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지혜를 만지기/느끼기(63)

[술사랑]

..

지식/지혜를 만지기/느끼기 Touch & feel knowledge & thoughts! --------------------------------------------------------------------------------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저자와의 속 깊은 대화. 책을 읽는 방식은 사람마다 상당히 다르다. 처음부터 단어 하나하나를 정독하는 사람도 있고, 페이지를 훌훌 뛰어넘는 사람도 있다. 영화 "굿 윌 헌팅"에 나오는 수학도사 처럼 그 어려운 수학 공식들로 채워진 책도 재빨리 읽어내는 사람이 있고(영화 속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실제 이런 사람이 있다.), "책 읽어주는 여자"라는 프랑스 영화에서 나오듯이 단어 하나 하나, 소절 한 마디 한 마디 입 밖으로 소리를 냄으로써 언어 자체의 맛뿐 아니라 언어 사이의 공간의 맛까지 읽으며 책을 읽는 사람도 있다. 지식을 얻기 위해 보는 책도 있고, 기술적 자료를 찾기 위해 보는 책도 있고, 참고 자료를 얻기 위해 보는 책도 있고, 보고서나 논문을 쓰기 위해 찾는 책도 있고, 기록을 뒤져보기 위해 꼼꼼히 살피는 책도 있고, 체험을 넓히기 위해 보는 책도 있고, 도덕적 성찰을 위해 보는 책도 있고, 순수하게 감성적 즐거움을 위해 보는 책도 있고, 감동에 겨워 읽는 책도 있다. 책보기 목적에 따라 책읽기 방식은 다를 것이다. 또한 책을 고르기 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다. 참으로 많은 책들이 쏟아지는 이 시대에 모든 책을 알 수도 없고 또 읽을 수도 없다. 남의 추천도 있겠지만 자신의 눈을 기르는 것도 필요하다. 그 요령이라면? 1. 책을 재빨리 잘 고르는 요령 우선 책을 재빨리 고르는 방법을 한 번 생각해보자. 나는 다음을 권한다. 누구나 알면서도 잘 행하지는 않는 요령일지도 모른다. 1. 제목을 본다: 책제목이란 사람으로 치자면 이름이다. '이름'이라기 보다는 사람의 성격을 잘 표현하는 '별명'과도 같다. 그 책의 에센스다. 2. 목차를 본다: '目次'라는 한자어는 참으로 유효하다. 눈으로 훑는 것이다. 목차를 보면 '책'이 보인다. 책의 줄거리, 책의 내용이 상상된다. 3. 머리말을 본다: 왜 그 책이 있어야만 하는가를 볼 수 있는 것이 머리말이다. 왜 읽어야만 하는가를 보여주는 머리말이라면 최상이다. 4. 결론을 본다: 결론으로 독립되어 있지 않은 책도 많지만 책 뒷부분을 일목 하면 정말 읽어야 할 책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5. 저자를 본다: 저자의 유명도에 따라 좌우되기 싫다면 저자의 이름은 내용을 일목한 뒤에 보는 것이 좋다. 저자의 이력이 맘에 들면 책을 읽을지 말지 정하는데 도움이 된다. 6. 내용을 본다: 그리고 내용을 훑어보라. 특히 자신의 마음에 드는 '장'의 시작부분과 끝부분을 보면 '읽을만한' 책인지 감이 온다. 이런 요령은 책을 눈앞에 두었을 때의 요령이다. 서점이나 도서관이나 남의 서가 앞에서 책을 직접 앞에 두었을 때 이런 요령을 부릴 수 있다. 훈련을 할수록 책 고르기 판단에 소요되는 시간은 점차 빨라진다. 책을 꼼꼼하게 보기 전에 하는 것이 좋다. 흥미로운 것은, 저자 역시 이러한 순서의 요령으로 책을 쓰기도 한다는 것이다. 막연히 제목(또는 주제)을 생각해보고, 쓸 내용의 대강을 만들고, 정말 내가 왜 이걸 쓰는지 그 동기를 머리말로 정리해보고, 결론을 어떻게 지을지를 고민하고 몇 차례 다시 써보고, 그리고 자신의 생각과 자신의 경험에 따라 내용을 채워간다. 