득하여서 무상정등정각을 이루실 것입니다. 그리하여 청정한 범의 바퀴를 굴릴 것이며 하늘과 인간을 제도하여 세간의 눈을 뜨게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슬퍼하는 까닭은 내 나이가 이미 백 스무 살이고 머지 않아 다할 것로, 부처님이 나오심도 보지 못하고 진리의 가르침도 듣지 못할 것이므로 이를 원통히 여겨 흐느끼면서 목메어 울었을 따름입니다."
2. 소년시절의 싣다르타 - 농경제
8 싣다르타는 비사바 밀다라와 찬제제바의 두 높은 스승 곁에서 모든 서적과 일체의 논(論)과 군사와 온갖 술법을 배워 익혀, 4년이 지나 열두 살에 이르렀을때는 여러가지 기능을 두루 다 섭렵하여 이미 통달하였으며 세간에 따라서 눈으로 즐기고 마음에 맞추어 뜻대로 노닐고 노래와 색을 따라다녔다.
9 숫도다나 왕은 곧 여러 대신들을 모아놓고 함께 의논하여 말하였다.
"태자는 이제 이미 장대하여져서 지혜롭고 용맹스러워 모든 것을 다 갖추고 구비하였으나, 이제야말로 마땅히 4해의 큰 바닷물을 태자의 정수리에 부어 입태자식을 거행하리라."
때에 여러 신선들이 칠보의 그릇에 4해의 물을 담아 정수리에 이어 왔다. 왕은 2월 8일이 되어 곧 4해 바다의 물을 태자의 정수리에 붓고 칠보의 도장을 맡기면서 또 큰 북을 치며 높은 소리로 부르짖었다.
"내 이제 싣다르타를 세워서 태자로 삼노라."
10 싣다르타의 나이가 열두 살이 되던 해의 봄 날, 왕은 농경제의 파종식을 거행하였다. 왕은 이날 온 성 안을 천인의 궁전처럼 꾸미고 하인과 사환들도 모두 새 옷을 입고 향과 화환으로 몸을 장식하고 궁전 안에 모였다.
왕이 일할 장소에는 천 개의 쟁기를 붙들어 매어 두었다. 여기서 왕은 금으로 장식한 쟁기를 가지고, 대신들은 배 여덟개 보다 한 개가 적은 은으로 만든 쟁기를 지녔다. 그리고 농부들은 장식을 하지 않은 나머지 쟁기를 가졌다.
왕이 쟁기를 몰고 나가자 다른 모든 사람들도 일을 시작하였다. 여기서 왕은 자신의 큰 영화를 느꼈다.
11 그때 그 들에 있는 모든 농부들은 발가숭이로 신고하면서 소에 보습을 매어 밭을 가는데 소가 가는 것이 늦으면 때때로 고삐를 후려쳤다.
해가 길고 날이 뜨거워 헐떡거리고 사람과 소가 다 고달파서 주리고
목말라 했다. 싣다르타는 보습을 끄는 소가 피로할대로 피곤한데 또 채찍을 얻어 맞고 멍에에 목을 졸리운 채 고삐로 코를 꿰어서 피가 흘러내리고 가죽과 살이 터지는 것을 보았다. 또 농부도 몸이 수척하여 뼈만 남아 있었으며 햇빛에 등이 타서 발가숭이 몸이 먼지와 흙투성이로 되어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보습에서 흙이 패여 뒤집히자 벌레들이 나왔으며 사람과 보습이 지난 뒤에는 뭇 새들이 날라와 서로 다투며 그 벌레들을 쪼아먹는 것을보았다.
12 이러한 광경을 본 싣다르타는 크게 걱정하고 근심하기를, 마치 자기의 친족들이 얽매임을 당하였을 때에 큰 걱정과 근심을 내듯이 싣다르타가 그것들을 불쌍히 여김도 또한 이와 같았다.
"중생들은 참으로 불쌍하구나. 서로 서로가 잡아먹고 먹히우니 말이다."또한 큰 자비심을 내어 모든 중생들에게 이런 일이 있음을 생각하고 다시 부르짖어 말했다."아아! 세간의 모든 중생들은 그같은 극심한 괴로움을 받고 있나니... 나는 이제 어느 조용하고 한적한 곳을 찾아서 이러한 모든 고통을 해결할 길을 생각할고?"
13 그때 숫도다나 왕은 싣다르타가 보이지 않자 모든 대신들에게 사방으로 흩어져 태자를 찾도록 하였다. 마침 한 대신이 멀리서, 싣다르타가 염부나무 그늘 아래 앉아서 선정에 잠겨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여러 나무의 그늘은 다 옮겨갔으나 오직 염부나무 그늘만은 홀로 싣다르타를 가리고 있음을 보았다. 이를 본 대신은 급히 왕의 처소로 달려나아가 자신이 본 바를 고하였다. 숫도다나 왕은 이 말을 듣고 곧 염부나무 그늘로 나아가 싣다르타가 그 나무 사이에서 가부좌를 맺고 있음을 보니, 마치 어두운 산마루에 큰 불덩어리가 이글거리고 불꽃을 올리는 것 같이 위덕이 드높게 빛났다. 그때 왕은 이것을 보자 매우 회유하고 장한 마음이 나서 자기도 모르게 싣다르타의 발에 정례하며 말하였다.
"회유하고 회유하여라. 우리의 싣다르타에게 이렇게 큰 위덕이 있음이여. 나는 이로써 그대에게 두번째 몸을 굽혀 정례하노라."
14 싣다르타가 점점 장성하여 나이 16세가 되니 대신들이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이제 빨리 태자를 위해서 따로 궁실을 짓고 모든 미희들과 즐겨 놀도록 하소서. 그러면 태자는 출가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방편으로 우리들 석가족이 흥성하면 일체가 공경 존중하고 조무래기 왕들에게 업신여김을 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숫도다나 왕은 싣다르타를 위하여 삼시전(三時殿)을 지었다. 첫째는 난전(暖殿)이니 겨울을 지내려는 것이요, 둘째는 양전(凉殿)이니 여름 더위에 쓰려는 것이요, 그 세째 전각은 봄.가을 두 철에 거처하려는 것이었다. 이 삼시의 궁전은 모두 온갖 칠보로 장식하여 마치 가을 구름이 서리어 노을이
진 것같이 미묘하기 참으로 난사의(難思議)하게 꾸몄으며,
일체 때를 따라 쾌락을 받게 하였다. 또 그 궁궐 및 동산 가운데는 봇물이 도랑에 흘러 못과 늪을 만들고 가지가지의 꽃을 재배했으니 이는 모두 싣다르타를 기쁘고 즐겁게 하기 위함이었다.
