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아들이 장성하여 제 짝을 찾아서 생활하며, 곧 찾을 예정이다.
자식들이 장성하여 떨어져 나갈 수록 나는 빈 둥지를 지켜야 한다. 가벼워지는 둥지라서 내가 더 여유롭고, 튼튼할 것 같은데도 몸은 자꾸만 왜소해지며, 늘어지며 퍼진다. 피곤이 녹작거린다는 뜻. 성인이 된 자식들의 눈에는 아비가 나이보다 더 쇠력해 보였는지 무슨 핑계를 대면서 건강기능식품을 늘 내밀었다.
예비 며느리가 사 보낸 오메가-3 두 병을 받아놓고는 나는 갈등을 느꼈다.
한 병은 정제어유로 만든 노르웨이 제품이며, 다른 병은 달맞이꽃 종자유를 정제하여 만든 캐나다 제품이라고 영문과 한글로 씌어져 있다. 제조원이 노르웨이, 캐나다라고 하나 믿을 수가 없다. 수입산이라면 오메가-3를 담은 병(패트) 원형 그대로 판매되어야 하는데도 실상은 국내에서 제조한 것으로 여겨진다. 메드인 노르웨이, 캐나다라고 표기되었으나 그거야 한국에서 인쇄한 종이에 불과할 수도 있다. 제조원을 검사할 방법이 전혀 없는 소비자로서는 그냥 믿어 줄 수밖에.
'본 제품은 질병의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의약품은 아닙니다.'
'혈중 중성지질개선, 혈행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음'
'혈중 콜레스테롤 개선, 혈행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음'
으로 표기되었다.
맞는 문구인 것 같다. 건강기능식품이다. 먹기 좋게끔 양약처럼 젤라틴(돈피=돼지껍질?)으로 코팅 처리한 음식물에 불과하다.
'도움을 줄 수 있음'이라는 문구가 웃긴다.
뒤짚으면 도움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되는 애매한 이중복합 문구다. 향후 문제가 되었을 때 법망이나 규정을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트릭)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애매한/이중성 문구에서 긍정적인 쪽으로, 자기한테 유리한 쪽으로만 받아들이려고 한다.
오메가-3가 든 식료품/식재료가 참으로 많을 게다.
현대인은 못 먹어서 마르며, 병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피곤에 지친 것도 아니다. 원기 부족한 이유는 다양하다.
특히 운동부족이다. 가만히 앉아서(일 하지도 않고) 손을 뻗치기만 하면 쉽게 구해서 먹을 수 있는 세상이기에 과잉섭취로 나약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떤 특정식품이 좋다 하여 우르르 몰려 가서 특정식품만 골라서 과용과식하는 게 오히려 탈이라고 본다.
산촌에서 사는 나는, 숨이 헉헉 거리도록 밭일 할 때가 많다.
유기농법으로 농사 짓는 것은 아니로되 잡초가 재배작물보다 훨씬 많은 텃밭농사다. 잡초를 잡초로만 보지 않고 어린 순과 뿌리를 캐서 나물로 조식(거칠게 먹는)하는 나로서는 위 오메가-3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내 몸의 영양상태가 어떤 지를 확인하지 않은 채, 병원의 정밀검사도 받지 않은 채 단지 늙었다는 이유로 건강기능성 식품을 아무 거나 먹어야 하는 지도 의문이다.
내가 보건대 어떤 식품이든지 간에 크게 배려하지 않고 먹거나, 영양소, 효능 등에 구애받지 않고, 골고루 적당히 섭생하면 충분하다고 본다.
한국에서 조제한 듯한 인상이 짙은 위 제품보다는 외국에서 직접 들어 온 건강식품에 믿음이 더 간다.
부분품을 수입해서 한국에서 조제한 듯한데도 외국에서 제조한 완제품인 양 표기했다. 한국에서 가공했다면 이는 속임수에 불과하다. 한국에서 조제한 것이 뚜렷한 데도 made in 어쩌구한 국가 명칭을 표기한 것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믿음이 갈까? 단연코 외국에서 직수입한 제품이 먼저다.
거짓과 허위가 판치는 세상에 선의의 생산자와 판매자도 의심을 받아야 하는 세상이다.
