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프로듀서 설도윤 입니다.
‘Oh! My Stage!’에서는 그동안 제가 공연하면서 겪은 무대 안팎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들려 드리려고 합니다.
여러분은 공연을 보시면서 무대 위에서 예기치 않은 실수가 벌어지면 어떤 기분이 드시나요?
뮤지컬은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그 한 번의 공연을 위해
매일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의 배우와 스탭들이 관객을 위한 공연을 준비하게 됩니다.
늘 실수 없는 완벽한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오전부터 극장에는 그날의 공연 준비로 분주하죠.
아무리 준비를 완벽히 한다 하더라 라이브로 진행되다 보니 실수가 생기게 되고,
또 이런 실수가 어떻게 보면 라이브의 묘미라고도 말할 수 있는데요.
브로드웨이나 웨스트 엔드에서는 공연 중, 배우나 무대 장치로 인한 실수가 발생되면 응원의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합니다.
또, 이날 공연을 만족스럽지 않게 생각하기 보다는 그야말로 다시 만나기 어려운 ‘특별한’ 공연으로 여기며,
그 자체로 공연을 즐기는 문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라이브 공연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인 특별한 무대 뒤의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81BC8474D3A844B2F)
첫 번째로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얼마전 대구에서 공연을 마친 <오페라의 유령>입니다.
지난 2009년 9월부터 서울에서 시작되어 1년이 넘게 공연되다 보니 공연에 얽힌 이야기도 무수히 많습니다.
오늘은 그중 팬텀 역으로 1년간 무대에 오른 ‘양준모’ 배우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60DF3504D3A849E01)
▶ 팬텀 역의 양준모
# 겹겹의 특수분장의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팬텀 역
팬텀 역은 흉측한 상처의 얼굴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맨 얼굴에 특수한 캡을 쓴 후,
다시 그 위로 상처 분장을 하고 다시 그 위로 가발을 쓰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얀 마스크를 덧쓰게 되죠.
몇 겹에 이르는 특수 분장을 하는 캐릭터로 분장만 총 2시간이 소요 됩니다.
분장을 지우는 데에도 30분이나 걸립니다.
또, 배우 얼굴을 본떠 제작되는 마스크는 평균 1개월에 1번 꼴로 새로 제작하게 되고요.
마스크 속에 가려진 일그러진 흉측한 얼굴 모양을 만들기 위한 재료도 하나 하나가 특수한 재질을 사용하게 됩니다.
이렇다 보니 팬텀 역을 맡은 배우들의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한번의 공연을 위해 하루에 5시간 가까이를 이런 분장 상태로 견뎌야 하니 말입니다.
1막이 끝나고 나면 겹겹이 쌓인 분장 사이로 홍수 같은 땀이 흘러, 재 분장을 하고 2막의 무대에 오르게 된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37FB94F4D3A855631)
▶ 팬텀 역의 양준모
# 서울 시내 유명 피부과, 한의원들을 찾아 다니며 치료를 받다
공연이 중반을 넘어가던 지난해 4월,
양준모 팬텀에게 심각한 피부 트러블이 일어나면서 모든 스탭을 긴장시킨 일이 있었습니다.
상처 분장을 하기 위해서는 목과 귀, 그리고 얼굴 전반에 분장용 본드가 사용되는데
그게 원인이 되었는지 어느날 검붉은 반점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 증상을 없애기 위해 서울 시내에 유명한 피부과를 모두 찾아가 봤지만 차도가 없어,
다시 유명한 모든 한의원들을 찾아 치료를 받았지만 역시 효과가 없었습니다.
모든 곳에서 말한 공통된 치료법은 분장을 하지 말라는 것.
작품에 애정이 너무나 많았던 양준모 팬텀은 공연을 당분간 쉬는 것에 대해 반대를 했답니다.
그래서 찾아낸 대안이 머리 삭발이었습니다. 삭발을 하게 되면 맨 처음 쓰는 캡을 쓸 필요가 없기 때문에
피부 트러블에 차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 삭발 투혼… 고통스러워도 소망하는 무대, 무대여
삭발 톤혼까지 벌였지만 피부 트러블이 나아지지 않았고,
세계 각국의 <오페라의 유령> 팀에 이러한 증상을 상의하는 과정에서
호주에서도 비슷한 케이스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우리는 호주 공연의 특수효과 디자이너에게 방한을 요청했고,
양준모 팬텀의 증상을 확인한 후 호주에서 특수 제작한 식물성 분장 본드로 교체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이런 우리의 열의에도 트러블이 가라앉지 않았고,
마지막 대안으로 수술할 때 사용하는 의학용 본드로 대체하기까지 이르렀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402CA4B4D3A85FB08)
▶ 팬텀 오프닝 파티에서 나란히 포즈를 취한 팬텀들. 좌로부터 윤영석, 브로드웨이 팬텀 ‘브래드 리틀’, 양준모
하지만, 한번 일어난 피부 트러블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결국 양준모 팬텀은 무기한 공연을 쉬게 되어 버렸습니다.
본의의 의지와 상관없이 무대를 떠나야 하는 배우를 보는 제 심정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죠.
양준모 팬텀은 약 한 달간 공연을 쉬고 모두의 염려 속에 복귀를 했고,
다행히 그 이후에는 주말 2회 공연 때만 약간의 증상이 나타나다 없어지는 정도로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답니다.
양준모 팬텀이 다시 무대에 복귀한 후 했던 말이 제 가슴을 찡하게 했었는데요.
“고통스러워도 한번이라도 더 서고 싶은 무대”라고 했던 양준모 팬텀.
배우의 열정, 그리고 무대 뒤 수많은 스탭들의 노력이 하나로 뭉쳐져 단 한번의 공연이 오르게 됩니다.
이제 공연이 끝난 후 더 큰 박수로 배우와 스탭들을 응원해 주십시오.
그날의 노고가 관객들의 웃음과 박수로 다 씻어지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