3. 충격적인 현실인식 - 사문유관
15 싣다르타의 나이 이십세가 되었을 때, 어자(마부)를 불러 칙명을 내려 일렀다."착한 어자여, 탈 것을 급히 장엄하라. 내 이제 동산에 나가고자 하노라."이 소식을 들은 숫도다나 왕은 칙명을 내려 카필라 성 안팎을 청정하게 하고 장엄하도록 하였다. 어자가 보배 수레를 마련하자,
싣다르타는 곧 수레 위에 올라앉아 대왕의 위신을 가지고 드높은 세력으로써 성의 동쪽 문으로 나와 동산 숲을 향하였다.
이때 싣다르타는 비참한 모습으로 걸어가는 노인을 발견하였다.
그 노인의 머리와 귀밑과 수염은 서리같이 세었고 검은 얼굴은 주름으로 구겨져 있었으며, 눈에서는 눈물, 코에서는 콧물을 흘리고 이는 모두 빠져 있었다. 온몸은 검게 주름지고 살빛은 검은 점으로 얼룩져 있었으며 오직 뼈와 껍질뿐 살이 없어서 늘어진 목줄기가 밑으로 처진 것이 마치 소의 염주거리 늘어진 것과 같았다. 입은 옷은 다 떨어져서 몸을 제대로 가리지도 못하였으며, 가래가 끓고 숨이 차서 목 안에서 흐르렁거리는 소리는 마치 톱질하는 것과 같았고, 사지는 부들부들 떨고 숨이 끊어질 듯 할딱거렸다. 허리는 굽어 비딱거리고 걸으며, 몸이 시들고 기원이 쇠하여 걸음이 안정치 못하며, 지팡이에 겨우 의지해서 걷다가 제 풀에 넘어지고 혹 붙들며 겨우겨우 싣다르타 앞에서 길을 걸어갔다.
싣다르타는 그 노인의 몸이 상서롭지 못하고 처참한 모습으로 괴롭게 걸어가는 것을 보고 전율하였다. 싣다르타는 그것을 보고 어자에게 물었다.
"저것은 무엇인가? 어째서 저렇게 고통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는가?"
"저 자는 노인이며, 늙어서 저렇게 된 것입니다."
"세간 가운데서는 무엇을 늙었다 하는가?"
"무릇 늙었다 함은 기력이 쇠하고 정신이 혼미하여지며 모든 기관이 점점 쇠퇴하여 음식을 소화하지도 못하고 뼈마디는 서로 어긋나게 되며, 눈은 흐리고 귀는 어둡고 문득 돌아서면 곧 잊어버리고 하찮은 말을 들어도 갑자기 슬퍼지며, 앉거나 서는 데 있어서도 혼자서는 힘이 들고 눕더라도 편하지 않습니다. 노인이 되면 아무 일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친척에게 구박을 받으며 의지할 곳을 일고, 남아있는 목숨도 오래지 않아서 아침 아니면 저녁에는 마치게 됩니다. 이것을 늙음이라고 합니다."
그때에 싣다르타는 또 어자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이 사람만 홀로 이렇게 된 것이냐, 아니면 일체 세간들이 다 이런 것이냐."
"태자여, 일체 세간의 중생도 다 이렇게 되는 법입니다."
"그렇다면 이 몸도 또한 역시 장차 이 늙은 일을 받게 되는가?"
"그렇습니다, 태자시여. 귀하고 천함은 비록 다르지만, 무릇 태어남이 있으면 모두 이처럼 늙은 법을 면할 수 없나이다. 사람의 몸에는 처음부터 이러한 늙고 쇠퇴하는 상을 갖추고 있으나 다만 나타나지 않았을 뿐입니다."
싣다르타는 어자에게 일렀다.
"내 몸 또한 늙게 되어 이러한 추하고 더러운 쇠악상(衰惡相)을 면치 못한다니, 나는 이제 동산 숲에 가서 놀고 웃을 겨를이 없다.
빨리 수레를 돌려 궁으로 돌아가라. 내 이제 마땅히 어떤 방편으로든지
이 괴로움을 멸할 도리를 생각해 보리라."
16 그때에 싣다르타는 다시 남쪽문으로 나가 길에서 고통스럽게 신음하는 병자를 만났으며, 서쪽문으로 나가 죽은 사람의 시체를 발견하였다.
싣다르타는 그때마다 어자에게 묻고 답을 들은 후 성으로 돌아왔다.
그때마다 숫도나다 왕의 수심은 깊어만 갔다.
17 병자의 몸이 야위어서 피골이 상접하였으며 배만 유독 불렀고 안색은 누렇다 못해 푸르렀다. 기침을 하고 구역질을 심하게 했으며 모든 뼈마디는 격심하게 쑤시고 쓰레기 더미 위에 버려진 채 아홉 개의 구멍에서는 썩은 물이 흐르고 대.소변을 그대로 싸고 그 위에 앉거나 누워있어 악취가 심했다. 눈으로는 사물을 보지 못하고 귀로는 소리를 듣지 못하고 거칠게 숨을 쉬며 손과 발로 허공을 더듬으며 신음하며 부르짖되 '아버지' '어머니'하고 애타게 찾으며, '내 아내여' '내 아들아'하고 슬퍼하고 그리워하였다
사자(死者)는 정신을 떠나 사대(四大)는 흩어지려 하면서 혼신이 편안하지 못하여 바람기운이 떠나가서 숨이 끊어지고 불기운이 꺼져서 몸이 차갑게 식고 빳빳하게 굳어지며 다시는 아는 것이 없어진다. 10여일이 지나기 전에 살이 허물어지고 피가 흐르며 온 몸이 띵띵 부풀고 문드러져 은 냄새가 나며 취할만한 것은 하나도 없다.
