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쯤 지리산 피아골 피정의집(지도: 강길웅 신부)에서 주관하는 여름휴가피정에 처와 같이 참석하여 비를 맞으며 임걸령까지 산행을 하고 왔는데 고생은 했지만 피서로서는 그 이상 좋을 것이 없을 것 같아, 몇몇 교우들에게 권했더니, 사공 산꾼으로는 이충우 마르띠노(지운), 서병웅 말세리노(죽림) 형제가 , 대구에서는 사돈인 김윤표 안드레아 부부와 배한동 요한 부부가 참석하였다. 지운은 육사동기로서 가톨릭 신자인 부부와 신자는 아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 육사 동기 두분을 지도신부님의 허락을 받고 참석시켰다. 가톨릭에서 말하는 피정(避靜)은 避世靜念의 준말로, 번거러운 세상사에서 벗으나 고요히 생각한다는 뜻이고, 원칙상 가톨릭 신자들이 자신의 신심을 복돋우기 위해 참석한다. 다만 여름휴가피정은 피정 보다는 여름휴가철에 신자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숙식을 제공하여 경치가 좋은 피아골 계곡이나 지리산 부근에서 휴가를 즐기게 하는데 그 목적이 있기에 신자가 아니어도 다행히 여분의 자리가 있어 참석을 허락하신듯 하다.
피정 기간은 8/6 오후 부터 8/8 점심 때까지 2박3일인데, 첫날은 석식후 저녁미사, 8/7은 온 종일 자유시간으로, 피정의 집에서 중식으로 마련해준 김밥과 생수 한병을 들고 주로 피아골 계곡으로 가 시간을 보내는데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능력에 따라 4킬로 떨어진 피아골대피소, 또는 그곳에서 또 2킬로 정도 더 떨어진 임걸령까지 산행을 하고, 더러는 화개장터나 화엄사로 관광을 가기도 한다. 마지막 날인 8/8은 오전에 신부님의 피정 강의 2시간, 파견미사가 있고 점심후 곧 바로 해산한다.
휴가계획을 세울 때는, 우리 부부와 내가 초청한 대구 팀 네분 모두 평소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아예 등산 준비를 해서 8/7 산행을 하고 그다음 날 피정이 끝나는 대로 귀가하기로 하였고, 지운과 죽림 역시 등산을 하되 8/7은 육사 친구들과 가까운 피아골 대피소까지만 가고, 피정이 끝난 다음 8/9 - 10 이틀간 지난 가을 지리산 종주 때 멀리 바라보기만 하고 지나쳤던 반야봉 정상에 올라 갔다오는데, 첫날은 우리가 종주시 바라본 반야봉 반대쪽 중턱에 있는 묘향대(암자)에까지 가서 그곳에서 1박하고, 그 다음날 반대 편에서 반야봉 정상을 오르기로 하여, 지운이, 육사 친구들과 우리모두의 돌아오는 기차표도 한꺼번에 끊어 왔다., 우리부부와 육사 친구들은 8/8 자 , 지운과 죽림은 8/10 자로 되어 있었는데 모두 자유석(입석)이었다. 요즈음 EXPO 기간이라 표가 딸린 모양이다.
8/7 09;00 산행팀들은 피아골 입구인 직전 마을까지 신부님께서 봉고차로 직접 데려다 주셨다.
우리 부부와 대구에서 온 두 커풀-출발 직전
피아골 입구에서 9시 출발하여 중식장소인 임걸령에 도착하니 오후 1시 30분, 중식후 잠시 쉬다 노고단에 이르니 오후 3시 쯤 되었다. 아래 사진은 노고단에서 놀면서 찍은 것이다.
지운이 끊은 귀경차표가 자유석(입석) 이므로. 올때도 입석이 많아 붐비었던걸 생각하니 3시간 이상 좌석없이 가는 것이 너무 힘들것 같아 피정이 끝나자 말자 대구 사돈 승용차로 직행버스 정류장에 왔더니 서울행 표가 단 1장 있었다. 주저하다 그 한장을 사서 처 혼자 먼저 버스로 가게하고, 나는 지운, 죽림과 함께 반야봉 산행을 하기로 계획을 바꾸었다. 다행히 이틀후인 8/10 오후 7시 45분 막차표는 많이 있어 우리 셋 모두 그 버스표를 구입한후 기차표는 반환하였다.
30여년전 지리산 대대장으로 근무한 지운이 이고장 지리에도 밝을 뿐만아니라 곳곳에 지인이 많아 이제부터는 일체 지운의 결정에 따르기로 하였다. 우선 지리산 중턱에 있는 한화리조트에서 사우나를 한 다음, 무거운 베낭을 지운이 잘 아는 사우나 직원에게 맡겨두고 , 리조트에서 연기암 쪽으로 계곡을 한참 걸어 올라가 화엄사 경내를 둘러보았다.. 70년대 중반에 왔을 때에는 고색창연한 사찰 건물 몇동 이외 확 트인 넓은 마당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이번에 다시 와 보니 울긋 불긋 단층을 입힌 새 건물이 빽빽히 들어서 있어 너무 답답해 보였다. 많은 돈을 들어 불사를 이르킨 것이 오히려 옛날 그 마음을 아늑하게 해 주던 고찰다운 맛을 없애버린게 아닌가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 없었다..
8/7 산행 출발지인 직전 마을에 있는, 역시 지운이 잘 아는 '지리산 피아골 산장' 에서 잠을 자고 그 산장에서 중식으로 마련해준 주먹밥을 베낭에 넣고 8/7 한번 산행을 한 같은길로, 즉 삼홍소-피아골 대피소 - 피아골 삼거리 를 순차 거쳐 임걸령에 도착후 역시 그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오전 8시 40분 쯤 출발하여 오후 1시 조금 넘어 도착하였으니 네 시간 조금 더 걸린것 같다. 피아골 대피소에서 피아골 삼거리까지는 2 킬로 거리이나 급경사 길이 많아 두시간 이상 걸리는 힘든 코스였다.
