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숙은 장대한과의 정사를 떠올렸다. 아침에 거울을 보자 얼굴이 활짝 펴 있었다. 남자와 사랑을 나누면 혈색이 좋아진다고 하더니 사실인 모양이었다.
“좋은 일은….”
풍운개발 임준생 회장을 만난 것도 기분이 좋았다. 무엇인가 좋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공사비 2000억원의 3%를 로비 자금으로 받는다면 약 60억원이나 된다. 이건 로또복권에 당첨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다. 다행히 장대한이 도와준다고 했으니 로비 자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백화점에 가서 옷을 사야 하겠어.’
로비스트로 활동을 하려면 옷을 세련되게 입어야 할 것이다.
“사내 맛이라도 봤냐?”
“봤지. 그것도 세 번이나….”
서경숙은 깔깔대고 웃음을 터트렸다. 민 언니의 눈이 커졌다. 민 언니는 늘 입으로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지만 남자를 두려워하고 있기도 했다.
“정말? 그렇게 정력이 좋은 남자야? 어떤 남자인데?”
“언니야, 그러지 말고 언니도 연애해라.”
“결혼은 싫어.”
“누가 결혼하래? 그냥 연애나 하는 거지.”
“그런 남자가 있을까? 남자 잘못 만나면 몸 뺏기고 돈도 뺏겨.”
“용돈으로 만족하는 남자 골라.”
“내가 용돈을 주라고?”
“그럼 용돈을 받을 거야?”
서경숙은 힘차게 퍼팅을 했다. 이제는 연습장이 아니라 골프장에 직접 나가야 하니까 세심하게 연습을 했다. 오늘은 정수련도 나와 있었다.
‘이모, 밥 사 줘.’
골프연습장에서 나오는데 이준석에게서 문자가 왔다.
서경숙은 문자를 확인하고 잠시 망설였다. 장대한과 사랑을 나눈 탓인지 이준석이 그립지 않았다. 그러나 이준석에게는 떨쳐버리기 어려운 풋풋함이 있었다. 그런 풋풋함을 어떻게 버리겠는가. 장대한과의 사랑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나 백화점에 가야 하는데….’
망설이다가 답을 보냈다.
‘백화점에는 왜?’
‘옷 좀 사려고.’
‘그럼 내가 골라 줄게.’
‘알았어. 압구정 백화점으로 와.’
서경숙은 문자를 끊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비가 내린 다음이라 그런지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귀여운 녀석….’
서경숙은 파란 하늘을 쳐다보면서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서경숙은 이준석에게 캐주얼 두 벌을 사 주었다. 그가 옷을 갈아입는 동안 서경숙은 자신의 속옷도 몇 벌 샀다. 이내 이준석이 옷을 갈아입고 나오면서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브랜드 옷을 입은 이준석은 귀공자 같았다. 서경숙은 이준석을 보고 가슴이 찌르르 울리는 것을 느꼈다. 하체에서 맹렬한 욕망이 일어났다.
“목욕하고 머리만 잘 다듬으면 탤런트 같겠다.”
서경숙은 이준석에게 감탄했다. 계산을 한 뒤에 이준석을 데리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정말이요?”
“그래. 아주 잘 어울려.”
“고마워요. 이모… 그런데 어디 가는 거예요?”
이준석이 쇼핑백을 들고 따라오면서 물었다.
“점심 먹어야지.”
서경숙은 이준석을 데리고 백화점 12층에 있는 일식집으로 갔다. 조만간 서초동에 있는 풍운개발로 출근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 경치가 참 좋네요. 한강까지 보여요.”
백화점 일식집의 창으로 한강이 내려다보였다. 전에 장대한과 함께 온 일이 있는 식당이었다. 음식을 주문하자 들깨죽부터 나왔다.
“압구정에서 유명한 집이야.”
음식은 정갈하고 맛이 있었다. 서빙을 하는 여자들도 마음에 들었다. 그들은 옆이 터진 검은색 롱드레스를 입고 얌전한 태도로 서빙을 했다.
“이모, 우리 저녁에 영화구경 갈래요?”
이준석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속눈썹이 짙어서 귀여워 보이는 얼굴이다.
“영화?”
서경숙의 시선이 떡 벌어진 어깨를 지나 그의 하체로 내려왔다.
“네. 재미있는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 있어요.”
“그래.”
서경숙은 오후에 특별히 할일이 없었다. 일식집에서 식사를 한 뒤에는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셨다.
‘이 아이를 정부로 삼아야겠어.’
서경숙은 커피를 마시는 이준석을 살피면서 속으로 웃었다. 이준석은 그녀를 잘 따르고 있었다. 얼굴도 귀공자풍이고 운동을 했는지 몸도 탄탄해 보였다.
‘연하의 남자를 거느리는 것도 능력이야.’
그와 사랑을 나누는 상상을 하자 몸이 더워지면서 욕망이 꿈틀거렸다.
이준석과 헤어진 것은 오후 3시가 되었을 때였다. 낮에부터 그와 모텔에 갈 수는 없었다. 서경숙은 집에 돌아오자 옷을 입어 보았다. 명품관에서 산 옷들이라 마음에 들었다. 삼각형의 속옷까지 갈아입자 어떤 흥분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미장원에 가서 머리를 다듬고 사우나에 가서 마사지를 받았다.
‘세상을 어렵게 살 필요는 없어.’
서경숙은 세상을 즐겁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
첫댓글 즐감요
즐감요
즐~감!
ㅎ늘 감사히 잘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