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문화 11월호에 실린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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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부산아시아경기대회 방송보고
최고수준의 국제신호 제작 목표달성
이 규 창 KBS 아시안게임방송단장, BARTO 단장
월드컵축구에 이은 또 하나의 큰 스포츠제전, 제14회 부산아시아경기대회가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44개 회원국이 모두 참가하는 명실상부한 대회로 기록됐으며 특히 북한의 참가는 대회의 비중과 관심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대회 내용면에서도 22개의 세계신기록이 수립되는 등 역대 그 어느 대회보다 풍성했다. 또 중앙정부의 지원이 적진 않았지만 부산이라는 지방자치단체의 힘으로 대회를
치러냈다는 것도 큰 수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신호 제작 준비단계
이번 부산아시아경기대회의 국제신호는 BARTO(Busan Asian Games Radio & TV
Organization)가 제작했다. 이 기구는 방송협회 내 국내 지상파3사(KBS, MBC, SBS)로 구성된 월드컵/아시안게임 준비위원회의 합의로 조직됐으며 실질적인 업무는 KBS의 아시안게임방송단이 주도했다.
이 결과 지난해 12월, OCA와 주관방송 및 방송권협약서에 서명했으며 조직위원회와는 주관방송업무에 관한 약정을 맺었다. TV 3사는 또 이를 기초로 KBS를 대표 주관방송사로 하는 BARTO 운영규약과 조직구성(<표1>참조)에 합의하고 분야별로 업무를
추진해나갔다.
BARTO의 분야별 준비업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제작분야
BARTO는 ‘역대 대회 중 최고수준의 국제신호 제작’을 목표로 설정하고 계획을
수립했다.
올림픽보다 10개 이상이나 더 많은 38개의 경기종목 중 국제신호 제작의 대상과
규모를 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BARTO는 국내방송사의 가용 중계차 현황과 제작능력, 아시아 각국 방송사들의
관심종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38개 종목 중 29개를 국제신호 제작 대상으로 결정하고 나머지는 요약물(ENG Summary)로 제작하기로 했다. 이같은 제작계획은 94 히로시마대회의 15개, 98 방콕대회의 20개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BARTO는 또 29개 종목을 경기성격에 따라 46개의 세부제작수(Feeds)를 확정시켰다. 육상의 경우 트랙, 필드1, 필드2, 종합 Feed, 마라톤으로 세분화했으며, 수영은 경영, 다이빙, 싱크로로, 레슬링과 유도는 각각 2Feeds로, 축구는 5개 경기장에서 열리는 경기를 모두 제작하기로 하고 종목별로 책임제작사를 결정했다(<표2> 참조).
1차적으로 큰 틀을 확정시킨 BARTO는 이후 제작과 관련된 수십 가지의 추진사항을
진행시켰다.
BARTO는 또 국제신호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국내방송사가 가지고 있지 않거나 부족한
특수장비 9종, 29대를 단기임대방식으로 확보해 제작현장에 투입했다. 이 중 육상에
사용된 Tracking Camera와 Super Fly Camera, 다이빙에 투입된 Dive Camera는 국내에서는 처음 사용된 것이며 수영종목에 투입된 수중카메라도 360。 회전이 가능한
특수카메라였다(<표3> 참조).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radiotv.or.kr%2Fmagdb%2F200211%2F200211-5-0.jpg)
기술분야
BARTO의 기술분야 주업무는 조직위원회 주관하에 진행되는 국제방송센터(IBC), 경기장의 Commentary, 경기장과 IBC간, IBC내 개별방송사간의 회선 등의 시설공사가
방송에 적합하게 능률적으로 행해지는지를 점검하고 대회기간 중 이 시설을 운영하는
것이었다.
또 대회기간 중 개별방송사를 지원하는 것도 주요한 업무였다.
이번 대회의 국제방송센터는 해운대에 위치한 부산 전시컨벤션센터(BEXCO)의 일부를 임차해 설치했으며 전체 면적은 8,748㎡로 이 중 BARTO가 1,114㎡, 개별방송사가
3,651㎡, 기타 시설이 3,908㎡를 차지했다.
BARTO는 MCR(Master Control Room)과 PQC(Program Quality Control Room),
Archives Room을 전면에 배치시키고 투명유리로 칸막이 처리를 하도록 함으로써 방송인들로부터 역대 아시안게임 중 가장 능률적인 IBC라를 평가를 받았으며 일반인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표2> 방송사별 책임제작 종목
KBS |
개·폐회식, 육상, 수영, 마라톤, 축구(구덕,울산)
펜싱, 배드민턴, 야구, 유도, 소프트볼, 세팍타크로, HDTV |
MBC |
체조, 복싱, 볼링, 사격, 태권도, 농구, 탁구, 핸드볼, 축구(마산, 창원), 마라톤 |
SBS |
레슬링, 럭비, 승마, 비치발리볼, 테니스, 배구, 역도, 하키 |
PSB |
축구(양산), Daily Summary |
행정·지원분야
이번 대회에서 국제신호제작에 투입된 인력은 모두 1,330명이다.
인력의 종류도 방송사의 정규사원, 단기고용, 외부용역, 자원봉사 등으로 다양했다.
이들의 불편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지원업무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분야였다.
KBS의 경우 개별팀별로 유니트 매니저(Unit Manager)를 배치함으로써 ID카드 발급,
숙박시설 확보 등의 제반 지원업무가 효율적으로 진행되도록 했다.
