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인파에 휴가인지 사람구경인지 하는 휴가는 피하고 싶은것이
나이가 들긴 든 모양이다.
그래서 모두가 일상으로 복귀한 초겨울
2박3일간의 여정으로 제주도를 향했다.
돌과 바람과 여자가 많다는 삼다도.
올래길이 생기기 전 다녀왔으니 5년은 됀것 같다.
남편과 둘이만 가는 여행이라 한편으론 홀가분하기도 했고
약간은 심심할 것도 같은 마음였다.
준비라야 여벌옷 1벌과 세면도구.
제주공항에 도착해서 차를 렌트하고 숙소인 함덕에 있는 대명콘도로 향하는 길.
높은 건물이 전혀없이 앞이 탁 트여 나무들이 숲을 이룬 모습은
유럽 시골길을 달리는 듯했다.
도로변에 무리를 이루고 있는 갈대숲들이 낭만을 더하는것 같았다.
제주에서만 볼수 있는 현무암인 검은돌담들.
돌로 쌓은 낮은 담들 사이로 보이는 밭들이 옹기종기 정겹다
높은 키의 야자수들이 우리를 맞이한다.
이국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 야자수들로 가득찬 대명콘도는 동남아 열대지방의 숙소같았다.
뒤로는 함덕해수욕장을 끼고 있어
아름다운 view를 자랑하는 곳이다.
B동 720호에 가방을 내려놓곤 가벼운 옷차림으로
해변가를 둘러보기로 했다.
하늘은 시리도록 푸르고 에메랄드빛의 바다가 넓게 끝없이 나의 시야로 들어왔다.
잔잔한 바닷물이 햇빛에 반짝거리고 있었다.
남편과 해안가를 걸으며 옛생각에 젖어본다.
젊은날의 우리들을..
세월은 우리를 눈깜짝할 사이에 初老의 노인으로 만들었다.
처음 결혼생활을 시작했을땐 꿈도 많았고 모든일은 우리 뜻대로 될줄만 알았는데.
그렇게 철없이 시작했던 시절이 한순간 뇌리를 스쳐간다.
신혼여행지에서 함박눈을 만났을때 환호를 지르며 아주 잘 살수있을 거란 기대로
행복했었지.
그리곤.....
현실은 우리를 많이 힘들게 했다
지나고 보니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그 땐 왜 그렇게 힘들게 느껴졌을까.
물질보다는
사람들과의 부딪힘.
형제들과의 의견대립.
장손인 우리에게 수없이 기대는 사람들.
현대건설에 다녔던 남편을 정주영회장이라도 된듯
모든 것을 우리에게 의지했던 부모님.
그릇이 작았던 나는 그런 것들로 인해 힘들고 지치기만 했다.
모든것이 소중한 내 울타리고 나의 지인들인데
내려놓지 못한 생활속에서 나 자신만 우겼던 시절이 부끄러워지려 한다.
이제 반평생 이상을 살아왔으니 궂이 서로가 소원해할 필요도 없으며
서로 껴안으며 다독거려야 할때인걸.
더구나 서로 문화권이 다른 사람과의 만남은
모든것을 이해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했다.
무엇을 먹을까..
제주도갈치 와 회... 흑돼지구이.. 오분자기뚝배기..
이것을 몽땅 먹고가련다.
며칠동안..
거하게 먹기엔 시장기가 없어
해물뚝배기로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해수사우나를 했다.
내일 새벽같이 성산으로 일출을 보러 갈 계획이다.
다음날 새벽 5시
7시 15분에 해가 뜬다해서 서둘렀다.
칠흑같이 깜깜한 새벽에 자동차의 헤트라이트와 네비하나에 의존하곤
콘도를 나섰다.
오늘은 동부 성산을 시작으로 제주 해안도로를 타고 한바퀴를 돌 계획.
1132번 국도가 제주도 한바퀴를 돌수있는 도로이다.
올레길의 시발점이라 하는 성산일출봉에서 남부 서부 북쪽에 있는 숙소까지의 여정.
몇년전 관광에선 중요관광지를 다녔기에 모든 곳은 생략하고
해안도로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다가 좋은 곳 있으면 들리기로 했다
새벽공기를 가르며 성산으로 가는 길은 코끝으로 느껴지는 차가운 상쾌함.
주차장엔 벌써 많은 차들이 주차돼 있었다.
해발 180m
꾸불꾸불 계단으로 힘들게 올라가니 [200m이상은 되는듯]
일출이 시작 되려는지 멀리 수평선 주위는 붉은 기운이 돌고 있었다.
