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부에서, 뮤지컬 메노포즈를 보러 가는 김에 관객 의식 수준 향상을 위해서 종이를 배부하고 피켓을 들고 서 있는 봉사활동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견은 없었다. 어차피 좋은 일.
자, 막상 도착해보니 애초에 2시에 시작하기로 했던 봉사활동은, 모이는게 늦어짐에 따라 약 25분 지체되었다. 난 나래 선배와 같이 공연장 1층 오른쪽 입구 담당이었다. 공연장 큰 입구 쪽에서 태헌이, 우현이, 해성 선배, 쪼다, 다영이가 열심히 종이를 배부해줬기에 난 그저 들어오는 사람한테 인사하고 '공연장 내에서는 휴대전화 전원을 꺼주세요' 하고 말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난 저번에 배부만 해봤지 피켓을 들고 서서 저런 말을 해본 적이 없기에 매우 떨렸다. 게다가 낯가림도 조금 있는 성격이라 처음 보는 사람한테 그런 말 하는게 쉽지가 않았다. 옆에 있던 나래 선배도 상황은 마찬가지. 그런데다가 문경 여고(맞나?)의 학생들이 주로 온지라 나래 선배는 '같은 여학생이 이런 말 하면 듣지도 않고 씹기만 할 걸' 이라고 하시며 나한테 피켓 들기 및 큰 소리로 외치기 등을 전부 나한테 맡기셨다. 다음 번에 남학생들이 많이 오고, 또 같은 조가 되면 그 때 기대하세요, 나래 선배.
그런데 의외로 이거 효과가 있었다. 어떤 신사분께서는 학생들이 수고가 많으시다며 나도 안에서 휴대전화를 끄도록 주변 사람들에게 말해보겠다 하셨다. 파급력이 큰 운동이었구나 싶어서 일단 다행을 외치는 한편, 여고 학생들은 정말 답이 없었다. '점촌고등학교' 에서 나온 봉사활동에 반발하듯, 뮤지컬 관람 당시 내 자리 주변에서 휴대전화를 켜고 사진을 찍거나 문자를 보내거나 하는 사람은 대부분이 여고 학생이었다. 해성 선배의 말에 따르면 '공연장 내에서는 조용히 해주세요' 라고 하셨던가, 여튼 이 말을 듣고 여고 학생들은 바로 '조용히 안할건데요~' 이렇게 조롱하듯 말하고 지나갔다 한다.
몇 가지 끄적. 일단 피켓의 글씨를 노란색이나 형광 분홍색 등 조금 더 눈에 잘 띄는 색으로 바꿔야 할 것 같다. 우리 쪽 입구로 들어가는 사람들 대부분은 피켓이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간 것 같았다. 그리고 참여하는 내 태도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바꿔야 할 것 같다. 애초에 내가 목소리를 조금 더 크게 했더라면 피켓의 글씨 색이 조금 눈에 띄지 않더라도 괜찮을 것 아닌가.
첫댓글 음.. 뭐 너란 아이 그 성격은.. 뭐 처음 보는 사람에 대고 바로 그렇게 다가갈 수 있는 성격은 아니니깐.. 뭐 우리 그냥 피켓을 바꾸도록 하지.. 그리고 너만 그런것도 아니란다.
너의 그 소심함을 고치면 세상이 개벽할듯.
그런 좋은 신사분도 만났군. 우린 99.9% 여고학생들이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