물론 책 쓰기란 그렇게 녹녹치 않은 작업인 만큼, 저자는 이런 순서를 밟고서도 다시 역순(逆順)으로 차례를 다시 밟기도 하고 또 사이사이 순서를 흐트러뜨리면서 혼돈을 거듭하기도 한다. 다만, 크게 보면 이러한 책 쓰기 순서란 저자에게 무척 중요한 순서다. 책 쓰기 순서와 책 고르기(또는 읽기) 순서가 교감된다는 것은 무척 의미심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좋은 독자란 좋은 저자가 될 수 있다는, 하나의 증표라고도 할 수 있을까? 그러니 우선 책 고르기에 귀재가 되어보라. 참고이야기 1 책 머리말의 위력: 책을 읽고 싶게 또 쓰고 싶게 만든다 내가 다만 책을 읽고 싶었을 뿐이 아니라 '정말 책을 쓰고 싶다' 라고 생각하게 된 책이 있다. 대학원 시절 "The Hidden Dimension(보이지 않는 차원)"이라는 책의 '머리말'을 볼 때였다. 또 다른 유명한 책, "The Silent Language(침묵의 언어)"를 쓴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Edward T. Hall)의 책이다. 무척 작은 책이다. 그런데 그 작은 책의 짧은, 한 페이지의 머리말에 담겨있는 큰 뜻, 진지한 의문, 흥미 있는 탐구동기를 읽고는 나는 반해 버렸다. 나도 언젠가 이런 머리말을 쓸 수 있는 책을 써 보리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었다. (사실 이 책의 번역은 그리 좋은 수준은 못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머리말의 위력은 그만큼 크다. 저자의 마음을 털어놓는 것이자, 저자의 글쓰게 만든 지적 동인(動因)을 털어놓는 것이다. 독자의 마음을 어떻게 잡느냐 독자를 움직일 수 있느냐 역시 머리말에 담겨있다. 머리말을 잘 쓰기란 그래서 무척 어렵다. 그만큼 속에서부터 우러나오는 힘이 필요하다. 2. 독후감을 써보자 책을 '잘' 읽는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많이 읽는다고 잘 읽는 능력이 꼭 생기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꼭 해 보아야 할 것, '독후감' 쓰기다. 최근, '논술' 고사가 대학입시에서 뿐 아니라 취직시험 등 각종 시험방식으로 동원되는 터라, 어렸을 때부터 학교에서 독후감 쓰기를 연습시키곤 한다. 좋은 일이다. 다만, 독후감 쓰기 자체도 정말 훈련이 필요하다. 독후감은 '감(感)'이지만 어설픈 감정만 쏟아놓는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감'을 쓸 만큼 자신의 생각이 확실하게 들어가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좋은 독후감 쓰기에 정답은 없을 것이다. 다만, 정말 좋은 독후감이란 그 책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 그 책의 내용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게 하는 것, 그 책의 동기, 주제, 바탕을 알 수 있게 하는 것, 그리고 그 독후감을 쓴 사람이 읽은 책과 어떤 지적, 감성적 '관계'를 맺었는지 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독후감 쓰기가 어디 그리 쉬운가. 그러나 열심히 해보라! 3. 이왕이면 '서평'도 써보자, '서평'을 잘 보자 더욱 좋은 훈련은 서평을 써보는 것이다. '서평'과 '독후감'은 엄연히 다르다. 독후감은 개인적일 수 있지만 서평은 어디까지나 공공적인 일이다. 또 다른 종류의 '공공 글쓰기 창작'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서평이란 중요한 지적 작업이다. 