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30일>
'창촌마을 → 황둔교 → 1봉 → 2봉 → 감악산 →월출봉 → 제천 감악산 → 백련사 → 계곡 길 → 황둔교 → 창촌마을' 6km, 6시간 코스를 탐방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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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바위 봉우리 좌가 제천 감악산, 우가 원주 감악산>
감악산
높이: 945m
위치: 충북 제천시 봉양읍,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치악산 동쪽에 있는 감악산은 높이 945m의 바위산으로, 정상까지의 산행 거리가 짧고 경사도 가파르지 않아 초보자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산이다. 정상의 남쪽 아래에는 신라 시대 때 창건한 백련사가 있다. 봄에는 야생화, 여름에는 시원한 계곡, 가을의 단풍, 겨울의 눈 덮인 기암과 설화 등 사계절 산행지로 가족 산행에도 적합하다.
산행기점은 백련사이다. 신림면 창골 정류장에서 남쪽으로 난 계곡을 따라 1시간 20분 정도 오르면 백련사에 이른다. 백련사에서 정상까지는 30분쯤 걸린다.
하산은 885봉, 요부골을 거쳐 비끼재로 내려가는 길과 재사동으로 내려가는 방법이 있다. 비끼재 쪽의 하산 코스는 용마 약수, 석수탕 약수, 담수와 폭포 등을 즐길 수 있다. 정상에서 다시 백련사로 내려선 다음 요부골을 따라 명암리 비끼재 마을로 내려선다. 다만 길고 지루한 느낌이 드는 코스이다.
비끼재를 지나 시멘트 포장된 길을 따라 이곳의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서 좀 더 내려가면 가나안 농군학교 앞에 이르고 곧 학산리 국도로 나올 수 있다. 재사동 쪽은 길이 가파르다. 그러나 아기자기한 맛과 교통이 편리하다. - 한국의 산하
3월 마지막 주 산행으로 따뜻한 남쪽 나라의 진달래 산행을 해 볼까 하는 생각에 각 산악회 카페에 들어가 살펴보니 대부분의 산악회가 남쪽 나라 진달래 산행을 홍보하고 있었다. 산악회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갔다간 진달래보다 더 울긋불긋한 상춘객의 화려한 등산복만 구경하다가 올 확률이 높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중에 까만 소 신자가 줄 서서 찍는 인증에 쌓이는 스트레스까지. 그렇다면 남쪽이 아니라 북쪽을 향하면 아주 한적하고 즐거운 산행이 가능하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해서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 당초 4월 초에 예정했었지만, 다른 사정으로 뒤로 미뤄뒀었던 원주 감악산을 가기로 했다. 그리고 이번이 기회인 이유는 원주 감악산이 작년(2018년) 새롭게 까만 소의 성지로 등록되었지만, 아직은 신자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아 다른 성지에 비해 한적한 산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한적함은 조만간 신규 채택의 프리미엄 덕에 다른 성지보다 더 붐비는 곳으로 바뀌겠지만.
미지의 산이라 단독 산행도 생각해봤지만, 산행기나 여러 정보로 봤을 때 그렇게 어렵거나 긴 코스가 아닌 만큼 등산방에 공지해 손을 든 동무가 있으면 같이 가기로 했다. 물론 손드는 동무가 없다면 당일 산행지가 변경될 수도 있었다. 봉 감독과 다른 산행지에 관해 얘기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는 와중에 낙진이 손을 들어 동행 의사를 밝히고 원주행 기차표를 끊은 후 카페 산행 안내에 댓글로 인증을 올렸다. 이제는 선택의 여지 없이 원주 감악산이다.
앞선 등산객의 산행기나 한국의 산하 감악산 소개 글의 코스를 분석해봤을 때 최대 7km의 구간으로 넉넉잡아 3시간이면 주파할 수 있는 산행이지만, 오가는 대중교통 편을 고려했을 때 산행 시작 시각 10시 30분경 산행 마감 시간 4시 10분경으로 대략 5시간 30분의 여유가 있었다. 해서 산에서 충분한 여유를 즐기기로 했다. 당일 일기예보는 영하 2~3도의 기온에 비가 온다고 하니 내가 보기에 정상 부근에서는 눈이 오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지난주 월악산에서 맞은 폭설에 이은 3월 주말 연속 눈 산행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기대도 생겼다. 지난 월악산은 서기의 400주 기념 산행이라 산악회와 같이 움직여야 해 충분한 여유를 즐길 수 없었지만, 이번 산행은 충분한 여유를 즐길 수 있다.
