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가 21일 “경증 환자는 병원에 입원할 필요가 없고, 현재 입원한 경증 환자도 조기에 퇴원하거나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도록 해야 한다”는 새로운 환자 관리 지침을 권고했다. 현재처럼 경증 환자를 장기간 병원에 입원시키는 건 실익이 없을 뿐 아니라 중증 환자를 치료할 병상을 확보하는 데 도리어 어려움을 준다는 게 임상위의 지적이다. 그간 다른 감염병 전문가 및 현장 의료진들도 “의료진의 피로도를 덜기 위해서라도 경증 환자의 입·퇴원 기준을 바꾸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는데, 이번 권고에 이런 지적들이 대폭 반영됐다.
이날 오명돈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국면에선 코로나를 종식한다는 것은 비현실적 방역 목표”라며 “앞으로의 방역 목표는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준의 환자 발생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유행하고 국내 지역사회에도 코로나가 전파된 이상 코로나 종식은 백신·치료제가 나올 때까지는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날 발표된 새로운 지침개정 권고도 코로나 장기화에 대비해 경증 환자에 대한 의료진의 치료 부담을 줄이고, 중증 환자를 집중적으로 관리해 국내 의료체계도 코로나 장기화에 맞는 대비 체제를 갖추기 위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임상위 “50세 미만 경증 환자, 입원 치료 필요 없다” 이번 권고는 지난 1월 21일 국내 코로나 첫 확진자가 나온 지 5개월 만에 나왔다. 임상위는 “이번 권고안은 지난 5개월간 55개 의료기관의 3060명의 환자 임상데이터를 분석해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상위는 앞으로 코로나 의심 증상이 발생한 지 7일이 지나지 않은 50세 미만 성인 중에 ▲확진시 호흡곤란이나 기저질환이 없고 ▲의식이 명료한 경증 환자의 경우 지금처럼 병원에 입원시키지 말고 자택에서 격리하거나 생활치료센터에 입원하도록 권고했다.
임상위는 “이 근거에 기반한 환자 분류 및 입원기준을 적용하면 최대 59.3%의 병상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임상위의 분석 결과 50세 미만 성인 입원 환자 중 증상이 나타난 열흘 동안 산소치료가 필요 없는 정도의 경증이 유지된 환자는 이후 산소치료가 필요한 정도로 악화한 비율이 0.2%에 불과했다. 50세 미만의 경증 환자 중 위중 상태로 가는 경우는 사실상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중증, 중등증으로 진행하는 비율은 1.8%, 산소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중증으로 진행된 비율도 0.12%에 그쳤다.
그런데도 여전히 경증 환자들이 병원에 장기 입원하면서 일선에서는 병상이 언제든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임상위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국내 전체 음압병상은 1986개로, 이중 중환자용(546개)에서 확진자 입원 가능 병상은 115개로 약 21%에 불과하다. 일반환자용(1440개) 병상 중 확진자가 입원 가능한 병상은 634개로 44% 수준이다. 시도별 격차도 커 서울의 경우 입원 가능 병상은 일반환자용 133개, 중환자용 24개가 있지만 광주·강원 등은 중환자용 병상이 1개밖에 없고 경북은 중환자용, 일반용 병상이 모두 1개도 없는 실정이다.
◇”입원 중인 50세 미만 경증 환자는 더 일찍 퇴원해도 돼” 임상위는 현재 입원 중인 50세 미만 경증환자도 퇴원 기준을 낮춰 더 일찍 퇴원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50세 미만 경증환자 중 증상이 나타난 지 10일 지나도록 산소치료가 필요 없을 정도로 상태가 악화하지 않았거나, 산소 치료를 받았더라도 회복 후 3일 이상 지난 환자는 퇴원해도 전염력이 없고 상태가 악화할 우려도 거의 없다는 것이다.
현재처럼 퇴원 전 진단 검사에서 2차례 음성이 나와야 한다는 퇴원 기준도 별다른 실익이 없다는 게 임상위의 분석이다. 이날 임상위는 “코로나는 발병 직전이나 초기에 바이러스 배출이 많아 발병 초기 수일이 지나면 전염력이 없거나 매우 낮아지므로 메르스(MERS)처럼 장기간 격리를 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임상위 측은 “증식력을 잃거나 불활성화된 바이러스, 파괴된 바이러스의 조각만 몸에 남아 있어도 진단 검사에서는 양성이 나올 수 있다”면서 “진단 검사 음성을 격리 해제 기준으로 설정하면 불필요한 장기 입원이나 격리로 사회적 자원을 낭비할 수 있고 입원이 꼭 필요한 환자가 제때 입원을 못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렘데시비르는 중증 환자에 5~10일간 투여” 이날 임상위는 “그간 임상연구 자료가 축적됨에 따라 지난 2월 12일에 발표했던 일부 치료제 합의안을 변경했다”면서 렘데시비르 처방 권고가 담긴 변경된 치료제 합의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산소 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에게는 렘데시비르를 5일간 투여하도록 하되, 필요에 따라 10일까지 늘려서 투여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기존에 후보 치료제로 권고됐던 에이즈(HIV) 치료제 칼레트라에 대해서는 “효과가 없거나 미약한 것으로 추정된 다른 약물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신중하게 투여할 것”을 권고했다. 또 미 FD
A가 긴급사용을 철회한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대해서는 “이제는 사용을 권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근 영국 옥스퍼드대가 코로나 중증 환자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스테로이드 치료제 덱사메타손에 대해서는 “연구 결과가 논문으로 출간되어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투여 여부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