서평이란 기본적으로 '맥짚기'일 것이다. 책의 지적 동인, 감성적 동인의 절실성, 진실성, 적실성에 대한 맥을 짚고, 저작내용의 창의성, 충실성, 적실성에 대한 맥을 짚고, 저작의 이성과 감성을 공간적, 시간적 지도 위에 위치시키며 맥을 짚어야 한다. 물론 동기와 내용의 일관성, 풍부성, 표현성, 감동성 등에 대한 형식 또는 스타일에 관련된 맥짚기도 빠뜨릴 수 없다. 정말 제대로 된 서평 쓰기란 어려울 것이다. 나는 여태껏 공식적으로 서평을 써본 적이 없다. 아마도 건축 비평보다 더욱 어렵지 않을까 싶다. 대신 남이 쓴 서평을 열심히 보는 편이다. 그 서평과 내 나름대로 내리는 서평을 비교해보곤 한다. 일치하지 않을 때도 많고, 무척 큰 차이가 있을 때도 많고, 책에서 배운 것보다 서평에서 배운 것이 더 클 때도 있다. 역시 책을 읽으면 책 내용의 디테일들 때문에 맥짚기를 놓치곤 하는 함정을 느끼기도 한다. 디테일에 흔들리지 않으면서 책의 맥을 잡는 훈련을 열심히 함으로써 나름대로 책읽기에 대한 자신의 눈을 길러보자. 진짜 서평 쓰기든, 머리 속 서평 쓰기든 서평 쓰기 훈련을 통해서. 4. 지식을 만지기/느끼기: 자신의 의문으로 저자와 대화 그러나 역시 전문인으로서의 책읽기는 많은 경우 지식을 섭취하기 위해서 한다. 논리, 사고, 감성을 교류하는 것이 책읽기의 궁극적인 즐거움이긴 하지만, 역시 지식 자체의 섭취를 어떻게 잘하느냐가 책읽기의 중요한 덕목이 아닐 수 없다. 정말 요령이 필요한 일이다. 세상에는 정말 너무도 많은 정보와 책들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건축 관련 분야는 속으로 들어갈수록 무척 많은 세부적인 주제들이 있고 각 주제마다 자료의 빙산, 지식의 빙산은 무척 크게 마련이다. 사실(역사 기록적, 사건적, 항목별 사실들), 이론, 분석방법, 해석방법, 세부기술에 이르기까지 지식의 종류도 많고 크기도 크다. 여기에도 여러 설이 있다. 어느 책이라도 잡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몇 번이고 반복해서 자기 것이 될 때까지 보고 또 보고, 읽고 또 읽고 하라는 설도 있고, 여러 책들을 비교분석 해야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다는 설도 있다. 정설이 있을까? 자라기 단계에 따른 요령은 아마도 있을 것이다. 초보자들은 넓게 퍼뜨리면 산만해질 위험이 있으므로 하나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곱씹는 것이 꼭 필요할 것이다. 생각이 커질수록 여러 책들을 비교적으로 읽고 자료를 상호 체크하는 것이 필요해진다.(논문 쓸 때나 실험할 때, 또 현장에 적용할 기술 선정할 때 꼭 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다만 내가 권하는 것은 딱 한가지다. '자신의 의문을 가지고 저자와 철저한 대화를 하라'는 것이다. 저자들은 항상 어떤 의문을 가지고 책을 쓰게 마련이다. 그 책을 완성하기까지 그 의문을 붙들고 나름대로 치밀하게 책을 쌓아 올린다. 분류를 하고 내용을 채우고 하는 과정에서 저자의 의문, 호기심, 경험들이 작용한다. 모든 책이 이렇다. 하다못해 다만 단순히 자료의 집대성인 것 같은 '사전'과 같은 책에도 이러한 저자 시각이 있다. '자료집성'에도 마찬가지다. '역사기록집'에도 마찬가지다. '지도집'도 마찬가지다. '건축상세집'도 마찬가지다. '건축작품집'도 마찬가지다. 그 시각에 따라 채워진 내용도 전개방식도 분류체계도 꽤 다르다.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론서나 해설서는 말할 것도 없다. 기술서적도 마찬가지다. 