18 이때 국내에서는 남자나 여자들이 혼자서는 기동할 수도 없을 만큼 중병이 들어서 침상에 누워만 있으되 가난하여 치료할 수도 없고 낫기도 어려워서, 그 사람이 오래지 않아 목숨이 다할 것 같으며 미처 기운이 끊어지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숲 가운데 내다가 버리고 장사를 지냈다.
19 싣다르타는 다시 어자를 불러 수레를 준비하고, 이번에는 성의 북쪽 문으로 나왔다.
이때 싣다르타는 한 사람의 사문을 발견하였다. 그 사문은 머리와 수염을 깎고 분소의를 입었으며, 오른 팔을 걷어 들어내고 한 손 위에 발우를 든 채 걸식을 하고 있었다.
싣다르타는 이것을 보고 어자에게 물었다.
"어자여, 저 사람은 내 앞에 있으면서도 위의가 당당하고 걸음걸이가 정숙하며, 눈은 맑고, 안정되어 있고 눈길은 한 길 앞만을 보되 좌우로 헛보지 않으며, 마음을 흐트리지 않고 걸어가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구나. 또, 머리와 수염을 깎았고, 옷빛이 온통 붉은 나무 빛으로 물들어 있으며, 걸식하는 그릇이 보랏빛으로 마치 흑연과 같구나.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이냐?"
그때 어자는 싣다르타에게 말하였다.
"태자여, 저 사람은 사문이라 하며, 출가한 사람입니다."
"출가 사문이란 어떤 행을 하는 사람이냐?"
"출가 사문이란 세상의 악한 법을 떠나서 선한 법을 행하고, 욕망으로부터 모근 근(根)과 자신의 집착을 잘 조복하며, 모든 두려움을 없앴으며, 일체 모든 중생들에게 큰 자비를 내어 모든 중생들을 공포로부터 구제하며,
모든 중생들을 살해하지 않으며 모든 중생들을 잘 보호하고자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이러한 사람을 출가 사문이라 하나이다."
싣다르타는 이 말을 듣고 나자 크게 기뻐하며, 즉시 수레에서 내려 사문에게 다가가 물었다.
"어진 이여, 그대는 무엇 때문에 출가 사문이 되었습니까?"
"내가 일체 세간의 모든 일을 보매 모든 것이 다 고통입니다. 이렇게 세상을 관하고 나서 일체 세속의 모든 영화와 안락에 집착하지 않고 권속들을 떠나 영원한 안락을 구하고, '어떤 방편을 행하여 모든 고통받는 생명을 살릴 것인가'하는 길을 구하고자 출가하여 사문이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이 일에 족함을 알고 언제나 맑은 행을 닦고 굳건하게 계율을 지켜서, 번뇌를 등지고 감관과 의식을 조복받아 망령된 생각을 내지 않고 진실한 행을 법다이 수행하여 일체의 모든 생명을 고통에서 구하고자 합니다. 태자여, 이러한 까닭에 나는 출가하여 사문이 되었습니다."
싣다르타는 이를 듣고서 찬탄하였다.
"거룩하십니다. 사문이시여, 그 흐린 세상을 잘 조복하였고, 바른 길을 구하셨습니다. 이야말로 참된 길이며, 그대야말로 참된 선한 벗입니다."
싣다르타는 사문의 법을 공경하는 까닭에 출가 사문의 앞에 다가가서 정례하고, 그의 주위를 오른쪽으로 세 번 도는 예를 한 후 궁중으로 돌아왔다.
4. 위대한 출가 - 유성출가
20 숫도다나 왕은 '나는 모름지기 이제 따로 방편을 베풀어서 저 태자에게 집을 떠나려는 뜻을 끊게 하리라' 생각한 후, 싣다르타를 불러 말하였다.
"가리사가라는 마을은 나라에서도 중히 여기는 땅이다. 너는 이제 거기로 가서 나를 대신하여 어루만져 주어서 한 지방의 인민들을 평화롭고 기쁘게 할지니라."
싣다르타가 가리사가 마을의 전답에까지 이르렀을 때, 그 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애쓰면서 소를 몰고 쟁기를 끌며 밭갈이하고 씨를 뿌리고 있었다. 그 농부들의 손발은 추악하고 온 몸은 먼지로 흙투성이가 되어 있었으며 옷은 다 해지고 굶주려서 힘이 없어 보였다.
싣다르타는 이렇게 갖가지로 괴로와하며 시달리고 있는 것을 보고 인자함과 가엾이 여김을 품고 있는데 좌우에서 말하였다.
"이곳이 바로 태자께서 관할하는 곳의 밭갈이하고 씨뿌리는 사람들입니다."
싣다르타는 고통스럽게 일하고 있는 농부를 보고 그들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그대는 무엇 때문에 이토록 고생을 하고 있소?"
농부는 대답하였다.
"곡식을 심어서 국왕에게 세를 바치기 위해서입니다."
싣다르타는 탄식하며 말하였다.
"한 사람으로 인하여 모든 백성들이 근심하고 두려움에 떨고 있다니..., 이들은 관청의 채찍과
벌을 받게 될 재앙을 두려워하여 마음이 공포에 눌려 있으며 위축되어 두려움에 떨고 있구나."
싣다르타는 이 말을 듣고서, 곧 주변의 대신들에게 일러 명하였다.
"장정과 소를 자유롭게 놓아주어라. 그들 스스로가 살아가게 하고 관리들에게 다시는 얽매거나 가두지 않게 하여라."
싣다르타는 바로 수레를 타고 카필라 성으로 돌아가다가 쉬이타바나를 지나면서 그 숲에 죽은 사람들이 있음을 보았는데, 벌거숭이에서 냄새가 나고 온 몸둥이가 문드러져 있는지라, 세간 고통에 대하여 깊이 가슴 아파하며 카필라 성으로 돌아왔다.
