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유포교 건너 버스승강장에서 바라본 팔봉산의 전경
다시 3봉을 향해 내려가면 철계단으로 연결된 지대를 지나 침니와 클라이밍을 하듯 굴을 빠져나가는 기술등반
을 경험해야 하는 어려운 코스를 경험하게 되는데 일명 ‘산부인과 바위’라고 부르기도 한다. 신생아처럼 이 바
위굴을 빠져나와 암봉을 올라갔다 내려오면 7봉과 8봉 사이에 계곡을 통해 내려가는 안내표지판이 나온다. 그
러나 8봉을 올라갔다 내려오는 코스는 등반의 진수를 맛보는 스릴이 있으나 바위 경험자가 아니면 7봉에서 탈
출하는 것이 안전하다.
―― 1991.4.5.자 경향신문 산행 소개, ‘팔봉산, 8개 岩峰 스릴·묘미 충만’ 중 일부
▶ 산행일시 : 2021년 8월 14일(토), 맑음, 더운 날
▶ 산행인원 : 3명(자연, 하운, 메아리, 악수)
▶ 산행시간 : 5시간 16분
▶ 산행거리 : 오룩스 맵 3.4km
▶ 갈 때 : 상봉역에서 전철 타고 김유정역에 가서, 택시 타고 팔봉산유원지로 감(요금 19,900원)
▶ 올 때 : 팔봉산유원지에서 마을버스 봉봉 타고 김유정역으로 와서(요금 1,250원), 김유정문학관을 둘러
본 다음 저녁 먹고 전철 타고 상봉역에 옴
▶ 구간별 시간
06 : 54 - 상봉역, 춘천 가는 전철 출발
08 : 12 - 김유정역
08 : 36 - 팔봉산유원지, 산행시작
08 : 47 - 팔봉교 건너 팔봉산 입구
09 : 20 - 제1봉
09 : 48 - 제2봉(328.2m)
10 : 00 - 제3봉
10 : 04 - 제4봉
10 : 10 - 제5봉
10 : 22 - 제6봉
10 : 57 - 제7봉
11 : 16 ~ 12 : 00 - 제8봉, 점심
12 : 16 - 제7봉
12 : 58 - 제2봉
13 : 38 - 팔봉산 입구
13 : 52 - 팔봉산유원지, 산행종료
14 : 56 ~ 18 : 18 - 김유정역, 김유정문학관 관람, 저녁
19 : 37 - 상봉역
2. 산행지도(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팔봉산, 용두 1/25,000)
3. 전철 창밖으로 바라본 삼악산(왼쪽 뒤), 오른쪽은 등선봉
나는 춘천 가는 전철에서 창밖의 이 풍경을 가장 좋아한다. 굴봉산역 지나자마자 펼쳐진다.
▶ 팔봉산 개관
홍천의 팔봉산은 홍천 9경 중 제1경이다. 홍천 9경은 제1경 팔봉산, 제2경 가리산, 제3경 미약골, 제4경 금학산,
제5경 가령폭포, 제6경 공작산 수타사, 제7경 가칠봉 삼봉약수, 제8경 용소계곡, 제9경 살둔계곡이다. 팔봉산은
제2봉이 주봉으로 높이가 328.2m에 불과하지만 8개 암봉의 삼면을 홍천강이 안고 흘러 수반에 올려놓은 수석
같이 아름답다.
연려실 이긍익(燃藜室 李肯翊, 1736~1806)이 저술한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의 지리전고(地理典故) 총지리
(摠地理)에 팔봉산을 언급한 내용이 나온다.
“강원도 오대산의 서북쪽 한 줄기는 홍천 동쪽에 이르러 세 줄기로 나뉘어 하나는 서북쪽으로 내려가서, 춘천
의 봉의산(鳳儀山)이 되는데 옛 맥국(貊國)의 땅이다. 한 줄기는 서남쪽으로 내려가서 원주부 치악산이 되며, 한
줄기는 서쪽으로 뻗어 검의산(劍倚山)ㆍ팔봉산(八峯山)이 되고 용문산(龍門山)에서 그친다.”
