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면 자손들이 모여 조상들의 은덕에 감사하는 예를지내고 집에서 가족들간에 우애와 화목을 다지는 소통의 자리였다. 그런데 그런 고유의 전통 명절이 점점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명절때면 어느집이나 가족들이 모이면 하루종일 술상이든 음식상이든 치울 사이가 없다. 음식준비하고 먹고나면 설겆이를 해야하고 가족들이 떠나고나면 뒷겆이까지 해야하니 여자들이 고생이다.
그래서 우리집도 애들이 아내 부담을 덜어 준다고 작년부터 가족끼리 밖에 나가서 명절을 지낸다. 추석날 11시쯤되니 큰집에서 명절만쇠고 도망 나왔는지 딸 사위 외손녀 사위까지 들이닥친다.
오랬만에 시끌벅적하니 사람사는집 같다. 내가 어렸을적 명절이면 할아버지댁에 갔었는데 이제는 내가 할아버지가 돼서 손자 손녀들이 내집으로 온다.
승용차 4대에 분승해서 예약한 화성시 봉담읍 모 음식점으로 갔다. 점심을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다보니 3시가 되었다. 각자 집으로가고 큰아들은 낚시를 가는데 같이가자고 한다.
승용차에는 닐낚시대 5개를 준비해왔다. 두아들과 3부자가 궁평항 제방으로 망둥어 낚시를 가는중이다. 가면서 보니 들판은 황금물결이다. 이미 벼를 벼기시작한 곳도 여기저기 눈에띈다. 가면서 큰 아들이 아버지 "망둥어낚시 해보셨어요" 하고 묻는다.
"그럼 해봤지" "제일 처음 낚시를 배운게 망둥어 낚시인데" "그럼 한 20년 되셨어요" 한다. "20년이뭐냐 50년도 넘는다" 그때만해도 낚시하는 사람이 흔치 않았다. 먹고살기도 어려운때라 한량들이나 낚시하러 다녔다.
대낚시는 대부분 시누대를 밤색으로 만들어 3단으로 되었다. 맨끝에 낚시줄을 매는데 물깊이에 따라 10m~15m쯤 매고 낚시 2개와 추를 달았다. 깻묵을 새알 크기만큼 둥글게 뭉쳐서 고기밥을 만든다. 이것을 떡밥이라고 한다.
떡밥에다 낚시를 깊숙히 꽂는다. 낚시에서 한발쯤에 깃봉(찌)을 단다. 깃봉은 물에 떠있다가 물고기가 낚시 바늘을 물면 요동을 치기때문에 깃봉이 물속에 잠겼다 솟았다 한다. 그걸보고 물고기가 잡힌것을 알고 낚시대를 들어 올린다. 이것은 얕은 물에서 사는 고기를 잡는 것이다.
깊은 물속의 큰 고기를 잡는 방울 낚시도 있다. 연줄감는 자세와 같은것에 낚시줄 수십m가 감겨있다. 낚시줄 끝에 대낚시 3개를 달고 깻묵을 작은 달걀크기로 둥글게 뭉쳐서 떡밥을 만든다.
떡밥속에 낚시를 꽂는다. 그리고 긴 나무자루에 큰 대나무 1 마디길이 절반을 쪼개서 붙인다. 대나무홈에 떡밥을 놓고 던지면 떡밥이 수십m 멀리날아 간다.
그리고 대나무를 얇게 깎아서 쌍방울을달고 위는V자로 깎아서 낚시줄을 v자에 끼워놓는다. 고기가 낚시에 걸리면 방울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잉어 가물치는 팔둑 만큼 큰고기도 낚인다.
큰고기는 힘이세어 낚시줄을 당기는대로 쉽게 딸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고기가 버티고 요동칠때는 당겼던 줄을 도로 놔줘야한다. 줄이 팽팽하면 낚시줄이 끊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자세에 감긴 줄까지 풀어줘야 할때도 있다. 이런때는 줄을 당겼다 늦췄다 고기가 지칠때까지 실랑이를 벌여야 한다.