8/7은 임걸령에서 피아골 삼거리 쪽으로 도로 나가 노고단을 거쳐 버스 정류장이 있는 성삼재까지 걸어 내려오니 이미 오후 3시 40분 출발하는 막차가 떠난 후 이어서 부득이 택시로 내려왔으나, 오늘은 임걸령에서 노루목 쪽(종주시 천왕봉으로 가는 길)으로 가다가 노루목을 한참 지난후 왼쪽 진입금지 팻말이 서있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 희미하게 흔적이 남아있는 오솔길을 세시간 가까이 걸어 오후 5시 지나서야 오래된 앙철 지붕의 허름한 집 한채를 발견하였는데, 이것이 '묘향대' 라는 암자였다.
이 암자는 천왕봉 가는 길에서 바라본 반야봉 반대쪽 산 중턱 어느 지점에 위치하고 있는데 해발 1500미터쯤 된다한다. 일부러 깎아 세운듯한 아주 넓고 커다란 암벽앞 평지에 세워진 집이다. 마루에 앉아 앞을 바라보니 저멀리 천왕봉이 보였다가 구름에 가렸다 한다. 맑은 날이면 왼쪽으로 남해도 보이고, 남해와 삼천포를 잇는 창선대교도 보인다고 하는데, 오늘은 흐려 보이지 않는다. 그암벽 아래쪽 틈새로 방울 방울 떨어지는 물이 고여 식수로 이용되고, 전기는 들어오지 않으나 태양열로 발전하느 소규모 집열판 시설이 있어 꼭 필요시 잠간 전등을 켜고 또 휴대폰 밧테리 충전도 가능하였다. 화엄사 소속인데 지운이 대대장 당시 이집 보수에 필요한 자재 운반에 도움을 준 인연으로 몇 번 이집에서 잠을 잔일이 있어 암자를 지키는 虎林 스님을 잘 알고 있었다. 우리가 찾아 들어온 길은 일반인이 들어올 수 없는 길로서 암자를 지키는 스님이 다니는 길인 모양인데, 와서 보니 평소에 신도들의 내왕이 제법 있는 모양이다. 어쨋든 그곳 스님이 안내해주지 않으면 찾을 수 없는 길임에는 틀림없는것 같다.
난생 처음 스님이 지어주신 저녁을 먹고 법당겸 거실로 쓰는 방에서 우리 셋이 스님과 함께 잠을 잤다. 새벽 4시 조금 지나 잠결에 스님의 목탁소리, 은은히 들려오는 불경소리가 마치 자장가 처럼 느껴졌다.
아침 7시쯤 역시 스님이 차려준 아침을 먹고 8시쯤 스님의 안내를 받아 묘향대에서 곧 바로 반야봉으로 통하는 오솔길로 1시간 조금 더 걸려 반야봉 정상에 도착하였다. 기념촬영을 한 다음 잘 딲여진 등산로로 하산, 어제 거쳐 왔던 노루목 쪽으로 임걸령 - 피아골 삼거리 - 노고단 - 성삼재에 이르니 오후 2시쯤 되었다. 그곳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있는데, 하산 하는 도중 간간 이슬비 정도로 오다가 그치고 하든 찌푸린 하늘에서 폭우가 쏟아졌다.
2시 40분 버스로 꼬불꼬불한 고개길을 내려 오는데 시계가 거의 제로상태.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길에 익숙한 버스를 타게된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오늘 산행 을 무사히 마치도록 이끌어 주신 주님께 감사기도를 드렸다
소니 카메라로 8/7 산행 사진은 찍었으나, 충전기를 가져오지 않아 8/9-10 산행 때에는 밧테리가 다 소모되어 사진은 지운의 카메라로 찍게 되었다. 그래서 내 스마트 폰으로 찍은 몇장만 올린다. 아마 지운이 더 좋은 산행 사진을 올려 줄 것으로 믿는다.
화엄사 대웅전
위 2장은 삼홍소에서 1차 휴식때 찍음 - 가을철 피아골 단풍이 유명한데 이곳의 빨간 단풍이 계곡물에 비치어 물이 빨갛고, 그 물에 비친 얼굴도 빨갛고, 여기에 빨간 단풍, 그래서 삼홍소라 불린단다.
묘향대(묘향암)
바위 아래 샘터
집뒤 병풍처럼 서 있는 바위
위 두장은 8/10 뱐야봉으로 출발 직전 찍은 것
위 석장은 반야봉 정상서 찍음
첫댓글 모두들 뜻깊은 피정및 피서산행을 보냈군요.
시진으로나마 청호 사돈 내외분 뵈니 반갑네요.
내년에는 소생도 끼워주기 바랍니다.
사실은 휘석도 초청하고 싶은는데, 건강상태를 몰라 조심스럽게 청호와 바오로에게 물어본봐 이번에는 아니함이 좋을듯 해서 그런겄이니 언제 조건에 맞는 피정과 둘레길이야 피아골 아니어도 온천이 있는 산수유 고장 산동면,또 마산면 (화엄사, 천은사)토지면(연곡사, 피아골, 왕시루봉, 문수사)등등 좋은 숲길이 많지요.
천국 같이 좋은 곳으로 피서를 다녀 오신것 같습니다. 맑은물, 푸른숲, 개끗한 공기 더바랄것 없이 멋진 곳인것 같군요. 세계 어디를 가도 이보다 더 멋진곳을 없을듯 합니다. 귀향 신고 좀 하셔야 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