21 그때에 싣다르타는 문득 잠에서 깨어 그 궁전 안을 살펴보았다. 주먹덩이와 같은 등불과 팔뚝과 같은 촛불이 휘황한 광명을 내며 조용히
타고 있는데, 꽃 미희들이 추하게 늘어져 자는 모습을 보았다.
어떤 미희는 용모가 단정하고 평소 행동에 부끄러움을 잘 알고 모든 예절에 단정하였으나 이제 깊은 잠으로 인하여 의상으로 버리고 팔과 다리며 몸의 은밀한 곳을 드러낸 채 눈을 부릅뜨고 자는 것이 마치 죽은 시체와 다름없어, 산 사람이라도 생각도 못 갖게끔 되었으며, 혹 어떤 미희는 코를 골고 이빨을 갈며 침을 흘리고 얼굴이 창백하여 매우 추하게 자며, 혹 어떤 미희는 대소변의 부정한 것을 흘리면서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자는 것이 마치 무덤사이의 시체와 같았다. 싣다르타가 궁전을 살펴보니 제석천의 궁전과도 같던 화려한 누각이 사방에 해골이 어지러이 뒹굴고 올빼미, 승냥이들이 그 사이를 날고 거닐며 시체를 뜯어먹는 쉬이타바나와 같이 보이고 세계는 마치 불이 붙은 집처럼 생각되었다.
싣다르타는 자비로운 마음을 일으키고 행하여서 중생들을 두루 살펴 보았다. 중생들은 모두 굶주리고 목말라 있으며 추위에 떨고 혹한에 시달리고 있었다.
싣다르타는 자애로운 마음을 갖고 중생을 불쌍히 여긴 까닭에 크게 한탄하였다.
"아아, 세간에는 큰 우환이 있도다. 모든 중생이 큰 두려움 속에 살고 있구나."
싣다르타는 또한 궁성의 생활에 큰 환멸을 느끼며 크게 한탄하였다.
"여기에 어리석은 사람을 얽매는 것은 마치 백정이 모든 짐승을 잡아놓고 목숨을 끊어버리는 것과 같도다. 여기에 독이 있는데 이를 어리석은 사람이 사랑하고 탐착하는 것은 마치 고기가 낚시의 미끼를 삼킴과도 같도다. 여기는 헛된 거짓 뿐 어리석은 사람이 함부로 염착을 냄이 마치 개가 살없는 뼈다귀를 붙듬과 같도다."
"나는 이제 이러한 모양을 명확히 보았다. 마땅히 기뻐하고 용맹하고 부지런해서 정진하는 마음을 내어 복덕을 기르고 큰 서원을 일으켜 세간을 건지리라. 구할 이 없는 중생에게 구호가 되며 양육할 이 없는 사람에게 귀의할 데가 되고 집이 없는 중생들에게 집이 되리라.
이제 해야 할 일이 이미 내 앞에 나타났으니 미구에 결정코 이 뜻을 이루리라."
22 싣다르타는 이렇게 말하고서 시종 찬다카를 불러 말하였다.
"찬다카여, 너는 속히 일어나 나를 거역하지 말라. 종마 칸타카를 끌고 속히 내 앞으로 데려오되, 성의 모든 권속이나 일체의 석가족들이 그 말의 소리를 듣지 못하게 하라."
싣다르타는 찬다카가 데려온 칸타카에 올라타고 성을 나왔다. 싣다르타는 성문에서 나와 바깥에 이르자, 몸을 돌려 카필라 성을 바라보면서 사자처럼 외쳤다.
"나는 이제 차라리 스스로 절벽 위에서 이 몸을 던져 큰 바위에 떨어질지언정, 모든 독약을 마시고 목숨을 끊을지언정, 또한 스스로 아무것도 먹고 마시지 않아 죽을지언정, 만약 내가 마음에 다짐한 대로 중생들을 고통의 바다에서 해탈시키지 못한다면 결코 카필라 성에 다시 돌아가지 않으리라."
싣다르타는 자기 손에 들어오는 전륜성왕의 위(位)를, 한번 뱉으면 다시는 탐하지 않는 가래침처럼 아낌없이 털어버리고, 칸타카를 재촉하여 길을 떠났다.
23 이때에 싣다르타는 말을 달려 단 하룻밤 동안에 세 왕국을 지나 30유순 쯤 떨어진 아노마 강가에 도착했다. 싣다르타는 강가에서 말을 멈추고 말에서 내려 찬다카에게 말하였다.
"나는 이제 원하는 수행처에 이르렀으니 너는 이제 곧 칸타카와 함께 궁으로 돌아가거라."
그때 찬다카는 이 말을 듣자 슬피 울부짖고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제가 어떻게 태자를 버리고 혼자 돌아가겠습니까? 설령 궁으로 돌아가더라도 왕은 반드시 저를 책망하실 터인데, 가서 무슨 말로써 대왕에게 대답을 올리게 하려 하나이까."
싣다르타는 머리의 천관(天冠)과 상투에서 마니보배를 풀어서 찬다카에게 주면서 말하였다.
"찬다카여, 내 이제 이 마니보배를 주노니 너는 부왕 앞에 가서 이것을 바치고 나의 말을 이렇게 아뢰어라.
'부왕이시여, 제가 이제 출가한 것은 어떤 사람의 속임을 받거나 노여움과 원한으로 인한 것도 아니며, 또한 재물과 권력과 봉록이 적어 이를 구하고자 함도 아니며, 천상에 나기 위하여 부왕의 슬하를 떠나는 것도 아니옵니다. 저는 세속적인 욕망이 없사오며 오직 일체 중생들이 어둡고 미혹하여 삿된 길에서 헤매이며 괴로와하는 것을 보고 광명이 되어 고통을 구제하고자 함이오며, 세간을 이익케하는 법을 찾고자 출가하였습니다. 이렇게 즐겨 출가함을 아시고 부디 근심을 거두소서. 그러므로 저는 반드시 무상정등정각을 증득하여 곧 집으로 돌아가 부왕을 뵈옵겠습니다.'라고 전하라. 또한 안팎의 모든 권속들이 나에게 은혜와 애정이 있을터이니 너의 뜻으로서 잘 이해를 시켜야 하리라."