정상엔 많은 인파와 특히 외국관광객들이 이른 아침에도 불구하고
세계 7대 경관중의 하나라는 성산에서 해가 떠오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10만년전 수많은 분화구중에서 드물게 바다속에서 수중폭발한 사발모양의 분화구
많은 식물과 동물이 서식하고 있단다.
200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곳.
세계 7대 자연경관 중 하나
분화구 주변엔 바람에 키가 크지 못한 작은 꽃들이 여기저기 자기를 뽐내고 있는듯.
아름답다.
구름사이로 찬란한 해가..
어느 때보다도 더 커다란 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모두가 환호를 지르며 샷터 눌러대는 소리.
이글이글...
찬란하게 불타는 모습으로 수줍게 떠오른 해는 금방 바다위를 뛰어오른다.
박수로 반갑게 맞이하며 내려오는길
분화구옆 바닷가 절벽밑에 해녀의집
해녀들이 직접 운영하는 이곳은 갓잡은 전복으로 만든 진한 녹색을 뛰운 전복죽
손가락만한 전복이 듬성듬성.
아침을 맛있게 먹고
부지런히 우리의 여정을 계속한다.
가까운 거리에 소같이 생긴 우도가 손에 잡힌다
관광지도가 자세히 표기 되어 별 어려움없이 해안도로 있는곳은 해안도로를 타고..
오늘 점심은 해녀들이 잡은 회로 할 계획인데
제대로 횟집을 갈수 있으려나... 하는 기대감으로 출발.
그동안 제주도엔 많은 테마공원들이 생긴듯하다.
여기저기 한 발자국만 가도 모두 관광지.
아이들이 무척 좋아할것 같은 곳.
남편은 아이들 모두 데리고 같이 와야겠다고 한다.
손주녀석들이 좋아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모양이다.
중간중간 가볼곳이 있었지만 몇해전에 간 곳이라 그냥 패스.
이번 여행의 목적은 자연경관과 함께..
예전보다 더 이국적인 제주도.
여기저기 푸른나무들이 숲을 이룬 모습은 열대지방의 수풀림을 이루었다
몇년 사이에.
아직 이곳은 단풍이 들지 않은듯 모두 푸름을 자랑하고 있었다.
1132번 국도를 따라 해안도로가 나오면 그곳으로 가는
호주 불루마운틴으로 가는 길처럼 호젓한 길을 따라 드라이브
집집마다 귤나무들이 지천이다.
노랗게 익은 귤들이 주렁주렁.
보기만해도 마음이 부자가 된듯하다.
황금마당이라고 할까?
이 곳에 있다는 자체가 저절로 힐링이다..
가로수는 빨강색 조그만 열매들이 꽃처럼 주렁주렁 달려있다
호주에도 지금쯤 커다란 고목나무인 보라색 쟈카렌다꽃이 한아름 피어
가로수길마다 보라색 지천일테지.
쟈카렌다가 한창 일때
엄마는 우리 곁을 떠나셨다.
잠시 엄마를 그리워한다.
처음 차에서 내린곳은 문화와 민속이 살아있는마을
혼인지마을
산과 계곡이 전혀없어 한라산에서 내려다보면
동쪽의 가장 편안하고 평온한 마을이란다.
앞에는 바다가 틔여있는.
해녀 한분이 바다로 들어가려 장비를 갖추고 내려간다.
스페인 남부에서 보았던 빨간지붕들이 해안과 야자수나무와
어우러져 이국의 정취가 물씬.
어느 지중해의 한가한 별장을 보는듯 했다.
표선 해비치해변을 지나
올레5코스의 명품 해안산책길.
큰엉해안.
차를 주차시키고 1시간 걷기로 했다.
해안도로를 따라 오는데 억새풀과 야자수의 환상이라니.
바다는 찬란하게 햇빛에 반짝이고
아름답고 아름다워 입을 다물수없었다.
큰엉은 남쪽에 위치한 절벽에있는 큰바위동굴을 뜻하며
바닷가 절벽등에 뚫린 바위.큰언덕을 일컫는 제주방언이란다.
이곳에서 해안을 따라 동쪽으로 1.5km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절벽코스이다.
큰바위가 바다를 집어 삼킬듯이 크게 입을 벌리고 있는 언덕.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있다
절벽을 끼고 쉬지않고 부서지는 하얀포말의 파도소리를 들으며
동백나무군락지이며 각종 나무들의 서식지인 이곳을 산책한다고 생각해보라.
절벽 아래로 내려가 파도를 배경으로 사진을 몇컷 찍었다.
추천하고 싶은 올레길이다.
놀멍쉬멍 걸엄수다.
