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저예산 호주 인디영화로 시작해 삼부작으로 전설이 되고, 2015년 매머드급 스펙터클 블록버스터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Mad Max: Fury Road)로 존재감을 다시금 부각한 작가 겸 감독 조지 밀러(George Miller)의 후속작 <퓨리오사: 매드 맥스 사가>(Furiosa: A Mad Max Saga)는 <분노의 도로> 이전의 시점을 다룬 시리즈의 신작 프리퀄이자 스핀오프 작품.
전작에서 야만의 미래상이지만, 압도적인 자동차 액션 영상미로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찬사와 호응을 끌어냈고, 이에 힘입어 다시 돌아온 시리즈의 5편인 이번 <퓨리오사>에서는 시리즈의 원래 주인공인 반영웅적 인물 매드 맥스의 모험을 다루지 않는 대신, <분노의 도로>에서 샤를리즈 테론이 연기해 첫선을 보인 여전사 “퓨리오사”의 기원 이야기를 알릴라 브라운(Alyla Browne)과 안야 테일러-조이(Anya Taylor-Joy)가 나눠서 전한다.
가학적인 디멘터스(크리스 헴스워스)에게 붙잡힌 어린 퓨리오사(알리라 브라운)가 결국 시타델의 광신적 지도자 불멸의 이모탄 조(러치 험)에게 넘겨져 노예로 전락하지만, 엄마의 죽음에 대한 분노를 키우며 성장하고 변해가는 일련의 과정이 핵심.
영화의 스코어, 악보음악은 네덜란드 출신 톰 홀컨보르흐(Tom Holkenborg)가 작곡했다. 파멸과 생존의 격렬한 전장으로 복귀한 그는 전작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까지 여러 작품을 공작한 전력의 소유자. 가스와 무기, 폭력으로 점철된 연작 전작에 연계한 후편에서 홀컨보르흐는 두 가지 스타일의 극단을 결합하여 단순하지만 강렬한 효과적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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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오케스트라에 현대의 강성 록과 전자음악 양식과 스타일을 혼합해 악보 음악의 기틀을 잡고, 주제적으로 오프닝 ‘The pole of inaccessibility’서부터 전편의 ‘Survive’와 같이 저음 현 3화음(영화 <셔터 아일랜드>(Shutter Island, 2010)에 사용된 펜데레츠키의 교향곡 3번 4악장 인용 추정)을 상징적으로 배치한 한편, 추격전이나 역동적인 활극을 위해 맹렬하게 강타하는 타악 비트와 상승 하강하는 스타카토 현, 둔중하게 반복하는 베이스, 포효하는 브라스 협주를 강조한 관현악 작법을 제외하고 대체로 새롭게 교체했다.
악보 음악, 스코어는 크게 두 가지 악상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아르메니아 전통악기 두둑(Duduk)의 구슬픈 멜로디가 압권인 ‘The pole of inaccessibility’, ‘The promise’, ‘The wig and the seed’, 애조의 현악이 심금을 울리는 ‘Wives’ quarters’, 목관과 현, 두둑의 합주가 감상적인 ‘The noble cause’, 스트링 협주가 해설과 함께 대단원의 막을 알리는‘Epilogue’가 내면적인 악상으로 장면에 적합하게 조응한다.
디멘투스와 그의 바이커 호드를 위한 음악은 인더스트리얼 록과 전자 배음의 조화로 포효하고 소란스러운 굉음을 내며 악당들의 액션을 보강한다. ‘Dementus’, ‘Dementus is gaining’, ‘Dementus Diatribe’가 바로 그것.
여주인공 퓨리오사와 메인 빌런 디멘투스를 위한 두 가지 악상을 핵심으로 퓨리오사의 나머지 대부분은 전반부의 불안한 앰비언트 텍스처나 ‘You are awaited’와 ‘The stowaway’의 퍼커션과 왜곡된 전자음, ‘Dementus is gaining’에서 ‘The darkest of gods’로 전환하기 전 등장하는 전매특허 전자음악에 집중되어 있다.
대규모 거친 액션이 연속해서 전개되는 장면에는 고막을 강타하다 못해 찢을 것 같은 소리의 장관을 수반하지만 감정 과잉을 강제하지 않고, 대사와 함께 등장인물의 내면에 관객이 접속해야하는 순간에는 음악이 과도하게 개입해 거짓감정을 조장하는 방식을 취하지 않았다.
일렉트로니카의 무거운 사운드스케이프에도 불구하고, 퍼커션부터 현악기, 브라스, 앞서 언급한 두둑 솔로, 성인 합창단, 심지어 구금/주 하프(Jew’s harp)와 달리 목관악기지만 유사하게 독특한 미감의 소리를 내는 호주 원주민의 전통 관악기 디저리두(Didgeridoo)(“The Stowaway”)까지 다양한 어쿠스틱 악기를 사용해 생생한 자연의 소리를 절묘하게 결합해냈다.
또한 2015년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에 비해 주목할 만한 점은 영웅적이면서 인간적인 악상의 균형이 뛰어나다는 것. 이전의 장점을 승화해 시리즈의 새로운 서사에 적합한 음향을 디자인하고 고전적 음악의 감성과 적절히 접목해낸 덕분에 영화의 구성적 완성도는 더욱 업그레이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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