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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춘문예 응모자의 기본상식-‘이런 詩는 낙선한다.’ -안도현(시인, 우석대 교수) 시가 사적인 감정을 쏟아내는 그릇인 줄로 착각하고 있는 시 / 산문과 다름없는 글을 행만 나눈 시 / 행을 나누어도 될 것을 자신의 약점을 가리기 위해 산문시 형식을 부득부득 고집한 시 / 굳이 시라는 형식을 통해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인데 엉성하게 시의 외피를 입혀 놓은 시 / 상투적인 관념어와 생경한 외래어를 남발하고 있는 시 / 낯선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쓸데없이 멋을 부린 시 / 신춘문예의 이러저러한 유형을 흉내 내는 데 골몰하느라 자신만의 목소리가 없는 시. |
★ 신춘문예 당선詩 산책/ 지방신문 1-[2008 전남일보 신춘문예]
대동여지도/ 조다윗
1.
내 영혼이 어느 산천 물줄기의 방점이라면 그 더딘 물소리가 끝없는 방물장수의 노래여도 좋겠다. 까마득한 옛 생각, 지도 하나를 그리는 밤, 고요의 헤진 발자국을 따라 걷다보면 어찌, 들이고 산이고 섬인지 헤아릴 수 있을 까마는 능선과 능선이 만나는 무등산엔 소리그림자 짙다. 평야와 평야가 나란히 도사리는 푸른 꿈도 젖는다. 지칠 줄 모르고 다가갈 것만 같은 어지간히 어지러운 삶 예견이라도 하는 듯이, 휘감고 되돌아가야 할 그 길 꼭 잊지 말란 듯이 그래도 살별처럼 떨고 있는 간이역을 처연(凄然)의 뒤안길에서 기다리고 있다.
2.
'그 끝이 어느 경계 하나 끊고 살았으면 참 좋겠다.'라고, 생각하던 밤은 이토록 깊은 적막이다. 마치, 어머니의 가랑이처럼 길고 긴 포옹이다. 내 시의 근원지를 아직 잘 알지 못하겠으나, 늘 부려먹고 싶었던 어머니의 이름 대신 할미 가슴에 텃밭 한 평 가꾸던 이유가 옛 지도의 성지처럼 신성함을 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주 잠시 내 마음 속에도 초록의 활기가 꽃을 피우던 날, '모든 길은 다시 하나의 길로 마주본다.'고 여우비가 산자와 죽은 자와 떠나간 자의 갈림길에서 등고선을 깊게 새겨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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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핵심 파고드는 패기있는 도전의식
예심을 거친 작품들을 읽어가는 동안 선자의 눈길을 끈 작품들은 아래 다섯 분의 시편들이었다.
'월세 방 있습니다'(김기훈) 외 6편의 작품들은 시상의 전개가 자연스러웠고 한 장 한 장 찍어 올린 언어의 정교함이 미려해 보였다. 반면 삶을 바라보는 치열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한 신인의 탄생이란 안정과 조화보다는 세계에 대한 신선한 꿈과 패기에 찬 도전의식 쪽에 보다 강한 의미 부여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모란꽃 마차' (박성진) 외 2편의 작품들은 전통적인 한국 서정시의 계보를 생각게 하는 작품이었다. 서정이 사라진 시대에 감정의 선율을 자연 속의 풍경들과 견주어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은 미덕이지만 이 작품 역시 신인이 지녀야 할 꿈과 패기의 차원에는 아쉬움이 있었다.
무늬들 (박시원)외 2편의 작품들은 꼼꼼하게 교직된 언어의 조각보를 바라보는 느낌이 있었다. 전통적인 여성 수공업의 세계에 현실의 삶을 투영하려는 노력은 소중하지만 보다 현대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선자의 최종적인 관심을 끈 작품은 '선운사 해우소 옆 홍매화' (정도전)외 3편과 '대동여지도' (조다윗) 외 5편이었다. 두 분의 작품들은 각각의 개성들이 차분하게 살아 숨쉬는 장점들을 지니고 있었다.