팔봉산 주변에 설치된 안내판에는 세종실록에서의 팔봉산 관련 내용과 대동여지도에 표시된 부분을 확대하여
전시하고 있다.
“세종실록 46권 세종 11년(1429) ‘예조에서 전국의 영험한 곳에서 제사 드리는 것을 국가에서 행하는 치제의
예를 따를 것을 건의하다’는 부분에 전국의 25개 명산과 함께 기록되어 있으며 특히 산 많은 강원도에서도 2개
소만이 영험한 명산으로 지정되니 그중 하나가 홍천(洪川)의 팔봉산(八峯山)이다.”
세종실록에서 관련 부분을 찾아 확인하여 보았다. 강원도에서는 원주(原州)의 거슬갑산(琚瑟岬山)과 홍천(洪川)
의 팔봉산(八峯山)이 선정되었다. 거슬갑산은 지금의 사자산인 듯하다. 국가에서 제사를 지내는 전국의 영험한
곳은 산 말고도 섬, 바위 등을 수많은 곳을 열거하였는데, 산만 골라보았다. 25개가 넘는다.
경기 해풍(海豊)의 백마산(白馬山), 가평(加平)의 화악산(華嶽山), 강화(江華)의 마리산(摩利山), 임강(臨江)의 용
호산(龍虎山), 진천(鎭川)의 태령산(胎靈山), 상주(尙州)의 치봉(鵄峰), 산양(山陽)의 희양산(曦陽山), 문경(聞慶)의
관혜산(關兮山), 가은(加恩)의 재목산(榟木山), 호계(虎溪)의 장산(獐山), 장흥(長興)의 천관산(天冠山), 영암(靈巖)
의 월출산(月出山), 광주(光州)의 무등산(無等山), 제주(濟州)의 한라산(漢拏山), 원주(原州)의 거슬갑산(琚瑟岬
山), 홍천(洪川)의 팔봉산(八峯山), 서흥(瑞興)의 나장산(羅帳山)ㆍ백서산(白鼠山), 해주(海州)의 지성산(池城山),
수안(遂安)의 요동산(遼東山), 곡산(谷山)의 신류산(神留山)ㆍ무산(務山)ㆍ증격산(甑擊山)ㆍ남산(南山)ㆍ미륵산
(彌勒山), 상원(祥原)의 관음산(觀音山), 옹천(甕遷)의 산산(蒜山)ㆍ송산(松山)ㆍ저산(猪山)ㆍ대사간봉(大沙間峰),
영흥(永興)의 백두산(白頭山).
1990.8.9.자 경향신문의 ‘팔봉산 산세 納凉등반 제격’이란 제하의 梁明善 高經산악회 회장의 팔봉산 소개다.
“(……)당집에서 다시 3봉 아래 안부에 이르면 높은 철사다리가 앞길을 막는다. 높이 30m가 넘는 수직암벽을 오
르는 철사다리를 통과하면 발아래로 홍천강이 아찔하게 내려다보이는 트래버스 지대를 밟는다. 심기가 약한
이는 두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기 마련인 트래버스 지대를 통과하면 마치 상투를 틀어 올린 듯한 촛대바위가 하
늘을 찌를 듯이 자리한 309m의 정상이다.
땀을 닦으며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무척 빼어나다. 제3봉을 내려선 다음 4봉을 오르는 관문인 산파바위를
통과하는 것이 팔봉산 산행의 백미를 이룬다. 산파바위는 침니 형태의 수직굴을 10m이상 오른 후 천장으로 하
늘만 보이는 비좁은 바위를 빠져나가야 한다. 4봉을 내려서 5봉으로 향하는 쇠줄을 잡고 수직벽을 오르면 그야
말로 한 폭의 동양화 속에 파묻힌 기분이다. 팔봉산 산행은 8봉과 7봉 사이의 안부에서 북쪽 산길로 하산하는
것이 정석이다.”
이때는 전철 경춘선이 개통되기 이전이고 지금은 없어진 상봉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 타고 춘천 시외버스터
미널로 가서 그 앞에서 팔봉산행 시내버스(하루 9회 운행)를 타고 가던 시절이었고, 팔봉산 등산로도 지금처럼
다듬어지지 않았다. 일례로 철사다리는 모두 철계단으로 교체되었다. 한편 그때가 산을 타는 맛은 훨씬 더 나았다.