보통 가을이면 전어를 꼽는다. "전어굽는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 는 말도 있기는 하지만 말은 그래도 막상 전어구이를 먹어보면 전어는 잔가시가 많고 살이없어 별로 먹을게 없다.
그것은 "가을 망둥어 맛을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소리다". 바닷가에서 "금방 낚어올린 망둥어를 포를떠서 소주한
잔 마시고 초고추장을 찍어서 먹는 맛이야말로 환상적인데 먹어봐야 맛을알지"!
애주가들은 "가을 망둥어는 작은 각시도 모르게 먹는다"는 말도있다. 요리도 다양하다. 포를떠서 회로도 먹고 찌개를 끓이면 기름이 없어 담백하고 국물이 시원하기가 그만이다.
또 내장을 빼내고 햇볕에 말리면 노가리가 된다. 불에 살작구어 고추장을 찍어 술안주로 먹으면 노가리보다 낫다. 이러니 작은각시도 모르게 먹는다는 소리가 애주가들 입에서 나올수밖에
그뿐인가 햇볕에 이틀쯤 말렸다가 꼬들꼬들 해지면 숯불에구어 고추장을 찍어서 밥반찬으로 먹으면 고소한 맛이 입에 감돈다. 생선도 각기 먹는철이 있는데 망둥어야 말로 가을철 제철 음식이다.
가을철 망둥어는 농어 하고도 바꾸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정도로 애주가들의 구미를 당긴다. 망둥어는 서해안 일대에는 어디든 잡히는 어종이다. 수원에서 가까운 곳으로는 궁평방조제나 오이도 방조제 대부도등 이있다.
망둥어는 낚시 초보생도 금방 재미를 느낀다. 나도 젊은시절 고향에서 처음 낚시를 시작할 할때 망둥어낚시로 낚시의 재미를 알게됐다. 망둥어 낚시는 고급 낚시대도 필요없다. 낚시밥도 따로 필요없다.
대나무에다가 낚시줄을 매고 낚시에 돼지 비개도 되고 잡은 망둥어를 썰어서 낚시밥으로 써도된다. 망둥어는 아무거거나 잘문다. 그래서 잘 잡히니 남녀 가릴것없이 아이들도 할수있고 초보생들도 쉽게 재미를 느낀다.
봄에는 한뼘 크기지만 가을에는 어린아이들 팔둑만큼씩 큰것도 잡힌다. 애주가가 아니라도 망둥어 낚시를 갈때는 초고추장을 준비해가야 낚아서 한입씩 먹어거면서 낚시를 즐긴다.
남들처럼 여행도 못간다고 집에서 이리둥글 저리둥글 텔레비젼만 보는것보다야 가족들 하고 김밥싸가지고 망둥어 낚시가면 따사하게 내려쬐는햇살 높고 파란하늘 확트인 바다 은빛으로 반짝이는 바닷물결 시원한 바닷바람 아이들도 좋아 할것이다.
굳이 돈 많이 들여가면서 국 내외 여행다니지 않아도 마음껏 즐기고 반찬거리까지 장만하니 꿩먹고 알먹고 일거 양득이 아니더냐. 궁평 방조제 들어서니 좌우 양도로가가 승용차가 일열로 줄지어 차를 댈대도 없다.
우리는 4시가 넘어서야 도착했다. 평상시보다 더 많은 인파가 떼로 몰려다닌다. 낚시하는 사람들은 듬성듬성 남아있고 저녁때가 되니 다들 짐을싸기 시작한다. 우리도 1시간남짓 낚시를 하다보니 몇마리 잡지도 못하고 어두어진다. 보름달마저 구름에 가려 어둑 컴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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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명절 망둥어 낚시를 즐기는 젊은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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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각시도 몰래먹는다는 가을 망둥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