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법에는 그 법을 제정한 취지가 존재하죠.
그러나 세상만사가 수학공식이 아니므로 시간이 지나다보면 처음 제정할때의 법의 취지와 상관 없이 어긋나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오늘 친구를 만나 커피를 마시고 왔는데 1년전 성폭력 특별법으로 입건됬던 친구라서 그때의 이야기로 시간가는줄 모르고 떠들다 왔습니다.
"성폭력 특별법으로 경찰서행 했을 정도면 쓰레기 범죄자네" 라고 생각하시는분 있을까봐 자세한 내용을 한번 거론해보고자 합니다. 경찰 수험생들의 카페이니까 일반인들과 달리 법의 정의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실수 있을것 같네요.
1년전 제 친구가 어떤 여자와 교류중이었습니다.
그 여자는 노래방 도우미였죠. (일명 보도 아가씨)
어느날 친구와 그 여자가 카톡으로 대화중에 말싸움이 벌어졌습니다.
말싸움의 발단은 생각도 안날정도로 아주 사소한것이었고, 말싸움을 하던 도중 그 여자가 친구에게 "니 애미 어쩌구 저쩌구" 하는 부모님 안부를 묻는 패드립을 시전했죠.
개빡친 친구녀석은 그 여자에게 "ㅈ이나 빠는 일 하는 주제에" 라고 응수했습니다.
자 이게 사건의 모든 전모입니다. 더이상 없습니다.
며칠후 경찰서 강제정모에 출석하게 되었죠.
마지막에 보낸 카톡 내용인 "ㅈ이나 빠는 일 하는 주제에" 라는 말이 문제가 됬던 겁니다.
그 보도 아가씨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며 경찰서에 고소를 했거든요.
저는 당시에는 경찰 수험생도 아니었고 법적인 지식은 전무해서 별 조언을 해주진 못했습니다만, 상호간에 말싸움 도중 감정이 격해져서 비하하는 욕설을 서로 시전했는데 한쪽은 죄가 안되고 한쪽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성폭력 특별법)으로 처벌을 받는다는 사실이 어처구니가 없더군요.
물론 나는 관여한바도 없고 사건당사자도 아니고 평소 남의 일에 끼어드는 성격도 아니지만 친구가 너무나도 불쌍했습니다. 그래서 탄원서까지 써서 주변 지인들 50여명의 서명까지 받아서 검사에게 제출했었죠. "내친구는 범죄자가 아닙니다" 라는 취지로요.
뭐 전과도 없고 초범이라 그랬는지 기소유예로 끝나더군요. 결국 성폭력 특례법 기소유예로 종결되었습니다.
당시 친구가 통지서를 보여줬는데 성폭력 특별법 13조(통신매체이용 음란죄)에 저촉되더군요.
해당 조항은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입니다.
경찰 공부 시작하면서 목적범의 의의에 대해 생각하면서 그 법의 취지에 대해 한번 고찰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통신매체를 이용해서 음란행위를 하면 처벌한다는 법인데, 상호간의 말싸움 도중 패드립을 받아서 그에 응수하기 위해 더 경멸적인 욕설의 수단으로 선택한게 그 사람이 가장 수치스럽게 여기는 보도 직업을 들먹이며 욕한것인데 그걸 성범죄로 입건하다니... 이건 좀 아니다 싶어요.
그냥 보통 일반인에게 그런 욕설을 했다면 음란 목적이 인정된다고 볼 여지도 있을지 모르지만.... 실제로 그 "ㅈ이나 빠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여자한테 그 직업에 대한 경멸을 말한게 왜 음란 목적인지...
기소유예로 끝났는데 뭐 그리 의미부여 하느냐 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성범죄 기소유예 받았다고 하면 누구나 흉악범으로 여기고 색안경 끼고 바라봅니다.
패드립에 대항하는 수단으로 그사람의 직업을 비하하는 멸칭을 사용한게 과연 성범죄라는 중한 타이틀까지 달고 살아야 할만큼 대단한 범죄인지 의문이 듭니다.
욕설이란게 계량화된 수치는 없지만 도덕적인 측면에서 제일 수위가 심하고 가급적 삼가야 할 욕이 부모욕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욕먹는건 참아도 부모욕은 못참죠.
즉 도덕적으로 비난가능성이 더 높은 부모욕을 한 사람은 공연성이 없으니(카톡으로 1:1로 대화한거니) 모욕죄도 해당사항 없고, 한번 보냈으니 정보통신망법 위반죄도 해당사항 없고 범죄가 아니죠. 단지 도덕적으로만 비난 가능할 뿐이죠.
그런데 도덕적으로 부모욕보다는 좀 수위가 낮은 직업 비하 욕설을 한 사람은 그게 성적인 부분을 비하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성범죄 타이틀을 달고 입건된다는게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성폭력 특별법 13조는 모욕죄처럼 공연성을 요구하지도 않고, 정보통신망법처럼 반복성을 요구하지도 않으니 딱 한번만 카톡을 보내도 범죄자가 되죠.
선량한 시민도 단순히 말싸움 한번 했다고 범죄자로 만드는 법이 과연 사회정의 구현이라는 법의 대원칙에 충실한 법일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억울한 범죄자를 양산하지 않도록요.
ps. 당시 친구가 변호사 사무실에 찾아가 상담했더니 벌금 100만원 정도 예상하길래 "나는 이제 성범죄 전과자다. 나 인생 망했다" 라고 절규하던 생각이 나네요.
ps2. 이 글을 보는 수험생 여러분들은 누군가와 말싸움 하더라도 상대가 부모님 출타하셨는지 여부를 묻는 욕을 시작하더라도 똑같이 패드립으로나 응수 하세요. 남자분이 여자에게 "가슴도 껌딱지만한 주제에", 여자분이 남자에게 "나이트에서 맨날 여자나 갈아치우며 자는 주제에" 등등의 성적인 욕설로 응수하면 검사님 만나러 가셔서 성범죄자 타이틀 얻게 되십니다. 물론 패드립한 상대방은 패드립 자체가 죄는 아니니까 상관 없고요.
경 시 모 (공 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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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제 생각이지만 재판을 받아서 시시비비를 가려야햇을듯요
ㅋㅋ 물론 당시에도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200%였겠죠. 내 일은 아니지만 경범죄 수준의 욕설을 한 댓가로 성범죄라는 철퇴를 맞는 사람의 심정이야 오죽하겠습니까. 그러나 검사가 기소유예를 한것에 대해 (피의자는) 불복수단이 없죠. 헌법소원밖에. 그런데 고작 저걸로 헌법소원 청구하면 변호사비가 더 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