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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모국어 화자를 위한 한국어 발음 교육 방안
김 선 정
(경북대학교)
Seon-Jung Kim. 1999. A Teaching Method of Korean Pronunciation for English Native Speakers. Journal of Korean Language Education 10-2: 153-169. The aim of this paper is to present how to teach Korean pronunciation to English n ative speakers more effectively. Pronunciation is formed at earlier level of the language learning course and thus pronunciation must be emphasized from the beginning. Lectures should be extended to free activity from simple mechanical practice. Teachers should introduce the sound structure of Korean step by step. Teaching Korean pronunciation should be performed for the purpose of effective communication rather than pronunciation itself.
This paper presents some characteristic properties of Korean segments and syllable structure. In doing so, It focuses on the differences found in Korean and English to reduce English interference which English speakers may experience. It also presents some phonological phenomena which are supposed to be crucial to Korean pronunciation. It tries to avoid complicated explanation and technical terminology as much as possible. (Kyungpook National University)
1. 머리말
외국어의 학습 성과에 영향을 주는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발음은 학습자가 외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나이와 관련이 깊다는 점은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러므로 성인이 되어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학습자가 한국어 발음을 한국어 모국어 화자들의 것과 비슷하게 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 때에 교사가 효과적인 지도 방법으로 훌륭한 학습 내용을 교육한다면 학습의 효율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글의 2장에서는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효과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교수 방법과 학습시의 주의 사항 등에 관하여 논의할 것이다. 또한 3장에서는 영어 화자가 발음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되는 자음과 모음에 관하여 논하고, 4장에서는 한국어의 음절 구조에 나타난 특징을 영어와 비교하여 간단히 서술할 것이다. 끝으로 5장에서는 한국어의 발음에 직접적인 영향 을 주는 음운 현상을 다룰 것이다.1) 특별히 영어와의 차이점에 초점을 두어 설명하려고 하는데, 이는 학습자의 모국어가 외국어 습득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2. 외국어 학습과 발음 교육
2.1 발음 교육의 필요성
학습 대상 언어의 모든 면에서 모국어의 영향이 나타나지만 그 중에서도 모국어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분야는 학습 대상 언어의 음운론이라고 한다(Ellis, 1985). 외국어를 배워본 사람이면 누구나 외국어를 모국인과 비슷하게 발음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경험했을 것이다.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학습 목표를 정확한 발음으로 막힘 없는 의사 소통을 하는 것으로 볼 때 발음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발음은 무엇보다도 적절한 시기에 정확하게 형성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발음은 한국어 학습 프로그램에서 초급 단계에서부터 상급 단계까지 매 과정마다 강조되어야한다. 특히 발음 습관은 학습 초기에 형성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훌륭한 발음법이 강조되어야 한다. 잘못 굳어져 버린 발음 습관을 바로잡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2 발음 교육의 구체적 방법
발음 연습은 처음에는 단순한 기계적인 연습에서 출발하여 점차로 자유로운 학습활동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처음에는 정확한 발음을 반복하다가 특별한 주의집중이 없이도 무의식적으로 정확한 발음이 나올 수 있을 때까지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어의 정확한 발음을 위해서는 한국어의 음 체계(sound structure)를 제대로 학습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교사가 해야 할 일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박경자 외, 1994; p.277).
①간단한 조음법을 설명한다. 그러므로 교사는 음성학(phonetics)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②각 분절음을 음성적 환경을 달리하여 연습시키고, 스스로 원리를 발견하도록 한다. 즉, 최소 대립어(minimal pair)를 형성하는 모든 분절음들이 각기 다른 음성적 환경에서 어떻게 실현되는지에 관하여 학습한다.
③학습할 새로운 음을 결정할 때에 너무 어려운 것부터 하지 말고, 전체 음 체계 속에서 목표음의 역할이나 빈도수, 또는 상대적 난이도 등을 고려하여 결정한다. 또한 발음하기 특히 어려운 음을 학습할 때는 비슷한 다른 음들로부터 시작하여 차차로 단계적으로 원하는 음으로 옮아가면 훨씬 수월하다. 이 때에 학습자가 자신의 모국어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학습자의 모국어와 배우고자 하는 언어 사이의 차이점이 강조되어야 한다.
④학습자의 주의력이나 학습 내용을 이해하는 정도에 따라 새로운 학습요소를 제공한다. 한꺼번에 너무 지나친 욕심을 내다보면 오히려 학습효과를 저하시킬 수 있다.