이런 책들 안에 들어있는 그 많은 지식들을 다 자기 것으로 만들기는 비록 어렵지만, 그나마 얼마라도 자기 것으로 만들려면 자신의 의문이 구체적인 것이 가장 좋다. 예컨대, 단어의 뜻을 몰라서 문제가 안 풀리는 때에 사전을 본다면 도대체 얼마나 머리에 쏙쏙 들어가는가? 프로젝트 대지나 주변환경의 옛 지도를 지도집에서 발견하면 도대체 얼마나 그 지도의 함의가 읽히는가? 디테일이 안 풀릴 때 상세집을 보면 얼마나 새로운 디테일의 가능성이 상상되는가? '주제'가 있는 것은 그래서 좋다. '안 풀리는 문제'가 있는 것은 더 좋다. '알고 싶어 미칠 것 같은 그 어떤 대상'이 있으면 좋다. '세부 내용을 잘 몰라서 줄거리가 잘 안 맞는 그 어떤 의문'이 있는 것도 좋다. 바로 '현장의 의문'을 가지고 책을 보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현장적 책읽기'이다. 학생 시절에도 물론 마찬가지지만 프로로서 현장에서 일할 때 책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가 구체적일수록 책읽기도 더욱 구체적이 된다. 5. 여러 마리 토끼 잡기: 一石二鳥? 시간은 짧고 할 일은 많고, 프로로 자라는 여정은 시간싸움의 연속이게 마련이다. 책보고 싶다고 책만 읽고 있을 수도 없고 책에서 모든 지식을 섭취하고 일을 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여러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쫓을 수밖에 없다. 내가 일을 하면서 책읽기를 기막히게 한 경험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유학에서 돌아와 대한주택공사에서 일하면서 "밀라노 트리엔날레 서울전시관 설계 프로젝트"를 할 때였다. 정말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지금은 서울에 대한 자료도 많아졌지만 당시는 자료라고는 숨어있는 자료들 투성이었고, 나 나름대로 '서울'을 이해해보자는 욕구에 사로잡혀 있었던 터이라 낮의 일하기 시간과 밤의 독서시간은 정신없이 펼쳐졌다. 집에 갈 때면 책, 보고서, 역사자료, 지도자료들을 한바탕 들고 가서 읽었고 출퇴근 차안에서도 자료를 뒤적이곤 했다. 솔직히 학위 논문 쓸 때도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었다 싶게 열심히 '읽었다.' 여섯 달 동안 완전히 빠졌었던 이 시간에서 나는 무척 많은 것을 배웠다. 자료와 현장을 오가는 방법을 배웠고, '날 자료'에서 ' 쓸 만한' 그 무엇을 캐내는 것도 배웠고, 지도 읽는 방법도 배웠고, 여러 분야, 여러 예술들을 통합 교류하는 방법도 배웠다. 모쪼록 어떠한 프로젝트도 이래야 하리라. 설계 프로젝트라면 설계 프로젝트대로, 시공 프로젝트라면 시공 프로젝트대로, 기획 프로젝트라면 기획 프로젝트대로, 일하면서 배워가는 것만큼 좋은 것은 정말 없다. 일이란 그만큼 엄청난 질문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정한 프로는 직장에 있는 시간외에 더 바쁜 것이 당연하리라. 지적 빙산에 대한 도전, 자신의 훈련, 자신의 뛰어넘기를 위한 시간투자는 공식 일하기 시간외에 이루어지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러한 시간투자를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과의 차이는 연륜이 쌓일수록 크게 나기 마련이다. 특히 초보 프로들의 10여년은 시간투자의 양과 질에 따라 차이가 난다. 부디 많은 프로젝트에 참여해 보는 것과 함께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을 갖기 위해 자신의 시간과 정신을 투자해야 할 것이다. 