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을 위한 과정 속에서 선수들이 많은 경험을 얻고 발전하길 바란다.”
정성천 감독은 애써 아쉬움을 감추며 선수들을 위로했다. 정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0 여자대표팀은 21일 저녁 6시(한국시간) 파푸아뉴기니 포트모르스비의 존기즈스타디움에서 열린 독일 U-20 여자대표팀과의 ‘2016 국제축구연맹(FIFA) 파푸아뉴기니 U-20 여자월드컵’ D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0-2로 패해 목표로 한 8강 진출을 이루지 못했다.
2010년 대회에 코치로 참가해 한국의 3위 영광을 함께했던 정 감독은 2012년과 2014년 대회에 이어 올해도 감독으로서 한국을 이끌며 4회 연속 8강 진출 역사를 쓰고자 했지만 이에 실패했다. 한국은 멕시코와의 1차전에서 0-2로 패해 위기를 맞은 뒤, 베네수엘레와의 2차전에서 3-0 승리로 희망의 불씨를 살렸지만, 강호 독일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 감독은 “전반전에 우리가 원했던 플레이가 나오지 않았던 것이 아쉽다. 하지만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그 부분은 만족스럽게 생각한다. 이번 대회에서 찾은 부족한 부분 개선해 다음 월드컵을 준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한국은 독일전을 필승 각오로 나섰다. 같은 시각 열리는 멕시코와 베네수엘라의 경기 결과에 따라 8강 진출 여부가 바뀔 수도 있지만, 정 감독은 이를 확인하지 않은 채 독일전에만 집중했다. 결과적으로 멕시코가 베네수엘라를 3-2로 이겼기 때문에 한국도 독일을 이겨야만 하는 상황이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정 감독은 “상대할 팀의 전력이 약하든, 비슷하든, 강하든, 항상 이길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준비한다, 지긴 했지만 선수들은 최선 다해줬다”고 말했다.
전반전에 예상만큼의 공격 전개가 이뤄지지 않자 정 감독은 후반전에 승부를 보고자 했다. 독일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졌을 때를 노려 선수 교체를 통해 활기를 불어넣고자 한 것이다. 후반전 시작과 함께 김소은과 고유진을 빼고 송지윤과 김성미를 투입한 이유다. 정 감독은 “덥고 습한 날씨기 때문에 모든 팀이 전반전에는 정상적으로 경기를 하더라도 후반전에는 체력적인 부담을 안고 싸울 수밖에 없다. 새 선수를 투입하면서 다양성을 주고자했다”고 밝혔다.
김성미가 투입되면서 전방에 있던 남궁예지는 미드필더로 내려갔는데, 이에 대해서는 “김성미의 체력이 90분을 뛰기에는 부족했다. 베네수엘라전에 후반 교체 투입돼 골을 넣었듯이 상대가 힘이 떨어졌을 때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 투입했고, 자연스럽게 남궁예지가 미드필더 역할을 이어받았다. 전반전에 비해서는 후반전에 나은 경기를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묻자 정 감독은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여자챔피언십’에서 3위로 월드컵 티켓을 따내던 순간을 떠올렸다. “챔피언십부터 지금까지 지나온 과정 속에서 선수들이 많은 것들을 직접 보고, 듣고, 경험했을 거라 생각한다. 이를 바탕으로 선수들이 더 좋은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매우 만족한다. 그랬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며 누구보다 간절히 8강 진출을 염원했던 선수들을 위한 위로와 격려를 전했다.
포트모르스비(파푸아뉴기니)=권태정
사진=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