⑤적절한 교육적 표기법과 시각 보조 자료(예를 들어 성대 모형이나 사진, 그림, 컴퓨터 등)를 이용한다. 이는 학습자의 관심을 끌 수 있어 이해를 돕고 나아가 학습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시각 자료를 이용하지 않고 청각에만 의존하는 학습 방법은 높은 학습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⑥정확한 발음을 반복하여 연습한다. 발음에 오류가 생긴 경우에는 바로 지적해줌으로 같은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한다. 이 때에 명확하게 발음하고 적당한 속도로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에서는 학생 각자가 발음 연습을 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어학실습실이나 녹음기를 이용하는 것도 바람직한 연습 방법이다.
⑦학습자가 정확한 발음을 익히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표준이 되는 발음을 충분히 들려준다. 처음에는 녹음된 것을 들려주더라도 말의 속도를 달리하여 여러 번 연습시키기 위해서는 교사가 표준 발음을 해줘야 한다. 따라서 교사는 모방의 모델이 될 수 있도록 보다 정확하고 표준적인 발음을 구사해야 한다. 너무 여러 번 반복하여 지루하지 않도록 하고, 적당한 속도로 된 자연스런 발화를 모방하도록 한다. 지나치게 느린 발화는 학습자의 귀를 훈련하는데 적합하지 못하다.
⑧학습의 초기 단계에서는 학습자의 모국어 전이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에 교사는 부정적인 전이효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분야에 관하여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학습자가 간섭을 극복하고 새로운 언어 습관을 익힐 수 있도록 반복이나 연습과 같은 집중적인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학습자의 모국어와 배우고자 하는 언어를 비교 분석해야 한다(대조 분석, contrastive analysis).2) 이러한 방법은 교수 과정이나 교재를 결정할 때 특별히 다룰 필요가 있 는 항목을 결정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
⑨가끔씩 발음을 평가하여 적절한 칭찬이나 지적을 해준다.
2.2.1 발음 교육시의 주의 사항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발음 습관은 학습 초기에 형성되기 때문에 학습 초기부터 훌륭한 발음법이 강조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발음법만을 강조해서는 안 되고, 실제로 사용되는 예와 함께 전체적인 의사소통 활동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학습자들에게 한국어의 음 체계를 단계적으로 소개해야 한다. 처음부터 완전한 대화 형식이나 완벽한 문장을 제시해서는 안되고, 영어와 한국어에 공통된 음들을 기초로 해서 점차로 상이한 음을 첨가해 가야 한다. 한국어를 교육할 때에 주의해야 할 점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①한국어 화자들도 무시하는 음의 구별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모음의 장단을 전혀 구별하지 않고 한국어를 사용하는 교사가 학습자에게 모음의 장단을 구별하기 원한다면 이는 수업을 진행하기도 어렵고 학습 효과도 전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② 철자법대로 발음하고 지도하는 일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ㄱ’ 다음에 비음이 올 경우 ‘ㄱ’이 [ㅇ]으로 소리나는 현상은 한국어에서는 필수적인 현상이지만 지나치게 철자에 의존하여 [국물]로 발음해서는 안 된다(5.1.5 참조).
③ 학생들에게 일단 전달된 음은 지속적으로 일관성 있게 유지되어야 한다. 따라서 교사는 언제나 정확한 발음을 내고 지도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한다.
④ 교사는 학생들이 정확한 발음을 내려고 노력하고 있는가에 늘 관심을 가져야 한다.
⑤ 교사는 학습자가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고 발음을 연습하도록 해야 한다. 왜냐하면 의미를 알고 있어야만 기억이 오래 가기 때문이다.
⑥정확한 발음 습관을 유도하기 위하여 문법에 기초를 둔 발음법을 지도해서는 안 되고, 구어체에 기초를 둔 발음법을 제시해야 한다.
3. 분절음의 특성 (Characteristic properties of segments)
한국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사람이 모국어 화자와 가깝게 발음하기 위해서는 한국어에 있는 분절음의 개별적인 특성을 파악해야만 한다. 뿐만 아니라 이음(allophone)의 분포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만 한다. 이 때에 영어에는 없는 분절음에 대해서는 각별한 연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한국어에서는 ‘달’, ‘딸’, ‘탈’과 ‘불’, ‘뿔’, ‘풀’이 각각 최소 대립어를 형성하지만, 영어에서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은 이 소리를 구분하여 청취하고 발음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면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이 혼동하기 쉬운 한국어 분절음의 개별적인 특성에 관하여 알아보자.
3.1 자음 (Consonants)의 특성
3.1.1 파열음 (Stops)
한국어의 파열음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기(氣, aspiration)의 세기에 따라 평음 계열(ㄱ, ㄷ, ㅂ)과 격음 계열(ㅋ, ㅌ, ㅍ), 경음 계열(ㄲ, ㄸ, ㅃ)로 나눈다. 가장 센 소리는 격음이며, 가장 약한 소리는 경음이다. 평음은 중간 소리에 해당된다. 이 세 소리 계열은 단어의 앞자리에서는 제 음가대로 발음되지만, 단어의 끝이나 자음 앞에서는 각각 개방이 되지 않은(unreleased) [ㄱ, ㄷ, ㅂ]으로 소리난다(5.1.1 참조).