일석이조의 조언은 외국어 배우기에도 적용된다. 물론 모든 것이 우리말로 되어있으면 더 말할 나위 없이 좋지만 세상은 그렇지만도 않고 또한 이왕 외국어는 할 수 있어야 이점이 되는 세상이니 나름대로 일석이조의 요령을 부려볼 필요가 있다. 아래의 세 개 박스는 아크포럼의 한 네티즌이 영어도 배우고 전문성도 높이는 훈련에 대한 질문을 한 내용과 그에 대한 답이다. 이왕이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으면 좋으리라. 참고이야기 2 일석이조? 전문성도 높이고 영어도 익힌다? 아크포럼에서 한 현명한 네티즌이 다음 질문을 했다. "영어를 공부하여 국제화 시대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영어회화나 토플 외에 건축을 영어로 공부하고 싶은데 원서로 된 서적은 어떤 것을 읽어야 될 지 모르고 또 저의 이런 방식이 맞는지도 모르겠습니다. IMF시대라서 유학은 생각하기도 힘들고 알뜰하게 영어도 익히고 건축과 관련한 지식이나 사고의 폭도 넓힐 수 있는 조언을 부탁드립니다.(류지원/회사원/9803)" 참고이야기 3 앞의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이다(아크포럼 '게시판' 꼭지에서) "영어로 건축 책을 보며 영어도 익숙해지고 건축도 공부하는 것 좋은 일이지요. 관건은 어떤 책을 고르느냐인데. 저는 40대 세대이니 권할 자격이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대학시절 20대 초에 책의 내용 이상으로 영어 배우기에 좋았던 책을 꼽는다면, 1. Kevin Lynch의 "The Image of a City" 2. Robert Venturi의 "Complexities & Contradictions in Architecture" 3. Charles Jencks의 "Architecture 2000" 정도입니다. 사전 열심히 찾아가면서 읽었고 영어 건축어휘에 많이 익숙해졌지요. 1은 지금도 권할만한 책입니다. 나중에 유학 가서 영어도 익숙해지고 무척 어려운 책도 읽게 되었지만 그래도 영어 눈뜨기에 기억에 남는 책은 4. Paul Goldberg의 "On the Rise"라는 책인데 건축평론가가 뉴욕 타임즈지에 10여년 쓴 글을 모아놓은 책이라 일상언어와 건축언어가 참 조화롭게 잘 쓰여서 양쪽 눈뜨기에 모두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가 권해 드리는 방식은 이렇습니다. 일단 영어원서 파는 책방에 가서, 1. 건축역사에 대한 책 1권(되도록 근/현대건축이 담긴 게 좋지요. 가까우니까), 2. 건축비평에 대한 책 1권(되도록 위의 4번처럼 약간 대중적인 것이 좋고) 3. 도시에 대한 책 1권(되도록 평이하게 쓰여진 책, 가령 동네나 생활에 관한 것)을 고르셔서 같이 읽어가 보세요. 사전 찾아가면서... 절대로 권해 드리지 않는 책들: - 건축가나 건축이론가가 쓴 발언위주, 추상적인 이론이 담긴 책(질리기도 하려니와 이해하기 어렵고 머리에 틀이 잘 안 잡히게 됩니다.) - 사회과학자나 도시계획이론가가 쓴 전문용어 많은 책(대개 이런 책은 상투적 전문어인 'jargon'이 많고 일상언어와 유리되어 있습니다.) 두 가지만 더 권해 드립니다. 1. 되도록 다른 친구들과 '책읽기 그룹'을 만들면 좋고 (서로 요약 발표하고 비판/비평하는 그룹 역학이 좋습니다.) 2. 너무 선별에 고민하지 마시고 처음엔 어떤 책이나 시작하시되 끝까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점에서 너무 두껍지 않은 책이 좋지요.)" 