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맑고 뜨거웠던 어느 여름 오전 시간에 거돈사지를 방문할 수 있었던 것은 행복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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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돈사지를 둘러보는 순서는 당연히 계단을 통해 올라가 석탑, 금당터, 승탑자리, 석물을 모아놓은 곳, 다시 석탑을 지나 탑비 순으로 가야 마땅하겠지만, 주차와 동선을 고려하여 탑비에서 먼저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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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제78호 원주 거돈사지 원공국사탑비(原州 居頓寺址 圓空國師塔碑/ 이 문화재의 공식명칭은 ‘거돈사원공국사승묘탑비(居頓寺圓空國師勝妙塔碑)’였는데 언젠가 절이 아닌 절터를 의미하는 ‘지址’가 추가되었고 탑명인 ‘勝妙’가 사라졌다. 공식명칭에서 확인된 탑명을 제외시킨 정책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고려시대의 스님인 원공국사의 행적을 기록하고 있다. 원공국사(930∼1018)의 법명은 지종(智宗)이고, 세속에서 쓰던 성은 이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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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신에 비해 이수가 큰 것이 특징인데 이 때문에 이수가 다소 무거워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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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의 머리는 괴수 모양의 험한 인상을 한 용의 머리모양이다. 거북머리 양쪽 귀 뒤에 큰 지느러미가 달린 것이 특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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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에 새긴 무늬는 정육각형에 가까우며, 육각형 안에는 卍모양과 보화무늬 王자 등을 돋을새김하였다. 일부 자료에 귀갑문 안에 王자도 새겨져 있다고 되어 있지만 내가 살펴본 바로는 보이지 않았다. 거북의 등 테두리를 표현하고 그 안에도 조각을 해놓는 등 화려하게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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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위로 비좌의 사면에는 안상을 새겨 돌리고 비신을 안치한 다음 이수를 얹었다. 안상 속에는 바닥에서부터 솟아오르는 귀꽃이 아름답게 표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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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에는 구름 속을 요동치는 용이 불꽃에 쌓인 여의주를 다투는 모습이 조각되어 있다, 용은 앞면에 마주보며 두 마리, 뒷면에 서로 바깥쪽을 보며 두 마리, 좌우에 각각 앞쪽을 바라보며 한 마리씩 모두 여섯 마리가 조각되어 있다. ‘매우 사실적이고 화려하다’는 평이 있지만 나의 안목이 낮아서인지 그리 화려하지도, 사실적이지도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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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면 중앙 여의주 아래에 마련한 비액 안에는 주인공의 이름이 새겨지는 것이 상례인데 웬일인지 비어 있고, 비신 맨 위에 전篆을 했다. 굳이 만든 비액을 비운 이유가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이수의 밑부분에 촘촘하게 연화문을 새겨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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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崔冲)이 비문을 지었으며, 김거웅(金巨雄)이 전액(篆額)을 쓰고 비문도 해서로 썼다. 각자(刻字)는 승려인 정원(貞元)·계상(契想)·혜명(惠明)·득래(得來)·혜보(惠保) 등이 하였다. 비문에는 탑비의 주인공인 원공국사의 생애와 행적, 그리고 그 덕을 기리는 송(頌) 등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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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체는 구양순(歐陽詢)·구양통(歐陽通)부자의 서법이 어우러진 것으로서, 봇 끝이 능려하고 필획이 정연하여 힘이 있다. ≪동국금석평 東國金石評≫에 거돈사비는 노공체(魯公體)라 하였는데 틀린 평이며, ≪서정 書鯖≫에 승묘탑은 자못 전형(典型)이라 하였고, ≪조선금석고≫에는 자경이 6푼의 해서로 구양순을 체득하였다고 기술하였다.
서자(書者)인 김거웅의 행적은 알 수 없으나 고려시대 비 중에서도 최일급이라 할 수 있는 뛰어난 글씨를 남겼다는 것은 특기할만한 일이며, 서예사적인 측면에서 볼 때 서품이나 각자에 있어서 중국에 비하여 조금도 뒤지지 않는 매우 값진 자료로 평가된다.