특히 영어 모국어 화자들이 제대로 발음하기 어려운 경음에 관하여 살펴 보자. 한국어와는 달리 영어에서는 경음이 평음이나 격음과 최소 대립어를 형성하지 않는다. 물론 영어에서도 ‘p, t, k’를 경음으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예를 들어 ‘s’ 다음에 있는 ‘p, t, k’가 한국어 경음과 유사하게 발음된다. 따라서 ‘spring’, ‘stereo’, ‘ski’가 각각 [스쁘링], [스떼레오], [스끼]로 발음된다. 그러므로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학습자에게 한국어의 경음을 학습시키기 위해서는 경음이 영어에서의 ‘s’ 뒤에 오는 평음 소리임을 인식시켜야 할 것이다.
3.1.2 유음 (Liquids)
영어를 외국어로 배워본 한국어 화자들이면 누구나 영어의 ‘r’과 ‘l’을 구별하여 정확하게 발음하는 일이 쉽지 않음을 경험했을 것이다. 거꾸로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화자들에게도 한국어 유음의 발음은 꽤나 어려운 일이다. 물론 영어에서는 이 두 소리가 최소 대립어를 형성하는 반면 한국어에서는 변이음으로 작용하여 의사소통에는 커다란 문제점을 야기 시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영어 모국어 화자들의 한국어 발음에 있어 가장 외국적인 말투는 한국어의 유음에서 기인된다.
한국어에서 ‘ㄹ’은 나타나는 환경에 따라 다르게 실현된다. 모음과 모음 사이에서는 [r]로 소리나고,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 어말이나 자음 앞에서는 [l]로 소리난다. [r]은 영어 단어 ‘water’, ‘city’ ‘ladder’에서의 ‘t’ 또는 ‘d’를 미국식으로 발음할 때 나는 소리이다. [l]은 영어 단어 ‘love’, ‘leader’ 또는 ‘lamb’에서의 첫소리 ‘l’과 같은 소리이다. 한국어에서 모음과 모음 사이에 나타나는 ‘ㄹ’은 ‘rose’, ‘radio’ 또는 ‘red’에서와 같이 첫음절에 나오는 [r]과는 다른 소리이다. 또한 어말이나 자음 앞에서 실현되는 ‘ㄹ’도 ‘hill’, ‘full’, ‘tool’에서와 같이 단어 말에 오는 [l]과는 다른 소리이다. 따라서 실제로 영어 모국어 화자들이 ‘소리’, ‘노래’ 또는 ‘소라’를 발음할 때 ‘ㄹ’을 혀끝을 말아 권설음으로 소리내기도 한다. 또한 ‘달’, ‘물’, ‘꿀’ 등의 단어를 발음할 때는 한국어 [l]보다 훨씬 더 뒤쪽에서 소리내기도 한다. 따라서 영어의 음 체계와는 사뭇 다른 ‘ㄹ’ 소리를 한국어에 맞게 어색하지 않게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영어와 한국어간에 나타나는 차이점을 주지시켜야 할 것이다. 이 때에 음성학에 기초를 둔 조음 방법에 관한 적절한 설명이 도움이 될 것이다.
3.1.3 마찰음 (Fricative) ‘ㅎ’
‘ㅎ’은 어두에서는 제 음가대로 소리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탈락된다. 모음과 모음 사이에서나 앞글자의 받침이 ‘ㄴ’, ‘ㄹ’, ‘ㅁ’ 또는 ‘ㅇ’일 때 발음되지 않는 예가 많다. 물론 이러한 ‘ㅎ 탈락 현상’은 발화 속도나 화자의 주의 정도에 따라 다른데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일상 대화나 빠른 말씨에서 자주 일어난다. 예를 들어 ‘이하’, ‘진호’, ‘상하’ 같은 단어를 빨리 말할 때 ‘ㅎ’이 탈락된다.
또한 이러한 ‘ㅎ 탈락 현상’이 발화 속도에 관계없이 거의 필수적으로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ㅎ’ 불규칙으로 불리는 동사나 형용사에 모음으로 시작되는 어미가 붙을 때, ‘ㅎ’은 절대로 발음되지 않는다. 따라서 ‘좋+아서’는 [조하서]가 아니라 [조아서]로 발음된다. [조하서]로 발음하는 일은 지나치게 철자에 의존한 발음 방법이므로 이렇게 발음하지 않도록 관심을 두어야 한다.
