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희(白雪姬), 봄날은 간다(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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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 시인 100명이 첫손에 꼽은 노랫말
박광희 기자 입력 2020.05.08.
노랫말은 한 편의 ‘애송시’ 수준
11년 전의 일이다. 2009년 문학 계간잡지 《시인세계》가 우리나라 현역시인 100명에게 물었다. “가장 좋아하는 대중가요 노랫말
은 무엇 입니까?”… 이 물음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한 노래가 백설희가 부른
①<봄날은 간다>(1954, 손로원 작사/박시춘 작곡)였다. 그리고 그 다음 2위는
②<킬리만자로의 표범> (양인자 작사/김희갑 작곡/조용필 노래), 3위는
③ <북한강에서>(정태춘 작사·작곡
·노래), 4위는
④<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양희은 작사·노래/이병우 작곡), 5위는
⑤<한계령>(하덕규 작사·작곡/양희은 노래) 이었다.
출처 : 농촌여성신문(https://www.rw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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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희(白雪姬), 봄날은 간다(1953)
1953년 백설희가 불러 그녀는 물론 작사자 손로원의 대표곡이 되었다.
손로원 작사 / 박시춘 작곡 (1953)
1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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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제비나비(학명 : Papilio maackii)는 호랑나비과의 한 종류이다.
1940년대에는 '산신령나비'라 불리기도 했다. 한반도에서는 산지 중심으로 폭넓게 분포한다.
사진 산제비나비 1
※청노새란 털빛이 푸른 노새(나귀)를 일컫는 말로 푸른빛이 돌 정도로 젊은 노새란 뜻이다. 짤랑대는 것은 분명
말의 목에 매단 방울에서 나는 소리일 것이다.
※청노새 뜻: 푸른빛을 띤 노새.
청노새(출처: wordrow.kr)
청노새: 푸른빛을 띤 노새. (어휘 명사 혼종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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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딸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3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 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4
밤 깊은 시간엔 창을 열고 하염없더라
오늘도 저 혼자 기운 달아 기러기 앞서가는 만리 꿈길에
너를 만나 기뻐 웃고 너를 잃고 슬피 울던
등 굽은 그 적막에 봄날은 간다.
(*문인수)
5
어두운 이 밤이 지나가면 푸르른 새벽
오늘도 그 모습 그리면서 이별에 겨워 우는 주마등 길에
별이 뜨듯 다시 만나 꽃이 피듯 함께하자
살뜰한 그 다짐에 봄날은 간다
(*임철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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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 제5절..................*임철순 자유컬럼그룹 공동대표
누구나 인정하듯 ‘봄날은 간다’는 우리 가요의 최고봉입니다. 특히 가사의 절절한 매력과 호소력이 일품입니다. 2004년 봄 계간
‘시인세계’가 시인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로 뽑힌 바 있습니다. 시인들만 좋아하
는 게 아닙니다.
‘봄날은 간다’를 ‘내 인생의 노래’로 꼽는 사람들이 아주 많습니다. 연극과 영화로도 같은 제목의 작품이 여럿 나왔습니다.
손로원(시원) 작사, 박시춘 작곡, 백설희의 노래로 1954년 첫선을 보인 이래 한국인들은 봄이 되면 이 노래를 어김없이 불러냈고,
봄을 보내면서 이 노래로 가락을 맞추었고, 다시 봄이 오기를 바라면서 이 노래를 합창했습니다. 백설희에서 시작해 내로라하는
가수들 모두 ‘봄날은 간다’를 불렀습니다.
‘봄날은 간다’는 3절로 된 노래이지만, 녹음 시간이 맞지 않아 초판에는 제1절과 제3절만 수록됐습니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오늘도 옷고름 씹어 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이게 1절입니다............. 제3절은 이렇습니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 제2절은 백설희가 다시 녹음한 재판에 수록됐습니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그런데 2015년 4월, 문인수 시인이 신작 시집 ‘나는 지금 이곳이 아니다’를 내면서 제4절을 발표했습니다. “밤 깊은 시간엔 창을
열고 하염없더라/오늘도 저 혼자 기운 달아/기러기 앞서가는 만리 꿈길에/너를 만나 기뻐 웃고 너를 잃고 슬피 울던/등 굽은 그
적막에 봄날은 간다.”.........
