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길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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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그머니 봄이 다가왔다. 내가 오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하늘엔 미세먼지란 놈이 차지하고 새찬 봄바람이 따스함을 몰아낸다. 안양천 둔치의 버드나무 뿌리는 물 올림 펌푸질을 하니 가지는 연두색으로 치장하고 기분이 좋은지 하늘하늘 춤춘다.
꽃샘추위가 한번 더 우루루 몰려오더라도 아무 문제없다. 파크볼 치는 사람들 옷차림이 한결 가벼워 졌다. 어깨를 펴고 하늘을 처다보며 안양천을 걸어간다. 걷는 것은 낡은 기록들을 떠올리게 하며 고독을 즐기며 관찰하고 몽상을 꿈꾸게 하는 무궁무진한 원천이다.
걸어가면서 살아온 삶을 회상해보면 기쁨도, 슬픔도, 친구도 심지어 내가 늙어가는 것도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잊을때가 있다. 내 삶에서 행복한 시간이 적었던 탓에 아쉬움이 많으니 지금부터라도 어떻게하면 잘 살아가야 할 생각만 하면 된다.
천변 언덕에 노란색 꽃으로 먼저 피어나는 산수유를 본다. 모진 겨울을 보내고 피는 것은 힘들지만 지는 것은 잠시다. 지지 않은 꽃은 없듯이 늙지 않은 청춘도 없다. 청춘의 샘을 마시면 늙지 않고 영원히 살수 있다는데 그 샘을 본다면 나는 마실수 있을까
뚝방길에 벚꽃이 피고 나면 산천경계 유람을 떠나야겠다. 봄산에 몽실몽실 피어나는 꽃도 보고 기차를 타고 차창밖의 봄풍경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겠다. 노년의 무미건조한 생활에 변화와 활력을 주는 것은 여행밖에 없으니까
어제는 베프(best friend)들과 점심을 먹는대 대화의 주제는 단연 건강이고 양념으로 나라 걱정도 하고 정치제도와 정당, 쓰레기 정치인에 대해 갑론을박했다. 나는 큰 질병없이 비실비실 해야 장수한다고 했더니 고령 장수 시대에 오래 산다고 마냥 좋은 일은 아니라고한다.
만발한 꽃은 시들고 청춘은 늙음에 굴복하듯이 인생의 각 계단도, 지혜도, 덕도 모두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다고 어떤 시인이 말했다. 인생의 한 계단에서 친구들 만나 밥먹고 술도 한잔하면서 즐겁게 보내는 것이 행복한 노년이 아니겠는가
회자정리라고 만나면 헤어지는 것이 당연한 이치인데도 때로는 친구나 다정했던 사람들과 갑작스런 이별이 닥칠까 걱정이다. 만남과 헤어짐은 우리의 소관이 아닐지라도 우리 곁에 있는 사람을 어떻게 대할지는 전적으로 내 마음에 달려 있다.
늙어가도 생각하는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면 된다. 고단하지 않은 삶은 없다. 자연은 어김없이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으로 이어지는 계절의 순환이란 거스를수 없는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나는 그 가운데에 서서 생각하며 걸어가고 있다.
<高村堂> 신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