‘ㅎ’음의 교육에 있어 빼놓지 말아야 할 또 한 가지는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화자들이 종종 범하게 되는 실수이다. 다시 말해 영어 모국어 화자들이 ‘와’나 ‘위’와 함께 어두에 나오는 ‘ㅎ’을 발음하지 않는다. 이는 영어 간섭 현상 때문인데 한국어에서 ‘ㅎ’은 어두에서 반드시 제 음가대로 발음된다는 사실을 강조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화장실’, ‘화요일’, ‘휘파람’ 등을 각각 [와장실], [와요일], [위파람]이라고 하는데 이는 올바른 발음 방법이 아니다.
3.2 모음 (vowels)의 특성
자음과는 달리 한국어의 모음 체계는 화자의 연령이나 출신 지역에 따라 커다란 차이점을 보인다. 연령이 높은 화자들은 대략 10개의 단모음(아, 이, 우, 오, 어, 으, 에, 애, 외, 위)을 사용하고, 젊은 층의 화자들은 마지막 두 모음을 이중모음으로 발음하여 8개의 단모음을 사용하는 것 같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8개의 모음 중에서도 ‘에’와 ‘애’가 구별되지 않고 사용되는 예가 많다.
3.2.1 모음 ‘애’와 ‘에’
모음 ‘에’와 ‘애’의 구별이 젊은 층의 한국어 화자들에게서는 이미 사라졌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영어에서는 ‘bad’와 ‘bed’, ‘bat’와 ‘bet’에서처럼 두 모음의 구별이 명확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에’와 ‘애’의 구별은 결코 어렵지 않다. 하지만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사는 학습자에게 두 모음의 구별을 지나치게 강조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왜냐하면, 학습자가 두 모음이 통합되어 사용되는 한국어를 들었을 경우에는 혼란을 가져올 수 있고, 게다가 교사 자신도 이미 통합하여 사용할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따라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사는 철자법에 남아 있는 차이점에 관해서는 이야기를 해 주되 발음에서 이미 통합되어 버렸음을 밝힘이 옳다고 본다. 그러나 만약 교사 자신이 정확히 구분하여 발음할 수 있으면 일부러 통합하여 발음할 필요는 없고, 통합하여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 는 정도만 이야기해 주면 될 것이다. 어린이를 위한 TV 프로그램에서도 ‘게’와 ‘개’를 말해야 할 일이 있을 때 흔히 ‘옆으로 걷는 게’나 ‘멍멍 짖는 개’처럼 꾸미는 말을 사용하고 있음을 볼 때 ‘에’와 ‘애’를 구분하여 발음하지 않는 일을 잘못된 것이라고 단정해 버릴 만한 일은 아닌 것 같다.
3.2.2 모음 ‘어’
모음 ‘어’는 외국인들이 듣고 발음하기 어려운 모음이다. 특히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화자들은 ‘어’를 ‘오’로 듣고 발음하는 일이 흔하다. 이는 영어에 한국어 모음과 같은 ‘어’ 소리가 없기 때문인데, 한국어의 ‘어’는 ‘오’보다 낮은 위치에서 소리날 뿐만 아니라 원순성(roundness)도 훨씬 적은 소리이다. 따라서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화자들에게 ‘어’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오’를 먼저 가르치고, 두 모음의 차이를 스스로 인식하게 하는 일이 필요하다.
3.2.3 모음 ‘으’
영어에는 한국어와 같은 ‘으’ 모음이 없기 때문에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화자들에게는 ‘으’ 모음의 정확한 발음이 쉽지 않다. 그러나 영어에 있는 [u] 모음과 비교하여 가르치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u]를 발음할 때와 같은 위치에서 발음하되 입술만 옆으로 펴서 발음하면 한국어의 ‘으’와 아주 가까운 발음이 된다. 한국어의 ‘으’ 모음은 한국인이 영어에서 온 외래어를 발음하거나 영어를 발음할 때에 삽입하는 모음이다(4장 참조). 특히 어두에 있는 자음군을 발음할 때나 자음으로 끝나는 단어를 발음할 때 ‘으’ 모음이 삽입된다 (예: tree[트리], print[프린트], bus[버스], cheeze[치즈] 등). 이러한 사실을 영어 모국어 학습자가 알게 하면 학습자가 ‘으’ 모음을 훨씬 더 쉽게 인식하고 발음하게 될 것이다.