싣다르타는 다시 몸에 걸쳤던 영락과 보배꾸미개를 벗어 찬다카에게 주면서 앙모 마하프라자파티 왕비와 야쇼다라 부인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하였다. 또한 각각에게 싯다르타의 뜻을 전하는 말을 하여주고 찬다카가 대신 전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24 싣다르타는 왼손으로 짙푸른 우발라 빛 소라상투의 머리털을 잡고 오른손에 날카로운 칼을 들어 베어내고 이어 수염도 모두 잘라버렸다. 그때 싣다르타는 스스로 그 몸의 일체 영락과 천관을 벗었고 머리와 수염을 깍은 뒤 몸을 돌아보니 오직 천의 뿐, 이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이옷은 출가한 자의 옷이 아니다. 출가한 사람은 산간에 있는 것이니
누가 나에게 누더기로 기운 옷을 줄 것인가.'
그때 한 사냥군이 누더기로 기운 옷을 입고 손에 활과 살을 쥔 채 태자 앞에 이르러 멀지 않은 곳에 말없이 섰다. 싣다르타는 누더기를 걸친 사냥군을 보고, 그에게 다가가 말하였다."산과 들에 있는 어진 이여, 그대는 그 누더기로 기운 옷을 나에게 줄 수 있겠소. 그대가 만약 나에게 준다면 나는 그대에게 이 비단옷을 주리라. 이 옷은 값이 백천 억 금이나 되고 또 가지가지 전단향을 풍긴 것이니 그대의 이런 추하고 떨어진 누더기와는 비할 바가 못되오.이 옷과 바꿔 입읍시다."사냥군은 기꺼이 누더기와 비단 옷을 바꿔 주었다. 싣다르타는 사문이 입기에 적당한 누더기를 받고 마음이 크게 기뻐서, 몸에 입고 있던 비단옷을 벗어 사냥군에게 주고 누더기를 걸쳤다. 싣다르타는 삭발하고 몸에 누더기로 기운 옷을 입자 왕자의 형용이 고쳐지고 훌륭한 사문으로 변하였다. 차림을 마치고 나서 싣다르타는 큰 서원을 내었다.
'나는 이제 비로소 참말 출가라 이름하리라.'
25 그때에 고오타마는 몇 집을 차례로 걸식을 한 후 여러가지를 뒤섞은 음식을 보면서 '이만하면 내 목숨을 보전하기에 충분하겠다'라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들어갔던 성문으로 나와 판다바산 기슭에서 동쪽을 향해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그러자 고오타마는 내장이 뒤집히듯 음식이 곧 입으로 나올 것 같았다. 고오타마는 그런 음식을 본 일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에 고오타마는 그 보기도 싫은 음식에 괴로와하는 자신에게 스스로 훈계하였다.
'싣다르타여, 너는 지난 3년 동안, 음식을 얻기 쉬운 집에서 냄새 좋은 쌀밥에 여러가지 맛난 반찬을 곁들여 먹고 지내면서, 누더기 옷을 입은 사문들을 보며 나는 언제나 저런 모양으로 행걸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내게도 그런 시기가 있을까 하고 생각하던 끝에 출가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지금 이 꼴은 무엇이냐.'
고오타마는 이렇게 스스로 훈계하고 조용히 식사하였다.
5. 진리를 찾아 끝없는 구도행
26 고오타마는 그 아노마 마을에서 점점 바이샬리 쪽으로 향하였다. 그 길에 한 선인의 거처가 있었으니 그는 옛 선인으로서 이름을 '바가바'라고 하였다.
고오타마가 그 숲으로 들어가 그들의 여러가지 고행하는 처소를 돌아보고, 그들의 가장 뛰어난 것을 구하고자 하여 모든 선인들을 살펴보았다. 어떤 이는 오직 풀과 나무의 꽃과 열매만을 먹기도 하고 혹은 쇠똥을 먹기도 하였으며, 어떤 이는 하루에 한 기를 먹기도 하고 혹은 이틀이나 사흘에 한 끼를 먹기도 하여 스스로 굶주리는 법을 행하고 있었다. 어떤 이는 발가벗고 가시 위에 누우며, 어떤 이는 개미집에 머물러 마치 뱀과 같이 살며, 혹은 먼지와 흙을 끼얹고 쓰레기 위에 누웠으며, 혹은 뜨거운 불 곁이나 물 속에 누워 있기도 하고, 혹은 한 다리로 며칠간 서있기도 하였다. 어떤 이는 물과 불을 섬기기도 하고 혹은 해와 달을 받들기도 하였다.
27 고오타마는 이를 보고 바가바 선인에게 물었다.
"당신들이 지금 닦으시는 고행은 매우 대단합니다. 그런데 대체 무엇을 구하고자 이러한 고행을 하십니까?"
"이런 고행을 겪어서 천상에 태어나거나, 혹은 인간으로 나고자 고행을 하는 것입니다."
이때에 고오타마는 말하였다.
"천상이 비록 즐겁기는 하나 복이 다하면 떨어져서 여섯 갈래를 윤회하므로 마침내 괴로움의 무더기이거늘 당신들은 어째서 모든 괴로움의 원인을 닦아서 괴로움의 과보를 구하십니까? 당신들이 하는 일들이 지극한 고행이 아님은 아니로되, 그러나 구하시는 과보가 마침내 괴로움을 여의치 못할 것이요. 괴롭고 괴로운 세간에서 죽음의 귀신을 미워하면서 또 후생을 구하는 것은 큰 어리석음이오. 당신들이 구하는 법은 하늘에 나는 과보이지만 나는 그렇지 않소. 나는 이 현세에서 모든 중생을 구원하는 해탈을 구하고자 함이요."
그리고 고오타마는 마음 속으로 스스로 한탄하였다.
'장사하는 사람은 보배 때문에 바다에 들어가고 왕은 국토를 위하여 군사를 일으켜 상대방을 치거늘, 이제 저 신선들은 하늘에 나기 위하여 이런 고행을 닦는구나.'