정도전의 '선운사 해우소 옆 홍매화'는 갓 핀 홍매화의 선선한 모습을 붙박이장의 문틈을 비집고 나오는 외투 깃과 자연스런 연결로 표현하고 있다. 꽃의 개화 속에서 낡은 외투. 삶의 개화를 꿈꾸는 시인의 눈길이 비범하지 않은 것이다.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든 것들을 꽃으로 바라보고 싶은 시인의 마음은 긍정적인 힘으로 세계의 진보에 기여를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다윗의 '대동여지도'는 언어를 다루는 시인의 힘이 우직하게 느껴졌다. 세계의 핵심에 정공법으로 접근하려는 이러한 정직한 힘은 언어의 충돌이나 지적인 교란에 전념하는 요즘의 신인들의 작품들에 비해서 상대적인 신뢰감을 주는 것이었다. 향후 그가 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삶을 응시하고 세계의 순정한 꿈을 위한 서정성의 확보에 노력한다면 그가 한 신예작가로서 충분한 자기 목소리를 지닐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응모한 시편들이 일정한 수준을 균등하게 유지하고 있는 점을 상대적 우위로 여겨 최종 당선작을 '대동여지도'로 결정하였다. 한국 현대시를 위한 웅장하고 섬세한 소리결을 지닌 귀한 범종으로 거듭 태어나길 바란다.
-곽재구 <시인ㆍ순천대학 문예창작과 교수>
<약력> 조다윗
- 1983년 여수 출생/ 안양예술고등학교 졸업/ 현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휴학 중
★ 산문시(prose poem)란?
서정시의 특징(요소: 은유, 상징, 이미지, 역설 등)을 갖고 있는 산문 형태의 시로서, 외형률이 아닌 내재율을 가진 비분행(非分行)자유시- 분행(分行)자유시와 구별.
* ‘시적 산문’(시적 특징을 부분적으로 갖고 있지만 시의 본질적 요소가 갖추어지지 않음)과 구별되며, 또한 ‘장행시(長行詩)’와도 구별, 한용운의 장행시는 산문시가 아니고 분행자유시
* 산문시의 선구자들: 장 드 라퐁텐(Jean de La Fontaine), 장 드 라브뤼예르(Jean de La Bruyre), 장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 등
* 산문시의 형식은 근대 산문시의 창시자 프랑스 ‘루이 베르트랑(Louis Bertrand)’ 이《밤의 가스파르》(1842)를 소개하면서
* 시 장르로 인식된 시기 : 프랑스 상징주의 시대(1850년대)
* 프랑스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Charles-Pierre Baudelaire)가 《파리의 우울》 (1869)을 발표, 처음 ‘산문시’란 명칭 사용한 이래 중요한 시의 한 부문이 됨.
* 러시아 이반 투르게네프(Ivan Turgenev)와 미국 월트 휘트먼(Walt Whitman) 의 산문시가 유명함.
* 우리나라 산문시
서민들이 조선의 대표적인 정형시인 평시조의 형식을 깨트리면서 사설시조를 쓰기 시작, 본격적인 시도는 20세기 초에 신채호 등이 동국시계혁명(東國詩界革命)에서 자유시를 실험, 그 후 서양의 영향을 받아 자유시, 산문시를 쓰기 시작.
주요한의 “불노리“(1919)이후 이상화, 한용운, 정지용, 이 상, 백 석, 오장환, 윤동주, 서정주, 박두진 등의 시인이 산문시를 많이 발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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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감상-산문시 3편]
1. 보들레르 산문시집 <파리의 우울> 이방인 중
-그렇군! 그렇다면, 너는 도대체 무엇을 사랑하느냐, 불가사의의 이방인이여?
-나는 구름을 사랑하오 ... 흘러가는 구름을 ... 저기... 저기... 저 찬란한 구름을!