4. 음절구조 (syllable structure)의 특성
한국어의 발음을 정확하게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한국어에 있는 자음이나 모음 등의 개별적인 분절음을 교육시키는 일 외에도 영어 화자들이 낯설게 느낄 수 있는 음절 규칙을 지도해야 할 것이다. 영어와 비교해 볼 때, 한국어의 음절 구조가 갖는 가장 중요한 특징은 음절의 어느 위치에서든 자음군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즉, 한국어에서 가능한 음절 구조는 자음 모음 자음(CVC), 모음 자음(VC), 자음 모음(CV), 모음(V) 네 가지 뿐이다. 따라서 어말에 자음군이 나올 경우 단순화(consonant cluster simplification) 과정을 거쳐 하나만 소리난다. 그러나 모음이 연결될 때는 두 개의 자음 중 첫 번째 소리는 앞 음절에서 소리나고, 두 번째 소리는 뒤 음절에서 소리난다(예: 읽어 → 일거, 밟아 → 발바). 그러나 영어에서는 ‘milk’, ‘tent’, ‘bank’, ‘silk’에서와 같이 어말에서 자음군이 모두 소리날 수 있어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화자들이 한국어를 발음할 때도 두 개의 자음 모두를 발음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어 교사는 한국어에서 어말 자음군이 불가능한 구조라는 사실을 학습자들에게 숙지시켜야만 할 것이다.
또한 어두 자음군을 표면상 세 개까지 허용하는 영어와는 달리 한국어에서는 어두의 위치에도 자음군이 올 수 없다. 따라서 영어의 어두 자음군을 가진 단어 ‘spring, street, strike’ 등은 한국어 모국어 화자들에 의해 각각 [스쁘링], [스뜨리트], [스뜨라이크]로 발음된다. 즉, 영어에는 없는 ‘으’라는 모음을 중간에 삽입하여 발음한다. 따라서 영어 모국어 화자들이 한국어를 발음할 때는 어두 자음군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5. 음운 현상 (Phonological Phenomena)
한국어를 배우는 영어 화자가 한국어를 철자대로 발음하지 않고 모국어 화자와 가깝게 발음하기 위해서는 개별 분절음이나 음절 구조 외에도 한국어와 관련된 갖가지 음운 현상을 파악하고 있어야만 할 것이다. 복잡한 음운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학습자 자신의 모국어, 즉 영어와 관련된 음운현상을 파악하여 한국어와 비교하여 보는 일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 글의 목적이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교육하는 데 있기 때문에 음운 현상을 논할 때에 복잡한 이론이나 자세한 풀이는 삼가고, 나타나는 현상만을 가능하면 정확하게 제시하고자 한다.
5.1 자음과 관련된 음운 현상
5.1.1 중화현상 (Neutralisation)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한국어에는 세 가지 종류의 장애음(obstruents)이 있다: 평음 계열(ㄱ, ㄷ, ㅂ, ㅅ, ㅈ, ㅎ), 경음 계열(ㄲ, ㄸ, ㅃ, ㅆ, ㅉ), 격음 계열(ㅋ, ㅌ, ㅍ, ㅊ). 이 세 종류의 소리들은 어두에서나 모음과 모음 사이에서는 제 음가대로 발음된다. 그러나 어말이나 자음 앞에서는 모두 평음으로 소리난다. 다시 말해 평음, 경음, 격음의 구별이 어말이나 자음 앞에서는 사라지게 된다. 또한 마찰음이나 파찰음도 이 위치에서 제 음가대로 실현되지 않는다. 따라서 어떠한 단어가 격음이나 경음들 중의 한 음으로 끝나면, 상응하는 평음으로 교체되어 실현된다. 또한 마찰음이나 파찰음으로 끝나는 경우에는 설정음인 ‘ㄷ’으로 소리난다. 유음은 이 위치에서 반드시 [r]이 아닌 [l]로 실현된다. 그러나 비음만은 제 음가대로 실현된다. 이를 간단히 요약하면 표(1)과 같다.3)
(1) 음절말 위치에서의 자음
기저 자음 |
실현되는 음 |
ㅂ, ㅍ |
ㅂ |
ㄷ, ㅌ |
ㄷ |
ㄱ, ㅋ, ㄲ |
ㄱ |
ㅅ, ㅆ |
ㄷ |
ㅈ, ㅊ |
ㄷ |
ㄹ[r] |
ㄹ[l] |
ㅁ |
ㅁ |
ㄴ |
ㄴ |
ㅇ |
ㅇ |
결국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한국어에서는 음절 말에서 7개의 자음(즉, ㅂ, ㄷ, ㄱ, ㄹ[l], ㅁ, ㄴ, ㅇ)만이 실현될 뿐이다. 그러나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붙으면, (2)와 같이 다시 제 음가대로 발음된다.
(2) 어간 + 접사
밖 + 에 --→ [바께], 부엌 + 이 --→ [부어키]
밭 + 에 --→ [바테], 있 + 어 --→ [이써]
낮 + 이 --→ [나지], 낯 + 이 --→ [나치]
앞 + 에서 --→ [아페서]
이러한 한국어 중화현상 때문에 영어 모국어 화자들이 한국어를 발음할 때에 낯설어하고 어려워한다. 한국어와는 달리 영어에서는 ‘p, t, k, b, d, g’ 소리가 어말이나 자음 앞에서 제 음가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영어 ‘p, t, k’의 발음이 한국어의 격음과 비슷하므로 중화 현상이 일어나는 위치에서는 각각[ㅍ], [ㅌ], [ㅋ]으로 발음하지 않고, 파열되지 않은 [ㅂ], [ㄷ], [ㄱ]으로 발음해야 한다는 점을 주지시켜야 한다.
