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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는 우리 농산물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45년 전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치즈 생산에 나선 전북 임실 치즈마을은 현재 연간 총수익이 50여억원에 달한다. 임실 치즈는 값싼 외국산 치즈의 수입 공세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우수 농산물 생산의 모범사례로 꼽히며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임실치즈의 경쟁력을 탐구하기 위해 임실 치즈마을로 향했다.
글 장채윤 사진 이찬원 , 김현동 자료제공 임실 치즈마을
다양한 색과 맛으로 식감을 자극하는 치즈는 이제 우리에게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다. 가까운 마트나 수퍼에만 가더라도 수입 치즈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청정한 공기와 푸른 초원으로 숙성시킨 국산 치즈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전북 임실 치즈마을에서 만드는 ‘임실치즈’는 국가대표 치즈로 꼽힌다.
서울에서 자동차를 타고 경부고속도로와 천안~논산?호남고속도로를 거쳐 전주IC에 도착했다. 꼬박 3시간이 걸렸다. 26번 국도를 이용해 남원 방면으로 30분을 달리자 임실 치즈마을에 닿았다. 마을 입구의 정보센터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정보센터는 방문객들을 맞이하는 창구 역할뿐 아니라 주민들이 한데 모이는 만남의 장소이기도 하다. 마침 정보센터 앞에는 마을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김장을 담그고 있었다. 마을 안쪽에 있는 치즈 생산장과 저장시설, 체험장, 판매장이 없었다면 추수를 끝내고 월동을 준비하는 여느 농촌과 비슷한 평온한 모습이었다.
벨기에에서 건너 온 ‘꿈과 희망’
임실 치즈마을은 전북 임실군 금성리 화성?중금?금당 등 3개 마을 40여 가구가 협력해 운영하고 있다. 이 마을이 연간 3만여 명 이상의 방문객을 자랑할 정도로 유명세를 탄 것은 2003년께부터다. 이 마을의 역사는 196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벨기에 태생의 디디에 세스테벤스(한국 이름: 지정환) 신부가 임실성당에 부임해 마을 사람들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당시 소작농으로 가난의 고통에 시달리던 임실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이란 요원한 것이었다. 지정환 신부는 그런 마을 사람들이 경제적?정신적 어려움에서 자유로워지길 바랐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치즈였다. 그는 척박한 벨기에 땅에서 산양을 키워 부를 축적한 자신의 조상들처럼 임실 사람들도 치즈를 생산해 가난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이란 굳은 믿음을 갖고 있었다.
지 신부는 처음 치즈를 접한 마을 주민들에게 “한국에 콩으로 만든 두부가 있다면, 서양에는 산양 젖으로 만든 치즈가 있다”고 소개했다. 치즈를 모르는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여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결국 지 신부와 마을 사람들은 한데 뜻을 모아 1966년 산양 두 마리를 구입해 치즈를 만들기 시작했다.
신학공부만 해왔던 지 신부와 치즈에 문외한이었던 마을 사람들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마땅한 그릇이 없어 약탕기로 대신해야 했고, 발효 실험을 위해 땅굴을 파기도 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한 끝에 한국 최초로 자연숙성 치즈인 카망베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전통생산방식 고수 인기
현재 카망베르를 비롯해 모차렐라, 퀘소블랑코, 고다, 스트링 등 다양한 종류의 자연숙성 치즈가 임실 치즈마을에서 생산?판매되고 있다. 또한 우유 분말을 재료로 사용하는 시중 요구르트와 달리 원유를 그대로 발효시켜 만든 플레인 요구르트도 이곳의 자랑이다.
송기봉 치즈마을 운영위원장은 “우리 마을은 지정환 신부의 뜻을 이어 더불어 사는 사회를 꿈꾸고, 바른 먹을거리와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여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며 “우리 마을 치즈는 유화제, 색소, 보존제를 넣지 않고 전통 제조방식을 그대로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실 치즈마을은 생산성 문제 때문에 산양유에서 젖소유로 대체한 것을 제외하고는 기존 생산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동물이 먹는 사료나 목초가 자라는 토양도 원유의 맛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물 맑고 공기 좋은 임실에서 낳고 자란 젖소의 우유를 고집한다. 섭씨 63도로 30분간 저온 살균하는 원유를 더욱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관리하기 위한 연구와 실험도 계속하고 있다.
웰빙 트렌드 타고 자연치즈 소비 늘어
웰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와인 대중화가 이뤄지면서 자연숙성 치즈가 더욱 각광받게 된 것은 치즈마을에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농업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치즈 소비량은 해마다 꾸준히 늘어 1998년 290g, 2002년 890g, 2006년에는 1340g으로 집계됐다. 이 중 자연숙성 치즈의 국민 1인당 소비량은 1998년 110g, 2002년 420g, 2006년 760g 등으로 10여 년 동안 7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런 웰빙 바람을 타고 철저한 원유 관리 시스템과 전통 생산 방식으로 만들어진 임실 자연숙성 치즈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마을에 위치한 ‘숲골 유가공’과 ‘이플목장’ 두 곳의 생산장 중 지난해 숲골 유가공에서만 올린 수익이 43억원에 달한다.
