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음이 완연하게 퍼지는 이맘때, 꽃들이 자태를 뽐내면서 봄심을 유혹하고, 산하에는 신록이 푸릇해지며
상춘객의 입과 눈을 유혹한다. 어디로 가든지 봄을 느낄 수 있고 제철 먹거리와 볼거리가 지천인
이즘이야말로 여행을 떠나기에 좋은 시기가 아닐까.
특히 먹을거리와 볼곳이 많은 곳을 찾으면 봄을 오롯하게 한껏 담아올 수 있다.
항상 바다가 함께하고 짠 내음이 스민, 동해안의 최북단의 대표적인 어항이자 설악산을 품고 있어
사시사철 여행객들이 찾는곳이 바로 속초. 속초야 자주 갔지만 매년 매계절마다 그 느낌은 사뭇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뭐, 어느 여행지나 다 똑같겠지만 말이다.
이번 여행은 그냥 쉬면서 놀고 먹는것이 테마. 다양한 먹을거리와 참이슬이를 즐기기 위해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것이 편하다. 운전할 걱정 없으니 맘 편하게 봄바람과 바닷내음을 즐기기에 딱.
속초로 가는길은 동서울과 고속버스터미널을 이용하는것 두가지가 있다.
동서울이 2시간 10분 걸린다면 고속버스터미널에서는 2시간 40분정도 소요된다. 두군데 다 우등고속을
운행하는데, 동서울의 버스들이 다소 신형이고 깔끔한 편. 예전에는 영동을 타고 돌아갔기에 더디걸렸지만
경춘고속도로와 잘 닦인 홍천 ~ 인제간 국도, 설악산을 관통하는 미시령터널의 개통으로 속초는
이제 서울에서 안면도 가는 시간보다 빨라졌다. 동서울에서 버스를 타면 속초 시내와 가까운 곳에 터미널이
있어 속초수산시장과 동명항, 아바이마을이 지척이고 고속버스를 타면 이마트와 속초해수욕장이 있고
대포항이 인근에 위치한 조양동에 가까운 편이다. 속초고속버스터미널은 현재 신축공사를 하고 있어
이마트건너편 청초호반에 임시 정류장을 만들어 놓고 있다. 서울에서 3시에 출발해 속초에 내리니 거의
여섯시가 되었다. 내리자마자 만난건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세차게 몰아치는 모래가 섞인 칼바람.
길거리에는 쓰레기들이 휘감아 돌며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풍경도 보였다.
역시 동해안이라 바닷바람이 상당하다. 바로 택시를 타고 이번에는 물치항으로 발을 옮긴다.
대포항은 한창 신항을 만들고 있어 다소 어수선한 풍경이다. 외지인들이 주로 찾는 대포항이지만
속초 시민들은 잘 안간다고 한다. 뭐, 동네분들이야 궂이 이런곳을 찾을 이유도 없을테고.
가끔 외옹치항은 간다고 하나만. 대포항에서 차로 5분정도면 닿을 수 있는 양양 물치항회센터.
작은 포구를 이웃한 물치항의 2층 회센터에도 불어오는 바람때문인지 손님들은 그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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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들고 있는 카메라가 휘청일만큼 거센 해풍이 해변으로 몰아친다.
와, 대단한걸.. 해는 지고 어느새 방긋하게 밝은 달이 떠오를 시간이 가까워온다.
오늘은 어떤 물고기와 만날런지 콩닥거리는 가슴을 안고 물치항회센터의 문을 열고 들어간다.
바람때문에 문을 열기도 힘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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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치항 회센터 바로 옆에는 강한 파도와 바람을 막기위해 놓은 테트라포트가 높게 쌓여있다.
회센터 입구는 모두 세곳. 2층으로 된 회센터의 횟집에서는 손님들을 모시기 위한
아줌니들의 보이지 않는 전쟁이 펼쳐지는 곳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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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관에서는 싱싱한 물고기들과 먹음직스러운 해산물들이 바닷물 샤워를 하면서 활발하게 움직인다.
참, 이런곳에 가면 힘든것이 어느집을 선택해 들어가야 괜찮을지를 고민하는것. 이집에 들어가면 옆집이
더 좋아보이고. 다른집을 보면 그 집의 서비스나 물고기가 더 괜찮을듯 싶은 맘도 쓰이고.
어렵지만 일단 선택한곳을 믿어보는 수 밖에. 이곳의 장점은 양식보다 자연산을 많이 사용한다는건데,
알 수 없으니 일단 맛으로 결정해야지. 그리고 저렴한것은 스끼가 없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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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곳을 둘러볼까 했지만 배도 고프고 몸도 찌뿌둥해서 두서너군데 보다가 들어간 세형이네집.
인테리어는 비슷하고 물고기의 종류들도 대동소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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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어, 우럭, 가자미가 들어간 바구니가 3만원, 아래 숭어와 광어, 도다리가 들어간 좀 큰것은 5만원 바구니.