28 고오타마는 바이샬리 성에 이르기 전 중도에 한 선인의 도닦는 곳이 있으니 이름은 아라라요, 성은 칼라마이었다. 고오타마는 그 아라라 선인의 처소에 이르렀는데, 때에 그 선인은 얼마 안되어 멀리서 고오타마가 보이므로 곧 나가서 받들어 영접하면서 찬탄하여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사문 고오타마시여."
아라라 선인은 기뻐하며 이어 말하였다.
"옛날의 여러 왕들은 한창일 때에는 다섯 가지 욕심을 마음껏 받다가 감관이 늙어짐에 이르면, 그때서야 나라와 즐거움의 도구를 버리고 집을 떠나서 도를 배웠으므로 이는 기특할 거리가 못되었거니와, 태자께서는 한창인 나이에 다섯 가지 욕심을 능히 버리고 멀리 여기까지 오셨으니 참으로 장하십니다. 부지런히 힘써 정진하시어 속히 저 언덕을 건너셔야 하시리다."
이를 듣고 고오타마는 말하였다.
"저는 당신의 말씀을 들으니 매우 기쁩니다. 당신이 저를 위하여 늙고 병들어 죽어가는 고통을 끊는 법을 말씀하시면, 저는 이제 즐거이 듣고 따르겠습니다."
29 "그 사람은 이런 일을 생각하고 나서 삼매에서 일어나 그 몸의 빛에 여러가지 허물과 근심이 있는 것을 보고 색신(色身)을 버리고, 이 일체 색상(色相)이나 또는 색상 안에 나무 등 모든 물건에서 다 가없는 허공이라 분별하나니 이렇게 일체 색처를 밝게 분별하여 가없는 허공을 얻고나서는 곧 수승한 곳 [무소유처(無所有處)]을 증득하나이다.
당신께서는 이미 큰 지혜의 장부이시니 이 법을 감행하실만 합니다. 이 법을 행하고 나면 능히 좋은 곳 해탈의 과보를 얻으실 것입니다."
30 그 때 고오타마는 곧 아라라 선인 곁에 나아가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존자를 따라 이 법을 듣고서 존자의 말대로 내 믿어 알고 행하여 이 법을 증득하였으니, 만약 지혜있는 이가 알고 행하는 경계를 가진다 하더라도 또한 이런 법을 버리지 아니하리라. 다만 내가 본 바로는 이 법이 비록 묘하나 구경(究竟)을 다한 것은 아니다. 존자가 비록 '나는 청정한 해탈을 얻었노라'고 말하지만, 만약 분별하여 관하면 이것은 인연을 피하는 법이라, 인연을 만나면 도로 경계에 끄달리므로 이는 참 해탈이 아니로다."
그 때 아라라 선인은 이 말을 듣고 나서 고오타마에게 아뢰었다.
"어지신 고오타마시여, 내가 해득한 법을 당신께서도 또한 알았습니다. 내 오늘이 대중의 스승이 되듯, 당신도 또한 이와 같이 스승이 될 만 합니다. 고오타마여, 이제 나와 마음을 같이 하여 우리 두 사람이 함께 대중을 이끌어 교화하고 나타내 보이십시다."
이 때 아라라는 비록 스승이란 이름이었으나 다만 고오타마와 평등하게 하고자 스스로 반 자리로써 고오타마에게 나누어 주고 고오타마를 공양하였다.
그 때 고오타마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 법은 능히 사람을 열반에 이르게 하지 못하며, 스스로 깨치고 남을 깨치게 하여 사문행(沙門行)을 지을 수 없으며, 모든 악의 번뇌를 멸할 수 없도다. 이 법을 행하면 오직 비상천(非想天)에 나서 모든 업(業)을 짓는 까닭에 이 법으로써는 중생을 고통에서 구제할 수 없도다.'
이 생각을 하고서 곧 아라라를 등지고 떠나갔다.
31 그 때 염부제 땅에 또 다른 큰 도사[大道師]가 한 분 있었으니 이름을 '나마(羅摩)'라 불렀으며 그가 세상을 떠나자 그 무리들의 주인 나마의 큰 아들 '웃타카'가 대중을 영도하였다.
웃타카는 항상 대중을 위하여 법을 설했으며 라자그리하 가까운 아란야 숲 가운데 머물렀다. 그는 무소유처를 넘어서 갖가지의 생각을 떠나서 생각도 생각 아님도 아닌 곳 [非想非非處]을 가르쳤다. 그 때 고오타마는 그를 찾아가서 배우고 정진하여 그 경지에 이르렀으나 이 또한 모든 중생을 구제할 진정한 해탈을 가르치는 법이 아님을 알고 곧 그를 떠났다.
32 그때 고오타마는 라자그리하를 떠나서 다섯 수행자와 함께 나이란자나강이 굽이쳐 흐르는 가야산(伽耶山)에 머무르면서 산꼭대기의 한 나무 아래서 풀을 깔고 앉아 생각하였다.
'세간에 사문이거나 바라문들이 몸과 마음이 방일하여 타오르는 욕망에 집착하면 번뇌가 따르므로 비록 고행을 행하더라도 도에는 이를 수 없다. 또한 몸을 제어하여 욕락을 행하지는 않더라도 마음은 오히려 쾌락에 집착하면, 비록 고행을 닦더라도 도에는 이를 수 없다.
그러나 몸을 제어하여 욕락에 탐착하지 않고 마음이 순일하여 타오르는 번뇌를 소멸하고 부지런히 고행을 닦아 행하면, 곧 스스로 이익되고 또 남을 이익케하는 도를 증득할 수 있으리라.'
고오타마는 가야산을 나와서 차례로 돌아다니다가 우루벨라 못 옆의 동편에 이르러 나이란자나 강가에 닿았다.
33 고오타마는 이미 외도들이 삿되게 해탈을 구함을 보고 발심하여 가히 두려웁고 괴로운 행을 행하고자 하였다.
고오타마는 풀옷을 입거나 무덤 사이에 버려진 천으로 몸을 감싸거나 혹은 걸레로 옷을 지어 입었다. 또 고오타마는 무더위 속에서도 시원함을 찾지 않고 추위가 와도 따뜻함을 찾지 않고 그의 자세는 한결 같았다. 소나기가 쏟아져서 몸을 씻어내려도 그는 앉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파리와 모기가 몸에 붙어 피를 빨아도 쫓지 않았다.