그 여유를 - 어쩔 수 없는 - 어떻게 즐길 수 있을지 고민하다 일단 점심은 오랜만에 라면에 햇반을 먹기로 하고 라면 두 개, 햇반 하나, 그리고 파김치와 무김치를 쌌다. 버너와 코펠은 평소 가지고 다니던 비상용이 아닌 2~3인용으로 준비했다. 술은 사러 가기 귀찮아 터미널에서 차를 기다리는 동안 사기로 했다. 교통편이 청량리발 원주행 7시 48분 무궁화 열차라 7시 30분에 청량리역 대기실에서 만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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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당일 5시에 일어나 밖에 나가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새벽에 꽤 내린 거 같았다. 요즘 일기예보가 생각보다 잘 맞는다는 생각을 하며 배낭 옆 주머니에 우산과 의자를 꼽았다. 둘 다 비나 눈이 올 경우 비를 피하고 앉기 위한 수단이다. 유감이라면 지난 월악산에 들고 갔던 미니 테이블이 없어져 음식은 비 또는 눈에 젖은 바닥에 놓고 먹어야 한다는 거다. 테이블이 없어진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조처를 했을 텐데 산행 하루 전날 배낭을 싸면서 알게 되어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아무래도 월악산 폭설에 수없이 미끄러져 넘어지는 동안 배낭 옆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테이블이 빠져나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사실상 내가 후미라 알지 못하는 사이에 물건이 빠져도 챙겨줄 일행이 없었다. 그렇게 해서 해마다 물병이니 모자니 하는 거 서너 개씩 산신령에게 바치는 중이다.
늘 그렇듯이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서 청량리역에 7시 30분이 조금 지나 도착했다. 주위를 둘러봐도 술을 팔만한 곳이 보이지 않아 일단 먼저 기차에 탄다는 문자를 남기고 기차에 올랐다. 기차에 탄 후 선반에 배낭을 올리며 뒤를 돌아보니 낙진도 열차에 타 짐을 올리고 있었다. 짐을 올리고 난 후 둘이 몇 마디 얘기를 나누고 열차 출발에 맞춰 각자의 자리에 가 앉았다. 원주까지는 시간상 1시간 10분이 걸리는 거리로 과거보다 50분가량 짧아져 서울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산행하기에는 이상적이다. 7시 48분 출발한 기차는 8시 50분경 원주에 도착했다. 감악산 산행의 들머리인 창촌마을을 가는 버스가 하루에 3번 있고 그 첫차가 원주역에서 9시 45분에 있다. 45분 동안 버스를 기다리기 지겨워 기차가 연착하기를 바랐지만, 예정된 시각에 정확히 도착해 약간은 아쉬웠다.
원주역이라는 이름을 가진 버스 정류장이 두 개가 있었는데 그중에 가까운 곳(1)으로 가니 우리가 타야 할 24번 버스에 대한 안내가 없었다. 해서 버스를 기다리는 주민에게 물어보니 다른 정류장(2)으로 가 보라고 해 길을 돌아 다른 원주역 버스 정류장(2)으로 가니 24번 버스 노선도가 있었다. - 참고로 창촌마을에서 오는 경우에는 먼저 갔던 버스 정류장(1)에서 정차한다. - 40분이 넘게 버스를 기다리는 것도 고역이었지만, 그동안 화장실을 다녀오고 마트에 들려 빨갱이 한 병과 안주로 비엔나소시지를 샀다. 기다림에 지칠 즈음에 예정된 시각인 9시 45분에 도착한 24번 버스를 타고 창촌으로 출발했다. 혹시 우리와 같은 교통편을 이용해 산행할 생각이라면 기다리는 시간 동안 아침을 먹는 것도 괜찮은 해결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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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역 버스 정류장을 떠난 버스는 10시 40분경 이번 산행의 들머리이자 날머리인 창촌마을에 도착했다. 버스가 정류장에 대한 안내 방송을 하지 않는 대신 버스 앞 LED 게시판에 하차하는 정류장 명이 나타남으로 정류장을 지나치지 않으려면 예정된 도착 시각 10분 전부터 게시판을 주시해야 한다. 대략 5분간 창촌마을 주변을 살펴보니 우리가 있는 길 건너 치악산 정상에는 간밤에 내린 것으로 보이는 눈이 하얗게 쌓여 있었다. 그 눈을 보니 기상청이 예보한 15시 이후의 비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졌다.
