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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철분을 주면 지구를 빙하기로 만들어 주겠다"
김해동
입력 2020. 12. 29.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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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동의 투모로우-기후공학 기술②] 해양 철분 살포 실험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적정한 기후환경에서만 살 수 있다. 기후조건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변하면 지금의 기후조건에서 번창한 모든 생명체는 멸종을 피할 수 없다. 기후변화를 모르면 그 변화를 조절할 힘(기술)도 가질 수 없다. 제대로 모르는 자연을 다 안다고 착각하는 데서 비극이 싹튼다. 이미 시작된 기후변화에 우리는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을까? 그럴 시간이 남아있기나 한 것일까? 기후변화가 브레이크 없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어떤 기후재난을 겪게 될까? '김해동의 투모로우'에서 이런 문제를 다뤄본다. <편집자말>
[김해동 기자]
이전 기사 <'지구 기온을 낮춰라' 기후 조작에 나선 인간>에서 이어집니다.
해양에 인위적으로 영양 염분을 보급해 식물성 플랑크톤의 광합성을 촉진하는 것을 해양 비옥화(fertilization)라고 한다. 대상이 되는 영양 염분은 질소, 인, 철분인데 철분에 관한 연구가 가장 풍부하다.
수치모델 계산, 실내 실험에 더해 실제로 해양에 철분을 살포해 그 성과를 파악하는 연구도 다수 수행되었다. 이러한 실험은 정확하게는 '현장 철분 비옥화 실험'(in situ iron enrichment experiment)이라고 불러야 하지만 일반적으로 '해양 철분 살포'라고 줄여서 부르고 있다.
해양학계의 수수께끼
첫 해양 철분 살포 실험은 1993년 동부 태평양 적도 해역에 위치한 갈라파고스 제도 먼 바다에서 이뤄졌다. 당시 실험의 목적은 해양과학자들이 갖고 있던 과학적 흥미에 답을 얻는 데에 있었다. 이 때는 기후공학을 목표로 하지 않았기에 사람들의 저항을 받지 않고 여러 차례 추가 실험을 할 수 있었다. 해양과학자들에게 해양 철분 살포는 조작(manipulation) 실험이라고 불리는 실험 기법의 하나인데 영국의 왓슨(Watson) 박사 등이 제안했다.
여기서 언급한 과학적 흥미라는 것은 당시 해양학계에 돌출적으로 던져진 하나의 수수께끼 같은 문제에 답을 찾는 일이었다. 남극해, 북태평양 북부, 적도 태평양 동부 해역에는 질소·인·규산염 등의 주요 영양 염분이 충분히 있는데도 식물 플랑크톤의 증식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식물 플랑크톤이 영양분을 다 사용하기 이전에 증식 활동을 멈춰 버리고 있었는데 그 이유가 수수께끼였다.
철분이 해양 생물에 부족하기 쉬운 원소라는 사실은 1930년대부터 알려졌지만 해양에서 철분 농도를 정확하게 분석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어서 1980년대 후반까지도 영양 요소로서 철분의 중요성을 정량적으로 다룬 연구는 없었다. 1980년대에 해수 중 초미량 성분인 철분을 분석하는 기술이 개발되었고, 미국의 마틴(Martin) 박사 팀이 이 기술을 해당 해역에 적용해 해양의 표층수에 철분 농도가 극히 낮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 사실을 근거로 그들은 철분 부족 상태의 해양이어서 다른 영양 염분이 잔존해 있더라도 식물 플랑크톤의 증식이 억제되고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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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마틴 박사 팀은 철분 부족 상태의 해양이어서 다른 영양 염분이 잔존해 있더라도 식물 플랑크톤의 증식이 억제되고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사진은 식물 플랑크톤
ⓒ pixabay
한발 더 나아가서 그들은 과거 지구 역사에서 대기 중 CO₂ 농도가 적정하게 제어되고 있었던 것은 건조 지대에서 만들어진 먼지(dust)가 남극해로 철분을 공급한 덕분이라는 가설도 제창하였는데 이들은 이 둘을 합쳐서 '철분 가설'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이때 마틴 박사는 남극해에 철분을 살포해 해양 생물 생산을 늘려 해양에 탄소를 저장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하면서 이런 조크도 남겼다.
"나에게 철분을 반 탱커(대형 선박) 주면 지구를 빙하기로 만들어 주겠다(Give me a half-tanker of iron and I'll give you an ice 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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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전반기 해양과학자들에게는 '해양 생태계에서 철분이 정말로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가?'라는 문제에 답을 찾는 것이 가장 큰 관심 사항이었다. '철분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해양의 넓은 공간을 대상으로 철분을 살포한 후에 해양 생태계가 그것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주도면밀하게 밝혀야 한다.
이 실험 수행을 위해서는 막대한 연구비와 연구진이 확보되어야 하고 관련 기술도 준비되어야 한다. 이런 준비과정을 거쳐서 마틴 박사가 중심이 된 연구그룹은 드디어 1993년에 갈라파고스 제도 먼 바다에서 해양 철분 살포 실험을 했다. 그 후 철분 살포 실험이 소규모(소규모라고 하더라도 철분 살포 해양 면적은 수백 제곱킬로미터에 이른다)로 여러 차례 이어졌다.
