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사랑 2015 가을호 게재>
사람과 자연이 함께 만든 화성성곽길
-수원의 길 제8색길
시인 김애자
수원에는 역사와 문화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지역에 따라 특징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마련된 길들이 있다. 모수길 지게길 매실길 여우길 도란길 수원둘레길 효행길 그리고 화성성곽길 등 여덟 개의 길이 그것이다.
그 중 제8색길인 화성성곽길은 화서문에서 행궁에 이르는 총거리 5.1 km에 도보로 약 1시간 30분가량이 소요되는 구간이다. 사대문을 모두 아우르며 화성행궁에 이르는 화성성곽길이야말로 수원시민은 물론, 방문하는 그 누구라도 꼭 걸어봐야 할 길이다.
역사가 남겨준 귀중한 유산들
이 길이 시작되는 화서문은 여닫는 문 없이 앞쪽을 전돌로 쌓은 반월형 옹성으로 둘러치고, 성문 옆으로는 공심돈을 이 역시 검은 전돌로 쌓아 함께 배치함으로써 전투기능도 보완하고 건축미도 돋보이게 하였다.
장안문으로 가는 성벽의 바깥쪽은 공원인데, 관광객을 태우고 연무대와 서장대 발치를 오가는 용머리의 빨간 화성열차를 볼 수도 있다. 도보가 아니고는 특별히 교통수단이 없는 이 성곽길에서 화성열차를 타보는 체험은 참으로 재미있고 멋스럽다. 비탈진 언덕을 넘고 귀중한 사적과 보물들을 한 눈에 감상하면서 동화 같은 차를 타고 동심이 되어 지나치는 시민들과 서로 손을 흔들어주는 맛은 각별하다. 이렇게 성 밖 공원은 광장, 조경시설, 휴게시설 등이 잘 마련되어 있어 시원한 그늘과 고풍스런 성벽이 주는 멋스러움까지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바깥벽은 네모난 육중한 돌로 쌓아 위용을 뽐내는 반면 안쪽은 내탁의 공법으로 길을 만들어 안전하고 편안하게 다닐 수가 있는데, 보초를 서는 군영의 경계를 표시하기 위한 깃발의 색깔이 흰색에서 검정 파랑 빨강으로 달라짐을 볼 수도 있다.
장안문의 문루를 통과하여 차도를 건너면 그곳 역시 성 밖은 고즈넉하게 사색에 잠겨 걸을 수 있는 숲길이 조성되어 있다. 첫 시설물인 북동적대 앞에서 화홍문 쪽을 바라보면, 멀리 방화수류정과 각건대가 보이고, 푸른 잔디와 나무들 사이로 구불구불 오솔길이 보이는 빼어난 경관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수원8경 중 5경을 한 자리에서
역사에 취해 정경에 취해 걷다보면 문루 아래 일곱 개의 수문으로 흘러내리는 비단결 폭포수가 절창인 수원팔경 중 제7경, 화홍관창의 화홍문에 다다른다. 이 문은 광교산에서 발원하여 흘러내리는 수원천의 다리 역할을 하는 시설물이다. 남쪽으로는 수원천이 흘러가는 냇가 긴 제방에 버드나무 줄지어 늘어선 제3경 남제장류가 보이고, 살짝 비껴 오른쪽으로는 안개에 싸여 아스라이 바라보이는 제2경 팔달청람의 신비로운 산이 있다. 바로 곁 언덕 위, 화성의 꽃이라는 방화수류정 아래로는 호수를 내려다보며 달이 뜨기를 기다린다는 제8경 용지대월의 연못도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돌아서서 시선을 멀리 북쪽으로 던지면 눈 쌓인 모습이 제1경으로 꼽히는 수원의 主山, 광교적설의 광교산까지도 저만치 바라보인다. 가히 수원의 절경 중에서도 백미라고 할만한 자리가 아닌가!
역사로 가는 길목에서
화성은 정조대왕이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침을 현재의 융릉 자리로 옮겨 모시기 위해 그 곳의 백성들을 수원으로 이주시키면서 축성한 것이다. 220년 세월의 무게와 역사를 느끼게 하는 성벽의 빛깔이며 빈틈없이 정교하게 채워 쌓은 성돌들의 모양새는 숙연한 마음마저 들게 한다.
유연히 벋어나간 성곽길을 따라 걷다보면, 역사는 살아있는 것이고 지금도 흐르고 있는 것이어서, 우리들 또한 선조들이 걷던 그 길을 따라 걸으며 뒤에 오는 이들에게 물려줄 역사를 지어가고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방화수류정을 지나 구불구불 정겨운 길을 계속 걸으면 푸른잔디 깔린 드넓은 활터와 수련터, 그리고 소라각이라고도 불리는 동북공심돈이 눈길을 끄는 연무대를 만나게 되고, 다시 길을 건너면 6.25때 완전히 부서지고 사라져 동문은 도망갔다는 말까지 들었던 창룡문에 다다른다.
정치 경제 문화 예술의 총람 화성행궁
시내로 들어와 팔달문시장, 지동, 못골, 영동, 미나리광시장 등을 지날 때는 시장골목에서 간단한 먹거리로 요기라도 할 일이다. 자신에게도 재미와 즐거움을 선사하는 일이요 상인들에게도 보탬이 되는 일석이조의 좋은 일이 될 터이니.
이제 종점이 멀지않다. 팔달문을 거쳐 팔달산으로 오르자면 국립교육기관이었던 수원향교가 있고, 조금 더 올라 팔달산 중턱의 산책로로 나서 오른쪽으로 길을 잡으면, 화성을 지키는 신을 모셨던 사당인 성신사 앞에 이르게 된다. 그 곳에서 오솔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 화성성곽길 답사의 대미를 장식할 화성행궁이 오늘의 방문객이 될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