"까만 소(블랙 야크)가 지정한 100대 명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는 가게를 지나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창우나 흥수가 있었으면 막걸리 한잔하고 올라갔을 텐데, 낙진이나 나나 술 생각이 별로 없어 보여 그냥 지나쳐 올라갔다. 사실 나는 막걸리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닌데 밖에서 보기에 가게 문이 잠겨 있는 거 같아 한잔하자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 나중에 낙진이 하는 말이 본인도 한잔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닌데 한잔하고 올라가면 힘이 들어 한잔하자는 얘기를 안 했다고. 둘 다 꼭 마시고자 하는 의욕이 없었다고 봐야.
이번 산행은 능선으로 올라 계곡으로 내려오는 환종주인데 능선을 오르는 길은 가게를 지나자마자 바로 오르막으로 시작해 1.02km, 25분을 치고 올라가서야 한숨 돌릴 만한 능선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 능선을 따라 1봉을 향해 가는 중에 1봉 쪽에서 내려오는 부부로 보이는 등산객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지나쳐 갔다. 이번 선행에서 처음 만나는 등산객이다. 그때 든 생각이 몇시에 출발했기에 벌써 하산하는 가였다. 물론 환종주가 훌륭한 코스라 서울에서 자가용을 이용한다면 이른 새벽 산행도 가능한 산이기는 하다.
능선에 올라 20분가량 더 가자 1봉 바로 아래에 도착했고 그 오르는 길은 왜 이 산의 이름에 "岳"이 들어갔는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코스다. 1봉에서 3봉 제천 감악산 정상에 이르는 길은 같은 감악이라는 이름을 가진 파주 감악과 비교한다면 나는 원주 쪽에 손을 들어주겠다. 암봉의 형태는 괴산의 희양산과 비슷했다. 밧줄이 없으면 초보 등산객은 오르기 힘들고 그렇다고 꼭 밧줄이 있어야만 올라갈 수 있는 코스는 아닌. 이날은 간밤에 내린 눈이 녹아 진흙탕이었고 바위도 많이 미끄러웠다.
그리고 1봉 정상 바로 아래에 도착하자 간밤에 내린 눈이 나뭇가지에 하얗게 쌓여 있어 3월에 보는 진정한 의미의 눈꽃이었다. 작년 3월 두위봉에서는 허리까지 올라오는 눈에 정상을 코앞에 두고 돌아서야 했었는데, 진정한 눈 산행은 작년이나 올해나 한겨울이 아닌 3월에 했다. 앞으로 산행 계획을 세울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정상에 이르는 길은 "岳"이 붙은 이유처럼 암릉으로 이루어져 등산객이 쉽게 다닐 수 있도록 우회로가 있었지만, 낙진과 나는 암릉으로만 정상을 향해 갔다. 그런데 이미 12시가 지난 점심시간이었고 배도 아주 고팠다. 해서 점심을 먹을 만한 적당한 장소를 찾아보았는데, 2봉을 지나니 제천 쪽으로 조금 널찍한 곳이 상 차리기에 적당해 보였다. 그 시각이 12시 9분이다.