또 고오타마는 시체와 인골(人骨)이 흩어져 있는 묘지에서 야숙을 하였다. 그럴 때에 양치는 아이들이 침을 뱉고 진흙을 던지며 귀에 나뭇가지를 쑤셔 박았다. 그래도 고오타마는 움직이지 않았으며 아이들에 대해 손톱만큼도 진심을 일으키지 않았다. 고오타마는 입을 다물어 이를 악물고 혀를 입천장에 쑤셔 박았다. 그래도 고오타마는 움직이지 않았으며 아이들에 대해 손톱만큼도 진심을 일으키지 않았다.
고오타마는 입을 다물어 이를 악물고 혀를 입천장에 대고 한 생각으로 아픔을 섭수한 후 몸과 뜻을 조복하여 수행?舅? 겨드랑이 밑에서 땀이 흘렀다. 또 들숨과 날숨을 제어하였다. 입과 콜로 쉬는 숨을 막자 귓구멍에서 풀무소리를 내며 바람이 나와 마치 예리한 송곳으로 귀를 뚫는 듯 하였다. 귀로 숨쉼도 그치자 속바람이 굉장한 기세로 정수리로 치솟아 마치 날카로운 도끼로 정수리를 치듯 하였다. 그때 고오타마는 입과 코와 귀와 정수리의 숨도 모두 멈추자 바람이 벼락같은 소리를 내며 늑골 사이에서 소용돌이 쳐서 마치 백정이 날카로운 칼로 몸을 가르듯 하는 최고의 고행을 하였다.
고오타마는 또 하루에 한 알의 과일을 먹고 혹은 대추를 먹고 혹은 팥. 콩을 먹으며 혹은 쌀.보리를 한 알씩만 먹었다. 그리고 하루에 한 번만을 먹었고 혹은 이틀에 한 번, 사흘에 한 번을 먹고 이윽고 이레에 한 번을 먹고 드디어는 보름이 한 번을 먹었다.
34 그때에 고오타마는 몸이 점점 더 여위어 갔다.
살갗은 익지 않은 오이가 말라 비틀어진 것 같았으며 수족은 갈대와 같았고 드러난 갈비뼈는 부서는 헌 집의 서까래와 같았으며 척추는 대나무마디와 같았다. 뱃가죽을 만지면 등뼈가 만져지고 손을 들어 몸을 만지면 몸의 털이 말라 떨어졌다. 해골이 드러나고 눈이 깊이 꺼졌으며 일어서려면 머리를 땅에 박고 넘어졌다.
그러나 오직 눈만은 깊은 우물 속의 별과 같이 반짝이며 빛나고 있었다.
35 이 때에 고오타마는 힘써 닦고 정진하여 고행하기를 6년 동안 계속한 후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이 가장 극진한 고행을 하였지만은 세상을 뛰어나는 훌륭한 지혜를 증득할 수 없었다. 과거.현재.미래의 모든 사문이거나 바라문들로서 도를 구할 때에 몸과 마음을 괴롭혀서 고통을 받든 이러한 고행은 다만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괴롭힐 뿐이요, 도무지 이익이 없는 줄 이제야 알겠도다. 고행은 보리의 인(因)이 아니며 또한 괴로움을 알고 쌍임[集]은 열반[滅]을 증득하고 도를 닦는 것도 아니다. 반드시 다른 법이 있어서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을 끊어 없애게 되리라.'
36 고오타마는 또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세상에는 출가 수행자가 받들어서는 안되는 두 개의 극단이 있다. 그 두 가지 극단이란 무엇인가?
그 하나는 관능이 이끄는 대로 애욕의 기쁨에 탐닉하여 욕망과 쾌락에 빠지는 것이다. 이는 어리석은 범부들이 찬탄하는 것이며 출가인의 숭고한 목적을 위해서는 무익한 것이다. 또 하나는 자신의 육체를 스스로 괴롭히는 것에 열중하여 고행에만 빠지는 것이다. 이것은 심신이 모두 고통스럽기만 할 뿐이다. 이는 목적과 수단을 전도한 출가자가 하는 것이며 출가인의 숭고한 목적을 위해서는 무모한 것이다. 이 두 가지는 스스로의 이익을 얻지 못하고 남에게도 이로움을 주지 못하는 것이므로 반드시 버려야 한다.
나는 이 두 가지의 극단을 버리고 중도의 길을 찾았다. 이 중도는 모든 것을 바르게 보고 바르게 보고 바르게 알 수 있는 통찰력과 직관이므로 지혜를 낳아 범부의 눈을 뜨게 하고 이를 통하여 중도의 마음의 평화와 진리의 체험과 크나큰 깨달음으로 열반을 성취케 하리라.
37 고오타마는 자신이 수행하였던 과정을 되집어 보다가 다시 도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내 생각하건대 지난 날, 출가하기 전에 카필라 성을 나와서 농부들이 고통스럽게 밭가는 것을 보았었다. 그때에 한 그루의 염부수나무가 만들어 준 시원한 그늘 밑에 앉아 있으면서 모든 욕망으로 물든 마음을 여의고 일체의 고통을 주는 법을 극복하고 중생을 구제하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킴으로써 적정한 상태를 얻어 초선(初禪)을 증득하였었다. 나는 이제 다시 그 선정을 생각하리라. 이 길이 바로 보리에 향하는 길이로다.'
고오타마는 이런 생각을 하고서 법다이 바로 관하여 일심으로 그 적정에 들었으면 이 길로 인하여 보리에 이르기를 바라며 곧 게송을 읊었다.
"이 고행은 이이 욕을 여윔도 아니오,
만약 내 지금 닦아 배우려 하면
또 바로 보리에 나아감도 아니며
응당 옛날 밭갈이 함을 볼 때와 같이
또 해탈의 뛰어난 원인도 아니라
그 염부수 그늘에 앉아 물듦을 여의고
다만 이 몸과 마음의 괴로운 근본이로다
곧 초선. 2선. 3선. 4선을 증득하리라."