5.1.2. 두음법칙 (Word-initial avoidance)
앞 절에 있는 중화현상이 음절 말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면, 두음법칙은 단어 첫머리에서 일어나는 음운현상이다. 두음법칙은 대부분이 한자어, 그 중에서도 ‘ㄹ’과 ‘ㄴ’으로 시작하는 단어와 관련된다. 두음법칙이란 한마디로 음절의 초성에서 어떠한 음이 나올 수 없다는 일종의 어두 제약 규칙이다. 두음법칙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하면, ‘ㄹ’ 다음에 ‘이’ 모음 또는 ‘야, 여, 요, 유’ 등의 이중 모음이 와서 ‘ㄹ’이 아예 탈락되어 버리는 경우, ‘ㄴ’ 다음에 같은 모음이 와서 ‘ㄴ’이 탈락되어 버리는 경우, 또한 ‘ㄹ’이 그 밖의 모음과 연결되어 ‘ㄴ’으로 발음되는 경우이다.
(3) 리발(理髮) → 이발 리자(利子) → 이자
리해(理解) → 이해 량심(良心) → 양심
녀자(女子) → 여자 륜리(倫理) → 윤리
닉사(溺死) → 익사 념두(念頭) → 염두
로동(勞動) → 노동 로인(老人) → 노인
한국인들에게 흔한 성씨인 이(李)씨를 중국어에서와는 달리 ‘리’라 부르지 않는 것도 두음법칙의 영향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두음법칙은 남한 말에서만 나타나고, 북한 말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또한 많은 외래어에서도 ‘ㄹ’이 탈락되지 않고 제 음가대로 소리나기도 한다. (예: 리본, 라일락, 라디오, 레이저 등)
5.1.3 경음화 (Tensification)
경음화란 평음이 경음으로 소리나는 현상을 일컫는 말로 장애음(ㄱ, ㄲ, ㅋ, ㄷ, ㅌ, ㅂ, ㅍ, ㅅ, ㅆ, ㅈ, ㅊ)으로 끝나는 말 뒤에 평음(ㄱ, ㄷ, ㅂ, ㅅ, ㅈ)으로 시작하는 다른 낱말 또는 어미가 붙을 때 일어난다. 뒤에 오는 평음이 경음으로 소리날 때 앞에 오는 장애음은 중화(5.1.1 참조)의 영향을 입는다.
(4) 줍다 → [줍따] 색시 → [색씨]
밖도 → [박또] 잎사귀 → [입싸귀]
밭과 → [받꽈] 벗지 → [벋찌]
있소 → [읻쏘] 낮잠 → [낟짬]
꽃게 → [꼳께]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화자들이 경음을 바르게 발음하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5.1.4. 격음화 (Aspiration)
격음화란 평자음이 격음으로 소리나는 현상을 일컫는 말로, ‘ㅎ’이 평장애음의 바로 앞이나 뒤에 올 때 일어난다. ‘ㄱ, ㄷ, ㅂ, ㅈ’이 격음화의 영향을 입게 되면 각각 [ㅋ, ㅌ, ㅍ, ㅊ]으로 소리난다.
(5) 좋다 → [조타] 빨갛게 → [빨가케]
노랗고 → [노라코] 독하다 → [도카다]
입히다 → [이피다] 맞히다 → [마치다]
그러나 ‘ㅅ’은 ‘ㅎ’이 앞에 올 때는 ‘좋 + 소’가 [조쏘]로, ‘하얗 + 소’가 [하야쏘]로 발음되는 것처럼, ‘ㅆ’이 실현된다. 또한 ‘ㅎ’이 뒤에 올 때는 ‘못 + 하다’가 [모타다]로 발음되는 것처럼 ‘ㅅ’이 중화의 영향을 먼저 입어 ‘ㅌ’이 소리난다.
5.1.5 자음 동화 (Consonant assimilation)
자음 동화란 자음과 자음이 만날 때 어느 한 자음이 다른 자음의 영양으로 같거나 비슷한 소리로 변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한국어에서는 대부분이 앞 자음이 뒤 자음의 영향으로 뒤 자음과 같거나 비슷한 소리로 바뀐다. 한국어에 나타나는 자음동화를 나누어 보면 다음과 같다.
① 비음화(Nasalization): 장애음이 뒤에 오는 비음(ㄴ, ㅁ)의 영향을 받아 비음으로 바뀌는 현상이다.