광어나 우럭은 평소 많이 먹고 숭어는 좀 별로라 패스. 가자미는 세꼬시인데, 세꼬시 맛은 잘 모르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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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것 필요없이 회로 승부하기로 하고 군더더기 없이 감성동 한마리와 잡어 한놈으로 낙찰.
비단멍게 두놈까지 해서 3만원으로. 글쎄 잡어는 무슨 물고기인지 모르겠지만 황어랑 닮은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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횟집으로 들어간다. 긴 실내에는 테이블이 8개 정도 있고 창가에 앉으면 물치항을 한눈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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횟집들이 낮은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옹기종기 모여있는데, 좀 특이한 모습이라서..
옆집에서는 손님들이 생일파티를 하는지..노래도 흘러나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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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치항은 아담하고 조용한 포구이다. 멀리 바닷가 해변에서는 모래바람이 불어 뿌옇게 모래들이
바다를 향해 날리고 있다. 대포항과 인접해 있긴 하지만 이곳은 속초가 아닌 양양군이다.
낙산사와 하조대, 오색온천의 양양, 언제 송이약밥을 먹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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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하고 방에 앉으니 아줌니가 회를 숭숭 썰고 있다.
물은 셀프. 일단 앉아서 주변을 보다 이내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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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 있는 투명한 빛깔의 회가 감성돔이고 위쪽에 있는 투박하고
검붉은 빛깔의 회가 황어로 추정되는 잡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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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돔이 물론 때깔이 좋고 입에 착 달라붙는 맛이었지만 별 기대감이 없던 잡고기의 맛도 찰지고 단단한
살이 괜찮았다. 물론 물고기의 사이즈가 좀 차이가 있던지라 감성돔쪽이 더 많은 살점을 선보였고.
이곳 물치는 별다른 서비스는 없고 그냥 메인인 회만 나오는가 보다. 떠먹을 국물이라도 주었으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뭐, 이런게 오히려 좋을때도 있지만 저렴하게 한잔 할때야 이게 좋을지도.
아무 데코가 없는 회만 순수하게 나와주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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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여분 정도 흐르고 나서 차려진 물치표 회 한상. 상추와 비단멍게, 장과 마늘, 고추가 오늘의 저녁만찬.
옆 동네 대포항에서 먹는것보다 깔끔하고 조용해서 가족이나 연인끼리 바다를 보며 회를 즐기기엔
이쪽이 오려 좋을것같다. 대포항은 구경하는 재미, 야외 테이블에서 갈매기 친구들과
먹는 맛도 있다만 호객행위에 다소 정신없는 모습이 가끔은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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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생이는 역시 감칠맛이 착착, 잡어는 전복치처럼 고소하고 입에 감겨오는 맛이 나름 괜찮은것 같다.
둘이서 먹으니 처음엔 이걸 어떻게 다 먹을까 했지만 먹다보니 한점도 남김없이 싹 비웠다.
역시 회를 좋아해서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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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젓가락질 하며 상추에 싸먹고 양념장과 초장, 간장에 번갈아 가며 맛보다보니
큰 접시안의 회들도 점점 줄어만간다. 평소 맛보지 못했던 물고기를 먹으며 나름 자평도 하고
창밖에서 불어오는 심상치않은 바람소리를 들어가면서 그렇게 속초여행의 서막이 오른다.
근데 속초 사람들은 이런 바람이 별로라며 시원찮은 반응을 보인다. 그럼 진짜 센 바람은 대체 어느정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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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비, 키조개, 소라 등도 싱싱해 보이지만 너희들은 담번에 만나자며 구경만..
매운탕을 주문해서 먹을 수 있지만 다른곳에 가서 또 먹어야하기에 패스.
회와 양념, 야채, 이슬이 한 병까지 해서 3만 6천원. 회의 신선도나 양, 잡어의
색다른 느낌에 비하면 상당히 저렴하게 먹은것같다. 날씨가 좋을때엔 찾는다면 회도 즐기고
인근 바닷가도 구경하며 해맞이공원까지 산책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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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치항 회센터의 모습. 7번국도변 작은 물치항에 있는 2층의 회센터에는 오늘도 싱싱한 바다가 뛰어놀고 있다.
속초 대포항, 동명항이 이젠 좀 지겹다면 이곳 물치항은 어떨까. 물론 대포항 근처 외옹치항도 괜찮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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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어느덧 우리 곁을 감싸면서 차고 거센 바닷바람만이 귓전을 쉴새없이 때린다.
물치항에서 감성돔과 잡어회를 먹고 다시 속초로 들어간다.
속초 수산시장에서 회 한점 더 먹을려구.. 참 회에 목숨 걸었나. 물론 참이슬도 한잔 더!
첫댓글 가끔 가는곳인데 회도 저렴하고 먹고나서 따로 주문하는 매운탕의 맛도 좋았어요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잘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