큰엉해안을 지나 서귀포시로 진입
정방폭포와 외돌개 가는길이 눈에 띄인다.
모두 패스하고
본태박물관을 둘러보자는 남편.
정주영회장의 네째며느리이며 노현정아나운서의 시어머니가 한다는 뮤지엄.
세계적인 일본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설계했다는곳
삼각형 사각형의 기하학적인 건축물과 빛과 물의 하모니라는 뮤지엄.
1,2관은 피카소그림과 백남준의 아트홀까지 갖추고 있고
3관은 우리나라 전통의상과 공예품, 노리개, 도자기.
선조들의 소박함과 아름다움을 한 눈에 볼수있게 수백점이 소장돼있어
선조들의 장인정신을 엿볼수 있었다.
현대맨인 남편은 이 곳을 봐야한다나.
카페에서 손님과 환담하는 박물관장인 재벌며느리의 포스를 보았다.
선입관인지
무엇인가 풍기는 우아함.
나는 저런 귀티나는 기품이 나올수 없단 말인가..
남편이나 시아버님이 재벌이 아니니 기대할수 없겠지.
잠시 초라해진 나를 발견한다.
나를 위로하는 날
이해인
가끔은 아주 가끔은
내가 나를 위로할 필요가 있네
큰일 아닌데도
세상이 끝난 것 같은
죽음을 맛볼 때
남에겐 체 드러나지 않은
나의 허물과 약점들이
나를 잠 못들게 하고
누구에게도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은 부끄러움에
문 닫고 숨고 싶을 때
괞찮아 괜찮아
힘을 내라구
이제부터 잘하면 되잖아
조금은 계면쩍지만
내가 나를 위로하며
조용히
거울 앞에 설 때가 있네
내가 나에게 조금 더
따뜻하고 너그러워지는
동그란 마음
활짝 웃어주는 마음
남에게 주기 전에
내가 나에게 먼저 주는
위로의 선물이라네
내가 초라해질 때 이 시를 읽으며 나를 위로한다.
그 곳을 빠져나와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세계자동차박물관에 들렸다.
미국 영국 독일의 수공품인 자동차.
손수 주문을 받아 제작했다는 귀족들이 타던 차들이 50대가 훨씬 넘게 전시돼있는데
놀라운 것은 지금도 끊임없이 16c17c에 있었던 차를 소장하고 있는 사람들한테 사들인다는것이다.
아이들이 직접 운전해볼수 있도록 체험관까지
놀랍도록 멋진 차들이 우리 눈을 즐겁게 하였다.
히틀러가 타고 나치군대를 사열했다던 메르세데스 벤츠
왕족,부호들이 애용한 롤스로이드
헐리웃 톱스타들의 듀센버그.
존웨인의 포드.
높은 신분과 품격을 과시하느라 사랑을 받던 자동차들
점심을 먹어야하는데 해녀의 집이 보이질 않는다.
해녀들이 갓잡은 회를 먹자고 해안가를 돌면서
아무리 봐도 보이질 않고..
벌써 2시가 넘어선지 시장끼가 돈다.
어느 곳에선 해녀 열댓명이 바닷가에서 그물주머니에 담긴 소라를
선별하고 있는 모습
우리가 살수있냐고 물어봤더니 안판다나?
아마도 공판장에 넘기는 모양이다.
올레길 12코스의 종점이며 13코스의 시작점이라는 김대건 신부 제주도 표착기념성당.
마지막과 시작이 함께하는 상징적인 곳
김대건 신부님이 상해에서 페레올주교에세 사제서품을 받고 주교와 일행 13명이
라파엘호를 타고
경성으로 오던중 태풍을 만나 표류하다 용수리포구에 표착하여
죽을 위험에서 구해주신 하느님의 섭리와 성모님의 도우심에 감사하며
고국땅에서 감격의 첫 미사를 드린곳을 기념하여 지은 성당,
성당건물이 라파엘호의 배모양을 하고있다.
남편과 함께 조용히 기도를 드렸다.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신부님의 발자취를 느꼈기에 감회는 새로웠다.
카톨릭신자기에.
더 많이 머물지 못한 아쉬움이 지금껏 남아있다.
다시 점심을 해결하기위해 길을 떠났다.
해안도로를 가다보면 올레길을 걷는 올레꾼들을 종종 볼수있었다
배낭하나만 메고 걷는 사람들의 표정은 힐링되어 밝기만 했다.
올레 13코스의 한림 바다횟집에서의 식사.
제대로된 회를 먹으려다 지쳐 찾아간 곳.
80000원짜리 회를 주문
처음부터 전복회부터 소라회 갈치회까지
메인을 먹기전에 푸짐한 회가 많이 나와
남편과 눈을 맞추며 눈이 휘둥그레..
