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텐츠 패스를 이용해 오사카에서 나고야까지 2시간반이 걸려 도착했습니다. 두번째 들락날락했더니 나고야역이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나고야역에서 지하철로 사카에역에서 한번 갈아탄 뒤 헤이안도리역에서 내리면 됩니다. 지하철 요금은 나고야에서 헤이안도리까지 260엔, 시간은 20분 정도. 2번출구로 나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지상으로 올라온 뒤 폴라화장품이 보일때까지 계속 걸으세요. 한 5분쯤 걸으시면 됩니다. 폴라화장품에서 오른쪽으로 꺽어지시면 바로 사진에서만 보던 이치후지의 멋진 외관이 보입니다. 야간에도 조명시설을 해 놓아 여기인지 딱 알겠더라구요.
-> 이치후지의 외부 모습!! 밤에는 너무 어두워서 담날 아침에 찍었습니다.
-> 맨 위에가 체크인 하는 공간, 일본 고양이가 손짓하고 있는 곳은 신발장
벨을 누르니 1층 니타가 식당에서 여주인이 나오더군요. 예약한 누구라고 얘기한 뒤 인적사항을 적은 후 여권을 보여주었습니다. 한국인임을 알자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능숙하지는 않지만 주인아주머니가 한국어를 하더라구요. 와! 너무 반가웠어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으니깐요. 내일은 어디로 가냐고 하길래 아시타(내일), 히코우키(비행기), 간코우코(한국), 가에루(돌아가다) 완전 단어로만 얘기를 끝냈습니다. 문장으로 말하기에는 제 일본어 실력이 그닥... --; "한국 너무 좋아요.", "한국어 공부 4개월 했어요." 와! 4개월 공부한 분 치고는 너무 잘하더라구요. 그에 비해 7개월이나 공부한 나의 일본어 실력은 매일 바닥인데.. 이 주변에 괜찮은 레스토랑 소개해 달라고 했더니 "니타가에서 드세요."라며 힘주어 말하더라구요. 아! 여기 여관에 레스토랑이 있었지. 늦은 시간에 레스토랑 찾아 헤매느니 그냥 여기서 해결하자 싶었죠. 숙박요금 5870엔이 나와서 만엔을 줬더니 잔돈 4130엔을 돌려주는데 한국어로 천천히 사천백삼십엔을 일일이 얘기해가며 주더군요. 아주머니 한국어 공부 진짜 열심히 하시는 듯..
룸으로 안내해주겠다며 2층으로 올라가는데 제 22인치 캐리어를 번쩍 들어올리시더니 성큼 올라가더라구요. 약간 가파른 계단이였는데 여자인 저도 여행내내 저놈의 캐리어 들고 다니느라고 팔에 알까지 배겼는데 약간 놀랐습니다. 천하무적 아주머니 --;
-> 4.5평의 다다미방! 혼자 쓰는 공간치고는 넓게 느껴지는건 뭔지. 웬 컴퓨터인가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TV! 완전 귀여우심. 나만을 위한 작은 책상! 식당 안내문과 료칸 인포메이션 북!! 그리고 또 작은 노트엔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의 방명록이 있었지요. 한국어는 없길래 한줄 남기고 왔는데 저 이후로 이 방을 쓴다면 보게 되지 않을까요? 참고로 전 204호였답니다. ^^ TV옆으로 전화와 화장대 미니거울, 벽장을 여니 전신거울과 유가타, 수건, 일회용품이 비치되어 있더군요. 들어오는 입구 옆에는 곧게 이불이 접혀져 있어서 혹시 이곳도 다카야마유스호스텔처럼 이불이 눅눅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 뽀송뽀송하더군요. 입구에 비밀의 문이 있어서 열어보니 그 공간이 바로 이불장 보관함. 하하... 워낙 다카야마에서 이불때문에 잠을 못 잔 터라 이불에 대해 민감해진 상태. 아주머니는 아래로 내려가면 욕실이 있는데 24시간이니 편할 때 이용하라고 하고 열쇠를 주고 사라지심.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내부 곳곳을 살펴보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출동!!
-> 반대편 계단을 내려가니 보통 일본 가정에서 볼 수 있는 스텐레스 욕조가 하나 있고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나무로 된 히노키욕조가 있네요. 당근 전 이 나무욕조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습니다. 노천온천이 아닌지라 밖을 볼 수 없다는게 흠인데 천장을 높여 위에는 유리창으로 만든게 인상 깊었습니다. 가족손님들이 1시간 가량 욕실을 점령하는 바람에 몇번을 들락날락 했던지.. 쩝!! 2층은 싱글룸과 2인실이 위치해 있고 1층에는 가족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체 객실이 10개 밖에 안되니 얼마나 작은 여관인지 아시겠죠?
