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
<생강나무>
아직은 차가운 바람이지만 햇살은 온기를 머금고
아침 출근길에 지나는 숲에는 생강나무꽃이 피어난다.
개울가나 촌락을 이루는 들에는 산수유 꽃이 피고 숲에는 생강나무 꽃이 피면서 봄의 시작을 알린다.
산수유 꽃이나 생강나무 꽃은 목련이나 벚꽃처럼 현란하게 피는 꽃이 아니다.
봄을 밝히듯 환한 빛처럼 피어난다.
밤과 이른 아침으로 찬 기운이 남아 있었지만 환한 빛으로 봄을 퍼트렸다.
생강나무 꽃 피는 이른 아침의 숲은 오랜만에 연인을 만난 희열이 묻어나듯 관능적이다.
뭣에 떠다 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푹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김유정, '동백꽃' 중에서)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내가'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던 것은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는 흐드러진
동백꽃향기보다는 아마도 처녀티가 날 나이인 점순이때문이었을 것이다.
서럽도록 붉디붉어서 어느 한 순간 별리처럼 떨어져 남도의 땅을 수 놓는 꽃, 동백
그러나 위의 소설에서 동백꽃은 남녘에서 겨울을 지나 봄까지 피어나는
동백이 아닌 노란 동백꽃, 바로 생강나무 꽃이다.
강원도에서나 경상도 일부지방에서는 그 생강나무꽃을 동백꽃이라고도 한다는데,
나는 언제부턴가 생강나무 꽃을 좋아한다.
이른 아침 어둠이 깃든 겨울 숲길을 지나다가 점점 아침이 일찍 찾아드는,
동쪽하늘에 샛별(금성)을 볼 수 없는 아쉬움이 있지만
가만가만 환해져오는 숲길에서 생강나무꽃피는 봄 날을 기다렸다.
산수유와 함께 제일 먼저 봄다운 봄소식을 알려주는 꽃나무이기도 하고.
잎을 문지르면 생강냄새가 난다고 그 이름이 지어졌다는데.
마치 밤 꿀 향처럼 향기가 짙고 꽃과 잎은 차로도 음용할 수 있다.
가을의 검은 열매는 머릿기름으로도 멋을 냈던 그래서 궁핍했던 시절 '동백기름'이다.
정선 아리랑'의 한 구절을 옮겨본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네주게/싸리골 올동백이 다 떨어진다.
떨어진 동백은 낙엽에나 쌓이지/사시상철 임 그리워 나는 못 살겠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