내 식탁 위에는 인도에서 직수입한 건강식품 몇 종류가 놓여 있다. 이런 제품이 오히려 신빙성이 있다. 물론 해당국에서 처음부터 가짜로 만든 것일 수도 있지만...
서울과 시골에서도 '건강기능식품'이 자꾸만 쌓이기만 한다. 내가 당뇨병, 전립선비대증 등의 양약을 먹는다는 이유로 딸, 아들과 그 짝들이 나를 노약한 늙은이로 취급을 한다는 뜻이다.
그들이 사다가 주는 기능성식품을 넙죽넙죽 받아서 그냥 먹어 주면 나도 그들도 심기가 편할 터. 하지만 나는 아직도 의문과 의심을 많이 하는 못난이다. 가만히 앉아서 손을 뻗치면 쉽게 구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이나 정제된 비타민 등이 천지인 세상에서 나는 우직하게 산다. 몸소 일하면서 거칠게 먹는 것으로써 내 건강을 유지하고 싶다. 움직이는 가운데 아무 거나 골고루 섭생하는 것으로써 건강을 보존하고 싶다. 의심스러운 것을 먹고 삼키는 것이 매우 불편하기 때문이다.
정제한 것보다는, 의심과 의문을 갖기 보다는, 내 주변에서 건강식재료와 식품을 쉽게 찾아 낼 수 있으며 이들을 더 선호한다.
오메가-3가 많이 든 식재료, 식품류를 인터넷 검색하였다.
등 푸른 생선, 연어, 정어리, 고등어, 새우, 꽁치, 물개, 물범, 멸치, 계란, 대마유, 들깨, 달맞이꽃씨앗, 잣, 감씨앗, 옥수수기름, 면실유, 아마유, 호두, 아몬드, 콩류(다양한 콩), 쇠비름, 산약초, 녹색채소...
방안에 틀어박혀서 위 건강기능성식품(알약)을 입으로만 홀짝거리며 삼키며, 마시는 것보다는 애써 움직이며, 바람을 쐬는 편이 훨씬 건강 증진과 유지하는 데에 낫다.
밭에서 일 하며, 짬을 내어 산으로 올라가 산약초 뜯고, 바닷가를 거니는 편이 훨씬 낫다.
조금은 걱정이 된다.
딸아들과 그 짝들한테 '더 이상 사 오지 마라. 아비한테는 차라리 돈으로 주어라, 통장번호를 알려 줄 터이니...'라고 박절하게 말하기 시작한 나는 '불량아비, 불량장인, 불량시아버지, '이다. 어른인 내가 성증이 괴팍해서 선물까지도 탈 잡으며, 선물 받기를 기피한다는 것인 양 잘못 인식되면 갸들이 아무 것도 선물하지 않을 수도 있는 꼬라지가 연출될까 또 우려된다.
2013. 5. 16. 목요일. 최윤환
며칠간 서울에서의 휴식은 오늘까지.
내일 아침 일찍 시골로 내려가 일상의 나로 되돌아가야겠다. 밀린 밭농사를 다시 이어나가야겠다.
점심 먹었으니 서점에 나가 산약초에 관한 책 한 권이라도 골라서 시골로 가져가야겠다.
남한산성이라도 드라이브 합시다라는 아내의 제의를 못 들은 척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이 글을 썼다.
첫댓글 식물성 오메가3는 쇠비름에 많이 들어 있답니다
좋은선물로 건강에 도움이 되시기를 바라며
서울나들이의 만남이 행복하엿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감사. 오늘은 외박 중입니다. 그제와 어제는 야생초/허브 재배교육을 받고, 오늘부터는 발효에 관한 교육을 받습니다.
숙소에서 컴 하며 저물어가는 하루를 마감합니다.충남농업기술원의 연구실에서 식초, 발효체험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제 텃밭에 엄청나게 나는 쇠비름. 풀 뜯어서 건강해야겠습니다. 좋은 정보에 감사.
잘 보구 갑니다.
댓글 감사. 오늘에서야 pc앞에 앉았습니다. 멀리까지 와 농업교육을 받다가.. 숙소에서 쉬면서 댓글 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