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2021. 6. 21. 월요일.
24절기 가운데 해 길이가 가장 길다는 하지(夏至)이다.
* 하지 : 북반구에 있어서 낮이 가장 길며, 정오의 태양 높이도 가장 높고, 일사 시간과 일사량도 가장 많은 날.
그래서일까? 오후 7시 10분인 현재인데도 서울 송파구 잠실 아파트 단지 서편에는 햇볕이 밝게 환하게 드리워진다.
내 고향바다인 충남 보령시 무창포에서 해너미를 바라보았으면 싶다.
오후에 아내와 함께 서울 송파구 잠실새마을시장 인근에 있는 비뇨기과에 들러서 2주간의 소변 변화 추이에 대한 검사와 아래뱃속의 비뇨기능에 대한 촬영 등 진찰을 받고는 치료약은 1개월 분을 구입했다.
나는 2주간 복용할 약이 다 떨어졌기에 간밤(일요일)에는 약 복용하지 못한 채 그냥 잤더니만 이게 작용했을까? 의사는 소변량이 적어졌다고 지적했다. 오늘도 진료비와 약값이 수월찮게 나갔다. 아내가 카드로 결재하고.
집으로 돌아온 뒤 나는 석촌호수 서호로 바람 쐬러 나갔다.
아파트 4단지를 빠져나가다가 쓰레기 하치장에 버려진 이삿짐을 보았다. 쓸 수 있는데도 그냥 버리는 폐품이 제법 많다. 깔끔해 보이는 책장은 여러 개. 커다란 화분 속의 식물도 두서너 개.
책벌레인 나는 책장과 의자 등에 욕심이 났으나 운반할 방법이 마땅하지 않았다. 늙어서 등허리 굽어가는 내가 그 무거운 가구를 혼자서는 운반할 수는 없을 터. 욕심을 접고는 식물을 키우는 화분에나 눈독을 들였다.
하얀 도기의 화분이 무척이나 크고, 또 외국 식물까지도 심어져 있었다. 나 혼자서도 낑낑거리면 충분히 운반할 수는 있다. 운반하기 더 쉬운 방법을 생각했다. 꽃삽으로 흙은 파낸 뒤에 운반해야겠다고 속으로 궁량을 대고는 산책 목적지인 석촌호수 서호로 나갔다.
호수 한 바퀴를 돈 뒤에 집으로 돌아와서는 꽃삽을 꺼내서 그 쓰레기 하치장에 다시 가야겠다면서... 흙을 퍼내면 가벼워지는 화분과 꽃나무를 운반해야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
오늘도 석촌호수 서호 쉼터에는 바둑과 장기를 두는 영감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나는 늘 구경꾼이기에 노인네들이 두는 장기판을 내려다보았다. 오늘은 날씨 탓일까? 모두가 다 시시하다. 하수들이나 두는 그런 수준이었다. 특히나 기력이 낮은 영감들은 장기알을 자꾸만 만지작거렸으며, 잘못 두었다는 듯이 되물기를 거듭했다. 장기알을 손가락으로 이리로, 저리로 옮기는 작태에 구경꾼인 내가 먼저 지쳐서 자리를 떴다.
'왜 자꾸만 되물려요?'
아까 눈여겨 본 화분 두 개를 주워서 내 집으로 운반하려고 석촌호수 한 바퀴를 돈 뒤에 서둘러서 일찍 귀가했다.
그런데 작은 밀차 위에 화분 두 개를 얹어 놓은 것을 보았다. 새로운 임자가 이미 생겼다는 뜻.
남이 내다버린 페품을 보았으면 즉시 주워서 내가 사는 아파트 안으로 가져 왔더라면 그게 내 소유가 되었을 터.
그게 아니고, '나중에 운반하지' 하는 안이한 생각으로 일의 처리를 뒤로 미룬 결과는? 아무 것도 없다.
속으로는 은근히 화가 났다. 어떤 일을 즉시 처리하는 게 아니라 뒤로 밍그적거리면서 여유를 부렸던 내 게으름을 먼저 탓했다.
사용하던 물건을 내다버리는 사람도 있고, 그 물건을 주워서 재활용하는 사람도 있다.
나도 남이 버린 물건(화분, 화초)를 주워오는 사람이다. 어쩌면 물건저장 강박증에 걸렸을 게다.
유독히 식물에 한해서는...
시골에서 텃밭농사를 짓다가는 서울로 올라와서 산 뒤로부터는 아파트 단지 안의 쓰레기 하치장에 내다버린 화분 등을 보면 나는 욕심을 낸다. 오늘도 그랬다.
아파트 안에서는 이따금 이사짐을 운반하는 대형 차량이 들락거린다. 이사 오면서, 이사 가면서 내다버리는 물건(페품)이 제법 많다. 나는 그저 식물에만 관심을 두었기에 내다버리는 화분에만 욕심을 낸다.
오늘 오후에 흰색깔의 큰 화분 두 개를 주워서 가져간 사람은 나보다 식물에 대한 애정이 훨씬 크고 강렬한가 보다.
'모든 물건에는 임자가 따로 있다'는 소박한 진리를 나는 오늘도 또 배웠다.
1.
나는 당뇨병 환자이며, 전립선비대증 환자이다.
퇴직 전후에는 몸 구석구석이 다 아프고 찌뿌둥해서 여러 병원과 약국으로 두루 다녀야했다.
이제는 퇴직한 지가 오래되니까 잔병이 많이도 줄어들었다.
병이 줄었다라기보다는 내가 둔감해져서 병이 난 줄조차도 모른다는 뜻도 되겠다. 무감각해진 탓으로...
2021. 6. 21. 월요일.
나중에 더 보완한다.
잠시 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