비신의 높이 252㎝, 너비 124.5㎝,[규격은 자료마다 다소 다른데 직접 재보지 않아 단언하기 어렵다.] 글자크기 6푼이며, 1025년(현종 16)에 세웠고, 현재도 원형대로 보존상태가 양호한 편이다. 고려시대 비석양식의 시원적 조형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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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 비에는 머릿돌을 옮기려 할 때 수십 명의 장정들이 매달려도 끄떡도 하지 않던 돌을 농가에서 빌려온 소 한 마리가 옮겼다는 설화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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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의 글씨 수준을 놓고 이견이 있는 것 같다. 앞서 언급한대로 글자의 지름은 1.8cm이며, 《동국금석평(東國金石評)》에는 “거돈사의 비는 노공체(魯公體), 고(枯)”라 하였고, 서청(書鯖)은 “승묘탑은 비뚤어진 데가 있는…(頗有典型)”이라고 평하였다. 자체는 구체(歐體)에 가까운 해서이나, 봉림사진경대사비(鳳林寺眞鏡大師碑)의 일부 글자가 노공체라는 비판을 받았는데,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 글체라는 주장이 있다. 반면 위에 언급한대로 노공체(魯公體)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중당(中唐) 시대에 왕희지 이후의 제일인자로 치는 안진경(顔眞卿)이 나와 새로운 서풍을 개척하여 전의(篆意) 섞인 해서를 썼는데, 이를 노공체(魯公體)라고 한단다. 왜 노공체가 비판을 받는 것인지까지 찾아보지는 못했다. 비문은 아직 볼 수 있을 정도로 남아 있는데 현장에서는 이런 점까지 고려하지 못해 제대로 사진을 찍어두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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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설명문 출처: 문화재청, 답사여행의 길잡이, 한국민족문화대백과, 두산백과]
첫댓글 험악한 인상과 대비되는 앙증맞은 발찌.
이리 예쁜 발찌도 있었군요. 찍어두고도 주목하지 못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우왕!!! 지금까지도 몰랐다.
@선과 왼쪽 뒷발목에만 포인트를 줬지요ㅎ
시니브로님 사진에서도 '왕'자 보이네요.
"卍"의 이중 구부림은 장식인가요 또 다른 뜻이 있는지요
"王"은 등 좌우에 보이네요
@휴람 '卍'는 처음에는 문자가 아니라 그냥 (어떤 상징을 가진) 조형이었는데, 당나라 때 글자로 편입되었지요.
지금은 불교와 관련된 글자라고 여기지만, 기원전부터 서양에서도 나타난 조형입니다.
제가 이해하는 '卍'자는 우주의 기운이 순환하는 모습을 조형화한 것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사태극((四太極)을 직선화한 것과 동일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卍'자를 글자로 보면 이중구부림은 단순 장식에 지나지 않지만, 문자 이전의 상징을 생각하면 우주의 기운이 순환하는 모습을 더 생동감있게 표현한 것입니다..
그것 참! 눈에 어디에 쓰려고 달고 다는지 ㅋㅋ
감사합니다.
@시니브로 무더운 날씨 탓이겠지요...^^
조금아래 청용사지는 안내소와 해설사도 있던데 여기엔 넓은 사지에 아무런 기척이 없어 한가로우나 혹 훼손하는이가 있지않을가 하는 망상이 들었습니다
행정구역이 틀려서인지 위 아래의 사지 보존이 상이하더이다
청룡사지에 해설사까지 배치했군요. 10년전 쯤 처음 갈 때 찾지 못해 소태면사무소에 갔더니 아예 한분이 포터 끌고 사지까지 안내해줬던 기억이 납니다.
오랜만에 보니 새로이 보이네요 지공의 행적이 생각나면서 국사의 탑비가
새롭게 느껴지네요.
다시 한번 가보고싶네요
저도 무척 오랫만이어서 더 반가웠습니다^^
그대는 어이하여 탑과 비가 헤어졌는지......
이곳에 지금도 밤꿀이 한창이겠지? ^^
그러게 말입니다.
탑비의 원래 자리도 현재 위치는 아닐 것 같다고 하더군요...
현재 모각해놓은 승탑 옆이 아닐까 한다는...
저 곳을 큰아이와 찾았을때가 겨을이였는데
껑충거리며 뛰는 고라니를 보고 아이가 신기해 하던 생각이 나네요...청주,,,
저도 답사 다니면서 고라니를 몇번 본 일이 있는데 그 가운데 한번은 청주 신전리고가 근처였습니다^^