도미와 우럭회는 제주도에서 잡은 회라고
두둑하게 썰은 회 1점이 입안에 그득하다.
시장해서인지 아주 맛있게 그 많은 회를 다 먹었다.
그리고 다음에 제주를 온다면 다시 이 집을 찾고싶다.
해가 지기 전 일몰로 유명하다는 애월리로 향했다.
애월리 '봄날'이라는 카페.
여기서 일몰을 보면서 라테 한잔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간이 5시가 되었기에 부지런히 차를 몰았다.
이 곳에서 20여분 걸린다는 애월
인터넷을 찾아봤더니 카페의 설명이 대단했다.
모두들 아름다운 카페란다.
네비가 가르치는 대로 국도에서 바닷가로 내려가는 좁은길.
들어가는 입구부터 심상치 않듯
바닷가로 내려가는 작은 도로엔 주차한 차들이 즐비.
알고보니 봄날카페로 오가는 손님들.
좌석이 없단다.
이름을 적고 기다려본다.
모두 젊은 아이들.
늙은이는 우리뿐이다.
사진을 찍느라 난리들 속에서 우리도 못지않게 셔터를 눌러댄다.
8 테이블 밖에 없는데 왠 손님들이 그리도 많은지.
드디어 입장..
마침 view가 제일 좋은 자리가 비었다.
커다란 통유리 사이로 펼쳐진 하얀 파도가 물밀듯 밀려오는 느낌.
라떼와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바닷가 창가에 앉아
AR.학생에게 사진을 부탁한다.
젊을때의 연인 포스로.
남편과 원탁 테이블에서 마음껏 포즈를 잡아본다. 후훗
기다리는 동안 해는 벌써 수평선 바다속으로 빠져버렸고...ㅉ
40여분을 그냥 분위기가 좋아 앉아있다가 일어났다.
마음은 청춘이니까.
주변 산책로가 카페와 어우러져 절경이다.
어느곳보다 일찍 찾아온 어둠.
숙소인 대명콘도로 향한다.
제주시를 지나 함덕으로
늦은 점심을 포식했기에 저녁은 생략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노래방이라도 갈껄 하는 뒤늦은 후회
내일은 폭풍우가 분다는데..
다음날.
밤 9시 20분 비행기
여유있어 늦게 아침을 먹었다.
바람이 몹시 부는지 야자수나무가 흔들린다.
제대로 제주도의 바람을 맞아보는것 같다.
비가 오는것 같아 오늘 일정을 바꾸기로 했다.
오늘은 중부 516도로 옆의 한라수목원을 가기로 햇다
남편은 연신 러브랜드를 가야한다고 노래를 한다.
몇년전 까지도 이런 테마관광지가 없었건만 별 희한한 관광지가 다있다.
나는 안간다고 하니 포기했는지...
가봐야 뻔한 곳 아닌가.뭘 그렇게 보고 싶은게 많은지.
남자들의 심리는 늙거나 젊거나 모두 마찬가진가?
조식을 먹고 가방을 꾸리곤 함덕 해수욕장주변을 돌았다.
다행히 비가 그쳐서 산책하듯 주변을 걷고..
12시가 다돼서 체크아웃하고 나섰다.
중부도로 516도로는 완전 숲속이다.
숲과 하나가 되는 곳.
50년된 삼나무가 빽빽한 숲길을 드라이브하는 힐링코스
꿩 한마리가 우리 앞을 지나간다.
이곳엔 야생동물 출물지구란다.
어디를 봐도 세계 명경관중의 하나다. 길 하나 하나까지도.
산이영 바다이영 몬딱 좋은게 마씀.
캐나다 록키산맥을 통과하는 느낌이 드는
하늘만 빼곡하게 보이는
숲길을 가다보니 차들이 많이 주차돼있어
우리도 가는 길을 잠시 멈추었다.
사려니 숲길이란다.
숲길 한바퀴를 도는데 6시간 물론 올레길 코스이다.
제주도 여행코스에서 빼놀수 없는 길
낭만과 환상적인 삼나무가 어우러진 사려니 숲길.
숲길중의 명품길이란다.
시인 도종환은 숲길을 이렇게 노래했다.