38 이때에 고오타마는 몸을 일으켜 앞으로 나아가려 하였으나 기력이 모자라서 앞으로 나아갈 수 조차 없었다. 곧 물을 조금 마시고 잠을 자서 몸과 마음을 편안히 알맞게 하였더니 조금 힘이 생겼다. 이 때에 고오타마는 생각하였다.
'나의 육신은 이제 말할나위 없이 허약해져 있다. 이 육신으로써는 도를 성취할 수 없을 것이다. 비록 신통력으로써 몸을 회복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는 일체 중생을 속이는 일이 될 것이며 이는 모든 부처님이 도를 구하는 법이 아니다. 만약 내가 이 파리한 몸으로써 도를 얻는다면 저 외도들은 굶주림의 고행이 바로 깨달음의 원인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것은 모든 중생을 기만하는 일이므로 그로써는 도의 결과를 취득하지 않으리라. 나는 세간의 음식을 받아 먹은 후에야 도를 이루리라. 나는 이제 육신의 힘을 얻기에 좋은 음식을 받아서 체력을 회복한 이후에 보리장(菩提場)에 나아가리라.'
39 고오타마가 고행을 할 때,그 숲 안에 죽어가는 한 부인이 있었으니 이름이 라사야였다. 기운이 아직 다 끊어지지 않았음에도 그 권속들이 그녀를 데려와 보리수의 맞은 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다 버리고 갔다. 버려진 그 부인은 멀리서 고오타마가 정진하는 것을 보고 마음 속으로 크게 공경하고 믿음이 나서 몸에 걸쳤던 옷을 벗어 한 쪽에 놓고 고오타마에게 아뢰었다.
"대성 존자여, 만약 당신이 이 정진수행에서 일어나 번뇌 바다의 저 언덕에 이르고 스스로 원하심이 만족하시게 될 때에 만약 몸의 의복이 없거든 저의 이 분소의를 거두시어 마음대로 쓰시옵고 저를 어여삐 여기소서."
그 부인은 며칠이 지나서 목숨이 다하였다.
40 이때에 고오타마는 또 생각하였다.
'6년의 고행 끝에 옷이 모두 해어져 발가숭이와 같구나. 내 이제 분소의를 갖추리라.'
고오타마는 시타림(屍陀林) 속에 누더기의 천이 있음을 보고 생각하였다. '모든 사문들은 남을 시켜서 옷을 빨지 않는다. 누더기를 스스로 빠는 것이 출가 사문의 법이다.'
고오타마는 누더기를 주워서 나이란자나 강가로 내려가서 그것을 빨았다. 분소의를 빨아 나뭇가지에 널은 고오타마는 강에 들어가 목욕을 하였다. 고오타마는 목욕하기를 마쳤으나 몸이 쇠약한지라 물결에 밀려 혼자서는 기슭으로 올라올 수가 없었다. 그때 못가에 있는 아사나 나무의 신이 나뭇가지 하나를 휘어 낮게 드리우자 고오타마는 그것을 잡고 언덕으로 올라올 수 있었다.
41 이때에 고오타마는 걸식을 하기 위해 분소의를 걸치고 가야산을 내려와 우루벨라 마을로 들어갔다. 고오타마가 마을에 이르자 '수자타'라는 여인이 우유죽을 발우에 담아 고오타마에게 바치며 기원하였다. '이 젖죽을 받아 드시고 반드시 무상정등정각을 이루소서.'
고오타마는 젖죽을 들고서 마을을 나와 나이란자나 강가에 나아가 언덕 위에서 우유죽을 먹었다. 그러자 고오타마는 옛날과 같이 젊고 아르다운 모습을 되찾았다.
42 이때에 고오타마는 몸을 씻고 다시 젖죽을 먹어 기력이 회복되자 보리도량(菩提道場)을 찾아 나아갔다. 고오타마는 마치 최후의 결정장에 나가는 장수와 같이 마음을 다지고 사자왕과 같이 당당하게 그리고 소의 왕과 같이 굳건한 걸음으로 나아가 이윽고 핍팔라나무에 이르렀다.
그때 고오타마는 생각하였다.
'과거의 부처님들은 무엇을 자리로 하여 무상정등정각을 성취하셨을까?'
고오타마는 그때에 한 목동이 풀을 베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풀은 푸르고 아름다왔으며 공작의 깃털과 같이 부드럽고 매끄러웠고, 오른쪽으로 나선을 그리며 돌아 말렸고 향기가 풍겼다.
고오타마는 목동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그대의 이름은 무엇이라고 합니까?"
"저의 이름은 길상(吉祥)입니다."
고오타마는 그 이름을 듣고 생각하였다.
'내 이제 나와 남의 길하고 상서로움을 구하고자 하는데, 이 목동으로부터 길상함을 얻는구나. 이 길상함이 내 앞에 있으니 내 결정코 무상정등정각을 성취하리라.'
43 그 때에 고오타마는 길상에게서 받은 풀로 자리를 만든 후 줄기를 등에 지고 동쪽을 향해 앉되, 백 개의 벼락이 한꺼번에 떨어지더라도 부서지거나 움찍하지 않을 자세로 앉으며 크게 다짐하였다.
'비록 내 온 몸의 살과 피가 다 마르고 피부와 힘줄과 뼈가 다 마르고 부서지더라도, 내 기필코 무상정등정각을 이루기 전에는 결단코 이 가부좌를 ??지 않으리라.'
44 이때에 고오타마를 따르던 다섯 수행자들은 이를 보고서 함께 말하였다.
"사문 고오타마는 그처럼 극심한 고행을 하였음에도 아직 무상정등정각을 이루지 못하였거늘, 하물며 이제 멋대로 좋은 음식을 먹고 몸을 씻으며 즐거움을 받고자 타락하고서 어찌 깨달음을 얻겠는가. 이제 그의 곁에 머물 필요가 없다. 듣건대 바라나시의 녹야원에는 훌륭한 고행 선인들이 많이 머무른다고 하니 그곳으로 가세."
다섯 수행자는 고오타마를 등에 두고 바라나시로 떠났다.
첫댓글 ㅋㅋ 팔정도가 아니라 팔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