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째
아침을 그럭저럭 마치고 다시 버스에 오릅니다.
우리를 태우고 다니는 버스 운전사는 젊습니다. 20대를 갓 넘겼다 할까요 ?
건장하고 튼튼하고 아무튼 이름이 <마르코>라 했습니다.
마르코!
나는 애국가의 -마르고 닳도록-에서 연상기법으로 마르코를 기억합니다.
함께 투어하는 어떤 남자 분은 -말코-로 기억한다고 했습니다.
외국 이름을 외우는 것도 제가끔입니다.
오늘은 이스트리 반도의 <로비니> 관광입니다.
오늘은 비가 내립니다.
이곳은 비가 잦다면서 날씨요정에게 많이 빌어달라고 가이드가 농담처럼 말한 것이 생각납니다.
오늘은 날씨요정이 삐졌는지 알 수 없지만 어쩌겠어요. 우비와 우산을 들고 투어에 나섭니다.
지금까지 다녀 본 유럽의 어느 나라 어떤 도시보다 중세의 특징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곳을 찾아갑니다.
바다는 파도가 없다. 그래서 몇 백년을 지탱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로비니 마을
정말로 특이한, 중세를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곳이더군요.
바다에 바싹 붙어 건물이 세워졌는데 드문드문이란 용어는 낄 수가 없어요. 널찍이란 말도 이곳에선 찾을 수 없어요.
집들은 거의 이어져 있고 가게는 서너 평 정도가 대부분, 우리가 세우 요리와 쌀로 흰죽처럼 만든 요리를 먹었던 식당도 열 평 남짓?
아무튼 고스란히 중세의 도시를 옮겨 놓은 듯 놀라운 곳입니다.
본래 로비니는 아드리해의 12개 섬 중 하나였는데 1763년 해협을 메워 오늘날의 육지가 되었다네요.
이스트라 반도의 가장 가보고 싶은 곳으로 꼽힌다니, 사람들은 모두 옛것에 대한 향수가 있기 때문이라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곳은 반경 1KM의 작은 규모의 마을 인데 말입니다.
우리는 1년이 멀다고 거리를 뒤집고 건물을 부수는데 이곳의 길의 폭은 1~2M , 대리석과 돌들의 귀를 맞춘 골목길은 미로처럼 뻗어 있고 하수구가 없는지, 비는 그대로 골목길 위를 흘러내리지만 수백년 이 지나도록 뒤엎지 않고 버티고 있는 이들의 국민성을 생각하게 됩니다.
작은 겔러리와 아트리에, 그리고 온갖 상점들이 하바리기씨처럼 골목에 박혀 있습니다.
예술가들의 집합장 같기도 한, 이름을 내 건 가게들이 많고 많습니다.
우리 세자매는 발등까지 빠지면서 골목을 오르락내리락
장인인지도 모를 여인 혼자 수공예품을 만들고 있는 곳에서 골동품을 만지작거리며 구경도 하고 빈티지 핸드백도 사면서
선물가게에 들러 앙징맞은 악세사리도 사면서 즐거워합니다.
"납작 복숭아가 마악 출하되었다네."
신기해라,
무화과 말린 것 200그람에 3유로? 이것도 안 먹어봤는데!
내 친구는 절인 올리브도 맛 있다고 사오랬는데!
무슨 맛인지 궁금한 드레싱은 또 얼마나 즐비한지...
시장은 동서고금이 비숫한 풍경인 것 같습니다. 중세도시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로비니 마을의 시장도 우리와 비슷해서 친근감이 갑니다.
신기한 납작 복숭아를 먹어보고 싶었는데 구경할 것이 너무 많아 어영구영 사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지금까지 아쉽네요.
우리의 햇사레 복숭아와 견주어 봤어야 하는데......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언덕 위에 위치한 유페미성당입니다.
실제 있었던 일로 성당에 그림으로 나붙어 있기도 한 유페미성당의 전설 같은 얘기는 유럽의 많은 전설들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스토리텔링일 것이라 집작합니다.
유페미 성당의 이름은 원래 유라이 성당이라던가요?
헌데 성녀 유페미아가 디오클레티아누수 황제에게 박해를 받다가 투기장에서 사자에게 물려 순교한 뒤 유페미아의 관이 이곳 로비니 앞바다에서 떠올랐다던가? 이 관을 언덕 위 유라이 성에 안치하고 성 유페미아 성당이라 부르게 되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