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머루 해변에서
김 영 빈
석모도 민머루 해변에서 본
어린 갈매기 한 마리
뿌리까지 떨어져나간 부리에
낚싯바늘과 무거운 납돌을 대롱대롱 매달고
고개는 절로 앞으로 꺾이는데
잡히지 않는 걸 알면서도
과자 부스러기 하나라도 주워 먹겠다고
모래바닥을 공허하게 쪼아댑니다
새우깡 몇 개로 살살 꾀어 억지로 붙잡아서
삼켜버린 낚싯바늘까지 다 빼내주고 보니
혀도 반은 없는 만신창이인데
그래도 홀가분한 지
잠시동안 주위를 가볍게 날다가
이내 다시 내려와 모래사장을 헤맵니다
하도 보기 딱해서
새우깡을 집기 좋은 크기로 잘라 줬지만
부리 없는 입에 쉬이 물려지지 않는데
포기하지 않고 수십 번을 쪼아대더니
가까스로 하나를 집어서는 꿀꺽 삼킵니다
살아보겠다는 눈물겨운 몸짓으로
한 개 두 개, 새우깡을 계속 집어 삼킵니다
원망할 줄도 모르고
아이처럼 맑은 눈을 해서는
사람들 곁을 떠나지 않는
바보 같은 갈매기 한 마리가
안쓰럽게 지켜보던 나를
오히려
바보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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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 시원
민머루 해변에서
김영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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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95
10.08.01 11:13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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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인간들의 덫에 걸려 희생이 된 갈매기군요. 참 안타깝습니다.
흥부 생각이나네.... 혹시 박씨 가져오면 잘 기르셔.... 박타는날 변립산에 갈께...영빈씨!!!!!!!!!!
보문사 아래 사하촌에서 인삼막걸리로 밤을 새우던 추억이 새롭습니다.
갈매기가 가슴을 쓰리게 합니다.
말을 날카롭게 하지 않아서 눈이 더 맑은 걸까요? 가끔은 말이 낚싯바늘보다 더 날카로울 때 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