4. 팔봉산 연봉
5. 오른쪽이 8봉
7봉과 8봉 사이의 안부가 주 하산길이다. 8봉 오른쪽 능선으로도 하산 길이 잘 났다.
6. 홍천강변의 무궁화
7. 홍천강변의 무궁화
8. 멀리 가운데는 오음산, 1봉 오름길에서
9. 멀리 왼쪽은 대룡산 녹두봉, 오른쪽은 연엽산
10. 멀리 가운데는 오음산
11. 금학산
금학산이 이 부근 뭇 산들의 맹주다.
▶ 팔봉산 산행
어유포리 중촌의 평원을 지나면서 멀리 차창 밖으로 팔봉산을 대뜸 알아보았다. 나지막하지만 첨봉의 연봉이
중국 계림(桂林) 이강(離江) 풍경의 데자뷰로 다가왔다. 눈비비고 다시 보니 홍천강이라는 수반에 올려놓은 아
담한 수석의 모습이다. 어유포교 건너 팔봉산유원지의 텐트촌에 이르러 택시에 내려 걸어간다. 강 건너 팔봉 연
봉의 모습을 자세히 살피기 위해서다.
팔봉산 산행은 외길이다. 팔봉교 건너 매표소에서 코로나 발열체크를 위해 체온을 재고, 전화인증 하고, 입장권
을 끊어야 한다. 입장권은 1,000원이다. 경로우대는 무료다. 그런데 나중에 따로 하산한 하운 님에게 들으니, 어
느 아주머니가 안내원에게 65세 이상은 할인이 되는지 묻자 무료라고 하며, 65세 이상은 팔봉산이 암봉으로 험
하여 오르내리기 어려우므로 저쪽의 경치가 기가 막히게 좋은 강변을 걸으시라고 하더란다. 자칫했으면 나도
입산이 막힐 뻔했다.
철다리 건너 산자락을 길게 돌고 나서 가파른 목재계단 오르막이 시작된다. 계단에도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계단 끝부분이 약간 뛰어나와 걸리게 했다. 갈지자 그리는 이 계단이 대체 몇
개나 될까? 오를 때는 세는 것을 잊었다가 내려올 때 세었다. 295개다. 이정표의 ‘쉬운 길’로 다시 사면 돌고(‘어
려운 길’이 따로 있는지 찾았으나 없다), 이번에는 데크계단 64개를 올라 능선 쉼터다.
아무리 오지산행이라도 함부로 생사면을 치고 오를 데가 아니다. 우거진 밀림에다 수직인 절벽의 연속이다. 아
무쪼록 ‘진행’ 방향표지판의 잘 다듬은 등로를 따를 일이다. 바위 슬랩에는 발판과 손잡이를 설치했고, 조금이
라도 가파를만하면 철계단을 놓았다. 이래서는 암릉 타는 손맛을 볼 기회가 없다. 번번이 손맛만 다시고 만다.
1봉. 경점이다. 금학산이 이 부근 뭇 산들의 맹주로 준봉이다. 높이 654.1m로 금학산만큼이나 대접받는 산이 다
른 데 또 있는지 궁금하다.
1봉의 노송 아래 암반이 서너 명이 거리두기로 둘러앉아 휴식하기 비길 데 없는 명당이다. 비록 하운 님이 보기
에는 메아리 님이 절벽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 앉은 자세가 매우 불안했지만. 더구나 강바람 솔바람이 살랑살랑
불어대니 입산주 탁주 맛이 더욱 각별하다. 1봉에서 바윗길을 약간 내렸다가 2봉 오름길에 왼쪽에는 ‘쉬운
길’로 사면 도는 길이 있다. 많은 등산객들과 앞서거나 뒤서거니 하며 가지만 아무도 그리로는 가지 않는다.