젖은 땅에 바로 앉을 수 없어 가져온 의자를 꺼내 상이 될 바위 둘레에 펼쳐 자리를 잡은 후 버너와 코펠을 조립했다. 그리고 안주용 비엔나소시지를 먼저 구운 다음 라면 끓일 물을 부었다. 물을 끓이는 동안 마트에서 산 빨갱이를 구운 소시지와 파김치, 무김치 안주로 나눠 마셨다. 한 병이면 충분하리라 생각했는데, 너무 아쉬웠다. 다음 잘 끓인 라면의 면을 먼저 건져 먹고 마지막으로 늘 그랬듯이 남은 국물에 햇반을 넣고 다시 끓여 먹는 것으로 점심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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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짐하게 점심을 먹고 우리가 그 자리에 있었다는 아주 사소한 단서 하나 남김없이 깨끗이 치우고 감악산 정상을 향해 출발한 시각이 1시가 조금 넘은 것으로 생각된다. 대략 1시간가량 노닥거리며 점심을 먹었다는 얘기다. 감악산을 오르는 암릉 길이 위험하다고 생각했는지 그 옆으로 바위에 철사다리와 밧줄로 길을 만들어 등산객이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 두었다. 나는 지금은 희미해진 원래 암릉 길로 오르고 낙진은 새로 만들어진 길로 올라왔다. 원래 위험해 소수의 등산객만 찾던 산을 초보 등산객도 다닐 수 있도록 만들었기에 까만 소도 성지로 만들고 하는 것이겠지.
그리고 도착한 정상에는 "감악산 930m 원주시"가 새겨진 정상석이 서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무런 의심 없이 그래 여기가 정상이구나 했다. 그 시각이 1시 25분이었다. 정상에서 인증을 찍은 후 남들은 안 다니는 암릉을 따라 100여 미터를 더 가니 이정표가 세워진 삼거리가 나왔다. 그 이정표는 우리의 하산 지점인 "계곡 코스 정상"까지 600m가 남아 있을 알려주었다.
거기서 5분가량을 더 가니 새로운 이정표가 나왔는데 그 이정표에는 "감악산 정상 945m"라고 쓰여 있었다. 응? 아까 우리가 서 있던 감악산 정상은 930m였는데 혹시 여기도 정상이 두 개? 그리고 그 이정표는 지금까지 보던 이정표와는 달리 허술하기 그지없었다. 그 의문은 이정표 바로 앞에 있는 바위 봉우리에 오르고 난 후 풀렸다. 그 봉우리가 실질적인 945m의 감악산 정상으로 충북 제천에 속해 있었다. 그릇된 애향심이 하나의 산에 두 개의 정상을 만든 것이다. 같은 경기도인 포천과 가평도 운악산에 각각의 정상을 두고 있는 마당[산행기]에 강원도와 충청도로 도가 다른 지역에 두 개의 정상이 있다는 게 놀랍지는 않았다. 원주 쪽에서는 제천 쪽 정상(실제 정상)을 월출봉으로 부르고 있는 거 같았다. 우리가 점심을 먹을 때 왼쪽으로 보였던 봉우리로 등산객이 많이 보였던 봉우리다. 그 때 저 봉우리는 뭐지 하고 서로 얘기를 나눴었다.
정상은 두 개의 바위로 이루어져 있었고 백련사에 가까운 쪽 바위가 더 높은 정상으로 보였는데 오르기가 쉽지 않아 출입금지한 후 그나마 접근이 쉬운 바위 봉우리를 정상으로 삼은 거 같았다.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과거에 읽었던 앞선 등산객의 산행기를 다시 보니 2016년까지만 해도 그 봉우리를 오를 수 있도록 밧줄이 설치되어 있었다. 현재는 밧줄이 철거된 상태로 아예 접근할 수 없게 금줄에 출입금지 안내문이 달려 있었다.
그렇다고 안 올라갈 내가 아니라 금줄을 넘어 가보니 이미 산꾼 한 명이 어떻게 올라갈 것인지 연구를 하고 있었다. 대략 1.5m 정도의 직벽을 내려간 후 건너편의 암릉을 올라야 하는데 내려가서 오르는 것은 별것이 아닌 데 돌아오는 것이 문제였다. 처음에 내려간 1.5m의 암벽을 올라올 방법이 없었다. 과거의 밧줄 흔적이 있기는 했지만,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누군가 위에서 올려주거나 밑에서 받쳐주지 않는다면 시도하지 않는 것이 좋은 구조였다. 쪼그리고 앉아 연구하던 산꾼이 나를 보고는 상황을 설명하더니 "일단 가 봅시다"하고는 바위에서 뛰어 내렸다.
