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의 사진관----
민정이는 네 돌이 되기 전
하늘나라로 가신 엄마가 보고 싶을 때면
하늘나라에 있는 엄마에게 데려다 달라고 떼를 씁니다.
그럴 때마다 아빠는 두 팔로 민정이를 꼭 안아주시며
"민정아, 지금 아빠하고 민정이는
하늘나라에 있는 엄마를 볼 수 없지만,
엄마는 늘 민정이를 보고 있는데 이렇게 떼쓰는 모습을 보면
엄마가 슬퍼할 거야.
그러니 이제부터 엄마가 보고 싶으면 하늘을 보렴.
그 대신 울면 안돼!"
하며 민정이를 달랬습니다.
그렇지만, 민정이는 옆집 송희 엄마가 학교에 오셔서
선생님들과 이야기도 하고 함께 소풍 가는 것이 부러웠습니다.
특히 미술 시간에 가족 그리기를 할 때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엄마 얼굴을 그릴 수 없어 옆 친구가 그리는 엄마 얼굴을
조금 훔쳐보고 비슷하게 그리기도 하였지만 교실 뒤편
게시판에 붙은 가족사진에 엄마의 모습이 없어 더 속상했습니다.
"아빠, 엄마 사진이 왜 하나도 없어?
엄마 얼굴을 모르는데 하늘에서 어떻게 엄마를 찾아?"
"응, 엄마 사진은 할머니가 다 태웠어."
"왜?"
"응, 민정이가 엄마보고 싶다고 맨날 울까 봐 그러셨대."
같은 질문을 몇 번 했지만 그때마다 아빠의 대답도 똑같습니다.
그래서 할머니께 여쭈어본 적이 있습니다.
"할머니는 왜 엄마 사진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태웠어요?"
"응, 그건 민정이에게 새엄마가 빨리 왔으면 해서 그랬지."
민정이는 할머니 말씀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아빠 말씀과 할머니 말씀이 다른 것은 두 분 모두
민정이에게 거짓말을 하고 계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요일 오후, 아빠는 외출하셨고 할머니가 주무시는 것을
확인한 민정이는 살금살금 아빠 사진기를 들고 밖으로 나가
하늘을 향해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습니다.
푸른 하늘엔 하얀 뭉게구름이 피어 있고
나뭇가지 사이 햇살이 눈 부십니다.
그렇게 한참 셔터를 누르던 민정이는 아파트 입구에
있는 사진관으로 갔습니다.
"아저씨, 이 사진기에 있는 엄마 사진 좀 빼주세요!"
"민정이 왔구나. 사진기에 있는 엄마 사진을? 누가 찍었는데?"
"네, 제가 찍었어요."
"네가 엄마 사진을 찍었다고? 어떻게 찍었는데?"
"아빠가요 하늘에서 엄마가 저를 보고 계시다고 하셨거든요.
그래서 하늘을 찍으면 엄마를 찍을 수 있을 것 같아
하늘을 찍었어요. 그러니 엄마도 찍혔을 거예요."
엄마가 하늘나라에서 민정이를 보고 있다는 아빠 말씀에
하늘을 향해 사진을 찍으면 엄마 모습을 찍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날 저녁 사진관 아저씨는 아빠를 만나 낮에 있었던
민정이의 이야기를 하셨고 사진관 아저씨 말씀을
다 들으신 아빠는 오랫동안 밤하늘을 바라보셨습니다.
며칠 후 학교에 다녀오던 민정이는 우체통에
`민정이에게` 라고 적혀 있는 노란 봉투를 보고 고개를
갸웃하며 방으로 가지고 들어와 조심스레 열어본
봉투 안에는 사진 한 장과 편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민정이가 보고 싶어 하는 엄마 모습입니다.`
- 하늘나라 사진관 -
민정이는 깜짝 놀라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 보았습니다.
분홍색 원피스에 파마머리를 하고 활짝 웃고 계신 모습은
아빠에게 들었던 엄마모습 그대로였고 그 동안 부러워했던
송희 엄마보다 열배 백배 예쁜 엄마 모습이었습니다.
그토록 보고 싶어하던 엄마가 민정이를 보며 활짝 웃고
계신 것입니다.
"아빠, 할머니, 하늘나라에서 엄마 사진이 왔어요.
하늘나라 사진관 아저씨 고맙습니다!"
거실로 뛰어나온 민정이는 아빠와 할머니에게
엄마 사진을 보여 드리며 엄마 모습을 알게 된 것이
너무 기뻐 어찌할 줄 모릅니다.
하지만, 민정이는 아빠와 사진관 아저씨가 만난 것과
아빠 지갑속에 엄마 사진이 있었다는 것은 알지 못했습니다.
이제 민정이는 엄마를 보고 싶을 때
하늘을 보지 않아도 됩니다.
민정이 책상 위에서, 학교 게시판에서
활짝 웃고 계시니까요.
어서 미술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얀 도화지 가득 크레파스로 엄마 모습을
예쁘게 그리고 싶으니까요.
그날 밤, 하늘을 향해 손을 흔들며 엄마에게
인사를 하고 엄마 사진을 품에 안고 잠든 딸을
지켜보던 아빠 뒤로 빙그레 웃는 엄마의 모습을 한
환한 보름달이 둥실 떠 올랐습니다.
첫댓글 감동스러운 이야기네요..
엄마가 많이 그리웠을 민정이가.. 안쓰럽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합니다~
감동스러운 이야기 잘 보았습니다
어린마음에얼마나 엄마가보고파으면 ㅉㅉㅉ가슴이메이네요 훌~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