직등한다. 길고 가파른 바윗길이지만 짜릿한 손맛 볼 틈 없이 얼른 올라 2봉이다. 2봉이 팔봉산의 주봉이다. 삼
부인당 옆에 철다리 놓아 전망대를 만들었다. 내가 세상의 중심에 서 있는 것 같다. 첩첩 산 너머 동으로는 대룡
산과 연엽산이, 남으로는 오음산이, 서로는 용문산과 봉미산이, 북으로는 화악산과 삼악산이 둘렀다. 팔봉산을
한 바퀴 도는 데 2시간 40분쯤 걸린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더 걸릴 것 같다. 조망에 취하고, 더듬거리는 등산객
들의 발길 때문에 지체와 정체를 반복하니 그렇다.
12. 멀리 가운데는 용문산, 오른쪽은 봉미산, 2봉에서
13. 더덕(Codonopsis lanceolata (Siebold & Zucc.) Benth. & Hook.f. ex Trautv.)
더덕술은 강장제(強壯劑)와 정장제(整腸劑)로 약효가 빨리 나타난다고 한다.
더덕의 학명에 저명한 식물학자 5명이나 이름을 올렸다. 드문 경우다.
14. 오른쪽 멀리는 삼악산, 맨 왼쪽 멀리는 화악산 응봉
15. 2봉에서 바라본 3봉
16. 맨 왼쪽 멀리는 화악산, 맨 오른쪽은 삼악산
17. 멀리는 장락산맥
3봉 내림 길을 약간 재미나게 내린다. 핸드레일을 놔두고 나이프 릿지를 살금살금 지나 슬랩을 뭉개 내린다.
4봉 가는 길은 두 갈래다. 철계단을 내렸다가 팔봉산의 명소인 산파바위라는 침니 형태의 수직굴을 기어오르는
길(오늘은 등산객들 다수가 그리로 가서 지체다)이 있고, 협곡을 철다리로 건너면 바로 4봉이다. 철다리 건널
때 아래 협곡을 내려다보면 제법 짜릿하다.
예전에 5봉은 4봉을 내린 안부에서 절벽에 설치된 쇠줄과 바위를 번갈아 잡고 올라야 하는 험로였다는데 지금
은 철계단과 핸드레일이 설치되어 있어 싱겁다. 5봉은 노송과 바위, 발아래 홍천강을 배경으로 사진 찍으려는
등산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등산객들은 대개 대학생들이다. 더러 운동화에 간편복 차림이다. 중무장한 우리가
약간 쑥스럽다. 6봉 내린 안부는 여러 곳의 숲속 공터가 있어 휴식하기 좋다.
7봉의 슬랩 오름길도 철계단과 발판, 손잡이 등을 설치했고, 릿지에는 외줄 핸드레일이 있다. 협곡은 철다리로
연결했다. 도무지 손맛을 볼 여지가 없다. 7봉 내린 안부는 오른쪽으로 하산길이 있다. 예전에는 8봉 오름길이
꽤나 사나웠던 모양이다. 그때의 산행안내를 보면 특히 노약자는 8봉을 오르지 말고 여기로 하산할 것을 권유
하고 있다. 8봉 오름길이 예나 지금이나 팔봉산의 하이라이트다. 곧추선 8봉의 암벽 틈새를 교묘히 비집어 철
계단을 놓았다.
8봉도 유장한 홍천강과 준봉인 금학산을 함께 볼 수 있는 경점이다. 8봉 정상을 약간 내리고 등로 살짝 벗어난
슬랩을 조심스레 트래버스 하여 너른 암반의 공터를 찾아낸다. 이른 점심자리 편다. 강바람 솔바람 솔솔 부는
명당이다. 식후 냉커피까지 조제하여 마시고 일어난다. 이대로 하산하기에는 섭섭하다. 하운 님은 8봉에서 하산
길을 따라 내려가고, 메아리 님과 나는 온 길을 뒤돌아가기로 한다. 8봉을 16봉으로 오르는 것이다.
우리처럼 팔봉을 왕복하거나 진행방향 표시를 역으로 가는 사람은 없다. 오는 사람과 마주치면 미안하여 재빨
리 길을 양보한다. 8봉 내림이 오를 때와는 달리 까다롭다. 가팔라서 배낭이 계단에 받치니 뒤로 돌아 계단을
마주보고 뒷걸음하여 내린다. 이다음의 7봉 오름이 모처럼 숨차다. 철계단 내려오는 등산객들과 마주치는 것을
피해 생슬랩을 기어오른다. 선등은 메아리 님이다. 짜릿한 손맛 본다. 이후로도 가급적 철계단 옆의 슬랩을 올
랐다.