(6) 막는다 → [망는다] 국물 → [궁물]
닫는다 → [단는다] 굽는다 → [굼는다]
밥먹다 → [밤먹다] 앞니 → [암니]
있니 → [인니] 옷맵시 → [온맵씨]
이러한 비음화는 한국어에서는 반드시 일어나야 하는 필연적인 현상이지만, 비음화가 없는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한국어를 한국인 모국어 화자답게 발음하기 어렵게 한다. 예를 들어 자신들의 모국어에 자음간의 비음화를 갖고 있지 않은 영어 모국어 화자들은 ‘국물’을 철자법대로 [국물]로 발음하려고 한다. 따라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를 지도하는 교사는 반드시 [국물]이 아니라 [궁물]임을 가르쳐야 할 것이다.
② 설측음화 (Lateralization): ‘ㄴ’이 ‘ㄹ’음의 앞과 뒤에서 ‘ㄹ’로 소리나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러한 설측음화의 영향으로 한국어에서 ‘ㄴ과 ㄹ의 연쇄’나 ‘ㄹ과 ㄴ의 연쇄’는 모두 [ㄹ+ㄹ]로 소리난다.
(7) 천리 → [철리] 진리 → [질리]
신라 → [실라] 전라도 → [잘라도]
달나라 → [달라라] 칼날 → [칼랄]
이러한 설측음화도 한국어 모국어 화자들에게는 극히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영어 모국어 화자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현상이다. 왜냐하면 영어에서는 ‘ㄴ과 ㄹ의 연쇄’를 글자 그대로 발음하기 때문이다(예: Henry [henri], mainline [meinlain] 등).
5.1.6 불규칙 서술어 활용 (Irregular predicate conjugation)
한국어에서는 동사 뿐 아니라 형용사도 술어로 사용되는데 규칙적으로 활용하는 것과 불규칙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있다. 규칙과 불규칙은 활용시에 술어의 원형에 있는 받침에 변화가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구별된다. 규칙 술어의 받침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 반해 불규칙 술어의 받침에는 변화가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ㄷ’이나 ‘ㅂ’ 또는 ‘ㅅ’으로 끝나는 받침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예: ‘-아/어(서), 았/었, 으니’ 등)가 올 경우에 ‘ㄷ’은 ‘ㄹ’로, ‘ㅂ’은 ‘우’ 또는 ‘오’로 변한다. ‘우’냐 ‘오’냐 하는 것은 ‘ㅂ’ 바로 앞에 있는 모음에 따라 결정된다. 흔히 말하는 양성모음(예: 아, 오)이 올 경우에는 ‘오’가 되고, 그 밖의 경우에는 ‘우’가 된다. ‘ㅅ’은 불규칙 활용시에 아예 탈락되어 버린다. 불규칙 활용에 참여하는 대표적인 술어를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8) 불규칙 활용의 예
ㄷ-불규칙: 걷다(to walk), 묻다(to ask), 듣다
활용 예: 걸어서, 물어서, 들어서
ㅂ-불규칙: 곱다, 어렵다, 깁다, 춥다, 덥다, 맵다
활용 예: 고와서, 어려워서, 기워서, 추워서, 더워서, 매워서
ㅅ-불규칙: 잇다, 긋다, 낫다
활용 예: 이어서, 그어서, 나(아)서
규칙과 불규칙을 구별하는 특별한 문법적인 기준은 없고, 영어의 불규칙 동사를 동사의 원형과는 별개의 단어로 외우듯이 개별적으로 익히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점은 불규칙 술어의 자음 변화를 한국어 철자법에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철자대로 발음하면 된다.
5.1.7 구개음화 (Palatalisation)
구개음화란 ‘ㄷ’이나 ‘ㅌ’이 뒤에 오는 ‘이’ 모음의 영향을 받아 각각 ‘ㅈ’이나 ‘ㅊ’으로 소리나는 형상을 일컫는 말이다.
(9) 굳이 → 구지 해돋이 → 해도지
같이 → 가치 밭이 → 바치
걷히다 → 거치다 닫히다 → 다치다
이러한 현상은 남한 사람들이 사용하는 한국어에서는 필수적인 현상이지만 북한 사람들이 쓰는 한국어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구개음화는 두음법칙(5.1.2)과 함께 남과 북의 말을 구분 짓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5.2 모음과 관련된 음운 현상
5.2.1 모음조화 (Vowel harmony)
한국어에서 사용되고 있는 의성어나 의태어는 모음에 따라 어감이 상당히 다르다. 대략적으로 말하자면, 모음 ‘아’나 ‘오’는 작고 밝은 느낌을 주는 반면 모음 ‘어’나 ‘우’는 크고 어두운 느낌을 준다. 따라서 ‘아기가 아장아장 걷는다’라고는 말을 하지만, ‘아기가 어정어정 걷는다’라고는 말을 하지 않는다. 이렇게 한 단어 안에서 모음 ‘아’가 나오면 ‘오’가 오고, 모음 ‘어’가 나오면 ‘우’가 오는 현상을 모음조화라고 부른다.