이들 실험에 연구자금이 주어진 이유는 두 가지였는데, 첫째는 철분 가설에 기초하여 해양생태계에서 철분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과학적 정보를 모으는 일이었다. 두 번째가 기후공학이었다. 다만 기후공학 기술의 개발이 아니라 '지구온난화 대책으로서 해양 철분 살포라고 하는 기후공학 기술의 실효성에 관한 과학적 정보를 모아 장래 이를 어떻게 추진해가야 하는지 방향성을 찾아보자'는 것이었다.
해양 철분 살포 실험에서 해양과학자들의 주요 동기는 어디까지나 '순수한 과학적 흥미'에 있었다. 초기에 이 실험에 참여한 해양과학자들의 관심이 기후공학에 있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러하였기에 전 세계 해양과학자들의 이해를 얻을 수 있었고 시민들로부터 특별한 저항을 받지 않으면서 전 세계 해양에서 여러 차례 추가 실험을 수행할 수 있었다.
금지된 실험
그런데 실험을 추가로 수행해가면서 해양 철분 살포 실험의 관심은 점차 기후공학 쪽으로 흘러갔다. 이들의 주안점은 철분 살포로 증식된 식물성 플랑크톤이 가져올 대기 중 이산화탄소 흡수량 증가를 실제 관측 자료로 입증해 보자는 것이었다.
이런 의도로 수행한 해양 철분 살포 실험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2009년 남극에서 실시된 로하펙스(LohaFex) 실험이다. 'Loha'는 힌두어로 철분(iron)을 의미하고, Fex는 비옥화 실험(fertilization experiment)을 뜻한다. 이 실험이 의도했던 기후공학 문제가 전 세계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됨으로써 해양 철분 살포 실험은 기후공학 예비실험으로 세상에 얼굴을 드러내게 되었다. 이때부터 해양 철분 살포 실험은 해양 과학자들의 과학적 흥미로 사용한 실험 도구(조작실험의 하나)에서 기후공학의 예비실험으로 변해갔다.
해양 철분 살포 실험은 수행한 모든 실험에서 철분의 역할에 관한 중요한 지식을 많이 모았다는 점에서 해양학적으로 대성공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철분을 인위적으로 해양에 대량 살포하는 행위는 해양 표층 생태계의 생물종 다양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혔다.
하지만 기후공학의 측면에서는 큰 성과가 없었다. 해양 철분 살포로 해양 표층 아래에 유기탄소 수송량이 늘어난 것이 몇몇 실험에서 확인되기는 했지만 심해로 얼마나 많은 탄소를 격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유의미한 정보를 얻지 못했다. 철분 살포 실험 결과를 보면 탄소 제거 효과는 당초에 기대했던 양의 1/100~1/1000에 불과했다.
기후공학을 목적으로 해양 철분 살포 실험을 할 경우에 철분 투입량이 많을수록 비용이 많이 증가한다는 점도 이 실험이 안고 있는 문제다. 해양 과학자들이 해양 철분 살포 실험을 하고 있을 당시에 비과학자 단체와 영리 목적의 벤처 기업들이 나서 해양 철분 살포를 통한 이산화탄소 제거 효과를 탄소 상쇄(carbon-offset)에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져 갔다.
탄소상쇄란 경제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CO₂를 다른 장소에서 배출 삭감 또는 흡수하여 상쇄하는 방식을 말한다. 그들은 해양 철분 살포로 이산화탄소 제거 성과를 올려 탄소배출권을 만들려는 상업적 의도를 드러냈다. 이를 막아서려는 국제 환경단체의 활동도 활발해져 갔다.
이런 갈등이 현실로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사실과 철분 살포가 해양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기엔 시기 상조라는 이유로 2008년에 런던 조약과 런던 조약 96년 의정서(이하 런던조약·의정서)에 기초하여 과학실험 이외(철분 살포 이외의 실험도 포함)의 해양 비옥화 실험을 금지하는 조치가 법적 구속력 없는 형태로 의결되었다. 2010년에는 해양 과학자들의 과학 실험까지도 환경영향평가 체제를 원용해서 규제하고 감시할 것을 이 조약·의정서에 추가했다.
그래서 현재는 과학적 연구목적이라고 하더라도 해양 철분 살포 실험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있다. 그럼에도 상업적 이용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들만이 아니라 일부 해양 과학자들은 대규모 해양 실험을 재개해서 기후공학으로서 해양 철분 살포의 유용성을 과학적으로 평가하는 작업을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김해동 기자는 계명대학교 지구환경학과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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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zar1시간전
자연은 가만히 두면 스스로 복구한다
코로나가 인구 정리하는 것처럼
답글 작성댓글 찬성하기46댓글 비추천하기15
Da-um 신천지 왜놈당 앞잡이새끼1시간전
장모 사기 안치는 소리하고 앉앗네
덤벼 왜놈의힘
emoticon
답글 작성댓글 찬성하기43댓글 비추천하기21
CHJ1시간전
빙하 설명인데 기자님 이름 해동ㅋㅋㅋㅋ
답글1댓글 찬성하기48댓글 비추천하기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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