이제 무한한 하늘이 나를 아연실색게 하고, 그 청명함이 나를 성나게 한다. 냉담한 바다, 이 요지부동의 풍경에 나는 분노한다. 아! 영원히 이처럼 괴로워해야 하나, 아니면 차라리 영원히 아름다움을 외면해야 하나? 무자비한 마술사, 늘 이기는 자신만만한 라이벌, 자연이여, 나를 놓아주오! 나의 갈망과 나의 자부심을 시험하는 일을 그쳐주오! 아름다움의 탐구는 일종의 결투, 예술가는 두려움으로 비명을 지르며 패하고 마는.
2. 주요한 <불노리> 제2연
아아, 춤을 춘다. 춤을 춘다, 시뻘건 불덩이가 춤을 춘다. 잠잠한 성문 위에서 내려다보니, 물 냄새, 모래 냄새, 밤을 깨물고, 하늘을 깨무는 횃불이 그래도 무엇이 부족하여 제몸까지 물고 뜯을 때, 혼자서 어두운 가슴 품은 젊은 사람은, 과거의 퍼런 꿈을 강물 위에 ... 지나, 무정한 물결이 그 그림자를 멈출 리가 있으랴? ― 아아, 꺾어서 시들지 않는 꽃도 없건마는, 가신 임 생각에 살아도 죽은 이 마음이야. 에라 모르겠다. 저 불길로 이 가슴 태워버릴까, 이 설움 살아 버릴까 어제도 아픈 발 끌면서 무덤에 가 보았더니, 겨울에는 말랐던 꽃이 어느덧 피었더라마는, 사랑의 봄은 또다시 안 돌아오는가? 차라리 속 시원히 오늘밤 이 물속에‥. 그러면 행여나 불쌍히 여겨 줄이나 있을까‥. 할 적에 '퉁,탕' 불티를 날리면서 튀어나는 매화포, 펄떡 정신을 차리니, 우구구 떠드는 구경꾼의 소리가 저를 비웃는 듯, 꾸짖는 듯, 아아, 좀더 강렬한 정열에 살고 싶다. 저기 저 횃불처럼 엉기는 연기, 숨막히는 불꽃의 고통 속에서라도 더욱 뜨거운 삶을 살고 싶다고 뜻밖에 가슴 두르거리는 것은 나의 마음‥
▶ 불놀이의 장관을 점층법 ,반복법 ,의인법으로 표현, 불놀이를 보면서 죽음에 대한 충동과 삶에 대한 의욕이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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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서정주 <신부>
신부는 초록 저고리 다홍치마로 겨우 귀밑머리만 풀리운 채 신랑하고 첫날밤을 아직 앉아 있었는데, 신랑이 그만 오줌이 급해져서 냉큼 일어나 달려가는 바람에 옷자락이 문돌쩌귀에 걸렸습니다. 그것을 신랑은 생각이 또 급해서 제 신부가 음탕해서 그 새를 못 참아서 뒤에서 손으로 잡아당기는 거라고, 그렇게만 알고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 버렸습니다. 문돌쩌귀에 걸린 옷자락이 찢어진 채로 오줌 누곤 못 쓰겠다며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40년인가 50년이 지나간 뒤에 뜻밖에 딴 볼일이 생겨 이 신부네 집 옆을 지나가다가 그래도 잡시 궁금해서 신부방 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신부는 귀밑머리만 풀린 첫날밤 모양 그대로 초록 저고리 다홍치마로 아직도 고스란히 앉아 있었습니다. 안쓰러운 생각이 들어 그 어깨를 가서 어루만지니 그때서야 매운재가 되어 폭삭 내려앉아 버렸습니다. 초록재와 다홍재로 내려앉아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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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창작 실습] 1. 대상인식: -그대로 보기(배경, 인물, 사건 등)
-빗대어 보기(무엇과 같은가?)
-상상하여 보기(어떻게 하고 싶은가? 등)
-박석구의 ‘시창작법’ 적용
2. 시적 표현으로 정리 3. 전체 구성은? (2,3,4단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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