마다할 내가 아니라 바로 뒤를 따라 뛰어내려 건너편 암릉 사실상의 감악산 최고봉에 올랐다. 그 봉우리에서 보니 바로 밑에 절이 보였다. 절이 있다고 소리치자 낙진이 백련사라고 알려주었다. 애초 우리 산행 계획에는 백련사를 지나도록 코스가 짜여 있었다. 그 백련사다. 그런데 그 백련사 앞으로 구불구불한 포장도로가 보여 가고자 하는 의욕을 확 떨어트렸다. 정상에서 주변을 감상하고 있는 사이 그 산꾼은 다시 건너편으로 오르기 위해 시도하고 있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때 낙진이 평소 가지고 다니던 비상 슬링을 꺼내 그 산꾼에 내려주어 잡고 오를 수 있게 했다. 물론 나도 낙진이 내려준 슬링을 잡고 오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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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정상석이 있는 정상으로 돌아와 인증을 찍고 그곳을 떠나 하산 길로 접어든 시각이 1시 46분이다. 그리고 계곡 정상 사거리에 도착한 시각이 2시 6분이다. 그 사거리에서 천삼산, 창촌마을, 제천으로 갈 수 있었다. 천삼산으로 갈까 하는 생각도 잠깐 했지만, 거리와 길의 상태를 모르니 하산 시간을 예측할 수 없어 이후 교통편에 대한 자신이 없었다. 해서 애초 계획대로 들머리였던 창촌마을로 내려가기로 했다. 계곡 정상에서 10여 분을 내려가자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며 계곡다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 시각은 2시 15분경 날머리까지 남은 거리는 1.5km 정도. 버스는 4시 10분경에 날머리에서 원주역으로 출발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날머리에서 한잔한다고 해도 시간이 너무 남았다.
해서 계곡의 적당한 장소에서 다리의 피로를 푸는 족탕을 하기로 했다. 산의 코스가 워낙 짧고 암릉길이 많아 풀어야 할 피로도 없었지만, 어쨌든 시간을 보내기 위해 족탕을 하기로 했다. 두 계곡이 합쳐지는 지점에 자리를 잡고 등산화와 양말을 벗고 옷을 걷어붙이고 물에 들어갔다. 그런데 두 계곡 중 우리가 내려온 쪽은 얼음이 다 녹아 힘찬 물소리가 들리는데 다른 쪽 계곡은 아직도 꽁꽁 얼어 있었다. 처음 들어갈 때만 해도 견딜 만했는데 3초 정도가 지나자 도저히 그 차가움을 견딜 수 있는 물이 아니었다. 기본 3초 이상 견디기 힘든 얼음장이다. 거기서 대략 10여 분 노닥거리다 떠난 시간이 2시 47분이다.
더 노닥거릴 수 있었지만,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해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해 떠났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잘 다듬어진 길을 따라 내려가 3시 2분에 산행의 시작점인 들머리에 도착했다. 버스를 타기까지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1시간 10여분 정도. 막걸리 한잔하기에는 넉넉한 시간이다. 추어탕, 장어탕이라 쓰인 문을 열고 그 식당으로 들어갔다. 산행 시작 시 지나쳤던. 그때까지 가랑비 정도의 비만 내려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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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식당에 들어가니 젊은 처자 혼자 가게를 보고 있었다. 해서 장어탕 되는지 물어보니 추어탕과 두부김치만 된다고. 두부김치와 빨갱이가 없어 이슬이를 시켜 뒤풀이 겸 점심때 부족했던 술을 보충하기 시작했다. 중간에 딸내미들의 성화를 못 견뎌 아이스크림을 사러 온 앞 펜션 손님이 우산을 들고 들어와 혹시 비가 오나 물어보니 비가 많이 온다고 했다. 우산을 들고 오기는 했지만, 꺼내기가 귀찮아 늘 그랬듯이 고어텍스 외투를 믿고 그냥 맞기로 하고 계속 술을 마셨다. 두부김치와 도라지무침으로 이슬이 각 1병 후 4시경 그 식당을 나왔다.
