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많았던 우중 시산제, 성공리에 마쳐

[미리내]

시산제(始山祭)란 어학 사전에 ‘해마다 새해가 시작될 무렵에 산악인들이 산을 지키고 보호하는 신에게 지내는 제사’로 나와 있다. 한편으로는 올해의 산행 시작을 알린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시산제는 전국 대부분의 산악회가 매년 설 이후 제수 음식과 술을 준비해 천지신명과 산신령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회원들의 무사고와 안전한 산행, 그리고 산악회의 발전을 기원하는 제례의식이다. (물론 요즘에는 양력으로, 연초에 지내는 곳도 있다.)

여기에 산악인 개개인의 소망과 가족의 안녕, 건강을 비는 뜻도 있으며, 요즘 들어서는 산악회마다 축제의 한마당으로 여겨 하루를 먹고 즐기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9월 CJ수요산악회가 창립한 이후 첫번째 시산제가 2024년 2월 21일(음력 정월 열이튿날) 경북 문경시 문경새재 입구 주차장에서 열렸다.

이날 시산제를 열기까지 우여곡절이 참으로 많았다.

애초 산행지를 결정할 때에는 충북 괴산군 연풍면 연풍레포츠공원에서 시산제를 열기로 해 지난 12일 필자, 이유정 총무님과 박태환 후미대장님 내외가 함께 현지를 답사했다.

하지만 2월 18일부터 비가 시작돼 22일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예보가 나오자 17일 다시 현장을 찾아 긴급히 점검한바, 시산제를 지내기로 한 장소가 너무 질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풍레포츠공원 전경. 화장실 10여m 앞에 정자가 있다. 애초 결정한 시산제 장소는 뒤로 보이는 조령산 줄기 마패봉과 신선봉 쪽으로 40~50m쯤 더 간 운동장(흰 파이프가 박혀 있는 곳)인데 이곳은 보도블럭을 깔아놓지 않은 맨땅으로, 비가 내리면 질어 수렁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부랴부랴 문경새재 입구 주차장 정자로 장소를 옮기고, 문경 모 한우 식당에서 하려던 점심식사도 지난해 총회를 연 옥산 닭볶음탕 집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시산제를 불과 며칠 앞두고 제례 장소와 뒤풀이 식당을 변경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회원들의 편의를 위해서는 욕을 먹더라도 밀고 나갈 수밖에 없었다.

특히 시산제 당일 아침에도 비가 계속되자 박태환 후미대장님과 김경석님이 미리 출발, 정자 주위에 비닐 천막을 치는 등 제례준비를 모두 해놔 무사히 시산제를 봉행할 수 있었다.

시산제는 김경석님이 사회를 맡아서 순국선열과 먼저 가신 산악인을 위한 묵념을 했고, 강태완 산악대장님의 ‘산악인 선서’에 이어 주흘산 산신령의 강신 및 참신, 제주를 맡은 필자가 초혼문을 낭독했다.

계속해서 필자가 초헌관으로 나서 술을 따르고 삼배를 한 뒤 부복하자, 축관을 맡은 조준호님이 축문을 읽었다.

또 산악대장님이 아헌, 후미대장님과 총무님 부부가 종헌으로 나서 각각 잔을 올렸다.

그 뒤 회원들의 헌작이 이어졌고, 산신령을 보내드리는 사신례와 축문을 태워 날려 보내는 소지로 시산제를 모두 마치고 음복하는 시간을 가졌다.

총무님은 집에서 끓인 따끈한 콩나물김치국을 스티로폼 박스에 담아와 추위에 떨던 회원들이 떡과 함께 먹도록 배려했다.

10시 10분쯤 일부 회원은 우산을 펼쳐들거나 비옷을 입은 채 1관문(주흘관)과 2관문(조곡관)을 향해 트레킹을 떠났고, 일부는 춥다며 차에 올랐다.

필자와 운영위원들은 차량 앞에 제물을 차려놓고 무사고 운행을 비는 고사를 지낸 뒤, 시산제를 지내고 음복을 한 후의 현장 정리정돈과 쓰레기까지 깨끗하게 처리했다.

11시 35분쯤 트레킹 팀을 모두 태운 버스는 옥산을 향해 달리기 시작, 오후 1시쯤 식당에 도착했다.

식탁마다 큼지막한 양푼에 담긴 닭볶음탕이 맛있게 끓으면서 회원들의 침샘을 자극한다.

곧이어 빈 잔에 술을 가득가득 따르며 시산제 때 엄숙하고 경건한 분위기 때문에 나누지 못한 진한 대화로 꽃을 피운다.

일부는 시산제에서 기원했듯 “모두 건강하게 100살까지만 산에 다니다가 깨끗하게 가자”라면서 다시금 소망을 외치는 등 잔칫집 분위기가 무르익어간다.

이날 찬조금으로  375만 원이 기탁돼 운영진은 물론 회원들까지 깜짝 놀라게 했다. 십시일반 찬조금을 보태주신 회원께 감사드리며, 운영위원들은 더 잘 하라는 채찍으로 알고 더욱 분발하기로 다짐을 한다.

(사진은 연수목 전우청님과 불당골 강태완 산악대장님이 촬영했습니다.)

[후리지아]

우중에 준비하느라 정말 고생많이하셨고 고생한만큼 우리cj수요산악회가 잘운영되리라 생각합니다 많은협조를해주신 회원님들께도. 깊은 감사를드립니다~

[미리내]

겨울에 웬 비가 그렇게 오는지 야속했지만, 산악회 중 가장 큰 행사를 비교적 성공리에 치르고 나니 개운하군요.
우리 산악회 운영위원님과 모든 회원님들이 합심한 결과였겠죠?
고맙습니다.

[후리지아]

경석씨 넘 고생많았어용~~

[불당골]

지기님 많이 수고했습니다

[미리내]

고맙습니다.
산대장님은 그래도 주흘산 입구까지는 갔다왔군요.
우리는 차량 고사 지내고 정리하느라 몇 걸음 걷지도 못했는데.... ㅠ

[사랑초]

지기님 차근차근 잘정리하셔네요 수고하셨습니다

[미리내]

시산제를 전후해 어느 누구보다 총무님이 마음 고생, 몸 고생 가장 많았습니다.
그리고 떡과 함께 먹은 따끈따끈한 콩나물김치국, 추위에 얼었던 몸이 확 풀렸고 맛있게 먹었습니다.
찬조금도 많이 기탁돼 살림 걱정도 한시름 덜게 됐죠?
다음 주는 저녁을 제공하지만, 3월부터는 하산주 준비로 다시 머리가 아프겠네요.

[김경석]

고맙습니다 모두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총무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지기님 산대장님 후미대장님 그리고 참석해주신 회원님들 고생하셨습니다

[미리내]

경석님도 시산제 준비에 수고를 아끼지 않은 한 사람이었죠.
님의 희생이 있었기에 시산제 행사를 무난하게,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었습니다.
감사했습니다.

[김경석]

지기님 감사합니다 저야 당연히 할일을 했는데요 요번에 답사를 따라가보고 운영진님들 노고가 대단하구나 느꼈습니다 지기님 총무님내외분 님고생하셨습니다 운영진님덕에 무사히 시산제를 마치게되서 감사하고 기쁘게 생각합니다

[미리내]

우리 처럼 신생 산악회는 경석님 같은 분들이 적극 앞장서서 봉사와 희생해 주는 것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빈 말이 아니라 우중에 애 많이 쓰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