<표3> 2002 부산아시아경기대회 방송 특수장비
장비목록 |
수량 |
사용종목 |
Go Camera(Tracking Cam) |
1 |
육상 |
Super Fly Camera |
1 |
개폐회식, 육상 |
Dive Camera |
1 |
다이빙 |
Under Water Camera |
2 |
경영, 싱크로, 다이빙 |
Super Slowmo Camera |
6 |
육상, 야구, 축구, 유도, 펜싱, 다이빙, 경영 |
Wireless Camera |
2 |
개폐회식, 육상 |
Cruise Camera-Rail |
1 |
경영 |
Hot Shot Camera |
2 |
사격, 리듬체조 |
Miniature Camera |
13 |
배드민턴, 세팍타크로, 축구, 야구 |
체조, 농구, 볼링, 핸드볼 |
사이클, 배구, 하키, 역도 |
축구 |
국제신호제작 실시단계
이번 대회는 공식적으로 9월 29일 개회식을 시작으로 10월 14일 폐회식까지 16일 간이었지만, 실제로는 9월 27일 축구예선부터 국제신호가 제작됐다.
국제신호의 품질
BARTO의 1차적 관심은 종목별 또는 종목간의 품질을 균일화하는 것이었다.
이 문제는 방송사간,
PD개인간의 열의나 실력이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었다. 물론 BARTO는 그동안 종목별 OJT를 통해 편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했으나 만족할 만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또 이번 대회에서는 스포츠 제작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슬로모션 연출을 경험이 없는 직원이나 단기고용요원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품질에 대한 우려는 더 커졌다.
이같은 우려는 대회시작 3일째까지 곳곳에서 나타났다. 특히 4개 방송사가 제작한 축구의 경우 품질의 차이가 매우 심했다. 종목의 특성과 제작 매뉴얼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데서 기인한 미숙한 연출, 매끄럽지 못한 슬로모션은 BARTO의 신뢰성을 위협할
정도였다. BARTO는 일일회의와 현장지도를 통해 초기에 이를 바로 잡음으로써 이후
안정적인 국제신호를 제작할 수 있었다. BARTO가 제작한 종목 중 개·폐회식, 육상,
수영, 펜싱 등은 NHK, CCTV 등 아시아 주요 방송사들로부터 세계적 수준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BARTO는 이번 대회에서 모두 1,241시간 30분의 국제신호를 제작해 아시아 각국의
개별방송사들에게 제공했다.
정보전달 시스템과 그래픽
올림픽이나 아시아경기대회와 같은 종합대회나 월드컵축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처럼
단일종목이지만 세계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스포츠이벤트에서 정보전달시스템의 구축은 매우 중요하다.
또 방송의 입장에서도 경기와 관련된 각종 정보를 실시간으로 자막처리하거나 아나운서와 해설자에게 직접 정보를 제공하는 CIS(Commentary Information System) 운영을 위해 빠르고 정확한 자료와 기록을 제공받아야 한다.
이번 대회에서 종합정보처리는 쌍용정보통신이 맡았으며 방송 관련 그래픽은 컴픽스(Compix)라는 전문업체가 담당했다. 또 육상, 수영, 사이클, 체조 등 주요기록경기의
계측은 Swiss Timming이 맡았다.
이 중 쌍용정보통신과 컴픽스는 순수 국내업체로 종합대회 정보 처리업무는 처음이었다. 이 때문에 대회초반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부정확한 정보가 제공되는가 하면 뒤늦게 정보가 입력됨으로써 사용을 하지 못하는 경우, 운영미숙으로 인한
실수 등이 발생했다.
또 조직위원회의 경기정보 수집이나 제공도 부정확하거나 경기에 임박하여 제공됨으로써 정보처리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다.
86 아시아경기대회나 88 올림픽대회에서는 외국 전문업체가 맡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었으나 이번 대회는 순수 국내 IT기술업체가 담당함으로써 기술상, 운영상의 문제들이 발생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계기로 이 분야에도 우리 기술력이 인정받을 수
있게 된 것은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맺는말
이번 부산아시아경기대회는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의 독주
속에 한국은 종합 2위의 목표를 달성했고
방송을 통해 부산을 아시아에 알리는 데도
성공했기 때문이다.
국제신호 제작을 담당했던 BARTO의 입장에서도 초반에 몇 가지 실수가 있었음에도 아시아 각국 방송사들의 찬사와 박수를
받음으로써 제 역할을 다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방송인 이전에 국민의 입장에서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특히 아쉬운 점은 국민적 관심이나 성원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월드컵축구라는 범세계적 스포츠이벤트에 뒤이은 탓으로 돌릴 수도 있겠으나 몇몇 한국경기 이외에는 썰렁하기까지
한 경기장은 민망할 정도였다. 특히 육상, 체조, 사이클 등 기록경기에 대한 무관심은
우리가 왜 이 대회를 유치했는가에 대한 원초적 의문까지 갖게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편에서는 유니버시아드대회를 올림픽이나 되는 것처럼 법석을 떨고
있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부자들의 잔치인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겠다고 기를 쓰는가
하면 부산시는 시민들의 의견도 물어보지 않고 하계올림픽도 개최하겠다고 한다.
스포츠는 스포츠를 즐길 줄 아는 토양에서만 성장이 가능하고 투자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단체장의 과욕이나 경기인들만의 잔치를 위해 돈을 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는 지난 15년 동안 올림픽, 월드컵축구, 두 번의 아시아대회 등을 개최했다. 이제는 국내 스포츠의 내실을 다지는 데 힘을 모으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생각이다. 동계올림픽에 들어갈 돈으로 수해방지시설을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