일반 소비자들이 주로 접하는 ‘임실치즈피자’는 임실치즈농협이 운영하는 곳이다. 이곳에 납품되는 피자용 모차렐라 치즈 또한 갈마리에 위치한 임실치즈농협 공장에서 생산된다. 치즈공장 1호인 임실치즈농협 공장은 하루 50t의 치즈를 생산하고 있다. 주력 제품은 모차렐라 치즈며, 치즈마을에서 생산하지 않는 가공 치즈도 함께 만든다.
방문객이 즐길 프로그램 풍성
임실 치즈마을은 치즈, 요구르트 판매 외에 일반 방문객을 위한 낙농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1987년 임실의 무농약 콩나물과 쌀을 알리기 위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시작해 2003년부터 치즈 만들기 체험을 포함시켰다. 방문객 수는 매년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올해 체험 프로그램으로 얻을 예상 수익만 8억원 이상이다.
임실 치즈사업은 2005년 정부의 신활력사업으로 선정돼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2010년까지 총 688억원이 투자되는 임실치즈밸리 조성사업은 현재 막바지 단계에 있다. 임실치즈밸리는 치즈 관련 산업을 체험형 테마관광 형태로 묶어 한국의 아펜젤(스위스 치즈마을)로 조성하기 위해 기획됐다.
치즈밸리 조성 땀방울 한창
현재 성수면 도인리와 임실읍 금성리 부근의 13만566㎡ 부지에 치즈과학연구소, 낙농클러스터, 유가공기지, 치즈 체험 테마파크 등이 들어서는 치즈밸리 조성공사가 내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한창 진행이다.
임실군 기획감사실 이재섭 공보담당은 “내년 치즈밸리가 완공되면 임실 치즈의 브랜드 가치 상승과 더불어 높은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로 인해 농업 구조조정과 낙농가 소득이 큰 폭으로 증대할 뿐만 아니라 관광산업 활성화로 신규 일자리 창출, 지역 농산물 판매 급증 등이 이뤄질 것”이라며 치즈밸리 조성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임실 치즈는 이제 지역과 브랜드 홍보를 넘어 생산의 고급화와 유통 문제까지 신경 써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더욱 우수한 제품을 개발?생산해 효율적으로 유통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 수입 치즈들과 가격?품질?유통망 부문 경쟁에서 밀리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경쟁력 확보로 수입 치즈와 어깨 나란히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한-미, 한-EU FTA가 체결되면 치즈 관세는 기존보다 36% 줄어들 전망이다. 그중 체더치즈는 향후 10년간 관세가 철폐된다. 자연숙성 치즈의 소비량이 꾸준히 늘고 있고, 수입산보다 국내산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해도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내 낙농가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자연숙성 치즈’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고, 정부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임실 치즈를 비롯한 국내 목장형 유가공 치즈 산업의 발전이 기대된다.
Interview
송기봉 운영위원장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치즈마을
“사람만이 마을의 유일한 희망임을 믿고 우직하게 한 길을 걸어왔습니다. 임실 치즈마을 사람들과 우리 농업?농촌에 희망의 씨앗을 심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도시와 농촌 모두가 더불어 행복해지는 그 길을 저희가 함께 걷겠습니다.”
치즈마을에 대한 자부심과 의지가 묻어나는 송기봉 운영위원장의 말이다. 지정환 신부와 직전 위원장의 뜻을 그대로 이어받은 송 위원장은 치즈산업의 발전과 더불어 농촌 사람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운영위원회를 이끌어가고 있다.
마을운영위원회는 감사를 포함해 마을 주민 15명이 모여 조성됐다. 위원회는 소비자와 방문객들의 호응에 자만하지 않기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회의를 열어 마을 발전방향에 대해 논의한다. 또한 노인과 젊은이들의 일자리 창출과 기금 조성으로 마을 주민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데 힘쓰고 있다. 요즘은 마을 옆에 조성될 치즈밸리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치즈밸리의 규모와 특성상 우리 마을에 많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품 판매와 홍보, 방문객 유치를 함께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을 고유의 인력과 자본 등 인프라를 더욱 충실히 갖춰야 한다고 봅니다.
” 뚜렷한 소신으로 마을을 이끌어 나가는 송 위원장은 치즈 외에 친환경 쌀과 무농약 콩나물에도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취임 초기 추진했다가 실패로 끝날 뻔했던 친환경 쌀 사업은 마을 사람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비로소 값진 열매를 맺었다. 마을에서 생산한 친환경 쌀은 현재 임실의 각 학교 급식에 공급되고 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치즈마을’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항상 바른 먹을거리를 지향하는 송 위원장. 항상 사람을 중심에 두고 마을 운영을 해나가고 싶다는 그에게는 소박한 꿈이 하나 있다.
“교육은 우리 마을의 가장 큰 희망입니다. 앞으로 치즈마을을 이끌어 나갈 꿈나무들이 자부심을 갖고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기금을 조성해 학자금을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제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