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역동적이고 삶이 충만했던 시간들속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삶을 살았던가를 지난 한달에 결처 돌이켜 보았습니다. 그 때의 느낌 감정 생각등. 당시를 생각나게 하는 물건들 추억들 대상들을 구체적으로 리마인딩했더니 신기한 일이 벌어지네요. 완전히 몸에서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강박이전의 느낌이 될살아 나네요. 이거 14년만에 처음입니다. 정말. 지금 돌이켜 보면 병에 걸리면서 매순간 아주 조금씩 변해왔습니다. 아주 더디게 그리고 견고하게 진행이 되다보니 그걸 못느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 있음을 절감했습니다. 개구리가 천천히 데어져서 자기가 타죽고 있는줄 모르는 것처럼 그런 똑같은 과정. 과거의 내 모습이 너무나 낮설고 그게 존재하기냐 했나하는 의심이 들정도의 현재와의 괴리감. 하나하나 한해한해 거슬러 올라가면서 짚어봤더니 잊고 있었던 많은 것들이 되살아 나네요. 마치 기억상실증 걸렸다가 조금식 기억을 되찾는 사람들처럼요.
제 개인사를 좀 말하면요, 전 고등학교 1학년때. 그러니까 1997년 6월 21일에 토요일 오후 기분좋게 집에와서 프로축구를 보고 있는데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아버지 동료로부터 당시에 아이엠에프 전 가장들이 과로사나 쓰러지는 경우가 많아, 그정도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병원의 부적절한 대응과 치료지연으로 몇시간이나 방치되어 저녁에야 뇌출혈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1분1초를 다투는게 뇌출혈인데 몇시간이면 의료과실로 소송을 걸고도 남을일인테 저는 너무 어려서 뭘 몰랐고, 주변 어른들은 다들 뭘했는지 의심스럽네요. 그리고 휴일에 몇몇 리지던트를 중심으로 마치 의료실습하듯이 뇌수술을 했습니다. 그 다음주 아버지는 결국 돌아가셨구요. 이후 경제적 추락을 경험하며 말도 안되는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고 이모든일로 정신적 내상을 입은듯 합니다. 다음헤 1998년 4월에 시험을 쳤는데 3등을 했습니다. 그걸로 봐서 그때까진 강박이 없었던 걸로 확신합니다. 그해 6월에 아버지 첫제사날에 월드컵경기중계를 보고 있는데 제가 눈을 심하게 깜밖였습니다. 의식적으로. 이걸 엄마가 보고 너 왜 그러냐고 타박을 줬죠. 이런 상황으로 봐서 1998년 5월경에 강박이 출현했다고 결론을 지었습니다.
2학기를 거치면서 정신과 학교성적이 곤두박질 쳤고, 고3을 바닥인 상황에서 맞이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워낙 조금씩 옳아매다 보니 게다가 정체를 모르니 속수무책으로 당해 극도의 무기력에 빠져 그 말도 안되는 성적을 받아들고도 어찌할수 없었던거죠. 그때 제 예전 친구가 제 성적을 보고 너 어쩌다가 그렇게 됐냐며, 모욕적인 발언을 했습니다. 그런 얘기조차 들어오지 않을 만큼 극심한 증상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 이전까지 부산대 약대를 가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기대치였는데, 50점 이상의 하락한 점수를 받고 정말 말도 안되는 대학에 합격했습니다. 불과 1년반전만 해도 이런 대학엔 누가 다니는거야 라고 친구에게 제가 얘기했던 대학만 합격하고 다 떨어집니다. 당연히 저는 재수한다고 집에 얘기했으나 제가 집을 비운사이 엄마와 누나가 강제로 등록을 해버리고 나서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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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끌려 가듯이 그 대학을 다니게 되었죠. 결국 관뒀지만. 집에서는 이런 내막을 모르고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어려움에 모두 힘들던 시기 저는 저 자신도 가족에게도 케어가 되지 못하고 철저히 방치되었어요. 그렇게 치료의 시기를 놓치고 강박증이나 진로 모두 악화일로를 걸을수 밖에 없는 악순환의 고리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여기까진 사실 오래된 일이고 강박증인지 모르고 있던 시기라 저도 미처 인식못했던 사실인데 위의 리마인딩을 통해 다 살아났어요. 기억의 조각들이 하나하나 맞춰졌습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왜 이렇게 됐을까하는 그 괴로운 의문이 풀렸습니다. 묻혔던 과거가 들추어 진거죠. 급작스럽게 변한 환경에 추락으로 인한 상실감에 전혀 통제불능의 상태로 빠지는 삶에 아이러니하게도 그에 반하는 모든걸 통제하고자 하는 병이 생긴것 같아요. 큰 부분에서 통제가 안되니 아주 사소한 부분을 통제하려는 욕구의 과잉이 정신을 왜곡시켰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결론을 얻은 다음엔 . 180도 변한 과정을 알고나니 그 반대도 가능하단 확신이 생겼어요.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비가역적이라는 절망이 있었는데, 그게 가능하다는 당연한 사실을 지금 알게 됐어요. 오는 길이 있었다면 가는길도 있는게 이치니까요.