-> 식당을 들어가니 젠스타일로 작은 소품하나까지 신경쓴게 보이더라구요. 저녁을 먹겠다고 했더니 "오반자이"인데 괜찮겠냐고. 아마 간단한 도시락마냥 세트인가 했더니 집에서 흔히 먹는 가정식 요리가 나오더군요.
-> 식사를 기다리면서 노트북이 있길래 간만에 메일 확인하고 몇몇 사이트 들어가보구. 와! 정말 아늑하다고 해야할까?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고 다다미방에 나무욕조, 전용 레스토랑까지 이쯤이면 나고야를 찾는 사람에게 꽤 매력적으로 다가올 듯 싶었다.
-> 족발인지, 닭고기인지 알 수 없는 샐러드, 오뎅과 기타 반찬들... 밥을 먹으면서 주인 아주머니께 오늘이 내 탄죠우비(생일)이라고 하니깐 매우 놀라면서 축하한다고. 몇번째 생일이냐고? 나이를 묻길래 알려줬더니 아주머니는 그렇게 안 보인다고 자신은 마흔이 넘었다고 하네요.
커피 좋아하냐고 하길래 그렇다고 했더니 뭘 이것저것 준비하시길래 뭐하나 했더니만 그 사이에 디저트인 메론에 치즈케익에 초 하나 꽂아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는 것입니다. 흑흑... ㅜ.ㅜ
일부러 생일날 한국에 있기 싫어서 여행날짜를 맞추기는 했지만 여관 아주머니에게 생일케익을 받을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큼직마한 케익이 아닌 한조각짜리 케익이기는 했지만. 서로 디저트를 먹으며 한국어와 일본어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아주머니는 장혁을 좋아한답니다. 얼마전에 종영한 TV드라마 "고맙습니다"를 너무 잘 봤다며 너무 멋있다고 거기 촬영지가 어디냐고. 저도 어쩌다 한번씩 본 드라마라 무슨 섬인지는 잃어버렸습니다. 거기 나온 테디베어 인형이 너무 갖고 싶은데 일본에서는 30cm하는 인형이 9천엔이 넘는다고. 너무 비싸다고 하네요. 울 회사 근처에 테디베어샵이 있는데 이걸 사다줄 수도 없고 참 안타까웠습니다. 한국의 명동과 롯데호텔에 묵어보고 싶은데 여관을 꾸려가야 하기에 갈 수가 없다고 하네요. 자신의 고향은 동경이라는데 마치 시집와서는 집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이동한 경로를 말하니깐 다카야마가 어딘지 모르시더라구요. 거기 좋았냐고? 최근에 한국어 선생님이 있어서 한국 드라마를 CD로 구워주어서 잘 봤는데 8월달에 한국으로 돌아갔다고 하네요. 공부한 책도 보여줬는데 정말 기초더라구요. 근데도 이렇게 한국어를 잘 할 수 있다니. 신기해라~~ 후유소나타(겨울연가)도 너무 잘 봤다며 드라마 테마송 CD를 내내 틀어놓는다고. 피아노곡이 너무 좋은데 자신은 배울 엄두가 안나고 대신 딸에게 피아노를 배우게 하고 있다고 하네요. 전 일본 드라마 자주 보는데 "노다메 칸다빌레" 봤냐고 했더니 자신은 일본 드라마 안 본답니다. 마스터(남편분 같음)가 중국인인데 중국 드라마 보기 때문에 자신은 TV를 볼 수 없다고 하네요. 친구하자고 하면서 명함을 주길래 저도 윗층에 올라가 명함을 드렸더니 여행사에서 일하냐고. JTB 같은 큰 여행사냐고? 아주머니 당장에 인터넷에 접속해 사이트 들여다보시고 매우 신기해합니다.
