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땅을 빌려 경작하던 포도밭이 도로로 편입되는데도 토지주와의 임대료 분쟁 때문에 토지주로부터 경작사실확인서를 발급받지 못하던 임차인이 토지주와의 분쟁중에 주고받은 소장(토지인도 소장)을 근거로 경작사실을 인정받고 보상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경기도 부천에서 임대차 계약서도 없이 남의 땅에 수십년간 포도를 경작해오던 서모씨는 포도밭이 부천시의 도로공사에 들어갔는데도 토지소유주와의 임대료 분쟁 때문에 경작사실확인서를 받아내지 못하자 부천시는 경작사실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서씨에게 보상을 거부했다.
하지만, 고충민원 처리를 총괄하는 국민권익위원회(ACRC·위원장 양건)는 임대차계약서나 경작사실 확인서가 없긴 하지만, 토지주와의 분쟁중에 주고받은 토지인도 소장을 근거로 부천시는 서모씨의 경작사실을 확인하고 보상을 해줘야한다며 서씨편을 들어줬다.
당초 부천시는 서씨에게 영농손실 보상을 받으려면 토지보상법 규정에 따라 실제 경작자임을 입증할 수 있는 임대차 계약서나 경작사실 확인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지만, 서씨는 토지주와 정식으로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한 적도 없었고, 특히 최근에는 임대료 문제로 토지주와 분쟁이 생기면서 토지주가 경작사실확인서를 발급해주지 않아 영농손실 보상도 못받게 되자 권익위에 고충민원을 제기한 바 있다.
민원을 조사한 권익위는 임대차계약서나 경작사실 확인서는 없지만, 토지주가 서씨를 상대로 토지인도 청구소송을 제기한 소장에 ▲ 토지주가 1998년경부터 서씨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했고, ▲ 2007년 5월 임대차계약 해지통고를 했다고 스스로 밝혀놓았으므로 이번 도로 공사사업의 인정고시일인 2007년 4월 2일까지는 서씨가 합법적으로 포도밭을 경작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권익위는 부천시장에게 이 소장을 경작사실 확인서로 갈음해 민원인 서씨에게 영농손실을 보상해주도록 시정권고를 하게 된 것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토지주가 임차인인 서씨와의 분쟁중에 경작사실과 임대차 계약사실을 직접 명시한 소장이야말로 경작사실 확인서나 임대차 계약서 이상으로 경작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라고 판단했다. 형식적인 규정에 엄격하게 얽매이기 보다는 선량한 국민이 불편과 피해를 겪지 않도록 하는 융통성있는 행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민원인의 손을 들게 주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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