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귀여운 색녀(色女)
― 하늘에는 천당(天堂)이 있고 땅에는 소항(蘇杭)이 있다.
이 말은 하늘에는 천당이 있고 땅에는 소주(蘇州)와 항주(杭州)가
있어 그 아름다움이 이루 말할 수 없다는 뜻이다.
예로부터 항주에는 미인이 많기로 유명했다. 항주의 미인들은 중원
의 풍류객들을 설레게 한다. 미인이 많은 곳에 공자대부가 몰리고
풍류남아들이 붐비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이치다.
따라서 항주를 흐르는 전당강(錢塘江)의 양안(兩岸)에는 수많은 기
루(妓樓)들이 번창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홍화루(紅花樓)라면 기
루 중의 기루요, 항주에서 손꼽히는 명소였다.
"까르르......."
홍화루에 들어서면 언제나 들을 수 있는 여인의 요염한 웃음소리,
기녀들의 지분 냄새가 코를 찌르고 어디를 가나 눈이 번쩍 뜨일 정
도로 아름다운 기녀들이 나삼 자락을 휘날리며 유혹의 눈짓을 한다.
홍화루의 한 내실.
타는 듯이 붉은 홍장을 입은 미인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여인은 한 송이의 장미를 연상케 했다. 입고 있는 옷도 그러려니와
장미처럼 화사한 피부와 흑진주처럼 검은 눈, 비단 홍상(紅裳) 안에
감추어진 육체는 터질 듯이 풍만하면서도 굴곡이 완연하여 남자라
면 누구나 군침을 흘릴 만했다.
슥슥.......
붓을 놀리는 섬섬옥수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손가락은 뱅어처럼 가
늘고 통통했으며, 손목은 잘록하고 팔뚝은 투명할 정도로 희었다.
그런데 미녀가 그리는 그림이 요상했다. 화선지에 그려지는 그림은
춘화도(春畵圖)가 아닌가?
연꽃이 화려하게 만개한 연못가에 아름다운 팔각정이 그려져 있었는
데 그 정자 안에서는 한 쌍의 남녀가 방사를 치르고 있지 않은가?
그것도 얼굴이 화끈할 정도로 노골적인 그림이었다.
여인은 정자 난간에 반쯤 기댄 채 서 있었는데 옷자락이 풀어헤쳐져
터질 듯이 풍만한 젖가슴 두 쪽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고, 남자는
하의를 벗은 채 여인의 한쪽 다리를 들고 교접을 시도하고 있는 장
면이었다.
절정을 느낀 듯 뒤로 젖혀진 여인의 얼굴은 곤혹스러울 정도로 요염
했다. 아미월 같은 눈썹을 살짝 찡그린 채 입술을 반쯤 벌리고 있었
다.
그림은 너무나 정교하여 두 사람의 뜨거운 신음 소리가 절로 들리는
듯 생생했다.
"호호! 이 그림을 보여드리면 소주(少主)께서 어떤 반응을 보이실지
궁금하단 말야."
짜랑짜랑 울리는 웃음소리. 마치 은쟁반에 옥구슬을 굴리는 듯한 낭
랑한 음성이었다. 그때였다.
"뭐가 그리 즐거운가? 홍의선자(紅衣仙子)?"
어디선가 묵직한 음성이 울려왔다. 홍의선자는 흠칫하더니 붓을 놓
으며 입술을 열었다.
"총표파자께서 웬일로 홍화루에 납시셨나요?"
스슷!
천장으로부터 녹영 하나가 떨어졌다. 그는 장대한 체격의 중년인으
로 녹색 장포를 입고 얼굴은 사각형, 눈빛이 번갯불 같은 위인이었
다. 바로 녹림 총표파자 연자추(燕玆秋)였다.
연자추는 눈을 번뜩이며 다가왔다.
"흑룡신군이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소?"
홍의선자는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들었어요. 보름 전에는 또 녹림십팔채 산하의 백팔총위대(百八總衛
隊)도 당했다지요?"
"그렇소, 놈은 보통이 아니오. 그 때문에 선자와 상의하러 왔소."
