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해 줘
요란한 초인종 소리에 잠이 깬 나는 다급하게 휴대폰부터 찾았다. 전 화와 문자가 여러 통 와 있었다. 현관에서는 문을 두드리며 나를 애타 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띠리릭." "언니, 나 아무 일 없어. 밤늦게까지 뒤척이다 아침에야 잠들어서 벨소리를 못 들었나봐." 내 얼굴을 확인한 동네 언니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이따 보자며 떠났다. 언니가 어떤 마음으로 찾아왔는지, 왜 그렇게 간절하게 불러 댔는지 알고 있었지만 애써 모른 척했다. 절에는 이미 가족과 지인들이 와 있었다. 나를 안타깝게 쳐다보는 눈빛들. 그래서 이날을 참 두려워했다. 남편의 49제. ‘오늘이 정말 마지막일까?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모든 기억을 잃어버 린다는 말이 사실일까? 남편은 마지막 길이 외롭지 않게 찾아와 준 지인들을 기억할까? 나와 아이들에 대한 기억도 없어질까?‘ 함께한 모든 추억이 물거품처럼 사라질까 겁났다. 49제를 치른 후 인생에 희망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렇게 그리움과 원망이 뒤섞인 몇 년을 보냈다. 그가 떠난 후 아이들에게 상처가 될까 남편과 관련한 이야기는 피했 고, 놀러 나오는 가족이 많은 주말에는 되도록 집에 머물렀다. 숨기에 만 바쁜 바보같은 엄마였다. 하루는 우연히 영화표를 선물 받았다. 때마침 아이들이 방학이라 함께 영화관을 찾았다. 도착하고 나서야 생각했다. 영화 내용을 미리 알았다면 아이들을 데 리고 오지 않았을 거라고. 영화는 가족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가 결국 가족들에게 용서받고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확인하는 내용이었다. 온 신경이 아이들에게로 쏠렸다. 나는 연신 아이들의 표정을 살피다 영화에서 나오는 노래를 듣고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기억해 줘. 지금 떠나가지만. 기억해 줘. 제발 혼자 울지 마. 몸은 저 멀리 떨어져 있어도 내 마음은 네 곁에." 마치 작별 인사도 없이 떠난 남편이 내게 하는 말 같았다. 영화관에 다녀온 후로 나도 모르게 노래를 읊조렸다. 가사를 검색해 얼마나 많 이 곱씹었는지 모른다. 어떻게 해서든 남편의 마지막 인사를 듣고 싶 었는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나는 영화를 보고 희망을 찾았다. '산 사람들이 먼저 떠난 이 를 기억하고 이야기하면 그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라는 영화의 메시지 덕분이었다. 한 사람을 추억하고 다른 이들과 그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 그 역시 우리를 잊지 않을 것이라는 말일 테니까. 남 편이 우리를 기억하는 것. 그 하나 만으로도 살아갈 이유는 충분했다.
때로 영화는 그 내용이 실화든 허구든 우리에게 살아갈 힘과 용기를 주는 것 같다. 소중한 사람을 잃고 희망이 없던 내게 영화 <코코〉가 그랬던 것처럼. 장민희 | 부산시 사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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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따뜻한 봄 햇살과
싱그러운 봄향기로
기쁨 가득한 멋진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동트는아침 님 !
기억해 줘..
애잔한 글..
함께 합니다
수고 많으셨어요..망실봉님..
반갑습니다
핑크하트 님!
소중한 댓글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향긋한 봄정취 느끼며
기쁨 가득한 나날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