원작사자 손로원은 6·25 때 피란살이하던 부산 용두산 판잣집에 어머니 사진을 걸어두고 있었는데 화재로 사진은 불타 버리고,
연분홍 치마 흰 저고리의 수줍게 웃던 어머니는 노랫말 속에 남았습니다. 그렇게 어머니, 여성을 그리는 노래이던 ‘봄날은 간다’는
문인수에 의해 시인 자신을 포함한 노인들의 노래로 의미가 커졌습니다. 그는 70대 중후반인 세 누님과 이 노래를 하다가 4절을
쓰게 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봄날은 간다’ 4절을 아는 사람들은 아직도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봄날은 간다’는 가사가 정교하게 짜인 노래입니다. 1~3절은 물론 문인수 시인의 4절에도 각 절에 맞는 사물과 색깔, 삶의 길과
인간관계의 모습이 고루 잘 배치돼 있습니다. ‘벌써 이렇게 모든 걸 다 이야기했는데 뭘 추가할 수 있을까?
그러면서 정리한 생각은 이미 1~3절과 4절에서 이산과 별리, 노쇠와 소멸을 이야기했으니 더 이상 이런 상실과 비탄의 정서에
기대지 말고 차라리 재회와 부활, 소생을 이야기하자, 봄날은 가고 사람은 사라지지만 그 봄날은 어김없이 다시 오고 그 봄날을
노래할 사람들도 이 세상에 다시 오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과 고심 끝에 내가 지은 제5절의 가사는...... “어두운 이 밤이 지나가면/푸르른 새벽/오늘도 그 모습 그리면서/이별에
겨워 우는 주마등 길에/별이 뜨듯 다시 만나 꽃이 피듯 함께하자/살뜰한 그 다짐에 봄날은 간다.”.........
1절에 나오는 반어적 의미의 ‘알뜰한 그 맹세’를 ‘살뜰한 그 다짐’으로 받았습니다. 알뜰과 살뜰은 의미가 비슷한 말이어서 시작과
끝에 배치하면 서로 잘 어울릴 것 같았습니다. 1절의 꽃은 별과 꽃으로 바꿔보았습니다. 여기 나오는 ‘함께하자’는 반드시 붙여
써야 합니다.
재회와 부활로 제5절의 개념을 설정한 것은 이로써 ‘봄날은 간다’ 가사가 마무리되기를 바라는, 그러니까 내가 쓴 가사가 완결판
이 되어 더 이상 남들이 덧붙이지 못하기를 바라는 이기적 생각 때문이기도 합니다. 어느 누구도 인정하지 않고, 아무도 불러주지
않아도 그만이지만 나는 어쨌든 큰 숙제를 한 기분입니다. 올해 봄에는 이렇게 ‘봄날은 간다’를 생각하며 봄날을 보냈습니다.
봄날은 가지만 봄날은 다시 옵니다. * 2017.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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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희(白雪姬) - 봄날은 간다(One Fine Spring Day), 1953
※손로원 님의 자서전적인 노랫말입니다,
어머니는 시집올때 입었던 연분홍 치마를 꺼내 보이면서 로원이 장가들때 입는다고 말씀 하셨는데 먼저 금강산 아래 마을에서
돌아가십니다, 전쟁이 끝나고 1953년 로원은 어머니를 그리며 이노래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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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로원 작사 / 박시춘 작곡, 1953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딸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 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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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사가 손로원 (孫露源,1911~73, 서울): 원래 화가였으며 광복 후 '귀국선, 비내리는 호남선' 등 주요곡을 작사, 특히 6.25 전쟁
당시 피란살이 하던 부산 용두산 판자촌에 불이 나면서 벽에 걸어둔 연분홍 치마에 흰 저고리 입고 수줍게 웃는 모습의 어머니
사진이 타버려 황망한 마음으로 그 유명한 시를 써내려 갔다 한다.
*박시춘( 朴是春, 1914~1996, 본명 박순동 /朴順東, 필명 춘호/春湖, 경남 밀양): OK 레코드사 전속 작곡가(1931~), 애수의
소야곡, 굳세어라 금순아, 이별의 부산정거장 등 3,000여 곡을 작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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