"호호! 총표파자답지 않군요. 그 까짓 일로 여기까지 왕림하시다니
말예요."
연자추는 짙은 눈썹을 찌푸렸다.
"그 까짓 일이라니? 놈은 초강고수요."
홍의선자는 문득 허리를 잡고 웃었다.
"깔깔......! 저도 알아볼 만큼 알아봤어요. 노구룡이란 자는 본래
황실의 주방장 출신인 방백(尨白)이란 자의 제자예요. 고작 주방장
하나 때문에 총표파자께서 전전긍긍하시다니 그야말로 천하가 웃을
일이 아니고 뭐예요?"
연자추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는 자존심이 크게 손상된 듯 신음을
흘리더니 엄숙하게 말했다.
"선자,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오. 그자는 추측할 수 없는 무공을 지
니고 있소. 그렇지 않다면 내 어찌 이곳에 오겠소?"
"호호, 좋아요. 그럼 이 몸이 뭘 도와야 하죠?"
홍의선자는 도발적으로 가슴을 내밀며 물었다. 두 사람의 거리는 손
만 뻗으면 닿을 정도로 가까웠다. 연자추는 문득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홍의를 뚫고 나올 듯이 팽팽한 가슴을 바라보며 그는
침을 삼켰다.
"물론 공짜로 도와달라는 것은 아니오. 선자의 염백신공(艶魄神功)
을 연성 하는데 필요한 천년설상사(千年雪上蛇)를 가져왔소."
연자추는 소매 속에서 옥합 하나를 꺼냈다. 그것을 본 순간 홍의선
자의 눈이 반짝 빛을 발했다.
"정말인가요?"
그녀는 빼앗듯이 옥합을 나꿔채더니 뚜껑을 열어보았다. 옥합 속에
는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았다. 아니, 자세히 보면 투명한 실처럼
가느다란 뱀 한 마리가 똬리를 틀고 있었다.
홍의선자는 얼른 옥합 뚜껑을 닫더니 활짝 미소지었다.
"호호호! 알겠어요. 이런 귀한 선물을 가져오시다니, 총표파자님의
명을 어찌 따르지 않겠어요?"
그녀는 슬쩍 옥합을 소매 속에 감추더니 손뼉을 딱딱 쳤다.
"얘들아, 총표파자님이 오셨다. 옥린(玉麟)이와 옥경(玉景)이를 불
러라."
밖에서 예! 하는 시녀의 음성이 전해졌다. 홍의선자는 기분이 매우
좋은 듯 콧소리로 말했다.
"총표파자님을 위해 어젯밤 입루(入樓)한 두 아이를 불렀어요. 호호
...... 마음놓고 즐기세요. 그럼 전 이만."
홍의선자는 몸을 돌려 허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휘장이 쳐진 내실 안
으로 걸어갔다.
"......."
연자추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넋을 잃은 표정이었다. 본시 그
는 녹림에서 잔뼈가 굵어 여자라면 무수히 겪어본 위인이다. 주변에
는 구름처럼 많은 미녀들이 있었고 자나깨나 미녀들의 시중을 받으
며 살고 있었다. 그러나 홍의선자만큼 고혹적인 미녀는 본 적이 없
었다. 걸어가는 뒷모습만으로도 그는 아랫도리가 불끈 일어서는 것
을 느꼈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그녀를 쓰러뜨려 욕망을 채우
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홍의선자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지위로 보나 영향력으로
보나 절대 그의 하위가 아닌 것이다. 연자추는 할 수 없이 침을 삼
킨 채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빌어먹을! 닭 대신 꿩이라고...... 옥린과 옥경이란 계집으로 대신
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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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신독보강호 제7장 귀여운 색녀(色女)
샤린에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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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2.23 02:39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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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_-;; 많이 연구하신거 같군요;;
ㅡㅡ;; 정말 야하군.... 이런 곳에 올리다니요!(퍽!)
진짜 야해요 -/////-
색녀라는 말 때문에 이렇게 사람이 몰린지도.....(너도 좋잖아!!!!퍼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