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산행은 가까운 남한산성이니, 함께 가자는 영문과 총무, 홍성일의 권유를 일찌감치 받았다. 그래, 집에서도 가깝고 코스도 무난하고 좋을 것 같아 노력해보기로 했다.
산행날짜는 다가오는데, 금토 이틀간 전국적으로 비가 올거라는 일기예보에 마음이 주춤했다. 게다가 금요일 밤 문예회 연극관람도 해야하는데... (나이가 들어가는 탓인가, 자주 병원갈 일이 생겨서, 무리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토요일 아침, 강우전선은 동쪽으로 물러나고 (Thanks God!) 아침을 든든히 먹고, 뜨거운 커피 4잔을 만들어 보온병에 담고, 간단한 간식을 챙겨, 마천역으로 달려갔다.
반가운 얼굴들이 보이고, 기다리고 기다려 지각생들까지 챙겨서 남한산성으로 가는 중에 준비체조도 열심히 하고.
산다람쥐 재모는 멀찌감치 앞서 달아나고, 럭비선수 출신 우리과 총무 홍성일과 짝이 되어 산을 오른다. 앞서 간 10여명의 선수들, 우리 뒤에 사진까지 찍어가며 뒤따르는 후미 그룹들을 느긋하게 돌아보며, 천천히 산에 오른다.
봄기운이 올라오는 산 공기는 향긋하고 산뜻하기만, 내딛는 바닥은 걷기에 딱 좋을만큼 부드럽다. 전날에 비가 온 덕에, 날리는 먼지도 없이 그저 봄내음만 올라온다. 이다지도 좋은 날씨 주신 그분께 정말 감사하기만 하다.
높은 산 기슭에서 머얼리 아래를 내려다본다. 옹기종기 다닥다닥 분주한 세상살이의 부대낌이 보이는 듯. 다시 한번 맑고 향긋한 산내음으로 심호흡해보고 또 다시 산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고.
돌담길 산성을 돌아 운치있는 돌문(거기서 한컷 찍은 양구일행이 부럽고)을 통과해서 동기들이 모여있는 점심장소에 도착했다.
친구들이 준비해 온 도시락을 맛있게 나누어먹었다. 조광복의 우엉새우조림, 홍성일의 홍어회, 재모가 여동기들에게 나누어 준 천혜향, 모두 맛있게 먹었다. 마른오징어에 즉석라면도 맛있었고, 이삭회 방기숙회장의 콩떡도 맛잇게 잘 먹었다.
경영학과 이진근 동기가 내 옆구리를 쿡 찌르며 살짜기 물었다. 저기 저분이 누구냐고. 혹시 남편이랑 같이 왔냐고. 우리 영문과 홍성일이라고 했더니, 실망하는 기색이다. 몇 번 본적이 없는 낯설은 얼굴인지라, “아마도 정찬란이 남편을 데려온 모양”이라고 “ 남편이 잘생겼네” 했다던가? ㅋㅋ
여동기들의 푸시엎으로 분위기는 방방 뜨다 못해 남한산성이 떠나갈 듯 왁자지껄 흥겨웠다.‘옥’자 가 들어간 주식이 결국엔 대박이 났지만, 유사품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헛물만 켜고.
이래저래 즐거운 산행도 마쳐가는데, 휴대폰에 문자가 떳다. 교회의 어르신 한분이 소천하셨다고 5시에 모여 조문가자고.
산성에서 버스타고 전철타고 집에가서 까맣게 옷 갈아입고 조문가고... 그리고 다음날 아침 교회 식사당번 하느라 설거지 엄청했다.
어제 월요일, 하루 왼종일 소파에 누워 TV만 보았다. 쉼표를 찍으며...
첫댓글 동기회 홈피에 올린 글입니다.
The only thing better than sharing a memory is to make 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