사려니 숲길
어제도 사막 모래언덕을 넘었구나 싶은 날
내 말을 가만히 웃으며 들어주는 이와
오래 걷고 싶은 길 하나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보다 다섯배 열배나 큰 나무들이
몇시간씩 우리를 가려주는 길
종처럼 생긴 때북나무 꽃들이
오리 십리 줄지어 서서
조그맣고 짙은 향기의 종소리를 울리는 길
이제 그만 초록으로 돌아오라고 우리를 부르는
산길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용암처럼 끓어오르는 것들을 주체하기 어려운 날
마음도 건천이 된 지 오래인 날
쏟아진 빗줄기가 순식간에
천미천 같은 개울을 이루고 우리도 환호작약하며
물줄기를 따라 가는 길
나도 그대도 단풍드는 날 오리라는 걸
받아들이게 하는 가을 서어나무 길
길을 끊어놓은 폭설이
오늘 하루의 속도를 늦추게 해준 걸
고맙게 받아 들일 삼나무 숲길.
문득 짐을 싸서 그 곳으로 가고 싶은
길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한라산 중산간 신역[神域]으로 뻗어있는 사려니 숲길 같은.
사려니숲길 입구에 도종환시인의 시가 이렇게 적혀있다.
새왓길 순환 산책길 40분 코스만 걸었는데도
시인의 마음을 흠뻑 느낄수 있는 포근하고 아늑한 숲길이다.
아끼고 사랑해야겠다는 마음이 절로 드는 자연수풀림
제주돌문화원을 들렸다.
백만평에 제주역사를 말해주듯 각종 돌하루방에서부터 갖가지 돌들이
자연과 함께 널려있었다.
남편은 자꾸 돌하루방 코를 만진다.
옛날 하루방의 코를 만지면 아들을 낳는다고 연신 만졌는데
젊을때나 늙어서나 코 만지는것은
늦게 아들을 낳고 싶은겐가?
했더니 이 사람아 그게 아니고 젊게 살고 싶은 마음이란다.
제주 올레길은 총 15 코스로 총거리250km
우리가 제주둘레를 돈 거리는 287km
비가 뿌리기에 한라수목원을 취소하고
제주시내를 들어가서 점심을 먹고 시내를 돌기로 했다.
도깨비도로라는 곳을 지나니 비가 오는 중에도 차들이 많이 있는곳
바로 여기가 러브랜드
가차없이 주차장에 파킹시키는 남편
젊은 아이할것없이 많은 손님들이 북적거리고 있으니 남편은 "이거봐라.
아이들도 많이 왔는데 알것 다 아는 사람이 뭘 그러냐"며 핀잔을 준다.
"아~~** 싫으니까 혼자 다녀오라구....
그렇게 가고 싶으면.."
노인이나 젊은 애들이나 연인이나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다.
가본 곳중에서 제일 사람들이 많았다.
떠밀리다시피 들어간 곳.
즐거움과 해학으로 가득한 성 테마공원.
말은 그럴싸하다.
외설이 아닌 예술로 승화시켰다나?
공원안엔 각종 포즈의 여성들의 모습.
참 낯 뜨겁다.
성생활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표현할수있는가
내가 이상한가?
남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즐기고 있는데..윽~
비를 철철 맞으면서도 보고 싶다는데야..
어찌 말리겠나.
제주시내로 일찌기 들어갔다.
8시까지 차를 반납해야하는데 날이 어두워지니 제주공항근처에 있는
용두암을 보기로 했다.
바다속 용암이 솟아 올라 굳어진 바위
용이 승천하는 모습이다.
중국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이 곳에서 본 일몰이 장관이라는데 너무 늦게 도착해서 아쉬웠다.
바닷가엔 해녀들이 직접 잡은 소라 멍게 해삼 전복을 손질해서 판다는데...
미련만 남기고 돌아섰다.
1시간전에 차를 반납하고 제주공항에서 갈치조림으로 저녁.
사람들로 인산인해.
면세점에서 남편 서류가방을 명품으로 하나 사주었다.
맘에 드는걸로...
친구들이 나를 보고 여행중 싸우지 않았느냐가 첫인사다.
똑똑한 남편이 이제 맛을 잃어가는지 제주도에선 어리버리
나랑 똑같으니 형평에 맞아 답답할 것도 없고
싸울일이 없지 않는가?
어리버리해지는 남편모습에 싸울일이 없어 좋아해야하나.
아니면 걱정스럽게 지켜봐야 하나.
그것이 제주도를 다녀온 후의 나의 숙제이다.
첫댓글 사이좋게 다녀왔으니 이제 남편분도 깨달으심이 있으셨나봅니다. ㅎㅎ 도종환의 '숲길'처럼 내 말을 조용히 웃으면서 들어줄 사람과 숲길을 걷고 싶네요.
긴 글....아주 잘 읽었습니다.
함께 여행 다녀온 듯 소상하게 써주셔셔 감사해요.
그림 같은 제주...아니 그림 보다 더 아름다운 제주도에 또 가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