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을 살아내며, 11월의 일기, 밀당 인생
나는 인생을 밀당으로 살아왔다.
밀당이라고 해서 달달한 그 무엇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밀고 당기는 심리적 다툼 속에서 살아온 인생이라는 뜻이다.
아내를 비롯한 가족 관계에서도 그랬고, 학교 동기동창이라든가 직장 동료라든가 해서 사회적 인간관계에서도 그랬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으로서는 이 세상을 어울려 살아갈 수밖에 없고, 그 어울리는 주위들의 각각 다른 개성으로 의견 다툼이 있을 수밖에 없다.
서로가 상대를 자기 뜻에 맞추려는 다툼이다.
그러나 그 다툼이 극에 달하면 우격다짐에 폭력이 난무하게 되는 것이고, 국가 간에는 전쟁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적당한 범위 내에서 합치점을 찾아야 한다.
그 과정이 곧 밀당이다.
누구는 밀당 없는 인생을 살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종속이며 굴복일 뿐, 온전한 관계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밀당의 과정에서 서로 양보를 하고 이해를 하면서 새롭게 싹트는 것이 있다.
곧 정(情)이라는 것이다.
남녀 간의 애정도 그렇고, 친구 간의 우정도 그렇다.
그래서 나는 밀당으로 살아온 인생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거기 한 번 가봅시다.”
“안 가요.”
“가 보자니까요!”
“안 간다니까요!”
“왜 안 가요?”
“보면 몰라요? 김장해야 하잖아요.”
“그건 낮 시간에 끝낼 수 있잖아요.”
“물론 그렇지요.”
“그러면 저녁은 시간을 낼 수 있는 거잖아요.”
“쉬어야지요. 그리고 거긴 멀어요.”
“가는 동안에 쉬세요.”
“멀어요.”
“도중에 잠드세요.”
“차가 달리는데, 잠이 오나요. 그리고 값도 만만하지 않잖아요.”
이즈음에서 아내와의 대화를 끝냈다.
더 이상 가면 말다툼의 농도가 더 짙어져서, 대화의 방향이 의도치 않은 쪽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짙기 때문이었다.
내 그리고 일방적으로 예약을 했다.
오후 6시 30분 저녁 예약이었다.
그리고 이곳 문경에서 1시간 30여분의 시간에 200여리를 달려 찾아간 곳은 제천의 소문난 맛집인 ‘카우보이 그릴’이었다.
물론 맥주를 유독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서 추가로 주문한 8,000원짜리 맥주 한 잔을 포함해서 바비큐로 차려진 이날 저녁 밥상값 126,000원은 오로지 내 차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