오늘은 나에게 있어 특별한 날인데 인터넷 배너를 통해 이치후지를 보고 예약을 넣었다고 하니깐. 아주머니 너무나 고맙다며 제 손을 꼭 붙잡더라구요. 완전 제가 미안하게시리. 제가 첫번째 한국인 손님이냐고 했더니 그건 아니랍니다. 한글 홈페이지는 8월달에 오픈했으니깐 한달밖에 안되었고 이전에도 한국 손님들 있었다고. 아무래도 나고야가 아이치박람회 개최로 많은 한국인들이 비즈니스차 다녀갔겠지요. 요즘엔 인기 있는 한국 드라마가 뭐냐고 하길래 최근 종영한 "커피프린스"를 말하니 모르더군요. 잘 생긴 공유가 나온 드라마를 모르시다니. 인터넷으로 몇장면 보여드리기는 했는데 이걸 어떻게 다운 받아 드려야 할지.. 초난감.. --; 저 또한 유료사이트에서 일본드라마를 다운 받는지라 무료로 받는 곳을 모르니.. 하는 수 없이 토토디스크 아이디로 접속해 커피프린스를 다운 받으니 이러면 내가 가진 요금이 줄어드는 것이니 싫다고 하는걸 내가 괜찮다고. 이때가 밤 12시를 넘고 있었으니 마스터라는 남편분이 잠시 지나가시다가 아내가 폐를 끼치는 것 같아 미안하다고 허리 굽혀서 몇번이나 인사를 하는지 모르겠다. 낼 아침 10시 비행기인지라 7시에는 이곳을 떠나야 하기에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함에도 얘기를 하다보니 벌써 시간은 이만치 흘러있고 이대로 2층으로 올라가기엔 이 밤이 너무 짧다. 무리하지 말라고 하면서 내 어깨를 주물러 주고 어찌 이렇게 대하는데 모르는척 올라갈 수 있단 말인가? 아무래도 아주머니는 이야기할 한국인이 너무 그리웠던 것 같다. 결국 1시가 넘어서야 내 방에 올라와 잠자리에 누울 수 있었다.
아침 5시반 충분한 수면을 취한지 못한터라 몸이 피곤하다. 아~ 그래도 이 아침에 온천욕은 또 한번 해줘야지. 어제 저녁에 비해 온천탕 물이 미적지근하다. 어제 저녁 너무 어두워서 찍지 못했던 냉장고 안을 열어보니 어머나 아이스크림과 음료들이 모두 100엔이란다.
-> 간이 매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냉장고 안 음료수와 아이스크림. 냉장고 위 개구리 입에 100엔 넣어주고 꺼내 먹으면 된다. 셀프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게 독특하다. 100엔 너무 싼거 아닌가 싶다. 옆에 수도꼭지에서 언제든지 물을 먹을 수 있다. 밑에 얼음박스도 있어서 목욕을 마치고 시원한 물 한잔 들이키는 맛이란.. 정말 굿!!
-> 1, 2층에 마련된 간이매점 2탄.. 불량식품 코너 초코릿, 과자, 카라멜 등 추억 속의 과자들도 모두 100엔. 다 "그리코" 제품인가? 오사카 도톰보리의 상징 그리코 전광판은 공사중이던데. 1층 야외 공간에 너구리 부자가 있네요. 정말 짜투리 공간을 그냥 놔두지 않는 일본인들의 대단한 인테리어 솜씨에 감탄을..
-> 1층의 셀프세탁기와 식수 보급공간 2층 내 방으로 걸어 들어가는 복도. 실내화를 신고 걸어가자면 초등학교가 떠오른다지요.
가방을 안고 1층으로 내려왔더니 내 소리를 듣고 주인 아주머니가 달려 나온다. 내가 어제 다운 받는 "커피프린스"는 어찌 됐냐고 했더니 아직이란다. 가보니 이제 1편 다운 받아졌다. 그것도 어찌 된 영문인지 열리지가 않는다. 곰 플레이어 다운 받아줄려고 하는데 아주머니가 괜찮다고 이러다 늦는다고 빨리 일어나란다. 저 16편이 언제 다 다운받아질련지.. --;
아주머니가 뭔가를 내민다. 프레젼또(선물)이란다. 어제 저녁도 선물이라고 돈을 안 받더니 무슨 또 선물을 준비 하셨는지. 가면서 먹으라고 초콜릿과자와 커피드링크를 건네준다. 정말 내가 이렇게 받기만 해도 될런지 의심스럽다. 카메라를 갖고 나오시더니 사진을 찍잖다. 얼떨결에 사진을 찍고 내 캐리어를 가지고 먼저 앞장 서신다. 이렇게 환송까지 안해주셔도 되는데.
너무 일찍 가서 서운하다며 담에 또 만나자고 한다. 내가 뒤돌아 안 보일때까지 내내 손을 흔드신다. 떠나는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아주 작은 여관이라 서비스에 대해 기대하지 않았는데 웬지 이 아주머니를 만나러 다시금 나고야를 찾아야 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공항으로 향하는 전철안 아침 햇살이 너무 눈이 부시다. 그리고 나의 여행이 이렇게 끝나감을 인정 할 수 없어 눈물이 번진다. 아~ 다시는 아침 비행기는 타지 않으리~
내년에는 홋카이도를 갈 생각으로 열심히 일해야겠다. 손을 놓았던 일본어도 다시 시작할 생각으로 학원도 등록했고 요코상에게 줄 테디베어 인형을 고르다 보니 차라리 내가 배워서 만드는게 낫을 듯 싶어 회사근처 테디베어샵에서 초급과정 작품 6개짜리 완성도 신청해놨다. 과연 내 손으로 만들어지는 테디베어는 어떤 모습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