종점에서 4시에 출발하는 버스라 우리가 있는 정류장에는 대략 4시 10분쯤 도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4시에 식당에서 나왔다. 식당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대략 300m 정도를 진눈깨비를 맞으며 가 버스 정류장에서 비를 피했다. 비가 시간이 지나며 기온이 더 낮아져 진눈깨비로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눈으로 바뀌고 그 눈은 함박눈이 되어 10여 미터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데 4시 10분이 지나도 버스는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해서 우리와 같이 버스를 기다리던 두 노인에게 버스가 몇 시에 도착하는지 여쭤보니 4시 20분에 도착한다고 했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종점이 더 멀다는 얘기다.
그런데 4시 20분이 지나도 버스는 나타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갑작스러운 폭설에 지연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우리가 예약한 서울행 기차 출발 시각이 5시 26분이라 이런 상황이라면 기차를 탄다는 것이 불가능한 것으로 느껴졌다. 우리와 같이 버스를 기다리던 두 노인도 왜 버스가 늦는지 의아해하고 있었다. 서울행 기차에 대해 빠른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폭설을 뚫고 버스가 도착한 시각이 4시 25분경이다. 예약한 기차를 취소하고 그다음 차인 6시 54분 차로 다시 예약한 것이 버스 정류장인지 버스 안이었는지 기억이 안 나지만, 어쨌든 그렇게 했다. 그런데 버스가 신림터널을 지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눈도 비도 전혀 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비구름이 산을 넘지 못하고 신림 지역에 다 뿌리고 넘어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게 우리의 추측이었다.
문제는 우리가 탄 버스가 원주역 정류장(1)에 도착한 시각이 5시 20분경으로 26분 차가 떠나기에는 6분이나 남았고, 그다음 차인 6시 54분 차와는 1시간 30분이 넘게 남았다는 사실이다. 해서 바로 역으로 뛰어가 표를 다시 끊으려고 했는데 입석밖에 없다는 말에 돌아 나왔다. 이제 남은 시간 1시간 30분은 술과 친구가 되는 수밖에 없었다. 해서 역에서 가까운 맛집을 찾아보았으나 KTX 역이 생기며 신시가지로 거의 모든 것이 옮겨가 구시가지는 거의 죽은 도시라 먹을 만한 곳이 없었다. 와중에 숯불 닭갈빗집 간판을 보고 달려갔지만, 역시 폐업했고 가게는 비어 있었다.
해서 더 찾기를 포기하고 역 광장으로 돌아가 해장국집에 들어가 해장국을 안주로 이슬이를 마셨다. 역시 이 집도 빨갱이는 없었다. 몇 병이나 마셨는지 기억은 없지만 6시 38분경 식당에서 나오니 먹구름으로 원주 하늘이 깜깜해지기 시작했다. 비구름이 몸을 가볍게 해 산을 넘는 데 두 시간가량 걸린 거 같다. 기차를 타고 자리에 앉아 자다 깨기를 반복하다 청량리역에 도착했다. 경의선 전철을 타고 가다 낙진은 수원행으로 갈아타기 위해 왕십리역에서 내렸고 나는 그대로 잠이 들었다. 그리고 깨어보니 곡산역이었다. 역시 술을 마시고 기차나 버스를 타면 안 된다. 다시 거꾸로 전철을 타고 DMC로 돌아가 6호선으로 갈아타고 집에 도착한 시각이 10시 20분이다.
결과적으로 '창촌마을 → 황둔교 → 1봉 → 2봉 → 원주 감악산(930m) → 제천 감악산(945m, 월출봉) → 천삼산 사거리 → 계곡 길 → 황둔교 → 창촌마을' 6.41km(트랭글 기준), 4시간 30분 코스를 탐방했다. 참고로 이 코스를 제외한 나머지 구간은 통제 구역이다.
내 기준 파주의 감악보다 훨씬 좋았다. 그래서 까만 소의 순례지에 포함되었겠지만.
코스가 길지 않고 서울에서 가까워 대중교통으로 충분히 다녀올 만하다.
산행 중에는 진눈깨비와 가랑비를 만났지만,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함박눈을 만났다. 3월 말에 함박눈이라니.
폭설 덕에 신림에서 한번 원주에서 한번 두 번의 뒤풀이를 한 산행이다.
첫댓글 정상에서 계곡을 향하는 암릉에서
둘만 다녀온거야?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