오후 들어 미세먼지가 많이 걷혔다. 오전에 느린 걸음으로 샅샅이 살폈던 터라 새로운 경치는 없지만 그 대신
더욱 선명하게 본다. 오늘 산행은 아무리 늘려 잡아도 3.4km에 불과하다. 3봉에서 2봉 오름길 중간에 남쪽 두
릉산 쪽으로 뻗은 능선이 있지만 거기는 야산일뿐더러 교통도 불편하다. 다시 팔봉교를 건넌다. 16봉을 오르내
렸지만 어쩐지 산행을 하다 만 기분이다.
18. 8봉, 왼쪽 바위틈으로 철계단이 놓여 있다
19. 8봉에서 바라본 홍천강과 금학산
20. 오른쪽은 삼악산, 오후 들어 미세먼지가 걷혀 더 선명하게 보인다.
21. 금학산
22. 팔봉교에서 바라본 홍천강과 금학산
▶ 김유정문학관
팔봉산유원지 텐트촌은 피서객들로 빼곡하게 들어찼다. 텐트 칠 자리로 데크는 1일 1만원, 노지는 5천원이다.
화장실에서 낯을 씻고(땀을 별로 흘리지 않았다), 어유포교 건너 버스승강장에서 춘천 가는 마을버스 봉봉을 탄
다. 마을버스는 마을 곳곳을 들린다고 하지만 손님이 없어 직행한다. 김유정역 바로 옆에 김유정의 생가와 그의
기념전시관, 그의 이야기집 등이 있다. 입장요금은 2,000원, 경로우대는 무료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들를
일인데 때마침 아주 잘됐다.
김유정(金裕貞, 1908~1937)을 생각하면 왠지 우울한 기분이 든다. 일제치하의 암울했던 시대, 그 쓸쓸하고 짧
았던 생애가 안타까워서다. 김유정이 죽기 전 몇 달 동안 가장 친하게 지낸 동무 현덕(玄德, 1909~ ?)의 수필
「밤이 조그만 짧았다면」에서 나오는 동무는 김유정이리라.
“또 한편에는 동무가 누웠고 그리고 이렇게 시급히 돈이 필요하건만 그에게는 왜 그리 없는 것이 많았던지,
간교한 교제술이 없었고 비굴한 아첨이 없었고 게다가 때에 찌들은 자존심마저 없고 보매 세상은 이런 어리석
은 청년에게 처세의 길을 열어줄 수 없어 그대로 내굴렸으니, 드디어 말없는 변질이 되어 우두머니 앉았는 그
를 눈앞에 보는 듯하다.”
예전과 달리 김유정의 생가와 기념전시관 주변은 빙 둘러 그의 소설 「동백꽃」에 나오는 동백나무(생강나무)를
심었다. 그리고 기념전시관에는 그 소설의 한 대목을 전시하였다.
“그리고 뭣에 떠다밀렸는지
나이 어깨를 짚은채 그대로 픽 쓰러진다.
그바람에 나의 몸동이도 겹처서 쓰러지며
한창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속으로 폭 파묻혀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깃한 그 내음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왼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너 말 말아」”
『조광』(1936.5)
김유정문학관을 다 둘러보고 나올 때 우리는 봄 산행 때 그 익숙한 동백꽃의 향깃한 내음을 맡은 양 기분이
상쾌해졌다.
23. 무궁화, 한낮 땡볕에도 불구하고 우아한 품위를 조금도 잃지 않는다.
24. 무궁화
25. 칡꽃
26. 사위질빵(Clematis apiifolia DC.)
27. 연꽃, 김유정문학관 연못에서
28. 범부채
29. 범부채
30. 김유정, 그 쓸쓸하고 짧았던 생애
31.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서 나오는, 호들기를 부르는 점순이(2017년, 牛眼 최영식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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