1996년 1997년 가장 좋았던 그때 유행했던 대중가요를 찾아서 듣고, 내가 다녔던 학교를 찾아가보고, 그 때 찍은 사진을 다시보고 그때 했던 생각을 그대로 해보고 그 때 했던 일들을 다시 해봤어요. 놀랍게도 당시의 그 감정이 그대로 살아나고 강박증이 없어지거나 있어도 막강한 병이 아니라 그냥 잡생각정도로 밖에 느껴지지 않아요. 당시에도 많은 실수를 하고 살았다는 사실들을 다시 떠올렸어요. 시험칠때 답을 밀려서 망쳤던 경험, 뒷장의 문제를 못보고 풀지못하고 그냥 놓쳤던적, 답을 잘못 체킹했던일, 시험범위를 잘못알고 엉뚱한 내용을 공부해서 손해를 봤던일,, 모르고 현관문을 잠그지 않고 학원을 갔던일, 준비물을 안가져간일, 필요한 책을 학교에 두고와 다시 갔던일. 오히려 지금보다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고 살았는데요, 차이점은 그때는 그걸 의식하지 않았어요. 실수했네 하고 거기서 끝인거죠. 또다시 실수하면 어쩌지?이것때문에 내가 돌이킬수 없는 손해를 보면 어쩌지 하는 그런생각이 없었다는 거죠. 지금과 달리 당시엔 제가 완벽했다고 그렇게 믿고 있었어요. 정말 말도 안되는 얘기지만 그렇게 믿고 있으니 지금의 실수가 너무나 크게 다가오고 큰 잘못을 큰 실패를 한것 같고. 한가지 예를 들면 영어 듣기를 그때도 잘 못했어요. 그런데 지금 토익듣기를 못하며 이게 다 강박증때문이야 생각때문에 극심한 좌절감을 느낀다는 겁니다. 강박증때문에 아무것도 못하며 안하던 실수를 하게 되고 내가 가진 능력이자 자질이 모두 사라졌다고 믿는 그런 좌절감이 가장큰 불행의 요인이란 것을 절감합니다.
마지막으로 내가 몰입했던 것을 다시 해보잔 생각에 수능공부를 하고 있거든요. 특히 그때이후론 한적없는 수학을. 학교교실안에서 야자시간에 정석을 풀고 있던 그것이 그대로 재현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모든게 그대로 살아있구나, 없어진게 아니구나, 그래 14년보다 더 긴시간을 보낸 삶의 방식이 사라질리가 없다고 확신합니다. 어린시절 배운 자전거타기가 오래 안탄다고 없어지는게 아니듯이요.
제가 이렇게 구구절절 시시콜콜 얘기를 하는 것은요, 이런 작은 부분들이 사실 본질인데 이걸 간과하고 묻어둔것이 그동안의 억눌림과 고통의 근원이라는 생각때문입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단한번도 얘기한적 없는 , 할필요도 없는, 해선 안된다고 생각했던 것들인데 이걸 털어놓아야 자유로와 질수 있을 것 같아요. 이게 핵심인데 여태 왜 이걸 몰랐을까요? 엉뚱한데서 해결책을 찾고 있었어요. 그동안.
지난달에 처음 내 고충을 큰틀에서 누나한테 말하고 나니 변화가 좀 생겼어요. 여세를 몰라 엄마한테도 그동안 내가 느낀 과정을 강박증은 빼고 결과만 말씀드렸더니 마음이 굉장이홀가분해 졌어요. 그동안 중요한 대화가 없다보니 너무도 모르고 지내온것이 무척 후회가 되더군요.제 얘기가 두서가 없죠. 약간 흥분했어요. 리마인딩을 해보게 된건, 읽은 책중에 노인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20년전 살았던 환경을 되살리니 당시의 건강과 기력 생활습관을 그대로 회복했다는 연구보고를 보고 실행해 봤습니다. 조금씩 해보다 지금은 전면적으로 암시를 주고 있어요. 나는 지금 몇살이고 지금은 어떤 상황이고 무엇을 해야 하며 내 목표는 무엇이다 이런식으로. 지금 현실은 무시하고 가장 의욕적이고 건강했던 시절 상황을 반복학습시키고 있습니다. 계속 마음이 살아나면서 강박증이 없어지고 있어요. 의욕이 생기고 몸에도 활력이 생겨요.
계속해보면서 더 나아지면 다시 글올릴게요. 많이 늦었지만 처음 꼬인 부분부터 잘라내고 거기서 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그것이 가장 돌아가는 길이지만 가장 빠르고 유일한 방법이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됐습니다. 최소한 제 개인이게는요. 다시 수능공부를 하고 있어요. 32인데 미친짓이죠. ㅋ ㅋ 그러기 위해 그동안 손에 쥐고 있던 알량한 대학졸업장과 내게 불행한 기억을 살려주는 그 모든 대상들과 절교를 감행하고 있습니다. 완전히 버려야 출발을 할수 있을 것 같네요.
지켜봐 주세요. 제가 해내고 여러분에게 이 나이에고 극복가능하단 사실을 증명해 드리겠습니다.
첫댓글 글솜씨가 탁월하십니다..감탄..... 병원은 꼭 다니시고요...치료를 위해서나 자신이 바른길로 가고있는지 조언해주는사람이나 멘토가 있었으면 좋겟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