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f, My Story-우정의 기념패
기념패 하나 만들었다.
그 패는 나와 검찰에서 오랜 세월 인연이 된 이완목 전 대검찰청사무국장에게 주어질 것이었다.
이 국장과는 지난 2023년 10월 18일 수요일과 그 다음날인 19일 목요일 해서 1박 2일 일정으로 우리 고향땅 문경의 명문 골프장인 문경GC에서 부부동반의 골프라운딩을 했었다.
바로 그 이틀 째 되는 날에, 이 국장이 그 패를 받을 일을 해낸 것이다.
곧 #샷이글(shot eagle)이었다.
이 국장은 오전 10시 8분을 막 찍고 넘어가는 시각에, 문희(聞喜)코스 6번 305m 파4 미들홀에서 그 쾌거를 이뤄냈다.
7번 우드로 가볍게 두 번째 샷을 날렸는데, 그 친 공이 150여m를 똑바로 날아가 그린 위에 떨어지더니, 두 번을 탁 탁 튀고 그 다음은 데굴데굴 굴러 홀컵으로 쏙 빠져들어 이글을 한 것이다.
땡그랑!
우리 모두 멀리서 들려오는 그 소리를 분명히 들었다.
그 순간, 내 제일 먼저 연상한 생각이 있었다.
그 성취를 기념하는 패를 하나 선물해줘야겠다는 생각이었다.
해줄까 말까의 선택이 아니었다.
원ㅎ든 원치 안ㅎ든 무조건 선물할 생각이었다.
이글을 성취한 이 국장 본인에게도 귀한 추억이 되겠지만, 그 성취의 순간에 동행한 우리 모두에게도 역시 귀한 추억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때부터 어떤 패를 해줄 것인가 생각을 했다.
그것은 선택이었다.
높게 세우는 트로피는 일단 제켜놓았다.
권위적인 분위기가 싫어서였다.
그래서 책상 위에 올려놓을 상패로 할 것이었는데, 인터넷 Daum사이트 검색으로 볼라치면, 순금으로 만들어 수백만 원씩이나 하는 값비싼 패도 있었고, 몇 만원 밖에 안 되는 싸구려 재질의 값싼 패도 있었다.
그러나 값비싼 패는 주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이고, 값싼 패는 성의 없어 보일 것이어서 아예 제쳐놨다.
내 생각에 적당하다 싶은 것은, 값도 부담이 없어야 하고 성의도 있어 보이면서도, 그래도 품격까지 있는 패였다.
나와 같은 생각으로 패를 제작하는 업자가 분명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인터넷 Daum사이트를 구석구석 살펴봤다.
결국 찾아냈다.
#스토리인(STORYIN)이라고 하는 인물화 상패 업체였다.
20만원 가격대도 마음에 들었고, 사진을 바탕으로 그린 그림을 배경으로 첨부해주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소박하면서도 품위가 있는 기념패였다.
보내온 시안에는 기념하는 의미의 문장 예시가 첨부되어 있었다.
다음은 그 예시다.
‘EAGLE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글은 골퍼들의 꿈이자 희망입니다. 오늘의 기록을 영원히 함께 하고자 마음을 담아 이 기념패를 드립니다.’
그 문장을 이 국장의 부인이신 최동주 권사님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전해드리면서 검토 부탁을 했다.
어차피 이 국장이 패를 받으면 부인인 최 권사님도 같이 기뻐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내 나름의 작은 배려를 한 것이다.
이렇게 내 의견도 보탰다.
‘내 개인적 의견은, 성경 구절도 좋겠거든요.’
독실한 감리교 교인임을 참작한 것이다.
곧 답을 주셨다.
성경말씀은 좀 과하다면서, 후반부를 조금 고친 답이었는데, 그 답대로 다시 주문을 했다.
그래서 확정된 문장, 곧 이랬다.
‘EAGLE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골퍼의 샷 이글은 동반자의 배려와 사랑으로 비롯됩니다. 오늘의 기록을 영원히 함께 하고자 마음을 담아 이 기념패를 드립니다.’
내가 만든 우정의 기념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