(10) 알록달록, 촐랑촐랑, 깡총깡총, 퐁당퐁당 등
얼룩얼룩, 출렁출렁, 껑충껑충, 풍덩풍덩 등
이러한 모음조화 현상 때문에 보통 하나의 의성어나 의태어 안에서 두 가지 종류의 모음이 섞이는 예는 거의 없다. 또한 모음조화는 의성어나 의태어에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동사나 형용사의 활용에서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어간(stem)의 마지막 모음이 ‘아’나 ‘오’일 경우에는 어미가 ‘-아(서)’가 되고, 그 밖의 모음인 경우에는 ‘-어(서)’가 된다.
(11) 막아, 곧아서, 잡아, 볶아, 낚아
먹어, 굳어서, 접어, 붙어, 섞어, 밀어, 기어
이렇게 어간과 어미의 활용에서 나타나는 모음조화 현상은 [고마워]와 [아름다워]에서처럼 ‘어’로 통합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모음조화는 아직은 실제로 여러 낱말에서 사용되고 있는 음운현상의 하나이므로 모음조화가 전혀 없는 영어 모국어 화자들에게 특별한 지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5.2.2 모음 충돌 회피 (Vowel Hiatus)
모음 충돌 회피 현상이란 모음과 모음이 나란히 붙어 있을 경우 서로를 꺼리는 음운 현상을 가리킨다. 우리말에서 모음 충돌 회피 현상은 모음으로 끝나는 어간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붙을 때 일어난다.
(12) 가 + 아 → [가] 가 + 아서 → [가서]
오 + 아 → [와] 오 + 아서 → [와서]
철수 + 아 → [철수야] 순이 + 아 → [순이야]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모음 충돌을 회피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령 두 모음 중의 하나를 탈락시켜 버리기도 하고(예: 가, 가서), 두 모음을 합쳐져 이중모음으로 발음하기도 한다(예: 와, 와서). 또는 모음과 모음 사이에 반모음 [j]을 삽입하기도 한다(예: 철수야, 순이야). 영어의 경우에는 모음과 모음이 연달아 오기도 하는데(예: fame [feim], kind [kaind]) 이들은 하나의 단위로 된 이중모음이므로 축약 현상이 일어나지 않고, 첫 번째 모음에 강세를 두어 발음한다. 따라서 한국어를 배우는 영어 모국어 화자들에게는 영어의 이중모음과 한국어의 모음 연쇄간의 차이점을 지도해야 할 것이다.
5.2.3 우믈라우트 (umlaut)
우믈라우트란 비전설 모음이 뒤에 오는 ‘이’ 모음의 영향으로 전설 모음으로 소리나는 현상을 가리킨다.
(13) 아끼다 → 애끼다 당기다 → 댕기다
다리다 → 대리다 남기다 → 냉기다
저미다 → 제미다 먹이다 → 메기다
넘기다 → 넹기다 덤비다 → 뎀비다
저리다 → 제리다 버리다 → 베리다
위에 있는 예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바와 같이 우믈라우트를 일으키는 모음과 우믈라우트를 입는 모음 사이에 낀 자음이 구개음이거나 구개음화된 자음일 때는 우믈라우트가 일어나지 않는다(예: *마치다 → 매치다, *다치다 → 대치다, *다지다 → 대지다).4) 우믈라우트의 영향을 입어 파생된 모음 ‘에’와 ‘애’는 철자법 상으로는 구분하여 적을지라도 발음상으로는 거의 구분이 되지 않는다. 이는 어휘 층위 구조에서 모음 ‘에’와 ‘애’를 구분하여 사용하는 사람들에게서도 공통된 현상인 것 같다. 이러한 우믈라우트 현상은 ‘아비, 어미, 아기’등 단일 명사에서도 일어나지만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화자들 사이에서 흔히 나타나는 음운현상이므로 한국어의 바른 청취를 위하여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것이다.
6. 맺음말
우리는 지금까지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발음의 교육 방법 및 구체적인 내용에 관하여 알아보았다. 발음은 외국어 학습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강조되어야 할 뿐 만 아니라 모국어의 간섭을 막기 위해서 집중적인 훈련이 필요한 분야이다. 하지만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 목표가 의사소통 능력을 배양하는 데 있기 때문에 한국어 모국어 화자와 같은 정확한 발음을 발달시키는 것을 추구하기보다는 의사소통의 효율성을 추구하여야 할 것으로 본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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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tlewood, W. T. (1984), Foreign and Second Language Learning: Language acquisition research and its implications for the classroom, Cambridge University Press.
김선정
경북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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