참고이야기 4 영어 건축책 보기 도움말 계속(아크포럼 '게시판' 꼭지에서) 한 네티즌이 나의 의견에 공감하면서 다음 내용을 덧붙였다. "너무 추상적이고 자의적인 건축가들의 에세이 같은 것은 좀 읽기가 힘들더군요. 그렇지만 르 꼬르뷔제나 루이 칸 같은 소위 '거장'이라고 일컫는 건축가들이 동방을 여행하면서 쓴 스케치와 글 등은 읽어볼 만 합니다(개인적으로). 말씀하신 책들 이외에도 그림이 많은 책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너무 텍스트로만 빡빡한 책은 부담이 될 때가 많으니까요." (지정우/JAD 디자인 연구소) 6. 책을 읽으면서 저자와 말을 해보자! 마지막으로 저자와의 대화를 다시 한 번 강조해 본다. 저자의 머리, 저자의 가슴으로 들어가 보고, 저자의 현장을 같이 누벼보라. 책을 읽으면서 저자와 말을 하는 듯한 느낌을 가져보라. 다음에 정말 그 저자를 만난다면 질문할 거리를 만들어 보자. (만약, 정 궁금증이 나서 견딜 수 없다면 저자에게 편지를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개괄적인 느낌이 아니라 구체적인 질문을 보내면 많은 저자들이 감동한다. 그 뿐 아니라 그 저자들의 다음 작업을 위해 좋은 자극을 줄 수 있다.) 세상에는 정말 책이 많다. 다 좋은 책이 아니다. 환경공해라 할만큼 허접쓰레기 같은 책들도 많다. 다 쉽게 읽을 만한 책이 아니다. 최근의 책들은 전문지식의 대중화를 위해서 쉽게 풀어쓰는 책들도 많이 나온다. 그만큼 일반인들의 전문지식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는 책들이다. 저자들은 많은 경우, 편하고 쉽게 재미있게 풀어주려 노력하기도 한다. 그러나 편하고 쉽고 재미있다고 해서 또 좋은 책인 것은 아니다. 베스트셀러가 꼭 좋은 책이 아니듯이 말이다. "매일매일 자라기"의 '저자와의 만남' 이벤트: 1998년 책이 나온 후, 교보문고의 행사에 저자가 참여했었다. 책으로 통한 대화하기, 직접 만남으로 대화하기의 차이는? 참고이야기 5 친구 찾기 위해 책을 보자 나는 친구 찾기 위해 책을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책을 쓴 사람의 마음을 알고싶고 그 의문을 이해하고 싶고, 어떻게 풀어내었는지 관심이 간다. 그렇다고 모든 저자들 또는 책들이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되기도 하고, 피하고 싶은 사람, 얘기하기 싫은 사람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모든 사람들, 그 모든 책들이 결국은 넓은 의미의 친구가 되는 것 아닐까? 친구가 되려면 일단 마음을 열어야 한다. 상대편의 말에 마음을 열고 머리를 열고 귀를 기울일 수 있어야 비로소 그 마음에 들어가 볼 수 있다. 이것은 무척 중요하다. 비평적 시각을 가지기 전에 우선 책에 귀를 기울이라. 그 전제, 그 의문, 그 동기, 그 리서치, 그 경험, 그 내용의 편에 서서 책을 보라. 그렇게 해야 비로소 진정한 비평적 시각이 돋아난다. 책에서 친구를 찾아보자. 정말 좋은 책의 기준은 무엇일까? 그 기준은 각기 가짐이 좋다. 자신의 좋은 책 기준을 갖는 것은 정말 살 맛 나는 일이리라. 그러한 좋은 책을 곁에 두고 그 안의 지혜와 지식을 만지고 느끼고, 그 책을 쓴 저자를 마치 친구처럼 느끼고, 언젠가는 자기도 그 누가 좋아할 그 어떤 좋은 책을 하나쯤 쓸 꿈을 꾸어보는 것, 프로로서의 큰 즐거움 중 하나리라. 책에 들어있는 지식과 지혜, 마치 만지는 듯 마치 느끼는 듯 자기 것으로 만들라!

[ju^^n]

술사랑에게 이런 면이 있다니...........윽

[퍼플!!]

울 사랑이의 말빨은 ...아마도...여기서....출발했을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